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 A조 7명의 연습생의 리더, 어벤져스조라고 불렸던 상남자 1조의 리더, 소나기조에서도 황제갈량이라고 불리는 황민현에게 리더 자리를 제안 받았던 연습생. 국민 프로듀서님들과 행복해지기 위해 데뷔를 하고 싶어했고 자신에 대한 마지막 각오 또한 '행복하게 살자~' 였던 사람. 나의 1픽은 하성운이었다.

그를 위해 프로듀스 101이 만들 수 있던 서사는 충분했다. 2014년에 핫샷이라는 그룹으로 데뷔를 했지만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온 24살, 아이돌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의 '소년.' 다른 연습생들과 보아를 비롯한 트레이너 선생님들의 졸음을 쫓아준 기획사 퍼포먼스를 펼치며 처음으로 기획사 전원 A라는 쾌거를 이룬 연습생. 어벤져스 조를 꾸리고 싶다던 이대휘가 가장 처음으로 그룹에 영입한 연습생. 햇반을 먹으면서 출근을 했던 연습생. 평가 때마다 새로운 컨셉에 맞춰 바뀐 외모때문에 초면갑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연습생. 방송에 비춰지지 않은 하성운의 모습을 나열하려면 아마 A4지 한장에 9포인트로 채운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까싶다. 하지만 하성운은 방송이 끝나갈 때 쯤이 되어서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그를 응원하는 팬들을 항상 하성운을 '센터 이대휘가 잘 따르는 형!' '라이관린이랑 팔짱꼈던 애!' 로 홍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수려한 외모와 출중한 실력 그리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모습에 레벨 재평가 때 선생님들로부터 '그래 저렇게 악받쳐서 해야한다'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지만 무슨 일인지 방송을 보면서 하성운을 찾는건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힘들었다. 

하성운에게 터닝포인트가 된건 포지션 평가 당시 불장난조에 들어가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싶다. 자신의 순서 바로 앞에서 마감 된 불장난 종이를 흔들며 아쉬워하던 그는 결국 소나기조에 들어가게 되었고 소나기 무대를 하고 나면서부터 하성운의 직캠 조회수는 오르기 시작했다. 핫샷으로 활동할 당시에도 메인보컬이었던 하성운은 프로듀스 101에 메인보컬을 하기 위해 왔지만 잘하는 연습생들이 많아서 점점 기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더 이상 춤이 아닌 노래로서 자신을 어필할 수 있었던 무대는 소나기였다. 그리고 그 동안 노래를 마음껏 부르지 못했던 것의 아쉬운 마음을 보여준 그의 오디션 영상은 그가 만들어가고 있던 이야기에 묵직한 한방이 되었다. 오디션 영상 속 하성운은 자신이 준비해 온 MR에 맞춰 쿨의 노래 '너의 집앞에서'를 불렀다. 방송에는 8초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 영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단했고 그는 '8초갑'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렇게 하성운의 직캠 조회수도 올랐고 그렇게 하성운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매회가 거듭될수록 하성운이 머물러 있던 20위권의 숫자는 불안한 숫자가 되어갔다. 초반에 농담으로라도 A반의 에이스로 이대휘, 김사무엘과 본인을 뽑을만큼 살짝이라도 보였던 자신감이 없어져 가는 것이 보였다. 항상 20위권에 머물었던 그는 컨셉 공연을 준비하면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라는 인터뷰를 하며 상위권 연습생들이 포진해있던 NEVER조에서 처음으로 센터 욕심을 내기도 했다. 노래를 들으면서 혼자 킬링파트를 연습하는 모습이 포착 되기도 했고 트레이너와의 클래스 당시 혼자 곡 안무를 춰 볼 사람이 있냐는 트레이너의 질문에 머뭇거리며 손을 든 그는 안무를 배운 지 하루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완벽하게 숙지된 춤을 보여줬다. 정작 공연은 쇼타임을 하게 됐지만 네버를 준비하면서 하성운이 보여 준 열정은 사람들의 표를 움직였고 3번째 순위 발표식에서 25위에서 3위로 수직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3차 순위 발표식에서 1위 후보 4명이 발표되는 순간 하성운 앞에 멈춘 카메라를 보고 하성운은 '이건 페이크일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3위를 했고 감격의 눈물 대신에 웃으며 '국민 프로듀서님들 사랑합니다' 라는 소감을 말했다.

하성운은 잘 울지 않았다. 3위로 순위가 올라간 순간에도, 마지막 11위로 데뷔가 확정 되었을 때도 그는 오히려 웃으면서 자신의 소감을 말 하러 무대로 달려갔다. 방송을 통해 본 하성운은 자신의 일을 혼자 묵묵히 하는 사람이었다. 정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조용히 잘 해내는 사람.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과장되게 보여주지도 않으며 절실함을 울부짖지도 않았다. 그냥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매 평가에 임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에게 보고 싶은 모습이기도 했다. 자신의 파트를 깔끔하게 하는 모습. 그의 절실함은 눈물에서가 아닌 그의 노력하는 모습에서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방송 초반에는 분량이 없었지만 마지막 무대에서는 센터, 메인보컬, 11위라는 정말 그의 말대로 결국 주인공이 된 그야말로 자신의 힘으로 분량을 만들어내고 데뷔까지 한 '자영업자'다. 

사실 나도 하성운에게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화면에 얼굴이 지나가면 '어? 그 잘 생긴 애다.' 하고 말았다. 나야나 무대를 처음 본 순간에도 큰 감흥이 없었다. 그 땐 그냥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그렇지만 방송에서 몇 번 비춰지지 않은 하성운의 얼굴을 기억하면서 어느 순간 나는 하성운을 검색해보고 영상을 찾아보며 덕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이렇게 얼굴과 실력, 이름까지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서서히 스며들듯 나는 하성운을 응원하게 되었다. 데뷔를 하게 된 하성운이 팀내에서 리더를 하게 될지 메인보컬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본인의 입버릇처럼 그가 행복한 아이돌 생활을 오래 오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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