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궁녀중에 하필 전궁녀에게 감긴 최황제 생각하면 정말재밌다


전궁녀 그냥 자식 여섯정도 되는 집 넷째로 태어나서 둘째처럼 되는대로 살지도 않고 다섯째처럼 열심히 살지도 않다가 궁인되면 집에 쌀 준다는 말에 지원해봄 재워주고 밥 먹여주고 일 주는데 집에 쌀도준대서 오래 근무하겠습니다 했는데 이름은 모르지만 궁에 핀 만큼 화려하고 좋은 향이 나는 꽃잎을 쓸어담고 있던 우수에 찬 옆모습 (점심에 옥수수먹고 졸린것뿐) 눈에 담아버린 직장상사가 너무하는 궁정로맨스 누가 숟가락에 떠서 입에 좀 넣어주세요


-- 아무도 넣어주지 않아서 알아서 퍼먹음


처음으로 불려간 날 전궁인 오전에 종일 이불빨래 했던 날이라 사그락사그락 비단 이불보 만져보다 나랏님 드시기도 전에 숙면했음 아침에 일어나서 옆자리 곤히 잠드신 나랏님 용안보고 암튼 살면서 제일 놀람 경을 치시지 않고 (사랑한다네요) 옷 시중 들라 하시기에 팔 걷어붙이고 시중 드는데 옷자락 용이랑 눈 마주쳐서 속으로 대박 쩔쩔맴


뭘 할려고 부르시는 건 아닌데 암튼 침소 들어갈 때 마다 뽀독뽀독 알밤처럼 씻겨저서 들어감. 달큰한 향기 폴폴 풍기면서 서책도 읽어드리고 바둑도 두고 장기도 두고 보통은 봐드리는데 가끔 찐으로 지면 약간 (몰래) 자존심상해하는 전궁인


궁인 처소 따로 있을 정도로 나랏님의 사람이 많고 그중엔 고운 이도 살가운 이도 재능있는 이도 있을텐데 허허심심하고 딱딱한 저를 들이셨습니까? 하고 물어보고 싶은데 참았다네요.. 근데 나랏님 얼굴도 상시 붉고 가까이 다가서면 말도 더듬고 바라보는 것 같아 고개를 돌리면 눈도 피하시고 그래서 괜찮으니 지루하시면 다른 이를 부르셔도 된다 했더니 저를 쫓아내진 않으시고 다만 처음 보는 얼굴을 해서... 궁인이되 궁인으로 보지 않으시는 걸까. 하고 생각함 


그리고 눈이 나리는 계절 즈음에 늦은 밤 뒤 따르는 이 하나 없이 전궁인과 둘이서 연못에 나란히 섰는데 그 모습이 궁에 들어오기 전 봤던 것들 중 가장 고와 기억에 남았던 붉은 동백처럼 보여서 가장 어렵지만 가장 행복한 길을 스스로 걷기 시작했다고 전궁인 알아차려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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