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햇볕이 나뭇잎들에 반사되어 눈이 시릴 정도로 반짝거렸고, 시장의 소음, 사람들의 말소리가 거리를 매웠다. 항구 쪽에는 바닷새들이 이제 막 도착한 자들을 환영했고, 뭔가 얻어먹을 것이 있나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본, 익숙한 배에서 은빛 머리를 찰랑거리며 입에 담배를 문 사람이 내려왔다. 우연히 산책 중이던 로친이 그들을 반겼다. 


{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그다지.}


로친은 사란과도 인사를 나누다가, 이전에 왔던 저택의 사람들이 한 명도 없고 심지어 아르젠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혹시 둘이 싸웠냐? 그래서 돌아온 거?}

{.... 싸울 만큼 친하지도 않아.}

{전에 왔을 때 사이 좋아보였는데. 야, 솔직히 말해 봐.}


로빈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로친을 지나쳐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로친이 끈질기게 물어봤지만 그가 만족할만한 대답은 없었다.


20년 넘게 써온 방, 익숙한 물건들에 둘러싸여서야 로빈은 긴장을 풀었다. 어째선지 눈물이 날 것 같이 눈가가 뜨거웠지만, 울지는 않았다. 이곳은 눈앞에서 사람을 죽이던 유크테아도 없고, 싸늘하게 말을 뱉던 아르젠도 없었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은 도망쳐 왔다.


로빈과 대조되는 검정 머리칼, 가지런한 눈썹 아래에 있는 끝을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 항상 대화할 때마다 눈을 맞춰오는 아르젠에게 대응해 쳐다보다보니, 이제는 보지 않아도 그리라면 그릴 수 있을 정도였다.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쓸 때에는 손톱이 깔끔하게 관리되어있는 손, 그 마디가 도드라진 손에 혈관이 약간씩 올라온다. 웃을 때는 눈 끝에 살짝 주름이 졌고, 양 볼은 적당히 패였다. 눈을 감고 있을 때면 긴 속눈썹과 정갈한 코가, 약간 도톰한 분홍빛 입술이 아직도 선명했다. 포옹을 할 때면 등을 가볍게 안아주고, 그 품 안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났다.


아르젠은 로빈이 무엇을 말하든 경청했고, 친절히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줬다. 살면서 불편한 게 없도록, 같이 걸을 때면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배려해주거나, 지나가듯이 별로라고 말했던 요리가 다음부터 식사시간에 나오지 않는 거나, 추운 겨울을 힘들어하는 걸 보고 온실을 지어준 것이나.


로빈은 아직 살면서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흥미를 가진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 감정이 어떤 것인지, 본인도 잘 몰랐다. 로한은 사랑이라고 했고, 사란은 그저 가까운 친구사이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아르젠과는 서로 농담을 할 정도로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형식적인 결혼이었지만 남은 시간도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막연히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경솔한 판단으로 하루 만에 엎어졌다.


‘부인, 무지도 죄에요.’


유크테아가 윌슨을 죽이고 덧붙인 말이었다. 동의한다. 제대로 모르는 독약을, 단지 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이유로 사용한 것은 로빈의 잘못이다. 유크테아는 윌슨이 외국인에게 데일리크를 주면서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은 것은 살인미수라며 칼을 그의 배에 꽂았었다.


후회한다. 한순간의 모면을 위해 몇 개월간의 유대를 잃어버렸다.


후회한다. 더 이상 그가 나를 보고 예전처럼 웃어주지 않는다.


후회한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처음 만난 날에 내민 손을 잡아줬을 것이다.


*


{정말 잘하시는 게 하나도 없군요.}

{... 직업으로 하기에는 전부 다 어정쩡하지.}

{그렇다고 사람을 대하는 일은 또 안 맞고... 흠.}


사란은 한 달 뒤에 로빈의 수행인 계약이 끝난다. 이번에는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신체 부상과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르젠과 이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로빈이 가문에서 이름이 지워지지는 않지만, 로빈은 일을 하고 싶다며 여러 가지 직업체험을 하고 있었다. 사란이 떠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확실히 그녀와 보내고 싶다는 로빈의 뜻이었다.


{이건 부채가 아니라 쓰레기라고 불러도 되겠어요.}

{.... 엉망인 건 아는데 쓰레기는 심하지 않아?}

{그 정도로 심각해요.}


로빈은 정말 공작에 재능이 전혀 없었다. 미술이나 악기는 이미 어렸을 때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쪽을 제외하고, 비교적 간단한 과업 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되도록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 작업을 찾고 있다.


