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퇴원을 허가받고 병원 밖으로 나온 이비는 오랜만에 햇빛을 보는 사람처럼 손으로 차양을 만들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날씨가 참 좋다. 이대로 한적한 곳으로 소풍이나 가고 싶어질 정도였다. 도망치고 싶다. 이비는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버스 정류장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퇴원 수속을 밟을 때는 담당 경찰서까지 택시를 타고 가려고 했지만, 병원에서 나오면서 버스를 타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평범한 택시 기사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빌런이더라’와 같은 일은 겪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낮을 테지만, 어디 사람 일이 마음대로 되던가? 버스 정류장에는 남녀 두 명이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비도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윽.”

 

누군지는 몰라도 어떤 친절한 사람이 방전된 이비의 스마트폰을 충전해놨다. 덕분에 그녀는 가득 쌓여 있는 알림과 마주할 수 있었다. 사실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바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부질없는 현실도피를 하느라 늦어지고 말았다. 이비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메시지부터 확인했다.

 

‘소식은 다 들어갔나 보네. 당연한가….’

 

대체 어디 있냐, 또 뭐에 휘말린 거냐, 몸은 괜찮은 거냐, 혹시 위험한 상태냐. 걱정에 가득 찼던 메시지가 소식은 들었으니 일단 푹 쉬고 다음에 보자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익숙한 패턴이었다. 이비는 절묘한 타이밍에 전화가 끊어지는 바람에 가장 걱정했을 마리에게 먼저 전화하기로 했다. 이비가 연락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지, 신호가 몇 번 가기 무섭게 마리가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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