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포 주의. 

*엔드게임의 내용이....들어가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이라면 주의해주세요.

*근데 굳이 영화 보실 필요 없는거같음. 보지마세요. 보지마세요. 보지마세요. 진짜 보지마세요.

*한번 더 말합니다. 영화보지마세요~ 아 갑자기 또 화나네

*영화 내용따윈 쌈싸먹는 개핵날조로 이루어질 글이 됩니다. 부분부분 따오기는 할 수도









 

 

 

“뭘 한 거야?”

“머리를 잘랐지.”




기겁한 동료들의 시선을 토르는 덤덤하게 받아냈다. 그는 숨과 영혼이 사라진 커다란 고깃덩이가 바닥으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가만히 응시했다. 차갑고 서늘한 눈에는 살인에 대한 후회가 털끝만큼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쁨이나 환희, 해소와 같은 긍정적인 감정 또한 없다. 토르는 저도 모르게 가쁜 숨을 토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틀어쥐고 조이는 것만 같았다. 그의 눈이 아득하게 침잠해갔다. 타노스를 죽였다. 드디어. 하지만.



자리의 모든 이들이 맥없이 굴러가다 멈춘 머리를 바라보았다. 예상치 못한 죽음이었던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그들에게도, 죽은 타노스에게도. 타노스는 눈을 뜨고 입마저 벌린 얼굴이었다. 우주의 반을 날린 자의 최후라 하기에는 우습다. 스스로가 필연적인 존재라 오만하게 칭하던 이의 최후라기에는 더더욱. 토르는 마른침을 삼키고 스톰 브레이커를 고쳐 잡았다. 날에 묻은 어두운 색의 보랏빛 피가 한 방울, 바닥으로 떨어졌다. 흙에 피가 스며든다. 토르는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너무 쉬웠다.



와칸다에서 일어났던 전투만큼은 아니라 해도 그들은 모두 싸움을 각오하고 우주선에 올라 이곳으로 왔다. 잃은 동료도 있었고 새로이 합류한 동료도 있었다. 돌아왔으나 함께하지 않은 동료도 있었다. 안팎의 많은 문제가 그들을 괴롭혔으나, 그럼에도 그들을 움직이게 한 것은 의지였다. 잘못된 것을 돌려놓겠다는 의지. 사라진 이들을 위해 복수해야 한다는 의지. 악을 물리쳐야 한다는 의지.



그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갔다. 타노스는 그들을 비웃듯, 마치 그들이 찾아올 미래를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스톤을 없애버렸다. 저를 제압하려는 어벤져스에게 크게 저항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토르가 그의 팔을 자르고 목을 날렸다. 그를 죽였다. 피난선 안에서 무력하게 묶인 채 타노스를 지켜보며 여신의 이름으로 걸었던 맹세를 실현했다.



내가 그를 죽일 것이다. 그가 내 것을 죽인 것처럼.



“…….”



쉬이 말이 나올 분위기가 아니었다. 스톤으로 우주의 반이 사라졌다면, 다시 스톤으로 이를 돌려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것이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러나 작은 희망은 타노스의 스냅으로 사라진 생명들처럼 무가 되었다. 이제 놓친 것을 돌려낼 방법은 없어졌다. 영원히.



그때 잘린 머리를 지그시 응시하던 네뷸라가 몸을 낮추었다. 다른 사람들이 움찔하기도 전 그녀의 손에는 그녀가 늘 소지하고 다닌다던 무기가 들렸고 타노스의 얼굴에 구멍이 뚫렸다.




“왜?”




열린 눈을 쑤셔 눈알을 끄집어낸 네뷸라가 눈을 깜빡이는 어벤져스에게 말했다. 그녀는 태연하게 칼날을 털어 눈알을 바닥에 떨어뜨린 다음 입과 코 말고도 구멍이 두 개나 더 생긴 타노스의 머리를 거세게 발로 찼다.




“늘 이렇게 해주고 싶었지.”




증오가 뚝뚝 흐르는 말은 죽은 이를 향한 것임과 동시에 그녀 스스로를 향한 것이었다. 이 또한 다른 이들을 크게 놀라게 하지 못했다. 타노스를 향한 원한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었으므로. 모두가 그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잃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여기 없었다.



그렇게 타노스가 죽었다. 자신의 계획을 달성시키고 반격의 기회마저 남기지 않은 채. 그를 죽이려 모였던 이들은 하나의 목적은 성취했으나 더 큰 목적은 실행하기도 전 실패했다. 타노스를 죽였는데도 짙은 패배감이 그들을 내리눌렀다. 돌아오는 우주선 안.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우연한 확률로 살아남은 이들은 엉망이 된 터전을 복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타노스는 정확하게 인류의 반을 날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반보다 더한 사람들이 사라지고 죽었다. 그가 손을 튕기는 타이밍에 비행기를 운전하고 있던 파일럿, 버스를 몰고 있던 운전기사, 자차로 이동하던 시민들… 2차 피해로 도시는 불길에 휩싸였다. 하늘에서 떨어진 비행기, 운전자를 잃은 차로 일어난 추돌사고.



