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진지해. 이지. 웃지말고.” 

알렉의 진지한 모습에 이사벨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마음속에 꾹 눌러담았다. 얼마 전까지 철옹성같은 제 오빠가 연애를 하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던 이사벨이었다. 더구나 그 상대가 브루클린 하이 월록이라니. 누가 알았겠는가? 연애를 한다고 해도 먼데인정도나 고위 섀도우 헌터 정도일 줄 알았으니 이사벨은 이 상황이 그저 재미있을 뿐이었다.  


“이게 정상처럼 안 느껴진단 말이야.” 

“정상?”

“.......두 번 말하게 하지마.”

알렉산더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다른 섀도우 헌터가 들을 새라 고개까지 숙인 뒤 말을 이었다. 


“만지고 싶어서 죽을지경이야.” 


귀까지 새빨개진 알렉산더를 보고 있자니, 정말 사랑을 하고 있구나 싶은 이사벨이었다. 평생을 함께한 알렉산더의 새 면모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게 되다니, 참으로 신기한 경관 앞에 말문이 턱하고 막혔으나 사실 그대로 말해줄 필요는 있어보였다. 


“알렉,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거야.” 


이사벨은 흐뭇하게 웃으며 그를 안심시키려 했으나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 듯 했다. 알렉산더는 제 자리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시도때도 없단말이야. 정말 시도때도 없이!!” 


이사벨은 더이상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푸핫-하고 터진 웃음은 멈출 줄 몰랐고, 알렉산더는 자지러지게 웃는 이사벨을 보며 이제는 목언저리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


“내 이야기 듣고 있는거야? 진지하다고 했잖아, 이지!” 


이사벨은 그가 화가 났다는 사실조차 귀여워 견딜 수 없었다. 


“아냐, 다시 말할 게. 보통 상황이 아닌 것 같아.”

 “그렇지?” 

“그럼. 물론이지.”

“무슨 주문같은 게 걸린걸까?” 

“오, 알렉. 그보다 더 심해.”


알렉산더의 걸음이 점점 느려지더니 이사벨을 쳐다보는 동공이 커졌다. 


“그럼?”

“이건 아주 심각하고도....”

“심각하고도?”


이사벨은 웃음거두고, 알렉산더를 진지하게 쳐다보았다. 덩달아 진지해진 알렉산더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지독한 사랑이야.”


알렉산더의 인내심이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지에게 뾰족한 방안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 상황에 대해 납득할만한 대안이 있길 바랐다. 그러니 그녀의 태도에 적잖이 화가 날 수 밖에. 


“진지하다고 몇번이나 말해야 알겠어?!”

“그럼 사랑이 아니야?”


이지의 웃음기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이윽고 어색한 침묵이 두사람 사이에 내려앉았다. 다른 의미의 붉음이 알렉의 얼굴에 피었다. 그 침묵이 어떤 의미인지 이지는 금새 알아차렸다. 알렉이 커다란 손으로 제 얼굴을 가렸기에... 


“알렉, 지금 이건 지극히 정상적인거야. 늘 곁에 두고 싶고, 손을 잡고 싶으면 안고 싶고, 안고 싶다가도 입을 맞추고 싶고, 더 나아가...”


이지가 한 문장을 완성하기도 전에 알렉이 말을 끊었다.

“그만.”


이지의 말을 끊어버린 것처럼 제 본능도 통제되면 좋으련만, 하는 알렉산더였다. 본능과 욕구 앞에서 처절하게 싸우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그럼, 절제할 수 없을땐? 어떻게 하면...”

“굳이? 매그너스라면 충분히 좋아할텐데?” 

“...질려할까봐...” 


알렉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붉게 터질 것만 같았다.  


“오, 알렉. 매그너스가 이런 모습까지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지는 빨갛게 닳아오른 알렉산더의 얼굴을 어떻게하면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스킨쉽을 할때마다 저 얼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마 매그너스도 같은 마음 아닐까? 연하에 몸도 좋고, 얼굴도 그만하면 쓸만하고 말이야. 오히려 조바심 나는 건 매그너스쪽일 것 같은데.” 


희소식이라도 들은 것처럼 알렉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잠시 생각하다, 무엇인가 결심이 선 모양이었다. 이지의 이마에 입맞추고 자리를 떴다. 제 오빠가 한걸음에 달려가는 곳이 어디인지 눈치챘으나 구태여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며칠 뒤,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나타난 것은 비단 알렉뿐이 아니었으니 성공적인 고민상담이었노라고 생각한 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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