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무드라이브/코우신] 구름처럼



*가이무 엔딩스포가 존재합니다*



 슬슬 날이 추워질 때였다. 두꺼운 겉옷을 입을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꽤 쌀쌀한 날씨다. 넓디넓은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이보다 더한 평화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저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이 느릿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이곳에서 멈춰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뭘 하는 거지?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애초에 싸움은 모두 끝났는데. 신노스케가 싸워왔던 인간의 악이나 로이뮤드. 그리고 자신. 싸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얻은 평화였다. 바람이 코를 간질이고 날아갈 즈음 그는 항상 하던 대로 사탕을 하나 까서 입에 넣었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지며 행복하다면 행복할 시간을 내어준다.


 “……?”

 “어?”


 바람이 순간 차갑지 않게 변했다. 등을 대고 있던 잔디의 느낌도 달라졌다. 신노스케는 변한 하늘을 알아채는 것이 한 박자 느렸다. 아무도 옆에 없었을 터인데, 갑자기 들려온 귀에 익은 목소리도 한몫했다. 적이라 생각할 틈도 없었다. 눈을 이리저리 굴려 힐끗 바라보는 주위는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주변의 빌딩들은 모두 없어졌다. 그러나 당황한 것은 신노스케 뿐만이 아닌 듯했다. 옆에 나타나게 된 남자. 아니, 나타날 수밖에 없던 남자는 당황해 말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이 목소리. 어디서 들어봤더라, 딱 한참 전에 내가 만났던 신님이랑 닮아있는 거 같은데. 아아. 맞아. 코우타였나.”

 “엥? 레이서……가 아니라. 신노스케잖아!”

 “와아악! 진짜?!”


 응. 진짜. 얼떨떨한 대답에 거짓이 느껴지진 않았다.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신노스케의 손에 말캉하고 보드라운 털이 만져졌다. 이젠 어떻게 된 상황이 와도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정리를 마쳤다. 손에 잡힌 털을 놓고 어느새 내밀어져 있던 코우타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털었다. 제대로 주위를 둘러보며 보이는 것은 현대의 도시라고 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마치 정글이었다. 너무 자연과 하나게 된 느낌에 억지로 머리가 납득하고 답을 내고 있었다.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여기가 어딘지부터 물어봐도 될까. 하하.”

 “여긴 내 행성이야. 내가 만들어냈고 살렸어.”


 신노스케는 순수한 감탄을 내뱉었다. 스케일 진짜 장난 아니네. 도시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든 것이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었다. 옆의 남자도 한몫하고 있는 거 같았다. 작은 동물들이 코우타의 곁에 몰려있었다. 싸움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흐뭇한 미소를 띄고 있는 코우타의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다른 세상과 다른 세계라는 것에 불안감을 생각하기보다 대단함에 이렇게 된 거 쉬다 가버릴까. 하는 태연한 결정이 나버린다. 기어가 올라가지 않아도 그럴 필요가 없는 조용한 곳이었다.


 “이왕 온 거 쉬다가……갈 수는 있는 건가?”

 “불길하게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코우타.”

 “미안미안. 아마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정 못 가면 내가 보내줄게.”

 “차원의 문을 넘어, 짜잔. 이런 식이네.”


 신노스케의 우스갯소리에 코우타는 크게 웃어버리고 만다. 사람 대 사람의 대화는 오랜만이었다. 마이를 제외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지루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끔씩 원하고는 했다. 말벗이라는 것, 동물들과는 다른 사고를 하는 인간이. 아. 알겠다.


 “사실 이곳에 온 게 내 의지일지도 몰라.”

 “신님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어느새 냄새에 적응을 한 모양인지 동물들은 신노스케의 곁에 앉아있었다. 조심스럽게 털 뭉치들을 쓰다듬으며 그는 다시금 잔디밭에 누워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새 소리를 들으며 잠들면 아무런 걱정 없이 단잠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평화로워서 좋지? 가끔은 이렇게 쉬어줘야 해. 왠지 신노스케는 지금 한창 고민 중인 사람 같은 얼굴인걸.”

 “날카로워서 반박 불가야. 머릿속이 진흙탕인데 여기 오니까 싹 비워지는 느낌, 해결보다는 맑음에.”

 “해결책을 생각하기 어렵다는 거구나. 그럴 땐 그냥 쉬자. 쉬고 나서 생각하면 오히려 제대로 된 답이 나올지도 몰라.”


 코우타는 신노스케를 툭 밀쳤다. 정확히는 허공에 손짓하니 몸이 눕혀졌다는 것이 옳은 말이었다. 무슨 말이라도 건네기 전 눕혀진 몸은 물에 빠진 듯 흐물흐물해진 유연한 느낌이 되었다. 솜이불에 누운 사람처럼 노곤노곤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깜빡 잠이 들 것만 같다. 코우타. 조언 고마워. 목소리가 전해진 지 모르겠다. 신노스케는 곧 눈을 감았다.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이렇게 푹 자고 일어난다면 그는 원래 있던 잔디밭에서 눈을 뜰 것이다. 코우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이미 모든 걸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마이에게로 향했다. 잠깐이라도 고민 상담사 역이 되어주고 말 상대가 되어줘서 고마워 신노스케. 작별이야.







NOVEL ∥내키는걸 씁니다. 문의는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리취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