이것을 수습하기에 남은 인재는 턱없이 모자랐다. 정부들은 어떻게든 자국민을 달래고 사회를 안정화하려 했으나 상황은 그리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주인을 잃은 집들이 폐허처럼 늘어났고 범죄 발생률이 치솟았다. 지구는 꼭 모든 것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



“다른 행성들도 마찬가지야. 온통 진흙탕이 됐지.” 홀로그램 너머에서 캐럴이 고개를 저었다. 토르는 번개가 피어오르는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어벤져스는 기지에 머물렀다. 자리를 비울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들은 그곳에서 칙칙한 벽을 노려보거나 울분을 가리기 위해 샌드백을 망가뜨리거나 총을 쏘았다. 캐럴은 다른 은하의 행성을 살피겠다며 타노스가 죽은 뒤 떠났고,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지구에 남았다. 우주에서 온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돌아갈 곳은 없었다. 잃었으니까. 네뷸라도, 로켓도.


그리고 토르도.









머리를 노렸어야지. 토르는 퍼뜩 눈을 떴다. 심장이 펄떡거리며 요동쳤다. 긴장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근육이 꿈틀거리며 경련했다. 손끝이 덜덜 떨린다. 토르는 이를 악물며 손으로 눈을 가리고 눌렀다. 시야가 어두워지자 속삭임이 더욱 짙어졌다. 그날 이후 그에게 붙은 저주다. 아니면 저주라는 이름의 후회.



왜 자신은 타노스의 가슴에 스톰 브레이커를 박아 넣었던가. 목을 쳤어야 했는데. 로키마저 그렇게 시도했는데. 토르는 할 수만 있다면 과거의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런 뒤 그 시체를 뛰어넘어 타노스의 목을 날리고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들에게 좌절이 찾아오지 않을 터였다. 타노스의 죽음에도 기뻐하지 못하는 지금 같은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이고, 생명체의 반이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었다. 다 자신 탓이었다. 자신이 복수에 눈이 멀어 그의 심장을 노리는 바람에. 그에게 찰나의 순간을 더 부여한 바람에.



하지만 만약이란 것은 거머쥐지 못할 허황된 자기 위안에 불과했다. 또한, 그때, 와칸다에서 자신이 타노스를 저지하고 죽이는 데 성공한다 해도…… 이기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지켜야했던 것은 그 전에 사라졌으므로.



무엇이 더 최악인가. 토르는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기는 것을 막아 영웅으로서의 의무를 완수하나 국민과 친우와 가족을 모두 잃은 자신, 스냅을 막지 못하고 세계의 수호자임에 실패하며 또한 모든 것을 잃은 자신. 변하는 것은 앞뿐이다. 그가 잃은 것은 무슨 수를 써도 돌아오지 않을 터였다.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잔뜩 꼬여 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생각하는 것이 바보 같았고, 후회하는 것은 더 바보 같았으며, 그냥 스스로의 존재 자체가 개탄스러웠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토르는 환청을 들었다. 타노스의 피식대는 말뿐만이 아니었다. 차라리 그것은 나은 편에 속했다. 토르를 더욱 괴롭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나, 로키, 아스가르드의 왕자…….



미칠 것만 같았다. 눈을 감으면 심연보다 짙은 어둠 속에서 목이 꺾이고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는 로키가 나타나 그의 귀에 대고 절망을 속삭였다.



내가 목숨까지 바쳐 형을 구했건만,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했네?



힘 풀린 손이 얼굴에서 미끄러져 떨어진다. 토르는 텅 빈 눈으로 천장을 응시하다 딱딱한 침대에 걸터앉았다. 여기저기 낡고 떨어진 나무 위 천만 깔아 만든 침대는 침대라고 부르기에 한참 모자랐으나 토르는 기꺼이 그 위에 몸을 뉘이고 눈을 붙일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평온함을 허락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오기 전에는.



‘그리고 모든 게 돌아올 방법은 없지.’



운명은 왜 자신을 살려둔 것일까. 니다벨리르로 향해 타노스를 죽일 무기를 새로 만들 때까지, 토르는 자신이 승리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이길 운명이었다. 천 오백년 간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



그러나 지금, 토르는 태어나 처음으로 운명이 자신에게 부여한 ‘운명’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졌다. 의심이 그를, 그의 정신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벽을 바라보는 푸른 눈이 흐리고 탁했다. 얼마나 이 방에 있었는지도 가늠이 불가했다. 가끔 문이 열리고 로켓이 안을 힐끔거리거나 누군가 물과 빵을 가져다주어도 토르는 꿈쩍도 안 했다. 건네진 것에 손끝하나 대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 자리에서, 벽을 노려보거나 침대에 눕거나 눈을 감은 상태로…… 자신을 원망했다.




