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두두두두---'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조용하던 유격장을 울린다. 무슨 일인가 싶어 하나 둘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몇몇은 밖으로 나와 구경한다. 지리상 헬기가 착륙 할 장소가 존재하지 않아 착륙하지 않은 체, 적당한 위치에서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정지한다. 반짝이는 라이터가 연병장 한 가운데를 비추고, 그 곳으로 6명의 남자들이 바람을 뚫고 다가간다. 기다란 줄이 땅으로 늘어떨어지고, 검정색 흑복을 입은 사내가 그 줄을 타고 내려온다. 서로가 간단한 경례를 하고 차례로 줄을 잡고 올라가고 시끄럽던 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이내 자취를 감춘다.




헬기에서 내려 온 이는 대영인듯 했다.


헬기에 탑승하자마자 흔들리고 시끄럽지만서도 주어진 자신들은 흑복을 찾아 입는 손놀림은 결코 흔들리지 않음이다.  옷을 다 입고 자리에 착석하자마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대영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좋아보이지 않은 표정을 한 시진이 힘겹게 말을 꺼낸다.



"부팀장...강선생, 연락은..했습니까?"

간절한 눈빛을 보이며 물어오는 시진의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주고 싶지만 정 반대되는 대답을 해야하는 대영의 입이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하아....."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명주가 계속 시도는 하는데 아직.."

조금 전 브리핑을 듣는 내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듯 보였던 시진이었다. 해서는 안되는 생각이었지만 평소 모연이 일하는 응급실이 아닌 VIP가 인질로 잡혔다는 소리에 조금이나마 다행감을 느낀 시진이다. 흔들리고 무너지려던 그가 이 사건을 맡아 지휘해야하는 책임자라는 말에 애써 다잡았던 시진이었다. 헬기에 몸을 싣고 제발이라는 생각으로 대영에게 묻는 시진은 돌아오는 대답에 깊은 한 숨을 내쉰다.




"뭔데, 지금 이 시간이면 아직 출근 안 하신거 아니야?"

"유시진!!"

"아니..당직, 어제 당직이었어. 아직 퇴근 하..."

"아...정신차려. 너가 차려야지 유시진."

"그래. 아무일 없을거다."

"정신이 확 드네 아주. 미치겠다."

평소와 같은 듯 하지만서도 어딘가 모르게 냉정하지만은 않은 모습에 그저 자신의 여자친구가 근무하는 곳이 관련되어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보다 더 큰 일이 시진을 옭아매고 있음을 알아챈 그들이다. 시진의 말을 듣자 각 팀의 팀장들도 숨이 턱 막혀오는 기분에 목 언저리를 만지며 한 숨을 토해내며 무심하게도 밝아오는 창 밖을 바라본다.




"빅보스. 추가적으로 보고 드릴게 있습니다."

"하십쇼."

"병원 내부. 그러니까 인질로 잡힌 해성병원 본관 전체에 소형EMP로 전기가 모두 차단되었답니다. 병원 내부의 상황은 일절 모르고 현재 전력 복구 중입니다."

"후아...."

"미친다 진짜."

헬기에 탑승하자마자 시진은 부대의 중대장이 아닌 한 팀의 팀장.

이번 작전을 실행하는 작전팀의 지휘관이었다. 시진의 콜사인을 부르는 대영의 말에 정신이 돌아오는 시진이 달라진 눈빛과 함께 추가적인 보고를 듣는다.


그리고는 어처구니 없는 보고에 착잡함이 분출되어 깊은 한 숨을 내쉰다.


복구. 그렇다 그 놈의 복구는 전기가 나가지 않은 다른 건물의 전력을 끌어다 사용하는 것일 테였다. 그때까지의 시간은 지금 이들이 현장에 도착할 때쯤이면 원상복구가 될 것이었다. 그럼 그 때서야 병원 내의 상황을 파악하고 작전을 세울 것이었다. 모든 것이 조금씩 미뤄지고 늦어질 상황에 짜증이 나는 것이다.


더하여 시진은 모연의 걱정에 더욱더 답답함을 느끼는듯 목 언저리를 매만진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중이었다면 수술방까지.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환자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고가고있을 테였다. 그 가운데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모연이 고군분투하며 자신을 기다리고있을 것이었다.

땅 속 깊이 꺼져가는 기분을 다잡으며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세차게 흔든 시진이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동안 모연과 했던 여러 말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듯 보인다.