한 달 뒤에, 사란은 더 이상 로빈의 옆에 없었다. 대신 로빈은 나름 봐줄만한 채소농장의 노동자가 되어있었다. 화분 하나도 관리하지 못 해서 이쪽으로 생각을 안했었는데, 의외의 적성을 발견했다. 가지고 있는 은발과 비슷하게 창백했던 안색은 강바닥에서 주운 주황색 돌 정도로 혈색이 넘쳤다. 


“로빈. 1국에서 무슨 일이 있는 지 알아?”

“몰라.”

“아무리 구석에 처박혀있어도 소식은 빨라야지. 로한이 너한테 전서구도 보내줬잖아.”


로빈은 토마토를 따다가 고개를 들어서 아버지 중 한 명인 이든을 쳐다봤다. 이든은 잠시 한숨을 쉬더니 품에서 종이를 꺼내 로빈에게 보여줬다.


“황후가 죽고, 글란딘과 체르디엔이 심하게 다쳐서 영지에서 요양 중이고, 아르젠 후작도 크게 다쳐서 저택에서 나가지 않고 있는 건 알아야지. 명목상 둘은 부부고 호적상 네 아이들이잖아.”

“뭐?! 다쳤다고?”

“야! 그거 들고 멱살 잡으면 나도 다쳐!”


이든의 눈에는 이미 로빈은 처음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이 정도로 격앙된 모습이나, 행동은 본 적이 없었다. 감정적인 부분이 결여된 건 아닐까 걱정했던 게 기우였다는 걸 지금의 로빈이 알려주고 있다.


“아르젠은 괜찮아?! 살아있어?!”

“죽었다는 소식은 없어! 멱살은 좀 놓고!”


로빈은 아르젠의 소식을 마저 듣고는 착실하게 수확하던 토마토를 마저 수확하고, 선별장에 갖다놓은 다음 절차를 밟아 장기휴가를 작성하는 성실한 직원의 모습을 보여주고서 항구로 뛰어갔다. 


“아르젠이 다친 건 저번 달의 일인데! 지금 출발해도 다음 달에 도착하잖아! 로빈!”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으니까 그러지!”


몇 달 되지 않은 짧은 노동자 생활임에도 로빈의 체력은 상당히 좋아졌다. 원래 골격이 좋은데 고된 육체노동이 더해지자 근육은 금방 붙었다.


“게다가 네가 가서 뭐가 달라지는데! 아, 내가 로한이 가 있다고 말 했던가?!”

“내가 뭐 하러 가는 게 아니... 하? 걔가 왜 거기 있는데? 지금 10국에서 가족들이랑 휴가 중인 거 아냐?!”


로빈은 앞서서 뛰어가다가 다시 방향을 돌려 이든에게 돌아왔다.


“황후가 죽고 난 뒤부터 아르젠이 로한에게 범인 찾는데 도와달라고 불렀댔어.”

“걔가 왜?”

“왜냐니? 로한이 유능하니까 그러지.”

“.... 제길.”


로빈은 눈을 감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 보였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

“나는 지금 네 새 가족들의 소식을 전해주러 온 거야. 네게 뭔가 하라고 온 게 아니라고. 내가 전에 말한 적 있지? 1국은 신분이 높을수록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고, 누군가가 너를 모욕하거나 멸시하면 로체에게 알리라고.”

“... 기억하고 있어.”

“후작부인이라고 해도, 더 높은 귀족에게 거슬리거나 뭐 하나 책잡히면 네게 좋을 일이 없을 테니까. 너나 후작 쪽이나.”

“... 화나네.”

“1국은 그런 나라야. 지금 후작네 사람들이 다치는 게 후작보다 높은 사람의 짓이라면?”


편지에 자세하게 적혀있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흐름이었다. 아르젠은 1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높은 귀족이었지만, 원래 황족이라는 것들은 속을 알 수 없는 자식들이다. 특히나 지금 황제는 더 그러지만 성정은 더 더럽다. 예전에 모시면서 정말 때려치우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 아르젠을 노리는 사람이 황가 쪽 인물이라면, 꽤나 일이 커질 것 같다. 로한이 1국에 가 있으니 로체까지 나설 일은 없겠지만.


