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청첩장이 왔다.

이름을 보니 정말 오래 전의 기억이 문을 열고 나오려는 것 같았다.

일부러 쳐다보지도 않고 모른 척 무시했던 그 때의 기억이었다.

내 어리디 어렸던 동화같은 사랑의 기억이었다.


 어렸던 그 때는 지금과는 정말 다른 사람인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다른 성격이었다.

그것은 스스로도 느꼈다.

그리고 이렇게 변하게 된 이유는 이 기억의 주인공의 영향이 컸다.

내 어린 날의 사랑의 기억의 주인공이자 이번에 받은 청첩장의 주인공인 사람말이다.


이마이 리사.

그녀는 나를 이렇게 변화하도록 만든 사람이었다.

그때는 정말,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말도 안되게 다른 사람이었다.

고집쟁이에, 자기 혼자 잘난 줄 아는 그런 사람.

그런데도 리사와는 3년이란 시간동안 교제를 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아마도 리사가 그 3년동안 많은 것을 참아주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 애는 그런 애였다.

특히나 나한테는 조금 무른 듯 구는 그런 아이.

그랬던 그 아이가 이제는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을 보내왔다.

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 지 알았을까 신기했다. 하지만 그 때도 그랬다. 너는 언제나 나를 보고 있었으니까. 언제나 나를 찾아주는 건 너였다.


청첩장에 '우리 결혼해요.' 라고 쓰여있는 글 밑에 너와 결혼하는 행운아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히카와 사요' 

누군지 모르겠지만 정말 당신은 행운아일거야. 

그런데 왜 이걸 자신에게 보냈는지 의문이었다.

우리 둘은 그 때 결코 좋게 헤어지지 않았다.

그랬기에 어렸던 나는 그 사실을 계속 외면하고 외면했던 것이었는데.

왜 너는 나에게 이걸 보냈을까.


1.

 이마이 리사와는 소꿉친구였다.

그리고 아마도 학생시절을 모두 함께한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

다만 미나토 유키나라는 사람은 학생 시절 정말 말도 안되게 고집쟁이라서 주변에서는 거리를 두고 싶어했고 유일하게 소꿉친구였던 리사만이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미나토 유키나는 친구가 없었다.

이마이 리사는 그런 의미에서 참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모두들 입을 모아 말하곤 했다.

"너네 둘은 신기한 조합이야." 또는 "너무 한 사람이 희생하는 거 아니야?"

그런 소리가 나왔을 때도 미나토 유키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목표가 어릴 때부터 뚜렷하다는 것은 좋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유키나가 생각하기엔 또 어떨지 모르겠다. 가끔은 조금 후회했을 지도 모른다. 그 탓에 주변을 볼 생각을 안했으니까.

리사가 함께 일 때는, 옆에 있을 적엔 느끼지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더니 없게 되니 그제서야 깨닫는 것이 있다는 게 참 우습다고 생각했다.

이건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닐까. 막상 없어지니 아쉬워서 그런 거라면 정말로.

두 사람의 정식 교제가 시작된 것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였다. 심지어 그 고백마저도 리사가 먼저 했었다. 

도대체 뭘 한 거야, 미나토 유키나. 뭐 하나 해준 게 없었잖아. 그러면서 무슨 주제로 지금 아쉬워하는 감정을 느끼는 거야.

도무지 자기 자신이 저 몇 번이나 들여다 보며 읽어서 일부가 이미 손때가 타버린 청첩장을 보면서 심히 자괴감이 들었다.

미쳤나봐.

그러면서도 저 망할 청첩장을 또 보고 있었다.


[우리 결혼해요.]


저 문장이 분명 축복을 해줘야 하는 문장일 것인데 왜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많이 변화했다고 생각했던 스스로를 향해 비웃을 수 밖에 없었다.

리사의 결혼식은 한 달 뒤.

내가 너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시간이 정해져버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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