  - 살인범들은 대게 호감 형이죠.

  - 그건 그런 것 같네요.

  - 이 순간에 진지하면 내가 무섭죠. 여기 우리 둘 밖에 없는데.

  - 걱정 말아요. 미인과 노인과 아이는 보호해야 한다는 게 내 원칙이라.

  - 다행이네요. 셋 중 하나에 속해서.

  - 안 속하는데.

  - 노인이요.

"강선생은 미인입니다.”




  - 나에요 조국이에요? 대답 잘해야 할거에요. 한 번 밖에 안 물을 거니까

  - 일단 강모연이요.

  - 일단?

  - 한 번만 묻는다면서요

  - 그건 일단 강모연이요를 듣기 전이죠. 두 번 물으면 어쩔건데요?

  - 그래도 강모연이요

"내 조국은 언제나 강모연입니다."











#. 해성병원 시점.

시진이 없는 날. 여느 때와 같이 병원에서 당직을 하는 모연은 어김없이 바쁘게 움직이고있었다.  급성 맹장으로 실려 들어온 어린 아이를 수술장에 올리고는 한 숨 돌리며 쉬고있던 그 때였다. 응급차 소리가 연달아 들린 것은... 그리고 곧이어 두개의 베드를 밀고 들어오는 다급한 구급대원이 응급실 안으로 들어섰다.  응급해보이는 상황에 쉬고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들었다.



"TA환자입니다."

구급대원은 옆에서 환자의 상태를 읊고 모연은 그 것을 들으며 눈 앞에 정신을 잃고 누워있는 환자를 살핀다.

"여성분은 신경외과 김선생님 콜하고 의국장 수술장 잡아. 김간호사는 환자 보호자분 한테 연락하고 빨리!!"

모연의 소리가 날카롭게 울리자 여기저기로 뛰어간다.





-

무려 5시간이 걸린 기나긴 수술을 끝나고 녹초가 되어 수술실을 나선 모연의 앞에 선 것은 다름아닌 이사장이었다.

"뭐..지?"

"수술은 잘 된 겁니까?"

"당연하죠. 의식 깨어나는 대로 병실로 옮길겁니다. 보호자세요? 이사장님이?"

모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 환자가 친척동생이라 말하는 이사장의 모습에 정말이냐며 다시 한 번 묻는다.

"그러니까 부탁 좀 합시다."

"뭔데요?"

"한석훈 쟤. 주치의 좀 해줘요. VIP로 올라가서"

"저 오늘 당직인데요?"

"깨어나면 병실로 옮긴다며 그럼 잠깐 시간내서 좀 봐주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닌가? 강선생 왜 이렇게 모지나? 나랑 관련있는 사람이라 그건가!?"

"뭐래...? 그냥 튕겨 본거 거든요? 저 제 환자 막 모르는 척하고 그러지 않네요. 그럼 있다가 다시...보고 저 가봐도 되죠!?"

모연이 석원을 지나쳐가고 석원 또한 자리를 뜬다.






-

시간이 흘러 수술을 끝낸 환자가 VIP병실로 옮겨지고 모연이 그 뒤를 따라 올라간다. 그 사이 보호자가 도착한 것인지 병실에 미리 도착해있는 모습이다. 간단하게 인사하고 환자의 상태를 다시 한 번 알리려는 그 때였다.



'콰앙---'하는 커다란 폭발음이 울린 것은...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소리를 지르고 꼭 감았던 눈을 뜨면 무슨 일인가 싶어 서로를 쳐다보던 이들이 저만치 서있는 이사장에게 시선을 던진다.



"하아......놀랬네."

가슴에 손을 올렸다 내린 석원이 방안의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을 꺼내 사태파악에 나선다. 통화음이 울리고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전에 비상임을 알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온 병원을 뒤덮는다.



"뭐야. 뭐에요?"

'CODE BLACK. CODE BLACK.'

"뭐야. 선배 뭐에요 이거?"

"석원아 이게 뭐야?"

"코드블랙."

"폭탄이나 위협. 소리로 봐서는 폭탄이겠죠? 일단 내려가볼게요."

"!!!!!!!!"

모연이 같이 올라온 민지, 치훈과 함께 내려가 상황을 살피겠다며 병실문을 열면 저 멀리 VIP 복도를 가득 메우기 시작하는 검은 복면을 한 남자들이 여럿 보여 다시금 문을 닫아버린다.