“지금은 여기서 상황을 지켜 봐. 갔다가 휘말리지 말고.”


*


“몸은 좀 괜찮습니까?”


제임스는 아르젠에게 차를 건넸다.


“이번 사냥대회 사고로 황제 쪽에서 기사단을 배정할 것 같습니다. 연이은 사고에 걱정된다는 입장이거든요.” 

“아이들은?”

“.... 위험하답니다.”


표면상 아르젠은 큰 부상으로 누워있지만, 눈과 귀가 막힌 것은 아니다. 외부 활동이 전혀 없는 만큼 더 정보를 모으기가 쉽다.


“곧 얼굴 보러 가야겠네. 로한은?”

“아직 10국에서 안돌아 왔습니다.”

“늦을 것 같지?”

“네. 중간에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사냥대회 전에 로한은 10국에서 처리할 일이 있다고 1국을 떠난 지 한 달이 가까워진 시점이었다. 돌아오기로 약속한 이 주가 넘었다. 더 이상 아르젠이 여유롭게 기다릴 시간은 지났기 때문에 움직여야 했다. 조용히 있다가 황제가 기사단을 배치하면 낙장불입, 머지않아 반역죄로 아르젠과 저택의 사용인들 모두 사형이다. 


단한이 아르젠을 부축해 침대에 앉혔다. 스스로 보여주기 식으로 낸 사고였지만 예상과 다르게 아르젠은 더 심하게 다쳤다. 허리부터 다리까지 마차에 깔리는 바람에 정말 환자가 돼서 얼마 전까지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황제 보러 가자.”


맑은 날 오후, 황궁으로 들어가는 행렬은 옷과 신발, 동행하는 사람들 모두 검정색 복장이었다. 그 앞에는 검정머리를 단정하게 넘긴 사람이 입은, 클로디어즈 후작가의 문양이 박힌 케이프만이 흰색이었다. 부상으로 병상에 있던 이가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그 몸으로 황성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황도 내에 삽시간에 펴졌다. 특히, 왜 상당한 수의 검정색 차림의 사람들을 이끌고 갔는지, 그게 화두였다.


온통 황금빛, 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회랑이었다. 그 화려함의 끝, 스테인드글라스로 화려한 색이 한가득한 단상 위에 그에 걸맞은 금발을 늘어뜨린 채 왕좌에 앉아 있는 사람.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몸이 이래서 예를 갖추지 못하는 것을...”

“알아.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네. 몸은 좀 괜찮나?”

“아픕니다. 지금도 간신히 왔고요.”

“.... 솔직하군.”

“아파서 그럽니다. 폐하."

“차라도 한 잔 할 텐가?”


나무는 한 그루도 없고 꽃만이 가득한 정원이다. 마치 꽃향기로 사람이라도 죽일 듯한 공기의 압박감에 고급스러운 천위에 차려진 다과. 사방에 확실 기사들이 둘러싸여 뭐든 먹으면 셋 중에 한 명은 체할 거다.


“영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모를 것 같나?”

“무엇을 말입니까?”

“그대의 땅이기 이전에 제국의 땅이다.”


차가 식어가는 데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정도 병력, 반란이라도 일으킬 생각인가?”


아르젠은 대답 없이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꽃만 만지작거렸다. 황제는 소파에 반쯤 몸을 묻은 상태로 눈을 감고 있었다. 깍지를 낀 손은, 반지들을 만지고 있었다.


“아르젠 클로디어즈 후작.”

“예, 폐하.”


황제가 눈을 떴다. 짙은 남색의 눈은 차가웠다.


“반역인가?”


아르젠은 황제의 얼굴을 보고 웃을 뿐이다.


“폐하께서 그걸 원하시지 않았습니까?”

“허, 내가 원했다?”

“지금도 바로 저를 감옥에 처넣을 준비 하고 있는 걸 모를 것 같습니까?”


아르젠은 손에 쥔 꽃을 바스러뜨려 탁자 위에 올려놨다. 정적. 그리고 그 정적이 그리울 정도로 소란이 후원을 휩쓸었다. 타격음, 파열음, 비명소리. 황제가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피기도 전에 바닥에 무릎이 꿇려지며 차갑고 예리한 물체가 그의 목에 드리워졌다.


“.... 후작!”

