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티알메이트 꾸갹님에게 다짜고짜 제목을 눈 여겨보고 있던 시나리오를 들고 가서 키퍼링을 해주세요! 하고 졸라서 시나리오를 플레이했다. 갹님은 늘 내가 시나리오를 들고 오면 잘 찾아왔네 잘 찾아왔어! 해주셔서, 칭찬을 들으면 춤추는 돌고래 마냥 트위터에서 재밌어보이는 시나리오가 없나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면 하고 싶은 시나리오가 생기고, 갹님에게 들고가고, 칭찬을 받고, 시나리오를 찾고...

 이번 콤비는 저번에 한 번 같이 다른 시나리오를 플레이했었던 절친관계 탐사자들이었다. 저번 시나리오를 위해 친구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서 디테일한 백스토리들을 넣어주다보니 짱친이 됐는데, 그랬더니 내 탐사자가 자연스럽게 초반부부터 얘는 내 짱친이지ㅇㅇ 이라는 식으로 움직여서 웃겼다. 

 그 이후로 본격적인 시나리오 들어가서도 그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써먹어서 재밌었다. 자기 자신에게 총을 쏴서라도 구해야할 친구라는 당위성도 탄탄해진 느낌. 둘이서 이야기하는 거 보고 있으면 세상 재밌었다.

 알렉시스가 저번 시나리오에서 굿엔딩을 보긴 했지만 그래도 좀 마음 속에 후회라고 해야하나, 죄책감이라고 해야하나. 뭔가 미련이 남아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요번에는 리하르트를 지키는데 성공했으니 이번 엔딩이 조금은 마음에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싶음. 

 플레이 측면에서는 처음 TRPG할 때보다는 눈치란 게 생겼다는 걸 느꼈다. 대충 여기서 이러면 안 되겠구나, 하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메타적 시선이 좀 생겨서 좀 헤매긴 했지만 해선 안 될 건 안 하면서 전진해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플레이를 되돌아보면 '뭐지 내가 뭔가 하고 있긴한데 잘하고 있는건가;;;' 싶지만 아무튼 굿엔딩을 착실히 보는 TRPG 인생을 살고 있는듯.


알렉시스 체스록, 핫핑크를 조아함

최떫떫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