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거..거기 강다니엘 선배님! "



지훈은 밝게 염색한 머리로 당당하게 교문을 들어오는 다니엘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얘기했고, 다니엘은 아무 표정없이 지훈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 왜. "

" 여..염색 하셨네요, 벌점이에요 학년,반,번호 불러주세요. "

" 안 멋있나. "

" 네? "

" 별로냐고. "

" 아..아니 멋있는데.. 그래도 교칙위반이세요. "

" 그럼 됐다. 3학년 7반 1번. "



말을 마친 다니엘이 지훈을 지나쳐 학교 건물로 들어갔고, 지훈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들고있던 벌점 체크란에 다니엘의 이름을 적었다
지훈과 다니엘이 다니는 학교는 아침 7시20분부터 선도부가 선다. 하지만 지금처럼 새학기가 시작하는 달은 돌아가며 7시부터 선도를 선다.
2학년에서 3학년이 된 고3은 고3이란 이유로 자연스레 빠져버리고 1학년에서 2학년된 선도부가 돌아가면서 서게되었고, 매주 월요일은 지훈이 혼자 7시부터 선도를 서는 날이다. 오늘이 개학 첫날인 월요일이었다.



" 다시 시작이야? "



우진이 지훈이 들고 있는 종이를 슬쩍 보더니 홀로 선도를 서고 있는 지훈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 응, 오늘은 염색. "

" 그 선배 너 좋아하는거 아니야? "

" 선배가 날? "

" 그거 아니면 왜 너 선도설때만 이러냐? 다른 날은 안그러는데. "

" 그런가..진짜 나 좋아하나? "



지훈은 야, 쟤 명찰 없잖아- 라며 우진이 지훈을 툭툭 치며 말할때까지 진짜 선배가 날 좋아하는건가 하는 생각뿐이었다.



2.


수업시간 내내 우진의 말이 지훈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오전수업이 모두 끝나고 밥먹으러 가자는 우진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도 밥은 먹어야 하니까- 라고 생각하며 벌떡 일어나 우진과 함께 급식실로 뛰어갔다. 


" 제육볶음이라니! "


식판위에 가득 올려진 제육볶음을 보고 신이난 지훈이 숟가락으로 제육볶음을 크게 퍼 하얀 쌀밥위에 올려놓고 쓱쓱 비비더니 한입 가득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씹으며 맛있다며 음음~ 거리며 먹는 지훈을 우진이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천천히 먹으라고 핀잔을 주며 우진도 지훈을 따라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한창 맛있게 먹고 있을때 급식실이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로 가득해졌다. 밥에 이미 정신이 팔린 지훈은 느끼지 못한채 식판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고, 무슨일있나 하는 생각에 우진은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웅성거리는 소리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우진의 옆옆의자에 앉아있던 파란색 명찰을 하고 있는 남자가 손을 들며 다니엘 여기 라며 손짓을 했고, 한눈에 봐도 눈에 확 튀는 머리색을 한 다니엘이 그 앞으로 와 앉았다. 다니엘이라는 소리에 지훈이 흠칫하며 고개를 들어 옆을 돌아보았고, 그 순간 둘의 눈이 마주쳤다. 입안에 밥을 가득 넣고 씹고 있던 지훈은 뿜어져 나올뻔한 음식물들을 급히 씹어 넘겼고, 오물오물 입을 움직이며 밥을 먹는 지훈을 보던 다니엘은 지훈이 꿀꺽 하는 동시에 안녕? 이라며 인사를 건냈다. 다니엘이 먼저 인사를 건내자 지훈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했고, 앞에 앉아있던 우진도 덩달아 다니엘에게 인사를 건냈다. 다니엘 앞에 앉아있던 남자는 지훈과 우진의 노란 명찰을 보더니 2학년이네, 근데 다니엘 너 얘네 알아? 라고 물었다



" 선도부. "

" 아아,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선도부였구나! 안녕 난 김재환이야. "


고개를 끄덕인 재환이 지훈과 우진에게 인사를 건내자 둘은 똑같이 꾸벅인사하며 재환에게 인사를 건냈다. 그러자 재환이 웃으면서 고개 숙일건 없다면서 손을 내저으며 얘기했다. 더 먹으면 체할거 같아 지훈은 식판을 들고 먼저 가보겠습니다- 라며 다니엘과 재환에게 인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일어나는 지훈때문에 우진도 식판을 들고 둘에게 인사를 하고 지훈을 따라 급식실을 나왔다.



" 박지훈! 왜 말도 안하고 가. "

" 더 먹으면 체할거 같아서. "

" 다 먹었더만. "


우진의 말에 지훈이 큼큼 거리며 조금 남았었거든! 이라며 빼액 소리를 질렀다. 



