김 씨는 그 날 자신의 집에서 맥주를 마시려던 참이었다. 퇴근 후 집에서 혼자 맥주 마시기는 회사에서 쌓였던 피로를 풀어주는 좋은 취미였다. 대학생 시절 혼술을 들켰을 땐 시집도 안 간 처녀가 무슨 아저씨처럼 혼자 술 마시냐고, 살찐다, 알코올 중독증 걸린다는 잔소리를 들었지만, 이제는 혼자 사니 거리낄 게 없었다.

텔레비전 앞에서 맥주에 마른안주까지 챙겨놓고 막 캔맥주를 땄는데 눈앞에서 빛이 나더니 그녀의 앞에 외계생명체가 나타났다. 고양이처럼 생겼기도 하고 토끼처럼 생겼기도 한데 날개가 달렸다.

“당신은 선택받은 소녀입니다. 부디 저와 계약하여 이 세계를 구해주세요!”

김 씨는 코끝으로 조금 내려온 안경을 올리고 제 앞에 떠 있는 것을 보았다. 아직 술은 한 모금도 입에 안 댔다. 맥주 김빠지기 전에 마셔야 하는데. 외계생명체가 날개를 파닥이는데 아무리 봐도 구조학적으로 날개가 몸을 지탱하기엔 너무 작았다. 새들은 날기 위해 뼈 속을 비운다는데 쟤도 그러려나? 그런데 날개로 날기보다는 그냥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린애들이 좋아할 변신 만화에 나올 것 같이 생긴 생물이었다. 방금 한 말도 얼추 마법소녀물과 통한다. 그럼 외계생명체보다는 마법 생명체일까? 갑자기 나타난 것도 마법이라면 설명이 된다. 외계기술보다는 마법 쪽이 무해한 것 같은 건 눈앞에 있는 생명체가 무해해 보이기 때문이겠지. 마법 생명체는 비록 고양이인지 토끼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기분 나쁘기보다 귀여웠다. 호감 사기 충분하다. 거기다 한국말도 하네.

어릴 적엔 김 씨도 마법소녀 만화들을 좋아했지만 벌써 20년 전의 얘기다. 계약이네 뭐네 해도 서류가 없으면 끌리지 않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무엇보다 그녀는 이제 소녀라고 불릴 나이가 아니었다. 마법소녀의 마스코트에게 선택받기엔 김 씨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회사원일 뿐이었다. 거기다 현대인의 기준으로도 노처녀로 분류될 나이다.

마법소녀 좋지. 흔치 않은 기회고 어렸을 때 찾아왔으면 제안을 덥석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한 15년 전에 찾아왔다면 말이다. 김 씨는 이제 세상을 지키기보다는 자신을 지켜야 하는 늙고 연약한 직장인이었다. 김 씨의 대꾸에 마스코트는 풀죽은 얼굴로 말했다.

“주혜님을 빨리 찾아오고 싶었지만 워낙 티오라는 게 그렇잖아요… 이제라도 어떻게 안 될까요?”

마스코트 입에서 티오라니. 김 씨는 이 생명체가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아는지, 역시 중국발 개인정보 유출인가를 고민하다 관뒀다. 마법 생명체니까 아는가 보지.

“너무 늦었어요. 전 사무관님의 주말 등산에도 제외되는 저질 체력이라고요. 100m만 달려도 죽을 것 같아요. 그러니 좀 더 팔팔한 애들한테 부탁하세요.”

“변신하면 10대 체력으로 움직이실 수 있습니다. 아니 인간을 초월한 체력으로 움직일 수 있어요. 그뿐만 아닙니다. 전투 후 이동 마법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일상으로 돌아가셔야 하니까요.”

“변신 후 후유증 같은 건 없나요?”

근육통이라든가.

“없습니다. 악당과 싸우는데 그 정도 지원은 해드려야죠.”

호오? 잠깐이지만 김 씨는 혹했다. 혹시 변신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건…… 아니 안 될 것이다.

“체력만이 아니라 외모도 어려질 거예요.”

주름도 잡티도 없는 탱탱한 피부로 돌아간다고? 아니 주름은 없어져도 여드름이 생기겠지. 거기다 그거 다 변신 중에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잖아. 김 씨는 마냥 공부만 하던 10대보단 꾸미고 부어라 마셔라 다녔던 20대 때가 더 예뻤고 그것도 상당히 주관적인, 가족(남동생 제외) 눈으로 보는 미의 기준으로 예뻤다. 프릴이 잔뜩 달린 하늘거리는 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가 김 씨는 고개를 저었다.

