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은 눈을 떴다.


천천히 눈을 깜빡이다가 다시 감았다.


그리고 잠시 뒤 눈을 떴다.


짐의 온 몸은 잠의 기운에 묻힌 듯 잔뜩 풀어져 있었고 정신도 몽롱한 상태로 잠의 기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잤는지 시간 감각이 없어져 있었다. 짐은 자신이 어떤 장소에 있는지.. 어디에 누워 있는지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짐은 그걸 깨닫자마자 놀라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짐이 누워 있던 이곳은 새로운 엔터프라이즈의 침실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짐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몸에 긴장을 풀며 다시 침대 위로 몸을 뉘였다.


정말 얼마 만에 깨끗하고 편안한 침대에 누워 보는지... 그리고 깊게 오래 잘 수 있었는지 짐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스팍을 잃게 된 이후 아니 잃었다고 알고 있었을 때.. 짐은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쉬지도 못했고, 편히 잠들어 보지도 못했었다. 그렇기에 지금 누워 있는 침대가 더욱 편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짐의’ 엔터프라이즈에서 느끼던. 그리고 아주 오래전 아이오와 주 작은 스튜디오에서 느끼던 ‘자신만의 집’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지 않았다.


새로운 엔터프라이즈의 침실은 낯설고, 짐이 누어있는 시트에서는 새 표백제 특유의 향기가 어렴풋이 나고 있었다. 그 향기는 짐이 스타플릿에 입대하기 전 낯선 모텔에서 지내던 날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것은 예전처럼 짐을 혼자라는 것을 떠올리게 만들고, 앞날에 대한 막연하며 암담한 기분이 들게 하고 있었다. 짐은 애써 그런 기분을 떨쳐버리기 위해 조명이 꺼진 침실의 천장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돌이켜보면 정말 숨 가쁘게 정신없이 달리고 달려 지금에 이른 것 같았다.


짐은 엔터프라이즈의 최연소 함장으로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았던 것 같지만, 결국 우주 연방에게 쫓기게 된 도망자일 뿐이었다.


짐은 자조적으로 쓰게 웃으며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 시간을 가늠해 보았지만, 도대체 자신이 얼마나 잤는지 잘 인식이 되지 않았다. 짐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을 해서인지 몰라도 실로 오랜만에 편안하고 깊게 숙면을 취한 것 같았다.


“컴퓨터, 스크린..”


짐은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리려고 했다가 잠시 생각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AM. 스크린을 띄우고, 연합 방송 뉴스를 검색해줘.”



홀로그램으로 된 스크린이 짐의 눈앞에 펼쳐졌다. 곧 빠르게 수백 수천 개의 뉴스 채널들이 일제히 떠올랐다가 곧 한 채널씩 스크린에 가득 떠오르기 시작했다.


거의 대부분 짐의 현상수배 사진이 화면에 떠올라 있었다. 그러나 AM에 관련된 내용은 ‘당연하게도’ 없었다.


한편으로는 중립지역에서 스타 플릿과 클링온이 대치중이었던 상황이 밝혀져 있었다. 그로인해 전쟁이 바로 한치 앞에 와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스타플릿에 가입된 행성들이 전체가 모두 알게 되었다. 그리고 클링온과의 대치 상황에 이른 현 시점에서 긴급하게 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스타플릿의 최연소 함장이었고, 지금까지 많은 사건을 해결했으며 또 어쩌면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우주 전쟁에 대해 가장 결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써 말이다.


수십 개의 채널을 보고 있자니 대부분 비슷한 얘기를 방송하고 있었기에 짐은 그냥 손짓으로 스크린을 사라지게 했다.



한 동안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던 짐은 아직도 입고 있던 제복 셔츠를 벗어버리고 부츠를 벗었다. 그리고는 맨발로 터벅거리는 문으로 걸어갔다.


자동적으로 문이 열려서 짐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곧바로 욕실로 들어가 세면대로 향했다.


차가운 물을 손에 적신 후에 그대로 얼굴을 씻었다.



