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화려한 것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압구정동 조용하고 예약제인 일본식 고깃집 데려가서 먹음. 박사원은, 티켓이나 주고 헤어졌음 좋겠는데 끝까지 티켓얘기는 안 하고 다니엘이 이거저거 캐물음. 근데 다니엘은 지훈이 자신의 팬인 걸 의식 안 하구 삼촌 회사 말단직원쯤으로 생각하는 거임. 넘나 그냥 사람으로 대화하는 느낌. 오히려 지훈이가 다니엘을 너무 연예인 다니엘님, 사장님 조카...로 멀게 본다.


다니엘 이렇게 조급히 구는 이유는 담달부터 해외투어다녀서임. 빨리 이 귀여운 애를 꼬셔야 된다. 지훈이 그 날도 잘 못 먹구, 다니엘은 긴장 풀라고 맥주 주문하는데 지훈이 맥주 도 좀 마셨겠다, 일상 얘기도 나눴겠다. 편해져갖고 술 얘기, 운동 얘기, 삼촌 분조장있는 성격뒷담하기 이런 대화하다보니.지훈이도 좀 편해지고 취해가지고 저번에 싸장님이 자기 쿠사리 먹인 이야기함.


―아니 자기는 만날 지각하고 사과 한마디 없으면서 뭔 저한테만 양식도 없는 시말서를 써오라지않나아아아 지하철이랑 자동차랑 같냐구요!? 사장님은 뭐 차만 타면 접촉사고가 난대?! 그거 운전실력 미달 아니에요? 지하철을 타고 다녀야대..!!! ...아.... 근대 이거 싸장님한테 말씀하시는.. 거..는 아니죠오...?? (급울상 망해따 눈빛)


―아유아유 절대요 절~~대! 우리 지훈씨 랑 (슬쩍 우리라고 말하지만 눈치 못 챔) 여기서 한 건 우리 둘만 아는 비밀이죠.

―저 백수 되면 안 돼요오... 취직한 지 일 년도 안 됐는데...

―그럼 제가 먹여 살리죠 뭐 


슬쩍슬쩍 계속 플러팅하는데 눈치못채구 아아아안대요오오오..... 다음달에 또 앨범 나오시잔아요오... 그땐 열 장 보다 더 사야 되는데... 


―다녤씨는 몇 장 사야 당첨되는지 아세요? 

―물어볼게요 팬분들한테 다음 팬싸 때.

― 아,아녜요. 저 그거 물어봤다가 활중당했어요. 

―활중이 뭐예요? 

―활동 중지되는 거요 ㅠㅠ


다녤 자지러짐. 하도 지후니가 팬싸가고 싶어 하니까 다니엘이 어이가 없어서 이렇게 나랑 친한데 팬싸를 가고싶어요? 이러고 지훈이가 "어..그런가앙....?" 싶음.

 (*워너원고에서 어머니가 브마 샀다니까 "그거를 왜 사요 나한테 말을하지..." 쑥스러워하던 느낌)


―지훈씨는 술 뭐 좋아해요? 나는 주종 안주 안 가리고 다 먹는데.

―저느은 이슬톡톡......?

―아. 달달한 거 좋아하시는구나.

―근데 회식 가면 맥주 머거야대니까여 다녤씨 광고하는 거 하이트 머거요... 회식 때 이슬톡톡 시켰다가 사장님한테 혼나써여 힝 음료수 아닌데 술인데... 근데여 다녤씨!! 져만 취한거아니져.... 녜? 녜에에엥?

―아이고, 아녜요. 저도 취했는데?


다녤 손사래치면서 괜히 지훈 취하는 속도 따라겠다고 쏘맥 말아 마심. 그 후로도 둘이 가끔 저녁 때 다녤이 밥 사주고 술 사주면서 은근히 썸을 타게 되었음. 다녤은 바쁜데도 불구하고 시간 내서 꼭 먼저 연락하고 지훈 데리러 가려 애썼음. 가끔 급하게 풀세팅으로 올 때(노린 거지만)도 연예인스러웠지만 사복에 마스크로 가렸을 때 더 연예인스러웠음. 지훈이는 늘 자기한테 먼저 연락하고 약속 잡아주는 다니엘이 부담스럽지 않고 점점 편해졌음. 후에 다녤 집에도 초대받고 둘이 집에서 술도 마심. 다녤은 지훈이한테 플러팅하는 건데 지훈이는 그 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히려 선 그었음. 


