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주제: 사랑을 이야기할 때 늦었다는 말은 없어요

*하이큐 오이카와 토오루 드림




늦은 게 아니야




오이카와 토오루는 자신이 어째서 그녀를 좋아하게 된 건지는 잘 몰랐다. 언제부터였는지도 잘 모른다. 어느 날인가부터 웃는 얼굴도 화난 얼굴도 마음이 찡할 만큼 귀엽고, 종알종알 잘도 떠드는 입술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야, 듣고 있어?"


떠드는 목소리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응. 계속 얘기 해."

"어제 그래서 집에 가는데 인도 안쪽으로 걷게 하는 거 있지."


그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그녀의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진짜 멋있지 않아? 언제 이렇게 멋있어진 거지."


행복해죽겠다는 표정만 아니었더라도 이렇게까지 비참한 기분은 아니었을 텐데.


"그 정도는 누구라도 하는 거 아닌가? 연애하더니 행복 기준점이 너무 낮아져버린 거 아니야? 하긴 남친 보면 남자 보는 눈 낮은 건 확실하니까 어쩔 수 없지."


괜히 딴죽을 거는 건 어쩔 수 없는 심술이었다. 


"야! 내 남친 완전 멋있거든?! 솔로카와 주제에 뭐래!!!"


인상을 팍 구기면서 마구잡이로 발길질을 해대는 쪽이 더 안심 됐다. 오이카와는 어이쿠, 하고 일부러 큰 동작으로 발길질을 피하며 씁쓸한 안도를 삼켰다.


"여친한테 차였다고 나한테 시비 걸지 마."

"시비라니 객관적인 판단인데 넘행."

"귀여운 척도 하지 마."

"에, 오이카와 씨는 원래 귀여운데요?"

"꺼져라 진짜."


어린애들처럼 왁왁 싸우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다물었다. 일시적인 휴전이었다.


"…야, 오이카와."

"응? 왜?"

"넌 왜 다시 여친 안 만들어? 저번에도 2학년에 엄청 귀여운 애한테 고백 받았다면서. 마음만 먹으면 사귀잖아."


잠시 숨을 돌리던 사이에 펀치를 맞았다.


"…………."


아. 갑자기 이러는 건 좀 반칙 아닌가.


오이카와는 자신의 얼굴이 제대로 웃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눈앞의 여자애가 창밖에 한 눈을 파는 사이에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만져 표정을 확인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고백 받았다고 다 사귀면 여친이 한 다스는 되게?"

"와, 재수 없어."

"오이카와 씨는요, 누구씨랑 달리 인기가 엄청 많거든요."

"걔네 완전 눈 삐었지. 오이카와가 뭐가 멋있다고. 내 남친이 훨씬 멋있구만. 물론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곤란하겠지만."


투덜투덜 괜히 얼굴도 모르는 오이카와의 팬 여자아이들에게 짜증을 내는 입술을 보던 오이카와가 툭 뱉어냈다.


"여자친구가 되어줬으면 하는 사람은 있었는데."


말해놓고도 아차 싶은 충동이었다.


"진짜?! 누군데? 여태까지 한 번도 말한 적 없잖아."


동그랗게 커진 눈을 보니 멋대로 말이 튀어나가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그냥, 있었어. 말할 필요가 없어서."

"내가 모르는 사람이야?"

"…아마도?"

"와, 대박. 어떻게 지금까지 말을…어? 야, 근데 왜 과거형이야?"


그건 네가 바보니까.


오이카와는 간신히 그 말을 혀끝에 붙들어 두는 데에 성공했다.


"이미 고백하기엔 늦었나 생각했어."

"에엥. 왜? 유부녀야?"

"…어디까지 가는 걸까요, 상상력대장의 상상력."


차라리 유부녀였다면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포기는 빠르게 할 수 있었을 테니까.


"아니면 뭔데. 늦은 게 어딨어 그냥 고백하면 되지."

"…………."


동그랗게 뜬 눈에는 다른 의미 같은 건 없었을 것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걸 알았을 리 없는 둔해빠진 여자애였다.


분명히 그랬을 텐데.


"…그런 걸까."

"그 뭐냐 저번에 데이트할 때 아만다 사이프리드 나오는 영화에서 봤는데 사랑에는 늦었다는 말이 없댔어. 아만다 사이프리드 진짜 예쁘더라."


최근에 남자친구와 봤다는 영화 이야기를 하는 데에는 분명히 아무 의미도 없었을 테지만.


"…그런가."


오이카와는 조금쯤 들뜨고 마는 자신을 어찌할 수 없었다.




사랑을 이야기할 때 늦었다는 말은 없다.


그러니까 아마 자신은 늦은 것이 아니라 빨랐던 것이다.

―너무 빨라서, 너의 첫사랑이 끝나기도 전에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뿐이라고.


오이카와 토오루는 생각했다.
















근데 안 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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