얼마간 찬물로 계속 세수를 하던 짐은 물을 잠그고 몸을 바로 세웠을 때 욕실 문을 열고 스팍이 들어왔다.


거울을 통해 스팍과 짐의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우뚝 멈춰 섰고, 서로를 응시한 채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스팍과 짐은 스팍과 짐 그리고 AM 세 사람이 연결 되어 있던 멜드를 푼 이후 처음 만난 것이었다.




엔터프라이즈는 현재 계속 워프 중이었다.


정확히 어디로 가야하는지 항로가 지정되어 있지 않고 그저 계속 워프로 항해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세 사람 모두 함교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지만 누구 하나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칸이 있던 조타수 자리를 쳐다보니 칸은 아무 말도 없이 함교를 나간 후였다.


짐은 칸이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함교 안에는 짐과 스팍 단 둘이 있다는 사실도 수순 적으로 깨달았다.



짐이 그 사실을 깨닫자 스팍도 알게 되었기에 스팍은 짐에게 걸어왔다. 스팍이 자신에게 걸어오는 걸 보고 있던 짐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스팍은 짐을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고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세 사람의 연결을 풀기를 바라십니까?”

“....”


짐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감정을... 그리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스팍이었지만... 스팍은 예전 두 사람만이 본딩 되었을 때처럼 짐의 감정이나 생각을 절대 읽지 않았다.


그렇지만 짐은 스팍 만큼 정신감응 능력이나 정신력이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스팍과 연결되어 있어도, 스팍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스팍은 짐에게 다가왔다.


조용한 움직임으로 또 다시 짐의 얼굴 위의 멜드 포인트로 손가락을 올렸다.




스팍이 멜드를 시도하자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빛나는 스팍의 존재가 느껴진 후 그 뒤로 장대한 우주 같은 AM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과 연결 되어 모든 것을 알게 된 AM.


그렇기에 AM과 연결 된 짐도 진리를 깨우친 선구자나 선각자처럼 ‘모든 것을 깨닫고 알 수’ 있었다.


AM은 침묵하며 짐의 연결을 끊고 물러났다.




짐은 혼자만의 생각과 혼란스러운 인간적인 감정만을 가진 채 다시 눈을 뜰 수 있었다.


장대한 우주 속에 홀로 버려진 듯한 느낌과 함께.. 짐이 모두 다 알 수 있었던 진리 또한 짐의 것이 아니었기에 다시 무지하고 한 없이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그 느낌은 형용할 수 없는 괴로운 감정으로 짐에게 밀어닥쳤다.



감당 할 수 없는 격렬한 감정의 파도에 휩쓸린 짐은 몸까지 부르르 떨려올 정도였다. 짐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짐은 살짝 비틀거리는 듯 하다가 성공적으로 스팍에게서 몸을 돌릴 수 있었다.


“짐..?”


스팍이 염려가 담긴 목소리로 짐의 이름을 부르자 짐은 눈을 질끈 감았다. 스팍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자 짐은 다시 눈을 뜨고 몸을 움직였다.


“난.. 잠깐 쉬러 갈게.”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낸 짐은 곧바로 함교를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감정이 제어가 안되는 지금... 만약 스팍을 다시 돌아보거나 스팍에게 어깨를 잡혔다가는 짐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몰랐기에 어서 빨리 함교에서 스팍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짐은 스팍을 피해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필사적으로 찾다가 함장의 침실을 떠올리고는 곧바로 침실로 달려갔다.


무작정 함장의 침실로 들어온 짐은 침대로 무너지듯 쓰러졌다. 시트를 덜덜 떨리는 몸 위로 뒤집어썼지만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함선 밖의 차가운 온도를 가진 우주처럼. 마치 그 우주에 맨몸으로 던져진 듯 온몸이 떨렸다.




두 사람은 거울을 통해 스팍과 짐의 눈이 마주친 후 그대로 굳어진 채 서서 한 동안 서로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드디어 침묵을 깬 것은 스팍이었다.


“...난 괜찮아.”

