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주의, 날것 주의



신곡 발표되고 그 다음 날 철 야외 공연 했음. 한여름 오후니까 오랜만에 햇살 쨍쨍하고, 오랜만에 나왔는데 얼굴 밝아서 거의 반년 넘게 맘 졸인 팬들 다 [ㅠㅠㅠ쿱스야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면서 트윗 도배하고 난리였음. 가뜩이나 신곡 때문에 난리 났는데 오래된 팬들 보면 철도 반가우니까 손 흔들어주고 막. 신곡 부르는데 눈에서 꿀 뚝뚝 하고. 그럼 올드비들 이거 뭐 변했다고 또 바로 알듯.


[우리 쿱쯔 보니까 살거가태ㅠㅠㅠㅠㅠ]

[애기 오늘 왜 저렇게 기부니가 조은거야ㅠㅠㅠㅠㅠ]

[이거 또 실화 아니냐? 정한님 다시 만난 거 아냐??]

[몰라ㅠㅠㅠ 뭔지 모르는데 행복해 보여서 살게따ㅠㅠㅠ]


이러고 난리 났는데, 그 날 철이 [오랜만] 하고 자기 방에서 사진 찍어 올렸는데 윤 뒷모습 들어있던 화보집 책장에 있는 거 팬들이 찾아내서 누나팬들이 [거봐 저거 정한님 맞았네ㅠㅠㅠ재결하뷰ㅠㅠㅠㅠ] 막 이러고 난리 남. 윤은 짹짹이 같은 거 하지도 않는데 짹짹이에 [내 새끼는 왜때무네 사랑만 하면 전쟁카튼 사랑이야ㅠㅠㅠㅠㅠ]부터, [우리 애기 받아줘여 천사니뮤ㅠㅠㅠ] 하면서 도배하고 그럴 듯.

근데 진짜 철 또 편안해졌으니까 얼굴도 좀 좋아지고. 헤어지고서 분위기 변했던 거랑 또 다르게 분위기 변해서 다들 좋아해. 팬들이 보기에도 하니랑 만날 때 개쿨했던 철이, 재결합하고 얼굴 피는 거 보면서 팬싸 가면 쿱스야 요새 좋아? 이런거 물어보고. 철이 웃으면서 응. 하는데 목소리 달달해서 또 난리나고 뭐 그럼.


*


윤이 제주도 혼자 남은 건 할 일이 있어서였음. 철이 서울 올라 가면서 같이 가자고 했을 때 그냥 싫다고 한 건 아니란 거. 사실 싫다고 하면서 약간 걱정했는데, 철이 전처럼 막무가내 고집 안 부리고 왜? 하고 물어봐서 약간 어라? 했음. 꾸마랑 비슷한 표정으로 보는데 귀여워서 웃음도 나고.


나 사장님이랑 일 하기로 한 거 있어.

응?  ...일?

응... 나 화보... 사장님 다음 작품집에, 인물 해 드리기로 했거든.


근데 이 말 할 때는 진짜로 눈치 좀 봤겠지. 철이 그런거 너무 질색팔색 했었으니까. 그런데 철이 멍하니 윤 보다가 눈만 꿈벅 거렸다.


화...보? ....인물?

응. 아니 근데 막 이상한 거 아니고, 거의 흑백 사진이래. 실루엣, 정도나 나오고...

아....


근데 철이 전처럼 성질은 못 부리고 멍하니 윤 보겠지.


그... 그니까, 그, 그거 뭐, 막, 너, 막, ... 막, 그거 하면 막, 모델, 뭐, 그런건가?


말만 더듬더듬 하면 윤 또 웃음 나. 귀여워서. 그럼 좀 자세하게 설명 해 준다. 작품집이라 사진 찍는 건데, 다 찍고 나면 전시회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 아.... 하고.


...잠깐만. 전시? .....? 전시?

응. 화보집도 만들구...

아아...


그리고 고개 끄덕끄덕 하는 철 보면 웃겨서 좀 웃었음. 근데 그 날 철은 진짜 복잡했겠지. 집에 와서 가만히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전시? 윤정한 사진을? 막 벽에다 걸고? 하면 약간 새하얗게 되겠지. 너무 싫어서. 근데 싫다고 할 수가 없으니까... 꾸마만 껴안고 또 강아지 괴롭힌다.


