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잔 64 : <올드팔 8>


By.둥휘


  "안돼..이젠 나를 싫어할거야"


나는 아까 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성운을 보던 다니엘을 떠올렸다


  "아니야 형..후우..

  이 상태로 형 일 못하겠다

  우선 들어가"


내 얘기가 들릴 것 같지도

않고 계속해서 눈물만

흘리는 그를 대신해

나는 반차를 내주었다


  "..팀장님"


  "어?"


성운의 사유서를 제출하러

팀장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다니엘의 모습 역시 많이 초췌했다


  "아니에요"


내 속이 다 상하는 것 같았다

무엇때문에...둘 다 아파야만

하는걸까


  "하대리님 괜찮아요?"


팀장실에서 나오는

내게 묻는 우진에게 나는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반차내고 가시라고

  했어요 상태 너무 안좋아서..

  이따가 퇴근하고 같이 가볼래요?"


내 말에 우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팀장실을 

노려보았다


  "대휘씨 잠깐 나좀.."


그때 다니엘이 팀장실에서

나오며 나를 불렀고


  "헉..!"

  

팀장실을 노려보던 우진이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예전의 내가

떠올라 그럴 상황이 아님에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성운씨 어디 아파요?"


예상은 했지만 팀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내게 묻는

다니엘의 모습에 나는

작은 기대를 품었다


아직 성운을 사랑하고 있지 않을까

  

  "네 많이 아파요, 그렇게

  걱정되면 가보실래요?"


내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내가 가면 싫어할거야..

  잘 챙겨줘요"


그의 대답에 내가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서로 사랑하는데 왜 서로의 

마음을 모르고 이렇게 

각자 아파하는걸까


  "팀장님"


  "어?"


  "왜 헤어지자고 했어요"


조금은 화가 난 듯한

낮은 목소리가 나왔지만

다니엘은 신경쓰지 않는 듯

아련한 눈을 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대휘씨라면 다 알고 있겠지만

  어차피 성운씨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그때도, 지금도..나는 성운씨

  마음을 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가만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리고 이제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거라고..그러니까 내게

  저렇게 웃어주는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봐"


  "..."


그가 미간을 찌푸리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나봐"


성운도, 다니엘도 이해가

되지 않는건 아니었다


그렇게 싫어하던 팀장에 대한

마음이 사랑이었다는걸

인정할 수 없었던 성운과,


그런 성운을 사랑했지만 

다가가는 방법을 몰랐던

다니엘..


그리고 다니엘과의 관계가

끝나버린 뒤 그제서야 

사랑이었다는걸 깨달은 성운과


이미 성운은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고 단정지어버린 다니엘..


이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아..."


둘의 문제니 내가 끼어들어

이러쿵 저러쿵 할 수도 없고..


  "어쩌면..오해일지도 모르죠"


  "뭐?"


한숨 뒤 내뱉은 내 말에 

무슨말이냐는 듯 다니엘이

되물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였다


  "전 나가볼게요 두 분 문제에

  제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그냥

  두분 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휘씨.."


내 진심이 전해진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도


  "나가보겠습니다"


그대로 뒤를 돌아

팀장실을 빠져나왔다


  "어 진영아, 나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성운이형

  상태가 별로라서..반차내고

  집 갔거든"


진영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상황을 전하자


  '하아..많이 안좋아?'


많이 걱정되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응..그래서 이따가

  가보려고.."


  '나도 갈까?'


가뜩이나 상태도 좋지 못한데

너무 여럿이서 가면 성운에게

또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

  

  "아니야 우진이랑 

  둘이 가볼게"


  '그래 그럼..이따가 집올때

  전화해 데리러갈게'


  "알겠어"


잠시의 정적 뒤 그가 조금

화가 섞인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 팀장은 어때'


  "팀장님도 뭐...힘드신것 같아.."


  '그래..잘됐으면 좋겠다'


퇴근 후 우진과 함께

성운의 집을 찾았다


  "형 괜찮아?"


퇴근한 뒤에도 계속해서

울어댄 듯 그의 눈은 더 빨갛게

부어있었고


  "응.."


목소리 역시 축 가라앉아있었다

  

  "일어나 일어나~! 뭐 큰일이라고

  죽상을 하고 앉았어 

  하성운 답지 않게!"


일부러 그러는 듯 우진이 틱틱대며

말했지만 성운은 그런 우진의

모습에 힘없이 작게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웃으라고 

  한 말 아닌데..진짜 힘든가보네

  이 형.."


기운없어보이고 어쩐지 슬퍼보이는

성운의 미소에 우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성운은 울음을 꾹꾹 눌러내는

듯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안해도돼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내일 출근은 할 수 있겠어?"


내 말에 그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며칠 병가내고 쉬게..

  그러면 괜찮아질거야"


  "그래.."


나는 안쓰러운 마음에 성운의

머리를 매만졌다


  "이제 가도돼"


성운이 말했지만


  "좀 더 있다가 갈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죽을

끓이고 그의 앞에 내놨다


사실 뱀파이어도 힘들때

이런걸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맙게도 그는 아무말 없이 

내가 만든 것을 싹싹 비워냈다


나와 진영, 우진, 민현이

번갈아가며 며칠동안 성운을

돌보았고 확실히 괜찮아진듯

그는 점점 웃기도 했고

기운을 차리는 듯도 보였다


https://blog.naver.com/wjs_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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