“돈 좀 썼습니다. 저희 영지에 경계 성벽도 보수했고, 뒷세계 최고의 용병단도 매수하고, 비싼 제 마차도 부쉈습니다. 원하시는 반역의 배경을 갖추기 위해서요. 그런데도 돈이 너무 많이 남아서 황실 기사단도 매수했습니다. 너무 수월하더군요.”

“언제부터지?”

“원하시는 게 이게 맞지요, 폐하?”


아르젠이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가 앉아 있는 소파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통증 때문에 딛을 때마다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그걸 일부러 감추지는 않았다.


“폐하 덕분에 제가 단 하나뿐인 누이도 죽고, 아이들은 크게 다쳐서 상당히 상심했답니다. 제 용병들이 황궁을 장악하고 있을 동안, 제 한탄이나 좀 들어 주세요.”


아르젠 후작을 반역죄로 몰아서 죽일 생각이었지만 실제로 그걸 아르젠이 눈치 챘다는 것도, 알고도 일부러 진짜 반역을 준비할 거라고는 예상범위 밖이었다. 이런 식으로 공격적인 방법을 택하는 건.


“자네답지 않은 행동이군...후회할 거다. 귀족들이, 의회가 가만히 있을 것 같나?”

“그 충성스럽다던 황실기사단도 매수했는데 알량한 귀족들은 더 쉽겠죠?”


아르젠은 식어가는 차를 천천히 들어 황제의 얼굴 쪽으로 가져갔다.


“완전히 식으면 맛이 없습니다. 폐하.”


몸에 드리워진 대여섯 개의 칼은,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살을 베어낼 것만 같았기에 황제는 그저 가만히 아르젠을 노려볼 뿐이다.


“준비를 철저히 하셨던데요.”

“... 원하는 게 뭐지?”

“없습니다.”

“원하는 게 있으니까 지금 이러고 있는 거 아닌가?!”

“정말 없습니다. 폐하.”


하나뿐인 누이는 눈앞에서 목이 잘려 죽었고, 피를 철철 흘리던 아이들은 클로디어즈 영토로 이동 중에 2차 감염으로 상태가 악화되어 오늘내일한다는 서신이 왔다.


“폐하께서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까? 죽어가는 자를 살릴 수 있습니까? 못하면 가만히 닥치시고 제 말이나 들어주세요.”


아르젠은 손으로 황제의 턱을 잡아 차를 입에 들이부었다. 차가 입에 차마 담기지 못하고 턱을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


“황후의 사치를 부추겨 간접적으로 우리 영지를 망하게 한 건, 너무 예전의 일이니 묻어두겠습니다. 굳건한 황실을 위한 희생은 제 가문 하나뿐만이 아니니까.”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찻잔이 바닥에 떨어졌다.


“신하들 충성을 이렇게 돌려주면 너무 감격스러워서 칼 들이밀어요. 특히나 저처럼 잃을 거 다 잃어가는 사람은 더 그렇죠. 곧 있으면 제 먼저 죽은 아내 옆에 아이들까지 묻게 생겼답니다. 그 배려에 태양의 하늘도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을 것입니다.”


아르젠의 표정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지금 저는 폐하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폐하를 살려두고 이대로 당신의 목줄을 쥐고 있을지, 황태자에게 넘길지, 아님 내가 황제가 될지.”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구나!”

“폐하의 덕이지요.”


아르젠은 황제의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줬다.


“그러게 얌전히 있는 저를 왜 건드리셨습니까? 로체가 1국을 장악할까 두려우셨습니까?”

“그래.”


너무 순순히 인정하는 황제의 모습에 아르젠은 허탈하게 웃었다.


“폐하. 참고로 모든 일의 진행은 후작가의 돈으로 진행했습니다. 로 가문 때문에 돈을 벌긴 했지만 후작가의 재산이거든요. 로체의 부는 이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죠.”


아르젠은 황제의 머리에 쓰인 관을 빼내어 손에 쥐었다. 순금과 보석으로 빼곡하게 치장된 아름답고도 무거운 황관. 


“폐하, 살고 싶으십니까?”


황관은 빠르게 바닥에 떨어졌다.


“살고 싶냐 물었습니다.”


아르젠은 떨리는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몸을 낮춰 시선을 황제의 눈높이에 맞췄다.


“폐하. 저 바쁩니다.”