짜증나. 어떡하지, 꾸마야. 아빠 진짜 너무 화가 나는데. ...근데 엄마한테 말도 못하겠어.


어느새 윤한테는 말도 안하고 꾸마 엄마가 윤이 되어있지만, 여하튼 그 날 밤에 꿈도 꾸고 그랬음. 윤 사진 잔뜩 걸려있는데 남들이 보는 장면ㅋㅋㅋㅋ


*


여하튼 그래서 철은, 스케쥴 없을 때마다 제주도 와서 지냄. 물론 그래봐야 한 달에 두번 정도지만... 그래도 한 번 오면 사흘은 있다 가고 꾸마도 데려오고 하니까 윤도 그 때 맞춰서 쉬는 날 조절해서 놀고 그럼. 전에 빌렸던 집은 이미 철이 서울 가면서 정리 했고, 이제는 오면 카페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펜션에 방 잡고 그래. 같이 바다 가서 놀고, 오름도 가고, 한라산도 놀러가고 그럴 듯.

근데 그래도 당연히 매일매일 얼굴 보고 손 만지던 때랑은 다르지. 떨어져 있으니까 애틋해지는 건 있지만 아무래도 아쉽고 아쉽고. 한번은 철이 보고싶다고 보고싶다고 조르다가 넌 나 안 보고싶어? 했는데 보고싶어. 하고 웃으면 근데 넌 왜 말을 안해? 하고 삐질듯.


- 아니 왜 안 해. 하잖아 나두. 보고싶어.

아니 네가 먼저는 안 하잖아, 한 번도.


윤이 막 웃는데도 삐쳐. 근데 막 삐치다가 문득, 기분이 쎄함. 윤 웃는 소리 뭔가, 애매하니까. 사실 10년 만난 셈인데. 척하면 척이란 말야. 그래서 정한아, 하고 부르면 응? 하고.


...내가 예전에 또 너 속상하게 한 적 있었어?

- 어...?

난 기억 안 나는데... 말해주면 안 돼...?


하면 폰 붙들고 있다가 윤도 핏 웃어. 너무 옛날 얘기라서. 근데도 생각하면 좀 울 것 같아서 잠깐 쉬었다가. 역시 말해 봤자 옛날 얘긴데, 싶어서 그냥, 다음부턴 나도 보고싶다 그럴게. 하면 철이 벌써 알지. 왜, 뭔데. 말 해 봐-. 말 해 줘. 하고 조름. 그럼 윤이 망설이다가, 너, 나 처음 대학 갔을 때 기억나? 하고 말해주겠지. 철은 설마 했는데 설마가 진짜라 말문 막히고. 윤이 근데 그냥, 그래서 내가 말 안 해 버릇 하니까 잘 안 나오는 가봐. 했는데 철이 가만히 있다가 정한아, 부르고. 그럼 윤이 선수침.


- 미안하다고 하지 마.

사랑해.

- 푸흐.


사랑해.... 보고싶다. 옆에 있으면 막 뽀뽀 해주는데. 이러면서 철이 괜히 찡얼거리고.

그러고 나서 어느 날, 윤이 먼저 보고싶다, 하면 당장 표 끊어서 날아오겠지. 아직 오후인데, 카페 문 열고 들어오는 철 보고 놀라서 뭐야? 하면 보고싶다며. 하고 웃음. 윤이 이렇게 와도 돼? 하면 알 바야? 하고 웃고. 그 날 밤에 밤비행기 타고 다시 서울 가야해서 윤이 다시는 이러지 말라고, 이러면 진짜 무서워서 보고싶다 소리 못한다고 하면 좋겠다.



그러다가 윤도 서울 오는 날이 있을 듯. 윤 생일 조금 지나서.

다른 거 아니고, 사진집 나오고 사진전도 해서 그거 보러, 사장님이랑 같이 서울 올라오겠지. 오프닝 전에 전시 구경하고, 오픈하는 거 까지 보고 진짜 오랜만에 멤버들이랑 다 같이 만났겠지. 그리고 우지가 화냄. 너는 얘랑만 중요하고 나는 니 친구도 아니냐면서. 나도 너랑 십 년 봤다고. 그러면 윤 또 미안... 하고 웃고. 근데 그럼 철이 끼어들겠지.