다니엘이 영화보자고 지훈 퇴근하고 집으로 초대함. 지훈은 다녤 집 거실에 진열해놓은 한정판 앨범, 트로피들 구경하면서 우오아앙 이러구 다냴은 간식 박스에서 젤리랑 팝콘통 가져옴. 지훈씨 나한테 너무 관심 없다... 멍무룩하면서도 지훈이가 탐내는 거 다 준다. 다 가져요, 가져가요. 사면 다 돈이야. 지훈이가 한사코 거절하니까 직접 박사원 백팩 열고 다 챙겨줌. 디비디, 화보집, 굿즈용 복숭아멍멍이 인형, 해외콘서트용 한정판 응원봉 전부 다. 


거실 벽면만한 거대 스크린에 넓은 거실이 웅웅 거릴 정도로 빵빵한 스피커로 둘은……. 다니엘의 리얼리티를 모니터링했음. 웹예능처럼 25분 분량이라 짧았음. 그래봤자 다니엘이 카메라 들고 스탭들하고 떠들고 오프더레코드에 가까웠운 방송이었음. 리액션도 없고 조용조용한 지훈이가 너무 좋아하면서 까르륵 웃고 박수치고 좋아하는 거 보면서 다냴은 문득 가슴이 좀 뭉클했음. 내가 팬들에게 이런 존재구나싶기도하고 지훈씨가 나를 좋아하긴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근데 인간으로서 강다니엘은 과연 박지훈에게 어필이 되는가 의문이 들었음. 다니엘은 꾸준히 인간 다니엘로 어필했지만 지훈은 이렇게 다니엘네 집에 와서도 다니엘 영상, 다니엘 굿즈에만 관심을 가지니까. 문득 다른 아이돌로 갈아타면 자기는 거들떠도 안 볼 것 같았음. 


그때 마침 다니엘이 대기실에서 만났다면서 황민현과 짧게 이야기 나누는 영상이 나왔음. 지훈이는 우와아 황민현씨랑 진짜 친해요? 물어보길래 다니엘은 당연하죠 연습생 때부터 같이……. 다니엘은 잠시 지훈이 다른 아이돌을 좋아하는 상상을 했음. 민현이형 요즘 몸키우던데 나랑 캐릭터 겹치는데. 지훈씨 몸 좋은 남자 좋아해서 나 좋아하나? 그럼 민현이형도 좋아할 확률이 으아악 안돼. 벌써 다니엘은 지훈이 자기 굿즈 싹 버리고 황민현으로 갈아타는 상상중이었음. 공식카페에 [황민현내꼬] 로 가입해서 우수회원되는 상상까지. (정작 지훈이의 공카 닉네임은 초딩때부터 쓰던 아이디 그대로임 = jihoon99 )


다니엘이 혼자 말도 안 되는 상상하는 동안 예능은 후딱 끝났음. 지훈이는 리모콘으로 IPTV 조작하다가 영화 목록 훑었음. 다니엘은 평소에도 영화 좋아하기로 유명했고 영화 리뷰 프로그램 스페셜 엠씨도 몇 번 한 적 있어서 흥행한 영화는 거의 VIP 시사회 초청받아서 본 후였음. 지훈이가 꾹꾹 버튼 누르면서 세상 달달한 로코물 고르는 거 보고 다니엘은 일분만에 머릿 속으로 영화를 펼쳐서 촤르르륵 머릿 속으로 어떤 씬들 있었나 무드를 잡을 수 있는가, 무드 깨는 장면은 없는가 탐색했음. 15세 관람가였으나 꽤나 섹시하고 달달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로맨틱 코미디였음


―다니엘 이거 봤죠?

―ㄴ...네에. 근데 또 보고 싶은데요?


둘은 그 영화 틀었음. 걍 멍뭉이같은 남자주인공이 여자 집에 얹혀살면서 조신하게 살림하고 멍멍이마냥 앵기는 귀여운 내용이었음. 다니엘 영상 볼 때와 다르게 지훈이 너무 리액션 없이 조용히 봄. 냴이가 집에 상시구비해두는 캬라멜 팝콘, 젤리나 가끔 집어먹고. 다니엘은 내용 다 아니까 지훈이 얼굴 구경함. 뽀뽀씬, 키스씬 등 애정씬 나올 때마다 지훈이 표정 살피는데 영화 화면이 밝아질 때마다 광대가 붉은 지훈 얼굴이 보임. 귀여워서 자기 팔에 얼굴 묻고 큭큭큭 웃었음. 지훈은 영화에 집중하느라 모름. 다녤이 큰 보폭으로 후다닥 뛰어가서 와인 꺼내옴. 지훈이랑 짠- 하고 지훈은 다시 조용히 영화 봄. 그렇게 집중해서 볼 내용은 절대 아니었음. 


―지훈씨는 연애 많이 해봤어요?

