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의 해가 준우의 방을 비추어 내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 바로 서울로 상경한 취준생인 준우는 풍족하지 않은 재정 때문에 제대로 된 자취방을 구하지 못하고 서울의 달동네 꼭대기 3평 남짓의 원룸에 겨우 터를 잡았지만 취업의 문은 좁고 높았다.

이렇다 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의 준우는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는 통장을 보다 잠들었는지 한 손에 통장을 쥔 채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더위에 인상을 있는 데로 찡그리며 아직도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오전 7시경 한강공원 주변에서 한 구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시신의 목에 유성펜으로 길게 그려진 선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전에 발생했던 사건과 같은 연쇄살인 사건 이라 확신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였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3평 남짓한 방 안에 어울리지 않게 한쪽 벽면을 크게 차지하는 TV는 지난밤 켜둔 채 였는지 아침까지 켜져 있었고 한참 뉴스가 나오고 있던 참이었다.

참을 수 없던 더위에 준우는 인상을 쓰며 느릿느릿 이부자리에서 벗어나 햇빛이 닿지 않는 쪽으로 기어가 눈을 떴다.

그런 준우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아직도 연쇄살인 사건의 관한 기사를 다루고 있는 뉴스의 장면이었다. 블러 처리가 많이 되어있었지만 지나가며 보아도 준우가 사는 달동네 주변 이었다.

"연쇄살인 사건이라... 이 근처네... 경찰은 뭐 하는 건지. 씨발 불안해서 세상 살겠나!!"

누워있던 몸을 벌떡 일으키곤 아직 손에 쥐어져 있는 통장을 보더니 짜증스럽게 머리를 헝클이고는 손에 들고 있던 통장을 뒤쪽으로 던져버렸다.

이불 밑에 있던 휴대폰을 꺼내어 알림창을 확인했지만 화면 가득 있는 것이라고는 폭염주의보의 재난 문자와 연쇄살인 사건의 관련된 안전문자. 나머지는 게임 알림 아니면 광고 뿐이었다.

기다리는 연락이라고는 면접을 봤던 회사 뿐이지만 그렇게 기다리는 연락은 단 한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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