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오지니




"샌님.. 선샌니~!"


평화로운 사슴반. 양 볼 가득 홍조를 띤 석진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호석을 불렀다. 활짝 웃을 때마다 보이는 앞니 빠진 모습이 아이를 더 순수하게 만들기도 했다. 샌니- 샌니이-. 어린 나이에 새는 발음이었지만 열심히 호석을 부른 덕에 석진은 드디어 호석의 시선을 받을 수 있었다.


"네~. 석진이가 선생님 불렀어요??"

"네에!"


볼이 더욱 붉어진 아이의 웃음이 예쁘다. 일을 하다 멈춘 호석이 석진의 눈높이를 맞추어 앉아 자신의 옷깃을 쥔 아이의 손을 잡았다. 석진의 방긋한 볼이 여전히 예뻤다.


"왜요~?"

"성샌님! 동화책 읽어주쎄여!"

"동화책? 우리 석진이 안 졸려요?"


호석은 언제 가져왔는지 얇은 동화책 하나를 내미는 석진에 졸리지 않은지 묻고는 고개를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1시가 넘어간 시간. 예정대로라면 아이들이 낮잠을 잘 시간이었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안 된지라 몇몇 아이들은 벌써 잠이 들어 있기도 했다. 석진이도 자야 하는데.


"네에! 안 졸려여!"

"음.. 우리 낮잠 코- 자고 나서 읽으면 안 될까?"


아무래도 시간이 알맞지 않았다. 지금 책을 읽어준다 하여도 석진은 머지않아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잠에 들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자지 않으면 나중에 더 피곤해질 석진을 알기에 호석은 깊은 고민을 하다 석진에게 제안했다.


"싫어여 읽어주세여! 책 읽어주세여 선생님!"


그러나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어찌 거절할 수 있으랴. 석진이 책을 흔들며 고집하자, 호석은 난감하다는 듯 책을 받아 들었다. 책이 호석에게로 넘어가자마자 다시 환하게 웃는 석진을 절대 이길 수 없었다. 감히 이기려 할 생각조차 들 수 없었다.

호석은 이를 보이며 방긋 웃는 석진을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혹시나 자고 있는 아이들에게 방해가 될까 한 쪽에 자리를 잡았다. 빤니요-. 얼마나 읽고 싶었는지 무릎 위에 앉자마자 다리를 흔들며 재촉하는 석진에 호석이 아이를 떨어지지 않게 다시 안으로 당겨 꼭 안았다. 책의 제목은 '인어공주'. 그리 결말이 행복하지 않은 책이다.

아이들은 유난히 인어공주 책을 좋아한다. 동화책을 읽어 달라며 다가오는 아이들마다 손에는 인어공주 책이 들려 있었고, 석진과 마찬가지로 얼른 읽어달라며 재촉하고는 했다. 슬픈 결말을 알고도 좋아하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아이들 대부분이 인어공주의 결말을 모른다. 매번 책을 읽어줄 때마다 따뜻한 호석의 품 때문인지 이야기 중반이 넘어갈 때쯤이면 모두 잠드는 아이들이었고, 결말을 알려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 한 게 대부분이었다. 뭐, 굳이 알려 줄 필요도 없지만.


"큰 바닷속 아주 깊은 곳에,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이 있었어요..."


장소를 바다로 시작해서 호석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들을 술술 읽어 나갔다. 중간중간 목소리와 말투를 바꾸며 읽으니 석진이 꺄르르 거리며 좋아했다. 애는 애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더욱 몰입하여 읽은 덕에 책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호석의 예상대로 석진의 반응이 처음보다 티 나게 서서히 줄어들었다. 역시나 중반을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선생니이..."

"응? 석진이 졸려요?"


도리도리. 석진의 고개가 좌우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나 행동이 느려진 걸 보니 많이 졸린가 보다.


"있잖아여.. 그래서 인어공주는 어떻게 돼여...."


잠을 이겨보려고 끝까지 웅얼대는 목소리가 끝내 작아진다. 그 와중에 인어공주의 결말은 알고 싶은지 석진은 이미 잠으로 축 늘어진 몸을 호석의 품에 기대 손가락을 꼼지락댔다. 인어공주는 어떻게 되냐면...


"인어공주는 나중에 왕자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요~."

"정말여?.."

"응. 행복하게 오래오래 산답니다."


아이의 동심은 깨고 싶지 않다는 게 호석의 뜻이었다. 내용을 거짓으로 알려주는 게 나중에 가서 더 그럴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석진은 지금 졸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 할 것이다. 나중에 또 인어공주를 읽어달라며 책을 가져올 석진의 모습이 선하다.


"우응..."

"석진아 코 자자."

"...."


어느새 눈을 뜨지 못 하고 잠에 든 석진을 발견 한 호석이 아이를 팔로 감싸 안았다. 토닥이는 손길에 의지 한 석진이 몸을 웅크리며 호석의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 자장자장, 잘도 잔다. 잔잔하게 낮은 음으로 노래를 부르며 석진을 재우니, 곧이어 호석의 눈도 피로로 많이 풀린다. 아이들을 돌보는 건 쉽지 않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호석은 매사 열심히 아이들과 놀았다. 그러니 피로가 금방 쌓이는 건 당연했다.


"하아~암..."


크게 하품을 한 호석은 결국 석진을 조심히 앞에 있는 이부자리에 눕혔다. 움직임에도 깨지 않는 걸 보니, 푹 잠들었나 보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석진은 새근새근 잘도 잤다.


"자장자장.. 우리 아가.."


석진의 옆으로 웅크려 누운 호석이 다시 아이를 토닥였다. 아까보단 더 낮아지고, 발음이 뭉개지는 걸 보니 호석도 잠들기 바로 직전이었다. 그렇게 오후 2시가 되어가는 시간, 사슴반에 호석의 자장가가 가득 이어지다 이내 고요해졌다.














 



다정한 호석쌤...호석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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