“음, 토르?”




문이 열렸다. 또 때가 된 모양이다. 비죽 고개를 내민 로켓이 코를 찡긋거리며 토르를 보았다. 로켓은 대답않는 토르를 확인하고는 작게 욕설을 중얼댔다.




“침대랑 한 몸이 되고 싶은 건지, 이 좁아터진 방의 붙박이 가구가 되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나와 봐야겠어.”

“……왜지?”


오랜만에 꺼낸 목소리는 무섭도록 가라앉아 있었다. 로켓은 굴하지 않고 눈을 좁혀 떴다.


“네 백성이라는 사람들이 나타났거든. 왕창까지는 아니지만 꽤 무더기로.”




토르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환청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뭐라고? 되물으려 입을 열었던 그는 이런 물음 따위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단박에 깨달았다. 그래서 몸을 세워 방을 나섰다. 성큼성큼 나아가던 걸음은 곧 달음박질로 바뀌었고, 토르는 숨을 쉬지도 않으며 내달렸다. 얼마 달리지 않아 토르가 콘크리트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부옇게 흐린 하늘은 그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토르는 고요히, 가슴팍을 들썩이며 땅을 보았다. 정확하게는, 땅 위에 있는 사람들을.



넓게 깔린 잔디밭에 익숙한 우주선이 내려앉아 있다. 사카아르를 탈출해 아스가르드로 향할 때 탑승했던, 수르트의 왕관을 영원한 불꽃에 집어넣은 로키가 피난선으로 돌아올 때 사용했던, 그리고 피난선에서 타노스를 맞이한 그들이 간신히 남은 인원을 추슬러 태웠던 그 코모도어. 그것이 빛바래고 겉의 칠이 반 넘게 날아간 허름한 모습으로 토르의 눈앞에 있었다.



코모도어의 문은 열려 있다. 그리고 그 근처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이들이, 그의 백성들이 침울히 모여 있었다. 토르가 팔을 뻗거나 발을 내디뎌 나아가기도 전에 그들의 고개가 천천히 들리며 이쪽을 향했다. 자신들의 왕을 발견한 백성들이 희미하게 웃으며 절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에 불과했지만- 을 했다. 그 수십 개의 인사를 받으며 토르는 뒷걸음쳐 달아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차갑게 식었던 피가 천천히 달아올랐다. 자신이 피해서는 안 됐다.

그의 백성들이다. 아니, 아스가르드다.



‘아스가르드는 장소가 아니다. 이곳도 아스가르드가 될 수 있지. 백성들이 있는 곳. 거기가 아스가르드다.’

‘저는 아버지처럼 강하지 않습니다.’

‘아니, 더 강하지.’



기억이 샘솟아 토르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토르는 뜨거운 숨을 누르며 그를 기다리는 아스가르드에게 다가갔다. 맨 앞에 서 있던 발키리가 손을 흔든다.




“다행스럽게도, 무사하시네요. 폐하.”

“…….”

“남은 사람이 혹시-”

“나뿐이네.” 토르가 말을 끊었다. 단호하고도 짧게.

“아.”




발키리는 현명하게도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다. 토르의 말도 말이었거니와, 우주를 헤맨 자신들보다도 그의 꼴이 초췌한 데에서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던 탓이었다. 그렇군. 그녀의 손가락이 까칠한 얼굴을 문질렀다. 헤임달도, 그 왕제님도… 시간을 벌기 위해 남았던 이들 모두….




“헤이, 친구! 살았구나! 우리도 무사해.”




부스러진 돌조각을 떨어뜨리며 코르그가 팔을 들어 올렸다. 변하지 않아 유쾌한 어조인 코르그에게 토르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입술만 올라가 보조개가 파인 얼굴은 누가 봐도 즐거운 표정은 아니라 할 것이었는데, 코르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인 듯했다. 코르그가 잔디밭의 잔디를 질겅거리는 미에크를 들어 토르를 보게 했다. 




“미에크, 봐. 토르도 멀쩡한걸. 그런데- 누가 안 보이네.”




오, 젠장. 눈치가 없어도 이렇게 없어서야. 발키리는 삽시간에 먹보다도 검어지는 하늘을 무시하며 잽싸게 화제를 돌렸다. 그녀의 눈에 초조함이 실렸다.




“지구로 오는 도중 이상한 일이 일어났는데, 혹시 짐작가는 연유라도 있으신가요?”


토르가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 그가 느릿느릿 말을 꺼냈다.


“왜, 멀쩡하던 이가 가루로 변하기라도 했나?”

