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짝눈까리!”


부산에서 강다니엘이 아니라 강의건이란 이름으로 지냈던 그 때, 멀쩡한 이름이 있으면서도 그의 부모와 몇 명을 제외하곤 아무도 그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대신 짝눈 혹은 오늘처럼 껄렁한 이들이 부르는 짝눈까리라는 별명으로 그 아이를 불러댔다. 아이는 듣기 껄끄러운 호칭이 이미 익숙한 듯 고개를 돌렸고, 그제서야 왜 그렇게 불리는지 알수있었다. 체념을 동반한 그 아이의 눈동자는 한쪽은 갈색, 한쪽은 파란색이었다. 흔치 않은 오드아이(ode eye). 그 눈은 세상의 빛을 보는 그 순간부터 아이에게 불행을 안겨주었다. 어딜가도 주목을 받았고, 이상한 소문을 들었어야 했다. 


“도대체 니는 아 뱄을때 뭔 짓을 했길래 눈이 저렇노?”


그러한 것은 핏줄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명절이 되면 늘상 발생하던 할머니의 타박이 그 의미를 정확히자 알기 전부터 함께했다. 그러한 타박과 눈치는 다니엘이 커가면서 더더욱 심해졌다. 아버지를 닮은 구석이 없으니 친자확인을 하라며 집안에서는 심심치않게 요구를 해댔고, 결국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설날, 친척들의 면전에 검사 결과지를 내밀고서야 잠잠해졌다. 이후 어머니는 친척들과의 왕래를 끊어버렸다. 어린 다니엘은 그저 자신을 기이한 동물처럼 쳐다보고, 어머니의 눈물을 보지 않아도 되는 그곳에 가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그렇게 오드아이의 남자아이는 또래보다 더 빨리 철이 들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의 차별을 겪어야했고, 그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했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피했고, 공부는 너무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다. 뭐든지 중간. 그리고 남들보다 더 활짝 웃어야 했다.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왕따를 당하더라도, 집에서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건 부모님에 대한 배려 혹은 애정이자, 자신이 고통받고있다는 것을 보이기 싫은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렇게 참고 견디며 하루를 버티던 아이의 인생은 중2가 되면서 조금씩 변해갔다. 2차 성징. 그것은 한 남자아이를 소년으로 만들고, 주변의 시선을 바꿨고, 그 시선에 대처하는 소년의 마음을 바꾸었다. 작고 뽀얀 피부에 왜소해서 만만해보이던 한 아이가 점점 키가 자라며 뒷자리로 옮겨갔다. 그리고 언제 왜소했냐는 듯 아이의 어깨는 넓어졌다. 덕분에 자신을 우습게 여기던 아이들이 막상 자신의 곁으로 오면 주춤했다. 다니엘은 우스웠다 그 모든 상황이. 이렇게 쉽게 바뀔거면서 왜 그렇게 자신을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었던 것인지. 그렇다고 친구가 생기거나 어디 무리에 속하게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다니엘은 또래무리의 주변에 떠다니는 위성에 불과했다.


어딘가에 속하는 대신 다니엘은 혼자 춤 추는 것을 택했다. 처음엔 그저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았다. 동영상을 보며 댄스그룹의 커버댄스를 추기 시작했는데,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다 보면 아무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동안의 차별도,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도 잊을 수 있었다.  


“춤.. 배우고 싶어요.”


중2가 끝나갈때 쯤 다니엘은 어머니에게 난생 처음으로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싶다고 말했다. 늘 그저 부모님이 뭘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하지 않던 아이였다. 부모는 왜 그러는지 알고 있었다. 또래보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려서, 그러면서도 괜찮다고 늘 밝게 웃던 아이가 더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었다. 그런 아이가 원하는 것을 말하자마자 부모는 망설임없이 지원에 나섰다. 댄스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예고 입학준비도 시작했다. 타인 앞에 나선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했지만, 주목을 받는 그 짜릿함 역시 버릴 수 없었다. 


예고의 현대무용과에 진학을 하면서 다니엘은 꿈을 꿨다. 모든 꿈의 공통점은 타인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었다. 상을 타는 것도, 성적을 잘 받는 것도,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도. 스스로의 만족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것. 다니엘은 지금껏 웅크려있던 자신을 드러내고 싶었다.