끔찍하다.

“선발 기준이 뭡니까?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재된 꿈의 크기입니다.”

“꿈이요?”

로또 1등 당첨의 꿈이라든가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꿈은 있다. 그러나 그건 누구나 다 꾸는 꿈이 아니던가.

“주혜님은 다른 마법소녀님들보다 크기는 작지만 긴 꿈을 갖고 계세요. 바로 세상이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네? 뭐요?”

김 씨는 제 귀를 의심했다.

“뭐니 뭐니 해도 마법소녀는 세상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하니까요. 주혜님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으세요.”

아니 세계평화야말로 세상 사람들 모두가 바라는 꿈 아닌가? 요즘 불황이 어쩌고 저출산이 어쩌고 인력난이 어쩌고 하는데 마법소녀 업계도 인력난이 심하단 말인가. 월급을 적게 줘서인가 단순한 공급 부족인가. 마법소녀가 돈 받고 일할 리 없으니 역시 무보수 노동이 문제려나. 노동청에 신고해야 할까.

“무보수 노동. 그래서 사람 모으기가 어렵네요. 특히 요즘 더 힘든 거 같아요. 마법소녀 한다고 봉사활동 시간 인정되냐고 묻는 애도 있었고 단순히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기 싫다는 아이도 있었어요. 수업 중에 악당이 쳐들어오면 어떡하냐고, 생기부에 기록 남는 건 싫다고 하더라고요. 학생들은 아무래도 수업 시간에는 움직이기 힘드니까요. 세계평화도 중요하긴 하지만 대입 입시가 더 중요하대요.”

그래. 대학은 중요하지. 앞으로 미래가 달려있는데. 세계 평화보다는 일신이 더 중요한 법이다. 마스코트에게서 영업맨의 진한 고뇌가 느껴져서 김 씨는 턱이라도 긁어줘야 하나 고민했다 멈칫했다. 마스코트는 혼종이지만 개처럼 보이지는 않기도 하고 아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게 무엇인지 알았다.

“당신 내 속 읽어요?”

이걸 뭐라고 하지? 사이코메트리? 그걸 할 줄 아는 건가? 마법소녀도 있는 마당에 마스코트가 독심술 좀 할 줄 안다고 이상할 건 없었지만 저 마법 생명체가 읽는 것이 제 생각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어떻게 생각을 읽는 거지?

“악당들과 전투할 때 마법소녀님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독심술은 기본으로 마스터 해야 하는 과정이죠. 악당들은 강력한 마기로 감춰놔서 읽지 못하지만요.”

뭐야. 사생활 침해 아니야? 내 속 읽지 마요.

“항상 읽는 건 아니에요!”

“전 아직 계약 전 아닙니까! 이건 엄연한 사생활 침해죠!”

“죄송합니다. 무엇이 궁금한지 바로바로 알아야 대답해드리기 편해서, 보통 사람은 제 존재만으로 모든 걸 납득하는 경향이 있어서 독심술을 써도 이상함을 못 느끼거든요. 주혜님은 아니신 듯하니 지금부터는 안 읽을게요. 이것도 엄연히 마법이라서 저도 안 쓰면 편하긴 하거든요.”

이제부터 안 하겠다고 하면 없던 일이 되냐. 그런데 마스코트가 고개를 까닥이는 모습이 귀여워서 더 혼낼 기분이 들지 않았다. 떠올려 보면 김 씨가 봤던 마법소녀 만화에서 마스코트들은 다 귀여웠다. 애들 장난감 팔이 상술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도 마스코트가 귀엽다니. 아이들을 홀리기 위해선가? 하지만 만화들 중에 30대한테 마법소녀가 되자고 권유하는 만화는 못 본 것 같다.

어쩌다 30대가 마법소녀를 하는 세상이 된 걸까. 세상이 그만큼 삭막해진 걸까. 김 씨는 잠시 한탄했다가 생각을 고쳤다.

아니 생각해 보면 요즘 애들이 똑똑한 거다. 현실적으로 따져야 맞다. 악당과 전투를 한다는 건 전투 중에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군대도 아니고 당신은 세계평화의 꿈이 있으니 마법소녀가 되어 지구를 지킵시다! 한다고 넙죽 받아들이는 사람이 멍청하다.

“악당의 정체가 뭐죠? 그들은 지구를 정복하려고 오는 겁니까?”

우선 김 씨는 악당의 목적이 뭔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위험한 제안을 받고 있는 건지 확인해야 했다.