3.


이른 아침 또 다시 혼자 교문앞에 서있는 지훈에게 다니엘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른 시간이라 등교하는 학생은 다니엘뿐이었다. 저번주와는 달리 다니엘의 밝았던 머리카락은  검은색으로 변해있었다. 다니엘이 제게 다가오자 흠칫한 지훈이 인사를 건냈다.


" 안녕하세요, 선배님. "

" 왜 나 안잡아. "

" 네? "

" 나 왜 안잡아. "

" 머리 검은색으로 염색하셨는데 제가 왜.. "

" 명찰. "

" 아.. 그러네요, 오늘은 명찰이 없으시네요. "

" 어. "

" 학년, 반, 번호 불러주세요. "

" 3학년 7반 1번. "

" 다음부터는 명찰 꼭 하고 다니세요. "


지훈이 벌점 체크란에 다니엘의 이름을 적으며 말했다. 다 적은 지훈이 고개를 들고 앞을 보자 여전히 지훈의 앞에 서 있는 다니엘이 고개를 숙여 지훈과 눈을 마주치며 얘기했다 


" 010-0807-1210. "


계속 제 앞에 서 있던 다니엘을 보고서 놀란 지훈이 갑작스레 번호를 불러주는 다니엘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 내 번호. "

" 번호.. 알려달라고 한적은 없는데요. "

" 그냥, 알려주고 싶어서. "

" ...... "

" 안녕, 또 보자. "


지훈의 머리를 헝크리며 인사를 한 다니엘은 긴다리를 휘적휘적 거리며 지훈에게서 멀어져갔다. 잠깐 멍한채 서 있던 지훈이 재빨리 다니엘의 번호를 제 폰에 입력시키고 다니엘이 만지고간 제 머리에 손을 가져다댔다. 


" 진짜..나 좋아하나.. 아니, 내가 좋아하는건가. "


 

4.


" 우진아. "

" 어. "


멍때리면서 빵을 먹는 지훈이 신기한지 쳐다보던 우진이 저를 부르는 지훈의 부름에 어라고 대답했다. 또 잠시 멍하니 빵만 먹던 지훈이 손에 꼭 쥐고 있던 빵을 책상위에 내려놓고 우진을 보며 말했다.


" 다니엘 선배가 나한테 번호 알려줬다? "

" 엥? 번호? 전화번호? "

" 응. "

" 헐, 왜? "

" 몰라 나도. "

" 번호를 따간게 아니고, 줬다고? "

" 응, 나보고 먼저 연락하라는건가? "

" 헐 그런가보다 진짜 니 좋아하나봐. "

" 내가 연락을 해야되는건가? "

" 하고싶으면 하고 싫으면 안하면 되는거지. "

" 모르겠으니까 그러지. "

" 쯧, 어쨋든 응원한다 친구야. "


우진이 지훈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하자 지훈이 다시 책상위에 올려두었던 빵을 집어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5.


집에 돌아온 지훈은 카톡을 열어 다니엘의 프로필 사진을 보았다. 누가 찍어준 사진인지 학교벤치에 앉아 있는 다니엘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상태메세지에는 '기다릴게 J' 라고 적혀있었다. J..J 이거 나한테 하는말인건가 싶은 지훈이 결심한듯 1:1 채팅을 눌러 화면을 켰다. 한참을 뭐라 써야하나 고민하다 다니엘선배님, 안녕하세요. 라고 썼다 지우고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 박지훈인데요. 라고 썼다가 지우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선배님 안녕하세요, 박지훈입니다. 라고 쓰고 보냈다. 지훈이 톡을 보내자마자 1이 사라지고 어, 안녕. 이라는 다니엘의 답장이 바로 왔다.


[ 저 물어보고싶은게 있는데요 ]

< 뭔데? >

[ 혹시.. 저 좋아하세요? ]


읽었는데도 한참 답장이없자 안좋아하는데 내가 괜히 착각을 한건가 싶은 지훈이 핸드폰을 침대에 던져놓고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 아 어떡해, 아닌가봐.. 아씨 박우진 진짜!! "


괜히 우진을 들먹이며 어쩌지어쩌지 앞으로 마주치면 어쩌지.. 앞으로의 학교생활을 생각하며 좌절하고 있을때 카톡- 하는 알림음이 들렸다. 볼까말까 고민하다가 재빨리 침대 위에 올라가 카톡을 확인한 지훈의 얼굴이 빨개졌다.


