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이이와조금, 서사 조금 들어갔네요!!!!!

히히히 이제 거의 막바지군요!


3500자입니다!



애매하게 지속되는 관계는 점점 정을 쌓아가. 낯설었던 시선도 익숙해지고 경계했던 날들도 무뎌지지. 마음을 놓고 있는 사이 사건은 벌어지는 법이야.

이와이즈미의 히트사이클, 평안했던 사이 갑자기 찾아오는 거지. 평소처럼 집에서 쉬던 날이었으면 좋겠다. 오이카와는 체육계라 연습을 하러 떠나는 일이 잦았으니, 하필이면 오이카와가 없는 그 날이면 좋겠다.

몸은 묘하게 달아오르고, 미열이라도 낫나 싶어서 먹은 감기약이 메스꺼웠지. 몸살인가 싶어 방에 누워있기도 잠시, 할 일이 생각나. 맞다, 빌린 DVD 오늘까지 였지.

잠시 고민하다가도 집 앞이니 금방 다녀오자 싶었을 거야. 빌린 DVD를 반납할 때 까지만 해도 버틸만한 수준이라 후드 모자 하나 쓰고 슬리퍼를 끌며 걸었어. 문제는 이와이즈미의 페로몬이었지. 자제도 없이 풀풀 풍기는 페로몬이 길을 따라 퍼질 거야.

점점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동시에, 이와이즈미는 몸을 사리지만 이미 퍼진 페로몬은 어쩔거야? 덜덜 떨면서 골목길 사이로 몸을 숨겨. 핸드폰을 들다 한번 떨어트리기도 하고 점점 오르는 열에 눈앞이 아른 거릴 정도겠지.

오이카와는 합숙 중이니 전화해봤자 걱정만 할테고, 구급차를 부르자니 혼자라서 무섭지. 아는 사람이라곤….

몸이 쳐져서 점점 땅으로 무너져가는데, 누군가 턱 손목을 잡는 거지.

: 하지메!

이와이즈미가 기억하는 문장은 ‘하지메’ 그 이름 뿐이었어. 뭐라고 말했는지, 어떻게 된건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상대의 페로몬만은 기억했지. 익숙한 향, 마음이 확 풀어져서는 그대로 안겼던 것 같아.

: 마츠….

: 됐어. 약은?

: 몰…라….

마츠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위에 자켓을 덮어. 이대로 페로몬을 풍기게 둘수는 없어. 아무리 알파나 오메가가 없다고 해도,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고 하잖아?

이와이즈미의 볼을 감싸서 고개를 억지로 올려봐. 풀려 빨개진 눈가에 침이 꿀걱 넘어가. 저도 모르게 이와이즈미의 목 뒤를 잡아 끌어안았다가, 다시 떼어내. 정신도 못차리는 오메가라니, 다른 생각이 들기 전에 번쩍 들어서 등에 업어.

끙끙거리는 호흡 소리가 들릴때마다 움찔하는 마츠카와, 표정 변화는 없는데 귀끝이 벌개졌으면 좋겠네.

마침 차를 끌고 와서 그대로 뒷자리에 앉히고 안전밴트까지 매줬는데 칭얼거려서, 조수석으로 옮겨줘. 조수석 자리에 앞에 있는 보관함을 막 뒤지니 작은 약통하나가 나와. 마츠카와는 두알 정도를 급하게 꺼내 입으로 쑤셔 넣는 거야. 운전대 잡고 잠시 머리 숙여 헉헉거리는데, 이와이즈미는 점점 정신을 놓아버리는 걸로.

점점 극심해지는 페로몬에 마츠카와도 별수 없었을 거야. 차마 오메가를 건드리지는 못하고 계속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만지고 싶었던 머리칼도 코도 입술도, 벌건 목덜미에 이를 박고 싶은 충동을 애써 삼키지.

젠장할, 왜 하필 나야,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운전대를 치다가 정신차리는 거야. 상대는 히트사이클이 온 오메가고, 마츠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첫 히트사이클이란 것도 몰랐으면 해. 알파인 오이카와가 곁에서 지키고 있으니, 그렇게 죽고 못사는 친구사이라면서 히트사이클을 그냥 뒀을 리가.

: 젠장.

마츠카와는 서둘러 안전밸트를 풀고 이와이즈미를 안아 들어. 이쪽도 한계라서 말이야. 손님방도 아닌 자기 방에 이와이즈미를 곱게 눕히고는 빨개진 눈으로 나오는 거야. 당장 뛰쳐나와서 갑자기 달아오른 흥분감에 몸을 떠는 거지. 입에서는 절로 욕지거리가 나오고, 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

마츠카와는 이와이즈미의 핸드폰을 들고 나왔어. 오이카와에게 전화할 거야. 아쉽게도 마츠카와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어.