야 이지훈. 너 지금 정한이한테 작업거냐?

뭐 이 미친노마?

니가 지금, 우리도 십년 봤다! 이러고 눈 이상하게 뜨고 끼부렸잖아!

이 새끼 진짜 무슨 개소리...! 아니 미치려면 곱게 미쳐야지 왜 이지랄이야!!


그래서 또 둘이 투닥투닥 하고. 윤 사이에서 아하하 하고 웃고. 조슈아가 윤 머리 쓰다듬으면서 고생했네, 하면 그냥... 하고 쑥쓰러워하고. 원우가 형 제주도에 있었으면 막 사투리도 배웠어요? 이런거 물어보고 그러겠지.


*


전시회도 사진집도 다 잘 되면 좋겠다. 전시회 철 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져서 궁금한 사람들 다 구경 왔었음. 처음에 사진집 얘기 했던 누나가 사진 하는 누나라 거기서부터 조금조금씩 퍼져서.

전시회니까 당연히 사진들 엄청 크게 걸리는데, 거기 윤 얼굴 클로즈업 한 사진 있음. 그냥 무표정으로 카메라 보고 있고, 확 줌 해서 찍은 사진. 빼짝 말라서 머리도 좀 길고, 입술 살짝 벌리고. 연한 오렌지-옐로우 컬러 렌즈만 껴서 엄청 묘한 사진이겠지. 거의 모든 사진이 흑백이랑 컬러 반반이긴 한데, 대부분 다른 사진이 셀렉 된 거라면 그 얼굴 클로즈업은 흑백이랑 컬러로 다 걸렸음. 사실, 그 사진 보고 철 약간 뒷목 잡았어. 노출은 1도 안했지만, 표정 너무 야해서... 그리고 팬들도 그 사진에 약간 넋 놓음. 윤이랑 하니랑 닮았다고 했던 사람들도, 윤이 훨씬 성숙하다고, 다른 쪽으로 섹시하다고 막 그러고...

그거 말고는 대체로 멀리서 전신 찍거나 클로즈업해서 부분 찍었음. 바람 부는데 얇은 린넨 옷 입고 바위에 서서 고개 들고 있는데, 흰 옷이라 빛 통과해서 몸 실루엣 드러나는 거. 바람부는 장면은 또 바람 불었으니까 옷이 몸에 달라붙어서 실루엣 드러나고. 턱 괴고 있는데 눈 아래에서 짤린 사진- 근데 이거도 철은 입술도 야하다고 투덜거렸고. 이런거 말고는 유채꽃밭 달리는 거, 오름 배경으로 찍은 거, 풀밭에 누워있는데 손만, 모래사장에 서 있는데 발만 찍었는데 발등에 뼈 올라와있구 파랗게 정맥 도드라져있고 뭐 그런 거...

여하튼 윤은 이거로 좀 뜨겠지. 이름 안 공개하고, Y 라고만 공개했는데도 연락와. 사진 작업은 사실 파인아트랑 커머스랑 경계 좀 모호한데, 윤이 다른 거 말고 순수 예술 사진만, 노출 하나도 안 하는 조건으로 수락할듯. 그래서 한번은 까만 나시 딱 달라붙는거 입고 등만 찍기도 하고.

여튼 이렇게 알음알음 퍼지면 철 오래된 팬들이 막 놀릴듯.


[정한님 이렇게 다 공개 됐는데 에스쿱스 어떡해?]

[쿱스야, 괜찮아?ㅋㅋㅋㅋㅋㅋㅋ]

[정한님한테 괜찮냐구 해야 되는 거 아냐?ㅋㅋㅋ]

[마자... 내새끼지만 저 승질머리 다 받아주고 정한님 레알 천사...]