“수면은 취하신 겁니까? 아직 얼굴이 많이 창백해 보이십니다.”

“난 괜찮아.”


짐은 다시 한 번 똑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짐은 그렇게 스팍의 시선을 피하며 다시 세수했다.


세수를 하면서도 짐의 온 신경은 스팍에게 향해 있었다.


스팍이 있는 곳에서 아무런 소리가 나질 않은 것으로 보아 스팍은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짐은 결국 물을 멈추게 하고 물에 젖은 손가락으로 두 눈가를 꾸욱 누르며 잠시 그 상태로 있었다. 세면대에서 몸을 일으킨 채 다시 돌아보니 역시 스팍은 그 자리에 굳어진 듯 서서 움직이지 않고 짐을 쳐다보고 있었다.


짐은 얼굴에서 떨어져 내리는 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한숨과 함께 스팍에게 물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거야?”

“...”


스팍은 짐에게 대꾸하지 않고 짐의 얼굴에서 흘러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젖은 이마에서 방울져 흘러내리는 물방울은 눈가를 지나쳐 코 선을 따라 흘러내려 턱에 매달려 있다가 결국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스팍?”


짐이 다시 한 번 스팍을 부르자 스팍은 그제야 짐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무슨 할 말이 있냐고.”

“...없습니다.”

“그래.”


짐은 몸을 돌려 욕실을 나가려고 했다.


“캡틴.”


짐은 아무 말 없이 다시 몸을 돌려 스팍을 보았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글쎄.”


짐은 욕실을 나가면서 마저 말을 했다.


“이제 앞으로 알아봐야겠지. ‘내’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이야.”


스팍은 짐이 말한 우리라는 단어에 과연 누가 어디까지 들어가 있는지를 생각하고 있는 사이 짐은 욕실을 나갔다.


~


AM의 콤플렉스는 함선의 워프 코어가 있는 공간에 있었다.


AM의 콤플렉스는 육면체에서 피라미드형으로 그리고 구체로 변형된 콤플렉스였고, 이제 더 이상 콤플렉스 안에 갇혀있지 않았지만, 지금도 온전한 자신은 여전히 콤플렉스 안에 두고 있었다.


발걸음 소리가 아무도 없는 코어 제어실 안을 울렸다.


AM은 콤플렉스 안에서 침묵하다가 모든 눈을 들어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인간을 바라보았다.


칸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발걸음으로 AM의 콤플렉스 앞에 섰다.


칸은 아무 말 없이 AM을 쳐다보았고, AM도 마찬가지였다.


AM의 아버지들과 어머니는 칸의 데이터로 인해 AM을 존재하게 할 수 있었다.


최첨단 기술로 존재하게 된 AM은 아이러니 하게도 과거 속 잔재였던 칸에 의해서 탄생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칸은 AM의 구체를 쳐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정말 커크의 짐작대로 내 동료들에게 실험 했나?”

- 그렇다.


AM은 대답했고 칸의 인상이 구겨졌다.


“왜지?”

- 보통의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신체 능력에 대해서 알아야 했고 계산해야 했다.

“어째서?”

- 그래야 스팍을 안전하게 사로잡을 수 있었으니까.


스팍이란 말에 칸의 인상이 험악하게 바뀌었다.


“단지 그 벌칸을 잡기 위해 내 동료들을 처참하게 죽였다는 것인가?!”

- 내가 가지고 있는 벌칸에 대한 자료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서 바로 실험할 수 있는 신체적인 조건을 가진 자들은 너의 동료들 밖에 없었다.


AM의 콤플렉스 위로 예전 칸과 스팍이 싸우던 장면들 모습이 비춰졌다.



과거의 전쟁 무기였던 칸의 존재는 외부에 알려지지 말아야 할 기밀 사항이었다.


그렇기에 스팍과 싸우던 칸의 모습은 모두 시뮬레이션화 되어 기록되어진 자료들에 대해서 영구폐기가 결정되어졌다. 오직 기밀문서로 분류되어 단 한 개의 기록만이 존재하게 되었고, 그 기록 외에는 그 어디에서도 남아있질 않았다.