“인간을 정복하려는 거니 곧 지구를 정복하려는 거겠죠.”

“그 정도 규모라면 개인이 해결할 일이 아니라 세계기구가 나서야 하는 일 아닌가요?”

“그건 결국 악당들이 원하는 대로 되는 거라서 안 됩니다.”

“왜 악당들이 원하는 대로 된다는 거죠?”

사람들이 허무맹랑한 말로 받아들일 거라서가 아니라 악당들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라 안 된다. 김 씨의 질문에 마스코트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주혜님은 오늘 저를 만나기 전까지 마법소녀의 존재를 모르셨죠? 왜 몰랐던 걸까요?”

“퇴근하고 온 직장인입니다. 머리 쓰고 싶지 않으니 그냥 말해요.”

그러고 보면 만화에서 마법소녀의 정체는 항상 비밀이었는데 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김 씨의 요구에 마스코트는 풀죽은 얼굴로 설명해주었다.

“악당의 목적은 이 세상에 마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거니까요.”

마스코트의 표정은 진지했고 김 씨는 영국인 작가가 쓴 굉장히 유명한, 영화까지 나온 판타지 소설을 생각했다.

“악당이 볼드모트라도 되나요?”

“원하는 바는 같습니다. 이 세상에 마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공포심으로 인간을 지배하려는 계획이니까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 그래서 귀신을 무서워하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진 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 인간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보다 공포를 느낄 것이다.

“아니 그럼 전투 중에 죽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 영국 작가 소설 원작 영화에도 마지막 편에서 사망자가 있었다. 중요 인물 중에도 죽은 사람이 있었고 엑스트라는 더 죽었을 것이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법소녀가 죽는 것 보셨나요?”

“현실은 다를 수 있잖아요. 그리고 마법소녀만 안 죽으면 됩니까. 국민들은요.”

“과연 공무원이시네요!”

자신의 직업이 나와 김 씨는 순간 움찔했다가 상대방이 마법 생명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무도 죽지 않습니다. 악당은 사람을 못 죽이는 대가로 마법을 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린이 만화야? 명색이 악당이면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니,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계약 전이라 여기까지밖에 안 알려주는 모양이다. 다행이다 싶었지만 심각한 기분은 사라졌다.

“그럼 공포심으로 다스리고 그런 건 두려워할 필요 없는 거 아닌가요?”

“사람이 꼭 죽어야 공포심을 느끼나요?”

그건 아니다. 살면서 죽음 외에도 공포심을 느낄 이유는 많다. 악당이 자연재해 같은 존재라면 그 또한 무서움을 느낄 충분한 이유가 된다.

“잠깐만요. 악당은 마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목적이니 마법을 막 썼을 텐데 왜 사람들은 아직 마법이 존재한다는 걸 모르는 거죠?”

“마법소녀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마법소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요?”

김 씨는 생각에 잠겼다. 독심술을 쓸 줄 안다는 건 기억을 조작하는 방법도 안다는 건지도 모른다. 기억은 그렇게 지운다 치자. 악당이 만든 결과물도 있을 텐데 그걸 다 마법소녀가 뒤처리를 한다면, 마법소녀는 백퍼센트 기피 업종이다. 퇴사율 엄청 높은 블랙 회사인 거다. 그녀가 생각에 잠긴 것을 바라보다가 마스코트가 슬그머니 말을 걸어왔다.

“주혜님은 공무원이니까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도 어떠신가요?”

“그런 투철한 사명감은 없습니다.”

공무원이 된 건 철밥통 때문이다. 다른 직장인보다 김 씨가 직장에서 잘릴 걱정이 적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공무원이 꿀직장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야근도 생각보다 많고 스트레스도 많고 장점이라곤 정말 철밥통밖에 없다.

“제가 마법소녀가 되어서 얻을 수 있는 유형적인 게 전혀 없지 않습니까.”

“세상을 지켜낸다는 만족감은 얻을 수 있죠. 아니 죄송합니다.”

장난하냐는 김 씨의 눈빛에 마스코트는 얼른 사과했다. 아까부터 사과는 정말 빠르다.

“그래도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있다면 아이들한테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마스코트도 외양은 귀엽지만 말하는 걸 보면 나이는 많을 것 같은데 어른 역할은 할 수 없는 모양이다. 마법소녀에서 소녀란 단어는 어떡하고 자신에게 그 자리를 권하는 건지 김 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정신연령이 어려도 소녀라고 쳐주는 겁니까?