“오… 알고 계신다니 다행이네요. 설명을 좀 해주시죠. 선내가 패닉에 휩싸였다고요.”




토르는 온몸으로 피곤해 죽겠다는 것을 어필하는 발키리에게서 눈을 떼어내,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폭풍이 몰아칠 것처럼. 혹은, 천둥과 번개가 날아올 것처럼.



푸른 하늘보다 이것이 나은지도 모르겠군. 토르가 생각했다. 해를 본 지 얼마나 되었더라? 타노스를 죽이러 갔던 행성에서 빛을 보았던 이후로 토르에게는 해가 내리지 않았다. 방에 틀어박힌 채로도 토르는 그의 머리 위가 흐리고 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슬픔과 좌절에 빠진 인간들에게 이것이 좋지 않게 작용할 것임도 알았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그의 감정이 칙칙한 날씨에 일조하고 있는 게 분명했지만 토르는 굳이 나서서 이를 수정하지 않았다. 할 수가 없었다.


해가 다시 뜰 것이라 말하던 이가 없다. 토르는 그 없는 자신에게 해를 허락할 수 없었다.




“……얼마나 사라졌지?”

“많지 않아요. 애초에 남은 이가 많지 않으니 문제죠. 그래서, 뭡니까 그건?”




토르는 침묵했다. 도망치는 데 성공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작은 코모도어에 많은 사람을 태우는 것도 불가능했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피난선에 쌓였던 시체의 수가 코모도어에 탄 백성수보다 많았다. 현재 잔디밭에 웅크려 앉은 이들을 다 더한다 해도, 본래 아스가르드의 한 지구의 인원보다 적었다. 마을 하나가 살아남은 정도에 불과했다.


나는 백성들을 지키는 데에도 실패했어. 그들에게서 고향을 빼앗아 파괴한 것뿐 아니라…….


‘백성들이 있는 곳이 아스가르드다.’


아무리 백성이 아스가르드라 한들, 이렇게나 작은 아스가르드를 예상하신 것은 아니었겠지요, 아버지. 아니면 제 그릇에는 이 규모가 맞는다는 뜻이었습니까? 토르는 속으로 오딘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자신의 처지가 우스웠다. 피식거리는 웃음이 샜다. 그의 나지막한 웃음에 천둥소리가 겹쳤다. 몹시 불길해 사람들을 쭈뼛대게 하는 천둥소리.




“폐하?”


발키리가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토르는 도로 얼굴을 내리고, 아무렇지 않게, 명백한 사실을 알리는 것처럼 말했다.


“다 나 때문이네.”

“뭐라고요?”




발키리의 눈이 당장에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토르는 이 이상 그 주제를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뭐가 페하 때문이라는 겁니까? 무슨 소리에요? 그녀가 물어왔으나 토르는 침묵을 지켰다. 천둥소리가 더 커졌다.


아직 그의 책임이 남아 있었다. 백성과 나라가.


토르의 뇌리로 재차 오딘의 말이 떠올랐다. 이곳을 잘 봐 두어라, 집이 될 거다. 노르웨이의 바닷가. 하늘과 만나던 바다. 수평선을 응시하다 발할라에 든 오딘. 그 옆에 자신과 함께 섰던…….


또다시 심장이 크게 뛰었다. 토르는 떠오르려던 누군가를 억지로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그가 읊조렸다.




“소박하기 짝이 없는 집이 되겠군.”


발키리가 목소리를 높였다.


“폐하, 제 말을 듣고 계시긴 한 겁니까?”

“아, 걱정 말게. 아주 잘 듣고 있어.”




토르가 빙긋 웃자 발키리가 움찔했다. 쏘아붙이려던 것이 몽땅 사그라들었다. 그녀의 말을 잘 듣고 있다는 토르가 헬라보다도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생기없는 눈에다, 음울한 기운을 잔뜩 두르고, 천둥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토르는 제가 알던 이가 아닌 것 같았다. 이놈의 왕족들에게는 뭐 감춰진 집안 내력이라도 있나…. 



토르는 발키리의 중얼거림을 못 들은 체했다. 그리고 더 검어지지는 않으나 밝아지지도 않는 칙칙한 하늘 아래에서 오랜만에 손을 들어 무기를 소환했다. 기다렸다는 것처럼 손에 들어오는 스톰 브레이커의 무게가 사뭇 낯설었다. 깨끗이 닦아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날에 지워내지 못한 핏물이 남은 것처럼 보인다. 어둡게 튀려는 사고를 애써 잡아 세우며 토르가 눈을 떼어내고 숨을 골랐다. 생각에 잠겨 도피할 때가 아니었다. 남아있는 의무를 실행할 때다. 



토르는 스톰 브레이커를 들고 이동했다.

 
















저는 엔드게임이라는 영화 모릅니다. ................. 이정도 날조는 날조도 아니지 않나요.................. 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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