[아마도 그 클럽 파티 너무 더웠어서 정한님이 쿱스 가디건 다 내다 버린듯ㅋㅋㅋㅋ]


뭐 이러고 트윗함. 그러면 그거 보면서 철 막 짜증나... 진짜 없을때 생각하면 그거는 진짜로 다시 못할 짓 같긴 한데, 지금은 옆에 있어도 남들이 사진 좋다고 할 때마다 죽을 거 같아섴ㅋㅋ

여튼 덕분에 사진집 원래 1쇄 겨우 팔리는데 철 팬들이 철 놀리느라 하나씩 사는 바람에 자꾸 찍을듯. 10쇄 넘어가면 5천부니까, 참다가 참다가 철이 트윗에 [그만 사!!!] 이래서 더 팔리겠지. 이거 잘 될줄 몰랐어서 모델료 게런티 하기로 했었으니 윤도 생각지 못한 큰 돈 생기고. 평소에도 입소문 잘 타면 3쇄 까진 찍어봤지만 이렇게 막 팔리는 건 또 첨이라 사장님도 당황하심. 윤더러, 화보집이 엄청 팔렸어. 너 잘생겨서 그런가보다. 막 이런 말씀도 해 주시고.

그리고 유튜브도 뜨겠지. [언더래퍼 에스쿱스가 그만 사라고 말한 사진집!] 이러면서 미리보기 영상... 온갖 커뮤에서 [에스쿱스가 그만 사라고 한게 뭐야?] 이러면서 질문 올라오고... 그럼 막 철 팬들이 무슨 장문으로 댓글 다는데 엄청 절절한 사랑 얘기고... 마지막에 링크 보내줌 [이거 그 사진집. 지금은 잠깐 절판(찡긋)]


[나 세개 샀는데 쿱스가 저래서 또 살듯ㅋㅋㅋㅋ]

[난 새로 찍을 때 마다 샀닼ㅋㅋㅋ 에스쿱스 화내는 거 너무 웃곀ㅋㅋㅋ 정한님한테는 못하구 우리한테 화내는 거 봨ㅋㅋㅋㅋ]


막 이러면서 트윗으로 계속 알려주고. 철이 머리 싸쥐고 괴로워하면 옆에서 조슈아랑 원우랑 우지가 혀차고 아이구 병신-. 하면서 놀릴 듯. 그리고 진짜로 누가 1쇄 2쇄 3쇄 해서 [올컴플리트!!] 이런 사진 올리고, 철이 돌아다니면서 싫어요 눌러서 또 난리나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사라 사!] 하고 자기꺼도 찍어서 올림.


[야 니네 열 권 사도 이건 없지?]


하면서 올리는데, 윤이 쪼끄맣게 이걸 왜 사, 바보야.... 라고 쓴 글씨 있고. 그 아래 누가 봐도 다른 때 쓴 글씨로 사랑해 쓰여있는 거 찍어서 올림. 그동안 쿱크다스라고, 에스쿱스 때문에 맘고생 너무 많이 해서 놀림 받던 철 팬들 다 즐겁고 막. 쿱스랑 핑퐁 하는거 전부 캡쳐되서 사방에 온갖 콘텐츠로 떠돌 듯.

그리고 이쯤 되면 이거 윤이 모를 수가 없지. 철이 자기한테 차마 말은 못하고 끙끙 앓는 거 모를 리가. 일단 철의 그 엄청난 독점욕을 익히 몸으로 겪어서 아는 사람인데... 그래서 윤이, 작가님한테 B컷 모아서 받은 사진집 철 줌. 이거는 너 주는 거야... 하고서.

사실 그 손 찍을 때 눈 부셔서 얼굴 팔로 가리고 다리 하나는 펴고 하나는 세우고 누워있었거든. 그거 전신샷 들어있는 거. 모래사장에 발 사진도, 복숭아뼈 찍은 것도 있거든. 그런 거.... B컷이라 공개 안 한 사진들이니까 다른 사람은 본 적 없는 사진이고. 바람 맞으면서 웃는 거, 눈 감고 미소 짓는거 이런거 다 들어이음. 당연히 팬들은 모르는 사진인데 끄트머리에, I'm all for you. 뭐 이런거 써 줬겠지.