그러나 AM은 그 영상을 찾아내 스팍과 가장 대등한 위치에서 전투를 하던 칸과 그의 동료들을 찾아내 실험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나를 두고 실험하지 않은 거지?”

- 그럴 수 없었다.


칸은 진정으로 분노하며 외쳤다.


“어째서? 저 벌칸과 싸운 것은 내 동료가 아니라 바로 나였는데!”

- 당신은 날 존재하게 만들어준 사람이니까.


AM의 대답에 칸은 입을 다물고 AM의 콤플렉스를 쳐다보았다.


AM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침묵했다.



칸은 AM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 AM은 A.I인 기계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짐의 설명을 통해 AM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지만 그래봤자 ‘기계일 뿐’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눈앞에서 보고 느끼고 있는 AM은 그저 외부만 기계일 뿐 그 안에 ‘인간’이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저 자신처럼 실험으로 인해 개량되고 개조된 인간인 것처럼 AM도 그렇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 리 없겠지만 칸은 자신을 보는 AM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


AM이 짐을 자신의 콤플렉스 안에 가두어 버린 후에 짐의 의식은 또 다시 AM의 세계 속에 있었다.


I hear her voice in the morning how she calls me

The radio reminds me of my home far away

Drivin' down the road I get a feelin'

That I should been home yesterday, yesterday


점차 또렷해지는 짐의 의식 속에서 불현 듯 존 덴버의 노래가 머릿속에 울렸다.


왜 이 노래가 머릿속에서 불현 듯 떠오르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노래가 머릿속에서 울려대며 짐은 힘겹게 눈을 떴고 그곳에 보이는 것은 아주 황량한 아이오와였을 뿐이었다.



짐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짐은 그렇게 누워서 머릿속으로 들리는 노래와 함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안식처와 같은 스팍의 존재’에 집중했다.


짐은 아주 조그만 목소리로 흥얼거렸다.


“country roads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

West Virginia mountain momma.. take me home country roads.."


그리고 존 덴버의 노래를 듣게 되었을 때가 언제였는지 불현 듯 깨달았다.


아주 오래 전 매튜 중위의 셔틀을 타게 되었을 때 들었던 노래였다.


짐이 결국 살리지 못했던 매튜 중위.. 그러나 이번에는 반드시 꼭 테드를 ‘구하기 위해’ 짐은 마음을 다 잡았다.


“AM. 어디에 있어?”


짐이 AM을 부르자 짐 앞에 AM이 서 있었다. AM은 그렇게 언제나 자신의 세계 속에 신과 같은 모습으로 짐을 맞이했었다.


짐은 AM의 세계로 들어오기 전 AM은 짐과 함께 지구로 돌아간다고 했던 것이 AM과의 마지막 대화였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AM의 세계로 들어온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짐은 AM을 지나쳐 넓게 펼쳐진 아이오와의 황무지를 걷고 또 걸었다.


예전 처음 이곳에 와서 5명이의 동료들과 AM의 세계 속을 헤맬 때처럼.. 그렇게 짐이 이곳에 오기로 했던 목적을 발견할 때까지... 짐은 걷고 또 걸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세계 AM의 세계. 이곳에는 더 이상 분노도 증오도 없었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텅 빈 세계였다.




그리고 드디어 발견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존재하게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존재하고 있었다. 인간이면서도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어. 본연의 자신의 육체였던 거대한 젤리 덩어리 속에서 부유하고 있는 존재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었다.


“안녕 테드..”


짐은 목이 메인 목소리로 테드에게 인사를 했다.


테드는 벙어리였고 원래 말을 할 수 없지만 이제는 짐의 목소리도 알아들을 수 없는 듯 해 보였다. 테드는 외로움만을 느끼며 그저 ‘살아있기만 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짐은 자신의 동료들이었던 다른 4명처럼 그에게 안식을 줘야 했다.


짐은 테드에게 몸을 숙였다.


그리고 테드를 ‘안식’을 줬다.