다니엘은 열심히 했다. 무용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선생님들에게 칭찬을 받았고, 그 칭찬은 다시 원동력이 되어 연습에 매진하게 만들었다. 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고, 차근차근 자신만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다니엘의 발목을 잡은 것은 실력이 아니라 그 지긋지긋한 오드아이였다. 춤을 출때 매력을 더 하긴 하지만, 그 순간뿐이고 결국은 자신에 대한 이상한 소문으로 돌아오는 것을 여러 번 겪었던 터라 컬러렌즈를 입학때부터 착용했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선가 얘기를 듣고와서 자신의 눈을 빤히 쳐다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나가는 인간들을 여럿 보았다. 


그 날도 그랬다. 우르르 몰려온 한 학년 위의 선배들. 다니엘이 지역 대회에서 입상을 하자 질투심을 여과없이 드러내던, 실력도 안되면서 어디선가 이상한 군기같은 것만 배워온 찌질이들이었다. 

평소같으면 몇 번 툭툭치며 시비를 걸고 다니엘은 고개를 숙여 각잡힌 자세로 고스란히 받아낸 후 끝났지만, 그날은 그렇지 않았다. 


“여기 누가 컬러렌즈 끼고 다닌다 그라던데? 어디 건방지게 1학년 주제에 멋부리려고 지랄이고? 좋은 말 할때 빼라.”


다니엘은 그 말이 자신에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가만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다니엘 앞에 멈춰선 무리들은 다니엘의 몸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곤


“가만히 있어라, 아니면 니 눈깔 아작난데이~”


잔인하게 눈 앞으로 손을 가져가댔다. 


“..제가 뺄게요...”


정말 그 손이 자신의 눈을 파버릴 것만 같은 공포가 밀려왔고, 다니엘은 결국 그들이 원하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렌즈를 빼자마자 모두 다니엘의 눈을 쳐다보느라 바빠졌다.


“우와.. 니 진짜 짝눈깔이네.. 니 한국사람 맞나?”

“알게 뭐고, 자 엄마가 누구랑 붙어..”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선배는 바닥에 나뒹굴었다.


“야이 씨팔놈아 니 다시 말해봐라! 뭐라고?”


쓰러진 선배의 위에 올라탄 다니엘은 무섭게 다그치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런 다니엘에게 다른 선배들의 발길질과 주먹이 쏟아졌지만, 꼼짝하지 않았다. 아래 깔린 선배가 축 늘어지자 그제서야 일어난 다니엘은 자신을 보며 기겁한 다른 선배의 멱살을 잡았다.


“와! 더 말해봐라. 뭐라고? 내 눈이 어떻다고?”


아무말 못하는 그 선배에게 다니엘은 비릿한 웃음을 날렸다.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내 주제에 무슨.. 


학교는 난리가 났다. 지금껏 착실하기만 하던 다니엘이 폭력사건의 가해자라니. 다니엘의 부모님은 그 선배의 부모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기 바빴고, 그들은 다니엘을 고소한다느니 어쩌느니 난리였다. 그나마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이 선배무리가 다니엘을 오랫동안 괴롭혔고, 그날 먼저 시비를 걸어왔고, 어머니 욕을 하기 시작해서 다니엘이 주먹을 휘둘렀다고 입을 모아 얘기해주는 덕에 합의가 가능했다. 


“의건아.. 왜 그랬노...왜 아무말 안했노? 와 괴롭힘 당한다고 말 안했노?”

“..나도 평범하게.. 낳아주지... 괴롭힘.. 지금만 당한 줄 아나? 계속...계속 당했다.. 안당한 때가 없었다...”


처음으로 원망과 함께 그 동안의 아픔을 고백하는 아들에게 엄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마저도 부모가 상처받을까봐 고르고 골라 짧은 문장에 끝내는 자신의 아들을 꼭 안아줄 수 밖에. 그리곤 미안하다.. 엄마가.. 엄마가 미안하다.. 울고있는 다니엘에게 한참을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다니엘은 그 사건 이후 고2에 올라가지 않고 자퇴를 했다. 사건 이후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적대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다니엘은 느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한 순간에 학교의 기대주에서 문제아로 바뀌었다.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연습을 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와도 그 눈빛은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다니엘은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자신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살아야 하는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조금씩 틀어박히기 시작한 생활이 길어졌고, 부모님과의 상의 끝에 자퇴를 한 후 17살 그 해가 끝나기 얼마전 이모가 있는 캐나다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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