이거 받은 날 철이, [나만 있음. 메롱.] 그러면서 I'm all for you 적은 페이지 공개해서 또 난리나고. 그거 윤이 풀밭에 누워서 손으로 빛 가리고 웃는 얼굴이어라. 여하튼 그래서 그 사진집은 일단 거기까지 팔리는 걸로. 21쇄여서 만오백 부. 화보로는 정말 거의 없는 일.


*


한편 이렇게 10월 지나면, 쿱스 연말 공연 준비로 한찰 바쁠 듯. 그새 윤도 1년 5개월 제주 생활 청산하고 서울 올라와. 철한테는 연락도 없이 서울 올라와서 철 작업실에서 멤버들이랑 있는데 불쑥 찾아감. 철이 깜짝 놀라서 어?! 막 하는데 베시시 웃고. 요 앞에 편의점에서 철이 뭐 사서, 다들 여기 있을 줄 알았다고 하고. 철이 어떻게 온 거냐고 막 하니까, 나 집 얻었다고 해서 철 놀람.


뭐?? 어디로?! 서울? 너 서울 올라와다고?

응... 내년에는 복학해서 빨리 학교 졸업 할라구. 1학기 남았으니까...


하는데 얼떨떨해. 그리고 좀 서운하기도 하겠지. 말도 안하고, 집도 따로 얻고 막....


아니 넌 이사하는데 나도 안 부르고 뭐야... 어디, 집 어딘데?

성수.

상수?

성수.

...성수?


하면 눈 더 커져. 아니, 웬 성수야. 상수도 아니고... 두 사람 원래 살던 데는 망원이고, 작업실도 망원이고, 지금 철 사는 집도 망원인데, 상수도 먼 느낌인데 성수라고 하면 막 다리를 몇 개나 지나 가야하니까 황당하고... 출퇴근시간에 지옥이라이마리야....

근데 윤이 웃으면서, 이렇게 해야 진짜 연애하는 기분이 좀 들것 같지 않아? 하면 말문 막히겠지. 사실 철도 좀 묘했거든. 처음부터 끝까지 몸으로 알아온 사이라, 자기들은 한번도 제대로 연애다운 연애 안 했는데 다시 만나면서 조심스러운 기분도 느껴보고. 그래서 으응. 하고 고개 끄덕거림.

근데 그래 놓고, 윤이 자기 집 비밀번호 알려주는 거 차일피일 미뤄서 몸 달면 좋겠다. 뭐냐고 알려달라고 막 조르지도 못하겠고. 비밀번호 궁금해 죽겠는데, 자기는 윤 서울 올라온 날 자기 집 주소부터 비밀번호고 뭐고 다 알려줬는데, 윤네 집 가면 초인종 눌러야 해... 아니, 차 가지고 가는데 막 주차장 들어갈 때마다 확인하고... 현관부터 인터폰 눌러야 하고.

게다가 밤에 집에서 데이트 하다가도 밤 되면 인제 가... 너 내일도 작업실 가잖아. 하면서 내보내. 아, 응, 맞아. 하고 나오는데, 주차장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약간 이상하지. 거울 속에 자기 보는데, 방금까지 품에 안겨있던 윤이랑 겹쳐보이구 막. 주차장 도착했는데, 문 열리는 거 보다가 확 정신 들어서 다시 닫힘 버튼 누르고. 그대로 다시 윤 집으로 올라가.


정한아. 문 열어 봐.


초인종 눌러놓고, 인터폰 탈칵 소리나자마자 이름 부르면, 윤이 안에서 어어? 왜? 뭐 두고 갔어? 하고 문 열어주겠지. 그러면 철이 벌컥 열고 들어감. 윤 현관에 나와있고. 그럼 그대로 붙들어서 허리춤 확 잡고.


내일, 내 차 등록해 줘.


윤 놀래서 눈 꿈벅거리는데 그러겠지. 윤이 어? 하고 놀라서 보면, 침 꿀꺽 삼키고.


그리고 나, 현관이랑, 집이랑, 비밀번호도 알려줘. 

.....