< 좋아해, 지훈아 >


누가보지도 않는데 빨개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지훈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이번엔 지훈이 읽어놓고 답장이 없자 다니엘이 전화를 걸었다.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지훈이 핸드폰을 들어 발신인을 확인하자 다니엘선배 라고 뜬 화면을 보고 눈이 똥그래지면서 목을 큼큼 하며 다듬었다.


" 여..여보세요? "

- 왜 답장이 없어.

" 아..아니 저 그게.. "

- 니는 나 안좋아하나.

" 저 그게.. "

- 그렇다면 미안.

" 아니 선배님! "

- 어.

" 좋아..해요.. 좋아해요 저도! "

- 지금 잠깐 볼까?



6.


지훈은 잠깐 보자는 다니엘의 말에 입고있던 츄리닝을 벗어던지고 분홍색 니트에 청바지를 입고 연갈색 코트를 손에 들고 밖으로 뛰어가듯 나왔다. 이미 먼저 와서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다니엘을 발견한 지훈이 손에 들고 있던 코트를 주섬주섬 입고선 뛰어오느라 엉망이된 머리를 정리하며 다니엘에게 다가갔다. 검은색 롱코트를 입고 있는 다니엘의 모습에 감탄하며 지훈이 다니엘 앞에 서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다니엘이 고개를 들고 지훈을 보았다. 지훈이 다니엘의 옆에 어색하게 앉자 다니엘이 주머니에서 손을 빼 지훈의 앞에 내밀었다. 무슨 뜻인지 몰라 갸우뚱하며 지훈이 쳐다보다 살짝 튀어나온 캔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었다. 


" 아, 따뜻하다. "


지훈은 다니엘이 건낸 초코라떼를 볼에 가져다 대며 따뜻한지 볼에 비비적거렸다.


" 연락..안하는줄 알고 걱정했는데 해줘서 고마워. "

" 연락하라고 주신거잖아요, 번호. "

" 학교에서 내내 기다렸어, 네 연락. "

" 무슨뜻일까 고민 좀 하느라고.. "

" 그냥 너 번호를 물어볼걸 그랬나. "

" 보통은.. 그렇게 하죠, 마음에 들면 번호를 물어보지 먼저 알려주지는 않죠. "

" 미안, 내가 잘 몰라서. "


여태 들었던 다니엘의 딱딱한 목소리가 아닌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리지 지훈이 살짝 긴장이 풀렸는지 다니엘의 말에 곧잘 대답했고, 미안할 일이 아닌데 미안하다고 하는 다니엘의 말에 지훈이 푸흐흐- 하고 웃었다. 


" 선배님. "

" 어? "

" 그럼 여태 저한테 계속 잡혀 주신거였네요 제가 선도 설때 마다. "

" 응, 너 눈에 띄고 싶어서. 덕분에 학교 청소도 열심히 했어. "

" 그래도 많이 빼드린거 였는데, 벌점. "

" 알아. 거의 매일 잡혔는데 학교 청소만 시키더라. "

" 제가 그때부터 선배님.. 좋아했나봐요. "

" 일찍 알았더라면 청소 더 안했을텐데. "

" 이제는 청소할 시간에 저랑 놀아요. "



7.


어제 다니엘 때문에 잠을 설친 바람에 아침을 먹지 못하고 온 지훈이 교실에 들어오자 마자 가방에서 주섬주섬 빵과 우유를 꺼내더니 비닐을 벗기고 빵을 한입 가득 베어 물었다. 잠을 제대로 못자 피곤할텐데도 싱글벙글 웃으면서 먹는 지훈이 낯선 우진이 뭐 좋은일 있냐고 물었고, 지훈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우유곽을 뜯어 벌컥벌컥 마셨다.


" 뭔데, 뭐가 그렇게 좋은데. "

" 나... "


말을 하려던 지훈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우진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나 연애해-


" 헐...헐 박지훈 배신이다 진짜. "

" 흐흐 부럽지? "

" 누군데, 설마 다니엘선배? "


지훈이 우진의 입에서 다니엘의 이름이 나오자 더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이 계속 배신이라며 지훈에게 말했지만 지훈은 신경도 안쓴채 먹는거에만 집중을 하다 짧게 울리는 핸드폰진동에 후다닥 핸드폰을 확인했다. 다니엘의 톡을 확인한 지훈이 빠르게 답장을 보내고 저를 째려보는 우진에게 나 오늘 데이트한다- 라며 들뜬 목소리로 얘기했다


< 학교끝나고 데이트할까? >

[ 응, 좋아요! 이따봐요 다니엘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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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풋풋한 녤윙을 써보고 싶었는데 아주 평범하디 평범한 내용이네요

써보고싶은건 무궁무진하지만 표현력은 너무나도 한정적이라ㅠㅠㅠ 

그래도 늘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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