스스로 어른임을 부정하려 해도 김 씨는 마스코트의 말에 한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저 집단에 그녀 정도의 어른은 없을 것이다.

“뭐 해리 포터에서도 해리 포터네가 결국 주인공이었죠.”

세상을 살다 보면 만화 속과 달리 선과 악의 경계는 불분명함을 알 수 있다. 사람의 믿음은 주관적이어서 선이라 믿고 한 행동이 악이 될 수도 있다. 함정도 많다. 그런 세상에서 마법소녀가 지키는 선이란 무엇일까. 마법을 비밀로 하는 것은 왜 필요한 일일까. 외부인으로서 알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다. 김 씨는 마스코트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뭔가 궁금한 점이라도 있으신가요?”

이렇게 눈앞에 존재하니 마법소녀라는 게 존재한다는 건 사실일 테고, 김 씨는 지금 상황을 꿈이라 부정하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인 성격이었다.

“공무원은 겸업 금지인 거 아시죠?”

“영리 목적이 아니고 임금을 받지 않으니 괜찮지 않습니까? 거기다 예외도 있는 거로 아는데요. 마법소녀는 사회 공익을 목적으로 하니 괜찮을 겁니다. 무엇보다 대통령도 주혜님이 마법소녀인 걸 모를 텐데요.”

마스코트는 한국말만 하는 게 아니라 한국 법률도 알고 있는 모양이다. 김 씨는 감탄했다. 어차피 겸업 금지는 혹시나 하고 해본 말이었다.

“엇, 갑자기 쓰다듬으시면 제 제안에 호의적이신 거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요!”

김 씨는 마스코트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럽다. 눈앞에 존재하고 손으로 만질 수도 있으니 마법소녀는 정말 존재할 것이다. 꿈이라 생각하기엔 그녀는 현실적인 성격이었다. 김 씨가 입도 안 댄 맥주는 지금 시시각각으로 김이 빠지고 있었다.

“이름이 뭐예요?”

그녀는 결단을 내리는데 주저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이름이요?”

“같이 일할 거면 이름을 알아야지요.”

그렇게 사람들은 존재를 모르나 오늘도 지구를 지키는 한 명의 마법소녀가 나타났다. 마법소녀 역사상 최고령이었다.




☆☆☆☆☆☆☆☆☆




“꿈을 가지고 있는 어른이 어르신 중엔 없었어요?”

마법소녀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씨가 한 말에 마스코트는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퇴근 후에는 호출도 귀찮지만 오늘은 특별히 제안할 게 있어 부른 것이었다. 그녀로서도 퇴근 후 귀한 시간을 일거리에 쓰고 싶지 않았다.

무슨 말이냐는 표정이네. 강아지만 키워봤지 고양이는 키운 적 없지만, 사실 저건 고양이도 아니지만 그녀는 마스코트의 표정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분들이야말로 순간이라도 편히 움직이면 좋아하실 텐데.”

절대로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끝나면 순간이동으로 돌아가면 된다. 악당과의 전투가 꼭 아이용 뮤지컬의 등장인물이 된 것 같다는 느낌만 아니면 마법소녀는 생각보다 할 만한 일이었다.

다만 역시 인력난이 문제였다. 한국이 아무리 작아도 세 명이 뭐냐고. 세 명이.

“위험하지도 않고 기분 전환하시기 좋을 것 같아요. 나이 먹어서 일도 안 하시니까 우울증 앓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마법소녀인데……”

“이미 30대도 뽑아놓고요?”

김 씨는 30대 초반도 아니었다. 후반이었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생각을 바꿔야죠. 애들보다는 어르신들이 경험도 많아서 더 잘하실 걸요?”

“그렇기야 그런데… 원래 마법소녀는 꿈과 희망의 존재…”

“이미 30대도 뽑아놓고요?”

마스코트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마법소녀님을 이길 수 없다.

“어차피 변신하면 어려지잖아요. 그것도 사실 육체가 어려야 잘 움직일 수 있어서 아닌가요?”

김 씨의 말에 마스코트는 조금도 반박할 수 없었다.

“하기야 모든 것은 인간이 정해나가는 거죠.”

“응? 뭐라고 했어요?”

“말씀이 정말 일리가 있다고요.”

“그럼 선아랑 희원이한테 카톡으로 말해둘게요.”

김 씨는 핸드폰에 시선을 두었다가 다시 마스코트를 보았다.

“혹시 고양이 사료 드세요? 드시면 사올까 하는데.”

마법소녀가 된 지 한 달째. 김 씨는 마스코트를 반려동물로 여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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