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 오피스텔


그녀들은 영영 헤어질 각오로 살과 살을 마구 부대꼈다

엉킨 머리카락의 주인이 헷갈릴 즈음 그녀들은 이사를 왔다 달마다 반백만을 가져가는 돈주머니같은 곳에 둥지를 트자, 내일도 모레도 없는 목소리로 미래를 이야기했다


너는 양은냄비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한순간 식어버리곤 짜증을 내지

그건 잘 몰라서 하는 말이었다 그녀는 법랑냄비마냥 피곤한 사람이었고 스테인리스만치 순수했다 스위치를 끄는 것도 켜는 것도 온전히 그녀의 몫이었다

가끔 생각한다 너에게 데였던 시간 무의식만이 평화로웠던 매일 밤 자동인출기 앞에 서서 젊음을 송금했던 매달

나는 너를 필요로 했고 그녀는 미련맞게 착해서 서로를 괴롭혔던 앞자리의 숫자들


우리는 딱 들어찼던 좁은 관棺을 공유했었다 이젠 등을 마주댈 수도 없는 곳에 와 있는 애증 오피스텔, 하늘과 가장 친밀한 꼭대기 층 그곳에서 무슨 말소리가 들릴까

하나였던 것이 두 개가 된 것 뿐이라고 까맣게 물든 나무궤짝이 저마다 웅웅거린다


그녀들은 살과 살을 부대낀채 진동으로 대화할 것이다 아침이 되면 껍데기는 알맹이를 복잡한 눈으로 못질했고 버리기 아까워 그냥 거기 그대로 둘 것이다

빨판상어같은 주둥이를 벌리고 앞으로도 평생, 언니 언니 하며 찌꺼기를 주워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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