두손 들고 이와이즈미를 오이카와에게 보내줄 뿐이야. 유일하게 이와이즈미와 친구로 남을 기회였으니까. 오이카와는 마츠카와의 연락을 받고 급히 올라올거야. 첫 히트사이클이니 가족들에게도 알릴테고, 여차 하면 병원에 갈수 있도록 준비해야했거든.

 

 

이와이즈미가 의식을 차렸을 때는 이미 시야에 마츠카와가 없었을 거야. 전화도 문자도 그저 향기만 남아서, 이와이즈미가 정신 못차렸으면 해. 히트사이클이 너무 극심하게 와서 이틀을 입원할 정도 였거든.

극심하게 히트사이클을 겪을 무렵 닿았던 마츠카와의 향기가 적나라했는데, 꿈인가 싶을 정도로 마츠카와는 자신을 찾지도 보러오지도 않았어. 그냥 착각이었을까. 오이카와를 마츠카와로? 그게 더 이상하지.

: 이와짱-, 왜 그래? 어디 아파?! 아파?? 응??

: 아, 잇, 저리 , 저리 떨어져. 떨어져! 바보카와!

: 얼마나 걱정했는데-!

: 여기 6인실, 이라고! 떠, 떨어져!

애정표현 심한 남자친구네, 다들 힐긋힐긋 보다 마는데 이와이즈미의 얼굴은 타들어가고. 오이카와는 부끄럼을 모른다니까.

: 왜! 내가 부끄러워! 어!

: 창피해! 바보카와!!

겨우 오이카와 떼어내도 안가겠다고 고집부리면서 옆에 있을 거야. 이와이즈미는 부끄러워서 침대위에 달린 커튼 막 치고 볼 거 같다. 첫 히트사이클이라고 동네방네 소문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 ….

퇴원만 해봐. 오이카와를….

: 이와짱이 히트라니-. 기분은 어때? 응? 진짜 남자가 된 기분, 악! 물었어?!

오이카와 손 콱 물고 병실 침대에 누워 등을 돌려. 이불을 머리까지 쓰고 오이카와를 피해. 그래 아이에 우주에 소문을 내지 그래.

오이카와가 궁시렁 거리며 돌아간 뒤, 이와이즈미는 핸드폰을 들어. 마츠카와에게 전화해보지만 깨어난 뒤로는 연락이 안될 거야.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말만 울릴 뿐, 퇴원 할때즘에는 문득 걱정이 들더라고. 만약, 그게 착각이 아니라면?

내내 마음 한구석이 멍든 것처럼 미미하게 신경쓰여. 누르면 아프지만 그냥 있으면 또 괜찮은 것처럼.

이와이즈미에게 마츠카와는 여전히 아픈 손가락이었어.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났을 때도 이랬는데. 이와이즈미는 조용히 마츠카와를 그리워 할 거고, 차차 깨달았으면 좋겠다. 마츠카와에 대해 아는게 없구나. 알파라는 것 이외에는….

: 마츠-카와-잇세이.

이름은 진짜일까. 신기루처럼 사라질건 또 뭐야. 이와이즈미는 내내 마츠카와를 생각하다가, 결국 만나는 거야. 같은 마츠카와이긴 했지만, 좀 다른 사람을.

그 날은 갑자기 소나기가 오던 날이었고 운좋게도 가방에 우산이 있었어. 다들 처마 아래에서 핸드폰을 붙잡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고, 이와이즈미는 우산을 꺼내들었지. 아마도 집근처 마트를 들렀다 오는 길일거야. 짧게 본 장에 가벼운 비닐 봉지, 어깨가 아프더라니 역시 비가 오는 걸까 하고 우르르 쾅쾅 거리는 하늘을 바라봤어.

처음에 그 뒷 모습을 봤을 때, 마치 하늘이 우연인척 마츠카와를 내려보낸 줄 알았지. 처마 아래에서 비를 피하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어. 막상 마주하려고 보니 식은땀이 나서, 심호흡을 했지.

왜 내 연락을 피했냐고, 아니, 걱정했다고 말해야 할까. 주저 하던 그 때, 빗줄기가 약해진 틈을 타 사람들이 밀려 나왔어. 덕분에 이와이즈미는 등살에 밀려 앞으로 쿵 다가왔지.

다가온 김에 용기를 내서 확 손목 잡았으면 좋겠다.

: 마츠카와!

휙 돌려진 얼굴을 마주해. 이와이즈미는 두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지. 분명, 마츠카와인데. 비슷한 듯, 묘하게…. 이와이즈미가 그뒤로 말이 없으니 마츠카와로 보이는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 해.

: 나, 알아?

비슷한 목소리, 이와이즈미는 당황해서 그대로 굳은채 얼굴을 바라봤어. 그러니 상대는 눈을 굴리며 말할거야.

: 아, 아! 잇세이 친구? 그래?

이와이즈미는 그말에 마치 자석처럼 고개를 끄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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