황궁의 출입을 봉쇄하고 황족들을 각자의 방에 감금한 상태, 유일하게 움직이는 사람은 아르젠뿐이다. 아르젠은 황태자를 찾아갔다.


“클로디어즈 후작! 당신이 이런 건가?!”

“제국의 별이신 황태자님을 뵈니 세상의 근심이 사라지는 듯합니다.”

“궁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지!? 반역이라도 하는 거야, 후작 당신이?!”

“돈 좀 쓰고 있었습니다. 폐하께서 제 가문의 부에 관심이 많으시기에.”

“궁 전체를 진압하고 있는 병사들은 어떻게 설명할 거지?!”


아르젠의 뒤에 따라 들어온 사람이 황태자에게 황관을 전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황제의 머리 위에 있어야 할 물건.


“.... 아버지를 죽였나?”

“제가 폐하와 같아 보입니까? 방해되면 죽이게?”

“죽인건 아니라는 거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병사들을 물리고...”

“아직 쓸모가 많으니까 죽이진 않았습니다.”


아르젠은 사지가 결박되어 있는 황태자의 앞으로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무술에도 뛰어난 황태자와 달리 아르젠은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전하께서는 제게 쓸모가 있는 존재입니까?”

“클로디어즈 후작!”

“아, 알고 계실까 모르겠습니다. 한 백 년 전 정도에 있던 잊힌 4황녀가 있는데, 당시 타크자드 클로디어즈와 결혼했고 제 고조모님 되십니다. 저도 잊고 있었는데 황제께서 제게 반역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정식으로 이스티아의 이름까지 내려서, 샤일 이스티아 4황녀입니다. 아십니까?”

“반역의 정당성....?”

“그대로 덮어씌워 죽이기 전에 먼저 뒤통수 좀 쳤습니다.”

“아버지가 후작을 죽이려고 했다고? 어째서?! 설마 어머니도 아버지가 죽인건가?!”


이 부분에 있어서 사실대로 말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아르젠은 황태자가 스스로 알아내는 쪽을 선택했다.


“글쎄요? 아, 전하. 지금 당장 황제 될 생각 있습니까?”

“뭐?”

“전 일 좀 그만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이대로 황제도 죽이고 황태자도 죽이면 2황자가 즉위하거나,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야한다. 그렇다고 아르젠 자신이 일을 맡아서 하는 것은 피곤했다. 하지만 이대로 흐지부지 넘어가기에는 다른 세력이 끼어들 수 있다. 황궁 점거를 평생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일단은 더 생각해 보죠. 지금 폐하가 사람 시켜 다치게 만든 저희 아이들 숨넘어가기 전에 얼굴 보러 가야해서 조금 바쁩니다.”

“... 상태가 심하게 안 좋은 건가?”

“네. 요즘 비도 많이 오고 습해서 심각해져서 가망이 없다고 합니다. 폐하 덕분에요. 다행히 또 죽이려고 살수는 안 보내셨더라고요? 덕분에 또 다른 클로디어즈 장례식은 미뤄졌죠.”

“그래서 이런 짓을...!”


아르젠은 황태자에게 웃어보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황제를 가둬놓은 응접실. 방에 있던 무딘 칼도, 장식물도, 전부 치워버려 소파와 탁자만 남아 화려한 복장의 황제에게는 수수해보였다. 목에 칼이 들어온 상태에서 그런 게 눈이 들어올 황제는 없었지만.


“폐하. 살려드리겠습니다.”

“누구를 만나고 왔지?”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저는 언제든지 이렇게 다시 폐하를 제 앞에서 무릎 꿇게 할 수 있습니다. 더 심한 것도 할 수 있죠.”

“내가 살아있는 한 널 죽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거다.”

“해보십시오. 가능하다면. 폐하의 사람이 아직 남아있다면. 그 전에 이 상황을 보십시오. 폐하가 가장 안전하게 있어야할 황궁은 제 사람들이 가득하고, 충실한 기사들은 제 황금에 폐하를 지금과 같이 칼 아래로 내몰았습니다.”

“아르젠 클로디어즈!”

“절 화나게 만들지 마세요. 클로디어즈 영지 건들면, 정말 1국 전부 망하게 만들고 싶어지니까.”

“네가 궁을 나가면 그 즉시 제국에서 클로디어즈의 모든 걸 없앨 거다. 명예, 저택, 영지, 영지민들, 전부! 너희 선조들의 무덤을 파헤쳐...!”

