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일기를 다음날 쓰냐고 묻는다면 그런 사람이 여기 있다고 손 들겠다. 원래 다음날 새벽에 써야 한다. 새벽감성 촉촉하게 어제의 일을 회상하며 점점 분노의 감정에 휩싸여 그라데이션 일기를 쓰는 게 일기의 정석이다. 반박은 받지 않겠다. 이건 내 일기장이다. 아무튼 어제 하루는 어땠냐면 엄... 방금 기억나는 건 그거다. 나 새벽 4시까지 인강 보면서 레즈 낙서했다. 이런 놈이 어디있는데 왜 그러는데 나는 인강 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3일간 밤샌 상태에서 선생님 수업 듣는 건 기적적으로 가능하지만 인강을 보면서 딴짓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실컷 인강 듣다가 잤다. 난 내가 7시에 일어나서 후딱 움직일 줄 알았다. 7시에 일어난건 맞다. 다시 잔 게 문제다. 10시에 일어나자마자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척비척 일어나 도서관에 갈 준비를 했다. 도서관 가던 도중 내가 반납할 책을 안 챙겼다는 걸 깨닫고 다시 집에 갔다... 오지게 더웠다. 나는 집 안에만 있다보니 주변에서 덥다 덥다해도 공감이 안 갔는데 오늘부터 그들의 마음을 100번 이해할 것 같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나왔다. 나는 몸에 열이 많아서 안 그래도 조금만 더워도 얼굴에 땀이 흥건한데 이렇게 더운 날씨에, 그것도 정오에! 무거운 짐을 들고 움직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안 봐도 HD 1040p다. 누가 보면 샤워하고 나왔냐고 착각할 만큼 내 얼굴은 흥건해졌다. 도서관에서 열 재는데 땀 오져서 센서에 땀 묻는 거 아닌가하고 걱정했다. tlqkf.........

책을 대출한 내가 그 다음 한 것은 스터디 준비였다. 어쩌다 보니 총대를 매고 스터디를 하게 됐는데 내가 아는 게 없어서.. 조금이라도 머리에 뭘 채워놓으려고 온라인 독서 스터디 모임 영상을 찾아보고 독서를 했다. 그리고 3시엔 열심히 돈을 벌었다. 어느새 시간이 5시였다. 수행평가가 4개 든 리하루는 열심히 과제를 해야 했다. 먼저 아직도 연락이 없는 토론 파트너에게 연락을 넣고 폭풍 독서를 했다. 중간에 밥도 먹었다. 아니 아니 나는 맹세코 거기에 기름이 있을 줄 몰랐다. 잠깐 부엌에 책을 올렸는데 책에 기름 방울이 스며들었다. 그저 통탄할 노릇이다 어떻게 내가 책에 이런 짓을 ..????????? 놀라서 키친타올로 몇 번 박박 닦다가 망연자실한 얼굴을 짓고 책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절대 책을 들고 부엌으로 가면 안 된다.

밥을 먹고 스터디 준비를 하고 토론 파트너에게 동시에 연락을 하며 9시가 되길 기다렸다. 오늘은 독서 스터디를 하는 날이니까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에 엄청 긴장했다. 독서 스터디는 망했다. 나는 운영을 못하는 능이버섯이다. 다음에는 꼭 오늘보다 더 능숙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내가 제일 소감을 얼렁뚱땅한 것 같아서 너무 슬펐다. 왜 준비한만큼 말을 못하는걸까... 스터디는 10시 30분에 끝났다. 스터디가 끝난 내가 먼저 한 것은 토론 파트너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내 멍청한 파트너는 자료 조사를 할 줄 모르는 것 같다. 고등학생이 되었으면 자기 의견을 바탕으로 근거가 될 자료를 찾아야 하는 걸 할 줄 알아야 할텐데. 설령 이런 방법을 할 줄 모른다고 해도 자기랑 의견이 비슷한 자료들을 모아 정리하는 것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찾아온 자료가 하나같이 가관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랑 지금 토론 준비하는건가? 근거를 준비하랬더니 인터넷에서 찌라시처럼 떠돌아다니는 짧은 기사 사례 단문만 준비했다. 심지어 주제랑 관련 없는거다!!!!!!!!! 누가 주제와 관련된 범죄사건을 찾으라고 했지? 주제가 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정책인지 찾아오는 게 우리 토론 목표 아니었나? 금상첨화로 나무위키까지 찾아오는 그를 보며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지만 곧 진정하고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이 학교는 빽으로 들어오는 친구들이 9/10(비율이 실화냐면 실화 맞다. 부르주아 놈들)이라 머리에 먼지와 물로 가득한 쭉정이들이 많다. 정말 화나게 한다. 돈 많아서 남들보다 좋은 학교에 쉽게 다니다니 정말 부럽다. 이 학교에 입학하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거라. 

어찌어찌 토론 준비가 끝날 것 같자 내가 바로 한 일은 기름 묻은(...) 책을 마저 읽고 독서 감상문을 쓰고 스터디 플래너를 올리는 거였다. 나는 이렇게 내 과제가 끝나는 줄 알았는데 우연히 동아리 방에 들어가니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과제가 있었다. 과제 안내는 2주 전부터 했고 제출일은 05.18 00:00 까지였다. 남은 시간은 딱 40분이었다. 사람은 급한 일이 닥치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30분만에 과제를 완료하고 아슬아슬하게 제출했다. 이제 남은 건 줄넘기 800개 체육 뿐 시발  

아 맞다 . 나 지금 정혈 기간이다. 어지러워 죽겠다. 내가 한 번도 빈혈을 경험한 적이 없는데 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빈혈을 경험하게 됐다. 많은 일이 있었다. 정혈불순은 기본이고 불면증에 빈혈까지..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된다. 안 그래도 정혈 기간만 되면 전신에 힘이 빠져 좀비처럼 다니는데 머리까지 어지러우니 뭘 할수가 있어야지.. 설상가상 전신에 근육통이 와서 네 발로 기어다녀야 했다. 우선 정혈기간이 되면 몸에 힘이 빠지는데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손 들고 서기를 1시간 동안 했을 때 너덜너덜한 팔의 느낌이다. 다리도 마찬가지이다. 다리는 투명의자 40분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허리가 무지 아프다. 누가 내 척추를 재배열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랫배는 아프다. 변비에 걸린 상태인데 누가 자꾸 주먹으로 아랫배를 치는 느낌이다. 보통 정혈불순 때문에 3일이면 끝날 게 이번엔 5일이나 갔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모르겠다. 뭐 정혈불순을 안 겪는 건 좋다만 왜 빈혈도 같이 오는지 모르겠다. 하루종일 4일동안 밤샌 사람의 몸이 된 기분을 느낀다. 매일매일 낡고 지친 나를 볼 수 있다. 목을 가누기 어렵고 두통이 온다. 눈앞이 핑돌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머리에 피가 부족하다. 기립성 저혈압도 있는데 왜 빈혈도 오냐고. 10분마다 띵한 느낌이 들면서 시야가 반전되는 느낌도 든다. 난 앞으로 절대 자캐에게 빈혈이라는 설정을 넣지 않을 것이다. 빈혈은 절대 모에 포인트가 아니고 사람을 빡치게 하는 요소이다. 

드디어 미쳐돌아버림

리하루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