"뭐야. 밖에 무슨 일..."

"아무래도...폭탄과 위협인 것 같아요..밖에 이상한-악!!!!!"

방 문을 닫고 그 문에 기대어있던 치훈이 갑자기 열린 문에 소리를 지르며 문에서 떨어진다. 한 남자가 총으로 보이는 물건을 들고는 총구를 자신들에게 겨냥한 체 방 안에있는 사람들을 한 번 훑고는 방문을 쾅-하게 닫고 나갈 동안 제대로 된 숨 한번 쉬지 못한 이들이 한 번에 숨을 몰아 내쉬고는 눈동자를 굴린다. 아무래도 꽤나 심각한 일이 벌어진 듯한 상황에 그저 숨을 죽일 뿐이었다. 조용한 공간을 깬 것은 갑작스레 울리는 석원은 핸드폰이었다. 깜짝 놀라며 화면을 바라보면 조금 전 전화를 받지 않았던 이다. 통화버튼을 누르고는 상황파악을 위해 운을 떼면 '팟-'하는 소리와 함께 암흑 천지가 되어버린다. 창밖으로 달려가 밖을 내다보면 다른 건물은 여전히 불빛을 내고있고, 본관만이 깜깜함을 뽐내고있었다.




"응급실!!!!!"

무슨 일인지 전기가 끊겼음을 느낀 모연이 응급실을 외치며 문을 향해 달리고, 망설임 없이 문을 연다.


문 앞에 서있는 남자가 몸을 돌려 모연을 향해 총을 겨누지만, 환자 생각으로 가득한 모연은 자신을 향해 겨눠진 총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무시하고 달리던 모연의 팔이 보초를 서고있던 남자의 손에 붙잡혀 돌려졌고 복도에 내팽겨지듯 던져졌다.



"(기지배가 상황파악이 안되나?)"

"뭐라는거야?"

영어도 아닌 아랍어를 하는 이들의 말을 알아들을리가 없는 모연이었다. 다른 곳에 서있던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와 '여의사. 그냥 가만히있지? 날뛰지 않아도 죽여 줄 테니.'라며 한국어로 말하자 상황 파악이 되는듯 했다. 사라진거라 생각했던 지난 납치가 오버랩되어 모연의 머릿속을 떠다니기 시작했다.




누구인지, 어디에서 온 납치범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지금 모연의 심장이 쿵쾅쿵쾅 펌프질을 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VIP실이라면 구비 되어있는 손전등을 찾아 꺼낸 치훈이 모연의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불안정한 모연의 증상을 알아채고는 옆에 앉아 천천히 호흡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점점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하자 납치되었던 생각들이 아닌 믿음직스러운 자신의 남자가 떠올랐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진이 자신을 찾아 오고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 모연은 시진과의 추억을 하나하나 되내이기 시작했다.


  - 되게 무서웠어요. 대위님이 죽었을까봐.

  - 강선생 믿고 들어간 건데, 나 죽게 안 놔뒀을거잖아요.

  - 매번 이렇게 모든 일에 목숨을 거는거죠?

  - 나일 잘하는 남잡니다. 내 일 안에 내가 안 죽는 것도 포함되어 있고

"일 잘하는 유시진씨...보고 싶어요."




  - 어디에요. 거기, 지금 뭐 보여요. 보이는거 아무거나 말해봐요. 내 목소리 들려요? 조금만 기다려요. 내가 갈게요. 내가 찾을게요.

  - 빅보스 송신. 강선생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요. 내가 반드시 찾고 내가 반드시 구할 겁니다. 알죠? 나 일 잘하는 남잔거. 금방 갈게요. 그러니까 겁 먹지 말고 울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게요.

"오고있어요? 기다릴게요. 유시진씨..."









#.

  - 너무 걱정돼요. 험한 일 하시는 분들은 농담으로도 해결 안나면 어떻게해요?

  - 서로 의지하죠.

  - 그렇구나..

  - 지금하는 걱정 중에서 내 걱정은 뺍니다. 할 수 있습니까?

  - 대위님두 유대위님 잘 부탁합니다. 제가 진짜 많이 좋아하거든요. 오면 말해주게요.

"강선생이 걱정 됩니다."

"내 걱정은 뺍니다. 난 유시진씨 믿으니까..."






서로의 생각이 서로에게 전달된 것일까. 병원에 도착한 시진도, 인질로 붙잡혀있는 모연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있을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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