―음 많이는 아니구…….

―한 삼십번 ?


다니엘이 농담이랍시고 웃으면서 한 말이었음.


―네. 남자만 그 정도?


다니엘은 마시던 와인 사레 들러서 켁켁거림. 지훈이야말로 당연히 농담에 농담으로 대답한 거였음. 


―농담이에요. 그렇게 많이 안 했어요. 다니엘은 인기 많죠? 

―인기 많다고 연애 많이 하나요. 저 그렇게 쉬운 남자 아닌데.


지훈은 다니엘이 워낙 자기한테도 잘 해주고 성격도 서글서글해서 연애 당연히 많이 해봤을 것 같았음. 이 사람이 누군가를 거절하거나 누구를 찰 것 같지는 않았음. 둘이 푹신한 소파에 기대서 마주보고 와인마심. 지훈은 영화와 다니엘얼굴을 번갈아 보며 고개만 돌렸지만 다니엘은 아예 몸을 지훈쪽으로 돌리고 소파에 한쪽 팔을 걸친 채 와인잔 들고 지훈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음. 다니엘이 어? 둘이 키스한다! 라면서 영화 화면 가리키자 지훈이 고개를 돌렸고 다니엘은 지훈 앞으로 확 다가감.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들끼리 가볍게 입을 쪽, 쪽 맞추다가 점점 키스로 진하게 번졌고 지훈이가 보기 민망해서 다시 다니엘쪽으로 고개돌리니까 다니엘이 어느새 코 앞에서 자기 얼굴 뚫어져라 보고 있었음. 다니엘이 목 내밀고 지훈 입술에 쪽 뽀뽀했음. 


지훈이 가만히 있으니까 몸을 더 붙이고 목 감싸고 고개까지 비툴어서 키스함. 스피커로 적나라하게 들리는 영화 속 입맞추는 소리와 함께 다니엘도 질세라 끈적하게 키스했음. 통통한 지훈 입술 감촉이 좋아서 물고 빨고 하다가 혀도 넣음. 다니엘이 키스하다가 슬쩍 얼굴 떼고 지훈 얼굴 살핌. 지훈이 커다란 눈 깜빡깜빡거리다가 다니엘 목에 팔 걸고 다시 키스함. 다니엘의 키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몇 번이고 더 입맞추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힘. 둘이 그렇게 한참을 키스만 했음. 지훈 폰으로 전화만 안 왔어도 밤새도록 키스만 하며 입술 퉁퉁 불어틀 기세였음. 여보세요? 과장님. 광대가 터질기세로 시뻘개진 지훈이 고개를 돌리고 전화를 받았음. 지훈아 바쁘냐? 과장아재의 목소리가 잡음처럼 전화 너머로 들려왔음. 


―쪼오금요? 아 아니 바쁜 건 아니구... 아 네네. 네. 네에.


갑작스런 업무 전화에 다니엘은 갑자기 분노 빡! 치밀어오름. 시간이 몇신데. 이 회사 지인짜 안 되겠다. 박사원 월급으로 내 전재산 다 줄테니까 우리 집에서 내 품에만 있었으면 좋겠다. 지훈이 업무전화를 받는동안 다니엘은 심호흡을 하며 와인을 벌컥벌컥 마셨음. 심장이 뛰고 아래 분신도 벌떡 일어나서 단단해져있었음. 전화를 끊자마자 손부채로 뜨거워진 얼굴을 식히던 지훈이 몸을 틀었음. 그러다 자연스레 다니엘 아랫도리로 시선이 향했음. 지훈이는 못 본 척 얼른 고개 돌리고 영화봤음. 키스하던 끈적한 무드는 다 사그라진 지 오래라 다니엘은 홀로 벌떡거리는 제 페니스를 때려눕히고 싶었음. 다니엘은 와인을 콸콸 따름. 지훈은 혹시 다니엘이 화가 나거나 섭섭했나 싶어서 눈치만 봄. 다니엘은 다시 영화에 집중하는 척 발기한 거시기를 다스려보려했지만 사그라들질 않음. 의사가 알콜은 정력에 치명적이랬는데... 와 죽지를 않는데! 죽어라 쫌 쫌!  


알딸딸하게 취한 다니엘이 소파에 기대서 눈 감고 있었고 지훈은 엔딩크레딧이 나오자 화면을 껐음. 지훈이가 홈씨어터 리모콘 만지작거리다가 화면도 끄고 거실 조명도 모조리 꺼버려서 어두컴컴한 채로 둘이 거실에 덩그러니 남음. 지훈이가 다니엘 탄탄한 어깨 근육에 손가락으로 툭툭 찌르면서 


―다니엘 불이 꺼져버렸……


다니엘이 에라모르겠다 싶을 쯤 지훈이를 확 당겨서 끌어안으려는데 순간 리모콘 꾹꾹 눌러보던 지훈이 거실 샹들리에부터 테라스까지 조명을 확 다 켜버림. 번쩍 켜진 조명 때문에 다니엘은 혹시 지훈이가 자기 아랫도리볼까봐 놀라서 벌떡 일어나서 와인잔이랑 병을 치웠음.