테드는 공포도 고통도 느끼지 못했기에 죽음이라는 안식을 맞이했을 때 그저 더 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을 뿐이었다.


짐은 테드가 죽은 것을 확인 한 후 눈물을 흘리며 크게 울어버렸다.


이제 AM의 세계 안에 있는 것은 오로지 AM과 짐뿐이었다.


AM은 어느새 짐 앞에 서서 짐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 짐을 바라보며 조용히 침묵하던 AM은 달라진 짐의 정신을 알아차렸다.


짐이었지만 짐이 아니었고 짐의 어딘가에 자리 잡은 또 다른 ‘무엇’을 감지해 냈다.




짐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AM은 엄청나게 분노했고, 거센 분노가 다시 짐의 몸을 찢어버리고 있었다.


AM의 증오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으며 몸이 찢겨지고 있는 짐은 엄청난 고통과 충격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머릿속에 새겨 넣은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


자신이 누구이며, 왜 자신이 다시 AM의 세계로 왔는지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본드를 통해 스팍은 짐의 고통을 빠르게 진정시켜주고 있었다. 스팍의 정신은 짐이 정신을 놓지 않도록 지탱해 주고 있었지만, 온몸이 찢기는 고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AM은 온 몸이 찢겨져 나간 짐의 온 몸을 하나하나씩 파헤치기 시작했다. 달라진 짐의 안에 그 무엇인가를 알아내기 위한 작업이었다.



짐은 온전한 정신으로 온 몸을 해부당하는 고통을 더 이상 참기 힘들어 졌고, 짐의 한계치 이상의 고통을 당하자 그 뒤로 짐에게 찾아온 것은 암흑이었다.


.

.

.


AM은 긴 시간이 지나고 있을 동안 짐의 몸을 몇 번이나 분해해 짐의 몸을 샅샅이 파해 치고 있었다.


AM은 짐에게 변화된 것을 더 이상 알아내지 못하자 최후에는 짐의 뇌를 열어서 옹스트롬 크기로 잘게 나누기 시작했다.


짐의 기억과 정신이 일그러지기 시작했지만 AM은 멈추지 않았다. 짐의 신체조차 세포조직까지 분열되면서 짐의 온 몸은 온전하지 않았다.



계속 된 짐의 해체 작업 속에서 AM이 간신히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스팍이라는 존재였다.


그렇지만 짐은 살아있기만 했던 테드 보다도 더 못한 존재가 되어 버리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짐의 기억이나 의식은 더 이상 AM의 세계 안에서도 제대로 돌아오지 못할 정도까지 되었다.


엄청난 고통 속에 있던 짐의 정신은 스스로가 망가지지 않도록 본능적인 쉴드가 세워져 버렸다.



그렇기에 스팍은 본드로써 서로가 이어져 있었음에도 짐이 어떤 일을 당하고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윽고 AM은 짐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스팍을 찾아냈다.


스팍은 짐과의 본드를 통해 AM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AM을 통해 스팍은 12일 동안 쉴드로 막힌 것처럼 전혀 느끼지 못했던 짐의 의식을 가까스로 이을 수 있었다.


스팍과 AM은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다.



스팍은 AM을 통해 짐의 고통과 짐이 당하고 있는 일을 고스란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AM이 짐을 어떻게 하려는지 알게 되었다.


짐이 다시 플라즈마 행성으로 내려간 지 ‘12일’만이었다.



스팍의 손아래의 함장석 팔걸이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함장석 손잡이가 두꺼운 쇳소리를 내며 함교 안은 울렸지만 스팍은 자신이 지금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스팍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짐을 구해내야 했다.


“미스터 술루. 쉴드 작동, 페이져 장전.”


스팍의 목소리는 분노가 담겨져 있었지만 너무나 차갑고 매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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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월요일이네요..............

언제나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행복한 한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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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가 꿈인 몽상가가 레인이라는 예명으로 적은 소설이 있는 곳입니다. 2차 창작인 팬픽을 많이 썼지만, 창작소설도 업데이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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