“해 봐.”


아르젠은 더 이상 예의 따위 갖추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황도가 불타는 걸 보여주지.”

“지금은 단지 운이 좋아서 가능했던 것뿐이다. 너는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인다!”


아르젠은 황도에서 병력을 물려 클로디어즈 영지로 향했다. 추후 황제가 황실 본가의 사병을 꾸려 황도 저택과 영지에 병사를 보냈으나 황도 저택은 텅 비어있었고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영지로 보낸 병사는 도중에 전멸했다. 


“애들은?”

“... 늦었어.”


아르젠은 칼리엔 별장에 들어서자마자, 문 앞에 서 있던 유크테아를 볼 수 있었다.


“아직 묻진 않은 거지?”

“그래. 널 기다렸다.”

“마지막은 얼굴은 볼 수 있겠네. 공동에 데려다 놨지?”


아르젠은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저택 쪽의 숲으로 향했다. 땅에 깊은 구멍 두 개, 클로디어즈 후작 문양이 박힌 관 두 개.


“유크테아.”

“... 어.”

“고맙다.”


아르젠이 관 쪽으로 가까이 가자 사람들이 관 뚜껑을 열었다. 핏기가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과 다친 눈이 부패해가는 얼굴. 많이 상했지만 누군지는 알아볼 정도였다.


“미안해. 좀 늦었구나.”


역겨울 텐데도 사랑스럽다는 듯이, 손에 부패물이 묻는 걸 괘의치 않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유크테아는 그 모습을 보기 힘들었는지 고개를 돌렸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까지 고마웠다. 유크테아.”


아르젠은 삽을 옆에 던져두고, 유크테아를 한 번 안아주고는 병사들과 떠났다. 아무 미련도 없이 떠나는 모습에 유크테아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클로디어즈 영지의 저택에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황실 기사단 전원을 아르젠이 데리고 갔기 때문에 부릴 수 있는 병사의 수는 매우 적었다. 거기에 ·1/3 마저 죽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습할 여유가 없었다. 황실 기사단을 재구성해야했다. 1국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아르젠이 갑자기 사라지고, 황제가 아르젠을 반역자라고 선언하기 전에 칼리엔 공작가에서 황제가 일부러 아르젠을 제거하기 위해 상황을 조작했다는 의견을 증거와 함께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에 아르젠은 반역자라는 낙인을 받지 못했다. 사람들의 반발에, 영지민들을 손대지 못했다. 저택의 모든 고용인들은 사냥대회 이후로 전부 계약을 파기하고 퇴직금을 받아 다들 고향으로 돌아갔다.


아르젠의 이름으로  처리하던 무역은 바로 중단되었고 영지는 곧바로 부유한 영지에서 보통의 영지로, 클로디어즈라는 작위를 이어 받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영지는 국가에 귀속됐다.

 

세간에서는 아르젠을 황제가 죽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 정도로 아르젠의 이미지는 성실하고 뛰어난 영주였고, 악의적인 여론몰이로 이미지가 최악이었지만 로체의 개입 이후로 그건 많이 좋아진 편이다. 조프리 백작 사건 이후로 사교계에 그 노예들과 함께 돌아온 건 이전의 일이 반복되지 않았음을 원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대중을 압도했다. 무엇보다 안쓰럽다는 인식이 강했다. 어린나이에 타계한 부모님, 망해가는 영지를 몇 십 년 동안, 아내도 돈이 없어 떠나보내고 굶어가며 부흥시키고 재혼도 하고 잘 살아보려 했는데 지속적으로 괴롭히던 조프리를 장모님이 죽였고, 이제 좀 어깨 피고 후작답게 다니려 할 때 누이인 황후가 눈앞에서 죽고 아이들이 크게 다쳤다. 그 사실은 황실에서는 대충 덮으려 했고, 그에 후작은 수긍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조사하러 다니는 과정에서 아이들까지 전부 죽었는데, 황제가 반역이라는 누명을 씌워 아르젠을 죽이려 해서 도망쳤다. 그들에게 아르젠은 그저 불쌍한 사람인거다. 누가 눈앞에서 가족들이 죽는데 멀쩡한 사고를 할 수 있느냐.


귀족들의 체면을 생각해 쉬쉬한 아르젠이 태안과 단한을 끌고 다니며 벌인 일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제길! 어떻게 목격 정보 하나 안 들어오는 거야?!”