―와아 영화 재.밌.었.다. 먹은 것 쫌 치, 치울게요.


다니엘은 부엌으로 후다닥 뛰어감. 지훈이 슬쩍 핸드폰 보아하니 이제 막 열두 시가 넘었고 집에 가려면 얼마든지 갈 수 있었음. 지훈은 (다니엘이 닮았다면서 외국에서 사온) 토끼 슬리퍼 끌고 쫄래쫄래 화장실로 감. 다녤은 지훈이 들어간 화장실에서 제일 먼 욕실로 후다닥 달려가서 혼자 손으로 다 해결함. 발소리는 안 난되, 커다란 보폭으로 달려가서 드레스룸가서 향수도 칙칙 뿌리고 나옴. 여전히 빨간 지훈 얼굴 보며 많이 취했어요? 라며 제 손등 지훈 뺨에 갖다댐. 오늘 늦은 김에 더 마시고 자고 가라고 다니엘이 은근슬쩍 분위기 이끌었음. 다니엘은 손으로 해결한 후기 때문에 이제야 순수하게 우리 지훈씨랑 딥토킹, 내면의 대화를 해보겠다 싶었고 지훈은 오히려 자고가라는 말에 달아오른 상태였음. 술 더 마시자는 다니엘 말에 피곤하다고 둘러대고 지훈이는 다니엘이 침대시트까지 새로 갈아끼운 방에서 혼자 잠. 혼자 입술삐죽거리면서 내가 너무 앞서갔어 앞서갔어. 중얼거림. 담날 일찍 출근해야해서 알람맞춰 일어나서 씻고 다니엘집에서 살금살금 조용히 나옴. 담 높은 동네라 길도 잘 모르겠고 회사까지 얼마나 걸릴 지 가늠도 안 돼서 택시 타고 출근함. 


출근시간 딱 맞춰서 말도 없이 집 간 박사원이 귀엽기도한데 다냴은 좀 서운했음. 눈 뜨면 아침밥해줘서 보내려고 장도 봐놨음. 술만 사줘봤지 아침 같이 먹은 적은 없어서 뭘 좋아할지 몰라 마트를 거의 쓸어옴. 샐러드, 북어국, 육개장, 샌드위치, 딸기까지. 일어나서 샤워하고 나와서 혼자 그 많은 음식 중에 제일 간단한 청포도 오물오물씹으면서 핸드폰 뒤적거림. 수 많은 메세지와 단톡방으로 카카오톡의 알림창은 999+를 띄우고 있었음. 하지만 지훈과의 대화창에는 새로운 메세지 팝업이 없었음. 벌써 오후 1시가 넘었고 메세지 하나 정도는 보내줄 수 있지 않나 싶어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음.


<지훈씨> pm01:00

<....> pm01:00

< 나 두고 간 거예요?> pm01:00

<ㅠㅠ> pm01:00

<너무해> pm01:01


지훈이는 당황해서 읽고 답장도 안 한다. 자꾸 어제 거실에서 키스하던 일이 생각나서 일을 할 수가 없었음. 우뚝 솟아있던 다니엘 바지, 키스, 소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방을 쓰고 잔 것까지. 대체 우리 관계는 뭔가 싶고 지훈은 다녤이 뭘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었음.(안 그래도 연애고자인데) 하루종일 멍했음. 일이라도 바쁘면 모르겠는데 오늘따라 업무도 한가해서 종일 그 생각만 났음. 검색창에 강다니엘이랑 연애라고 검색했다가 얼굴만 더 붉어지는 수위 높은 야한 팬픽 따위까지 읽어버림. 연예인 썸남 이라고 지식인에 검색했다가 정신차리라는 답변, 어장관리라는 답변 보고 괜히 혼자 상처받음. 거래처 진상 전화 받는 동안에도 예에... 죄송합니다 말로만 사과하면서 메모지에다 연필로 강다니엘.... (찍찍 그음) 연애->부담스럽다->멋있어->앨범언제나오지->콘서트가고싶당 이렇게 의식의 흐름 낙서만 갈기고 있었음.

 






의사가 알콜은 정력에 치명적이랬는데...



언제나 너와 여기 이자리에 @arpso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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