내가 진짜, 이거는 너한테 안 조르고 참을라 그랬거든? 근데 있잖아. 내가 꼭 너한테 뭘 하겠다는 게 아니라, 가끔 진짜 새벽에 막 보고 싶고 그러면 오고 싶단 말야. 근데 와서도 너네 집에 조용히 못 들어오니까 널 볼 수가 없잖아. 그래서 내가 자다 깨서 너 보고 싶으면 폰으로 갤러리 엄청 보거든? 근데 윤정한 셀카로 만족이 안돼. 그래서 아침에 해 뜨자마자 오고 싶은데, 또 여기 엄청 멀잖아. 여기 왔다가 작업실 가면 우지가 날 죽일 거 같고. 그러니까 엄청엄청 일찍 오려고 하는데, 그럼 그때도 넌 자고 있잖아? 결국 조용히 못 들어오는 건 똑같애! 그리고 너는 어차피 지금 차 없구, 그니까 주차장에 내 차 등록하면 내가 밤이든 낮이든 새벽이든 경비실에 확인 할 필요 없이 들어올 수 있고. 또 비밀번호를 알아야 너 안깨우고 내가 잠깐 얼굴만 보고 가고 하니까...


거의 랩하듯이 우다다다 쏟아내면 멍하니 보다가 윤 큽, 하고 웃음 터져. 푸하하하 웃는 거 보면 철 귓부터 목까지 전부 씨뻘게지고. 윤이 막 웃다가 철 얼굴 붙들고. 뽀뽀 쪽 함.


지금 이 얘기 하려고 다시 온 거야?

...어.

푸흐흐.... 진짜 사심 없이 내가 보고 싶어서?

...응. 이제 네가 싫으면, 아무 것도 안 해.

착해졌네, 최승철-.


하고 뺨 살살 쓸어주다가 입맞추면, 쪽쪽쪽 하다가 춉춉 소리나게 혀 섞고. 철은 겨울이니까 집에 간다고 코트까지 다 챙겨 입었는데, 윤은 집 안이었으니까 긴팔 긴바지 얇은 이지웨어고, 철 손이 허리 붙들고 있다가 완전히 껴안으면 윤도 철 어깨에 팔 다 올리고 기대서 키스하고. 현관에 불이 꺼졌다가, 다시 팅 켜졌다가 하고. 츄읍, 소리 나게 입술 떨어지면 윤이 쪽 한번 더 뽀뽀 해.


알았어.

.......

알려줄게, 비밀번호. 내가 카톡으로 보내줄게. 내일, 차도 등록할게.

.......

...이제 진짜 가. 너 너무 늦겠다. 나도 내일 아침에 스튜디오 가야되.

...응.


그럼 그제야 안녕, 하고 나오겠지. 윤이 현관문 잡고 빼꼼 보고있고. 추워 들어가. 하면 괜찮아. 하는데 슬리퍼 밖으로 발가락 삐죽 나와있고. 갈게. 하면 응, 잘가-. 하고. 안녕-. 하면 응, 안녕-. 하고.


잘자-.

응, 너두. 운전 조심해.

응.


인사만 백번 정도 하다가 겨우 엘베 문 닫히겠지. 망원에서 성수까지 차로 한나절이었는데, 집에 갈 때는 한밤중이라 그래도 차 좀 줄어서 금방 가. 집에 도착하면 꾸마가 신나서 팔짝팔짝 뛰고. 윤 냄새 나니까 막 품에 파고들어서 냄새 엄청 맡고.


너도 엄마 보고싶지, 그치?


하면 꾸마 헥헥거리고. 윤 없는 데에서만 꾸마한테 윤 말 할 때 엄마엄마 하지만, 이미 너무 입에 붙어버렸어. 철 한숨 푹 쉬면서 꾸마 꼭 안고. 나도 너네 엄마 보고싶다... 하면 꾸마가 고개 잔뜩 들고 막 핥아대겠지. 으우우! 하고 얼굴 피하고, 잠이나 자자. 하는 밤.






+. 저는 아무래도 쿱크다스라고 불리는 쿱스 팬들에 과몰입 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읍니다.... 아니 맘고생한 팬들도 다 끝나면 내새끼랑 노닥노닥하는 재미가 있어야 팬질하는 거라 이마리야...

to be continued.

윤른 위주 셉페스 올라운더, 한 마리의 새우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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