“송구합니다. 폐하.”

“백성들이 욕을 하던 뭐라던 일단 아르젠을 찾아서 바로 죽여!”

“... 존명!”


언제부터 황궁 내 사람들을 매수했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궁을 점거한 장악력, 실행력. 황제가 아르젠을 견제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죽을 뻔 했지만, 그 날 아무도 죽이기 않고 유유히 황도를 벗어난 아르젠의 오만 덕에 황제는 살아 있다. 살아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옆에서 술을 따르던 손이 멈추자 황제는 고개를 들어 건방진 종자의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 창 쪽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지고 웃는 얼굴로 술병을 들고 있는 자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람이다. 그 어떤 무장도 하지 않은 채, 평범한 옷차림으로. 달라진 게 있다면 머리 색 정도다.


“웨일!!! 당장 들어와 이자를 죽여라!!”


위엄 넘치게 호통을 쳤지만 밖은 고요했고, 집무실 내에는 단 둘뿐이었다.


“설마 내가 혼자 왔을까요.”

“그날 못한 걸, 마저 하러 온 건가?”

“그러게요. 그냥 과로하는 거 구경하고 싶어서 온 것 같습니다. 저 지금 백수잖아요? 그 동안 모아둔 돈이 너무 많더라고.”


아르젠은 술을 마저 잔에 따라줬지만 황제는 빤히 쳐다보다 잔을 책상에 그대로 올려두었다. 아르젠은 그 술잔 옆에 술병을 세웠다.


“아까부터 마셨는데 이제 와서 안 마신다고 약효가 안돌겠습니까?”


몸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입을 열어 말하는 것조차 힘들다.


“제 영지는 건들지 못하셨던 걸요. 이건 칭찬해 드리겠습니다.”


황제는 지금 말할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할 말만 하고 나가면 된다.


“걱정 마세요. 죽는 건 아니고, 시간 지나면 마비는 알아서 풀릴 테니까. 자, 어디서부터 이야기할까요? 우선 저는 상당히 잘 지내고 있고, 일도 안하고 잘 놀고 있습니다. 연애도 하면서 잘 지내요.”


1년 가까운 사이에 아르젠은 살이 많이 올랐다. 단순히 살뿐만 아니라 약간의 근육도 잡힌 듯 보일 정도로.


“의회에서 당신이 미쳐서 나한테 집착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있던 걸요. 제국이 대대로 미인을 많이 약탈한 결과물이긴 하지만, 저는 외모보다 성격을 더 많이 따져서 그런 집착은 거절합니다. 아무리 찾아도 저는 못 찾을 테니 예산과 인력 낭비는 그만 하고 국가의 미래나 챙겨요. 이렇게 가다간 나라 망합니다?”


그래서 아르젠도 8국과의 거래를 무리하게 추진한 감이 있다. 지금이야 1국에서는 완전히 손을 뗐으니 신경 쓰지 않지만.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언제라도 나는 다시 유유히 황궁에 들어올 수 있고. 당신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요. 이 정도면 충분히 알아들으셨죠?”


*


“다녀왔습니다.”

“아르젠!”

“저리 가. 더워.”


아르젠은 배에 오르자마자 안겨오는 은빛 머리칼의 사람을 밀어내고 차양 아래의 의자에 앉았다. 말을 타고 황도까지 갔다 왔기 때문에 땀이 묻어난 붉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수고하셨습니다.”

“응. 배에만 있어서 심심하진 않았어?”

“혼자 있지는 않았으니까요.”


아르젠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배는 곧 출항했다. 예전에 로체에게 선물 받은 배. 겉으로 보기에는 수수하지만, 안은 온통 보석으로 채운 배.


“밥은 먹었어?”

“밥 몇 번 거른다고 큰 일이 생기지는 않아.”

“나더러 밥 먹고 다니라더니!”

“... 언제 적 이야기야?”

“너랑 사이좋았을 때.”


아르젠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로빈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단한을 쳐다봤다.


“너는 저런 거 배우지 마라.”

“... 내가 뭐 어때서?”

“그렇다고 우리 사이가 다시 좋아질 거라는 기대하지 말고. 지금의 너는 그저 네 옆집에 사는 토마토 농장 직원일 뿐이야... 내 배에 숨어들어서 1국까지 따라 올 줄은 몰랐고. 너 발견했을 때 바다에 그대로 던지고 싶었던 거 알아? 지금 한 번 해볼까?”


로빈은 살벌한 아르젠의 눈빛에 말없이 웃으면서 선실로 뒷걸음질 치며 사라졌다.


아르젠은 아이들을 묻은 뒤로 10국에 잠시 머물다 8국에 있는 별장에서 살기 시작했다. 살기 시작한 지 한 두 달 정도 지난 시점에, 오랜만에 마당에서 햇볕을 쐬던 아르젠이 출근하던 로빈을 보기 전까지, 그는 상당히 권태로운 시간을 보냈다. 적당히 자고 일어나 밥을 먹고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멍 때리거나, 우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냈다. 로빈이 아르젠의 옆집으로 이사 온 걸 들킨 이후로, 로빈은 대놓고 집에 놀러왔다. 올 때마다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패턴이 부담스러웠던 아르젠은 그냥 로빈에게 이제는 괜찮으니 그만 하라고 말한 순간부터, 로빈은 아르젠을 향한 애정공세를 시작했다. 그게 계속 이어지다가 아르젠이 1국에 가는 배까지 숨어 탈 정도까지 됐다.


“하여간 쟤도 못 본 사이에 많이 이상해진 것 같아.”

“시간이 흘렀으니까요.”

“황궁 점거하기 전에 이혼서류 작성하는 걸 까먹어서 이게 뭐지...”


아직 법적으로 부부라는 이유로 현재 로빈은 아르젠에게 다시 관계를 개선할 기회를 달라며 채소를 뇌물로 들고 문 앞으로 찾아온다.


“로빈도 말은 안하고 있지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걸요.”

“어떤 거?”

“여러 가지?”

“... 내가 들었으면 해?”

“네.”


아르젠은 잠깐 눈을 감고 고개를 갸웃하다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로빈 이야기도 들어 볼게.”



<후기>

그렇습니다. 갑자기 소설 쓰다가... 네 지금 제가 한 일주일 째 감기를 앓고 있기 때문인지 다 죽여버리는 결말로 갔습니다. 지금 6일 중에 한 5일을 못자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주인공 두 명 빼고, 결국 서브 커플로 엔딩! 언젠간 메인 애들도 이루어지겠지 싶은.... 그런 느낌으로 마무리... 사실 황제도 죽이고 황태자도 죽이고 전부 다 죽이고 아르젠도 자살하고 로빈만 살아남는 것도 생각하긴 했습니다. 그렇게 하기에는 지금 포타에 올린 소설들이 다 죽었고, 죽어서 일단은 살리자!라는 마음. 

매우매우 가벼운 소설로, 첫 구상은 아마.... 2012년인가 2013년에 했습니다. 그때 로빈은 좀 더 쾌활한 이미지로 새로 온 1국에서 여러가지 여행도 떠나고 모험도 다니고, 유크테아와 나름 사이좋게 티격태격하며 클로디어즈에 적응해가는 일상적인 로맨스판타지였습니다. 아무도 죽지 않고 하하호호 사이좋게 끝내는 엔딩이었습니다. 근데 지금 몇명을 죽ㅇ.... 차라리 진짜 반역을 일으킬 걸 그랬나.

지난 8년 동안 제가 보낸 시간이, 소설의 방향을 완전 바꿨습니다. '있을 때 잘해', '역시 돈이 최고지', '깽판이 최고야'가 [로빈이야기]의 듬뿍 녹아내렸습니다. 다 죽여놓고 행복하게 해준답시고 그래도 돈 많고 연애도 하고 그렇게 만들어 줬는데! 왜 아르젠은 8국 별장에 가서도 울면서 지내는 지(범인). 사실 전 주인공이 우는 게 좋아요. 괴롭히는 것도 좋고, 깽판치는 것도 좋아합니다. 미안..;; 


이젠 정들었던 친구들을 보냅니다. 나중에 손목 상태가 나아졌을 때 일러스트를 그릴 지 안그릴지, 번회편을 그릴지 안그릴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든 건강해지면 할 것 같습니다.

로빈, [로빈이야기]인데 네 비중이 너무 적어서 미안하다. 내가 썼지만 내 마음에 그다지 들지 않는 캐릭터였단다. 아르젠, 좀 더 행복한 결말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안녕!

돈 벌고 싶다.

NONBe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