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익숙치 않은 아침을 맞이하는 이와이즈미다. 자신 옆에 느껴지는 이 온기. 앞으로 사라지지 않을 온기다. 이 온기의 주인은 이와이즈미와 결혼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오이카와다. 어젯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피곤한 이와이즈미를 밤새 가만두지 않은 오이카와였다. 천천히 눈을 뜨는 이와이즈미는 턱을 괴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오이카와와 눈을 마주쳤다. 생글생글 웃으며 바라보는 오이카와에 어젯밤 생각이나 이내 돌아 누웠다. 오이카와는 ‘이와쨩, 삐졌어?’ 라며 백허그를 시전해온다. 그리곤 볼에 살짝쿵 뽀뽀를 하고는 ‘밥 차려오겠습니다. 공주님’ 하고 방을 나섰다. 공주는 누가 공주야, 지 얼굴이 젤 공주지. 이와이즈미는 짧게 궁시렁 거리곤 침대의 이불을 정리하고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서는 오이카와가 한창 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마시면서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뭐 해?”

“그냥 간단한 볶음밥.”


음식 실력이 비슷한 우리는 먼저 배가 고픈 사람이 차리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오이카와가 밥을 더 많이 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따금 이와이즈미가 밥상을 차리게 되면 오이카와는 억지 웃음을 짓곤 했다. 맛..맛있어! 그런데 다음부턴 내가 할게. 이와쨩 손에 물 안 묻히게.

소꿉친구에서 애인, 애인에서 드디어 결혼까지 하게 된 이와이즈미와 오이카와는 알던 시간만큼 서로의 마음도 잘 알았다. 오이카와는 애정표현을 잘했고, 이와이즈미는 가정적이었다. 살짝 티격태격 하는 부분이 있긴 해도 그 두사람만큼 어울리는 커플이 또 있을까.


“이와이즈미, 오늘 주말인데 어디 놀러갈까?”


밥을 먹다가 갑자기 말을 꺼내오는 오이카와였다. 이와이즈미는 어제 신혼여행에서 집으로 도착한 후 밤새 나를 괴롭혔으면서 못 하는 말이 없다고 생각했다. 신혼여행에서도 한 번 놔주는 일이 없었는데 도착하고 나서도 거사를 치르니 이와이즈미의 몸은 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제 네 행동을 생각해라. 다 먹었으면 빨리 설거지통에 그릇 넣어”


아니라는 말은 안했지만 단호히 거절하는 이와이즈미였다. 이와이즈미는 설거지를 하려고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수세미에 퐁퐁을 짰다. 그때 뒤에서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허리를 제 팔로 살포시 감았다. 그리곤 고개를 옆으로 빼서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보곤 자신의 손으로 이와이즈미가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 두 눈은 이와이즈미의 눈동자에 적나라하게 비추어졌고 오이카와는 그런 눈동자 한 번, 입술 한 번 내려다보고는 입을 맞추었다.


“뭐하는 거야. 설거지 하잖아. 저리 가”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획 돌렸다. 오이카와는 자신의 입맞춤을 받아주지 않는 이와이즈미에게 맘이 상했다. 지치지도 않는지 매번 투덜거리기 일쑤였다. 오이카와는 투덜거리며 TV 앞 쇼파에 가서 앉아 채널을 마구 돌렸다. 애먼 리모컨만 구박당했다. 설거지가 끝나고 이와이즈미는 아직까지도 중얼거리는 오이카와에게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 놀러가자.”

“그게 나한테 하는 말은 아니였음 좋겠네요. 이와쨩?”


빈정대는 오이카와에 이와이즈미는 ‘또 삐졌네..’ 라고 생각했다. 삐진 오이카와를 풀어주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입술이 삐죽 튀어나와 중얼거리는 말소리에는 자신이 왜 삐졌는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가 다 들어가 있었다. 관건은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지는 알지만 그렇게 풀어주기는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오이카와의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들은 이와이즈미는 쇼파에 널부러져 앉아있는 오이카와 입술에 ‘쪽’ 하고 짧은 입맞춤을 했다.


“뭐야, 이게 끝이야?”


눈썹을 찌그러뜨리며 이와이즈미를 바라보는 오이카와였다. 오이카와는 자기가 먼저 뽀뽀를 했고, 키스도 아니었는데 얼굴을 붉히며 빨리 나갈 준비하라는 이와이즈미가 귀여웠다. 오이카와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와이즈미에게 다가갔다. 항상 못생겼다 말하지만 이 못생긴 얼굴에 푹 빠져 아직까지도, 아마 평생동안 헤어나오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양 손으로 잡고 곧바로 입을 맞췄다. 천천히 열려오는 이와이즈미의 입술이 사랑스러웠다. 

짝사랑을 하던 시절에는 그 입술이 앵두 같아서 항상 탐났었고, 연애하던 시절에는 탐날 때마다 하고 싶었지만 이와이즈미의 제지에 잘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혼하고 난 지금 오이카와는 앵두같은 입술을 마음껏 탐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오이카와의 손은 이와이즈미의 볼에서 허리로 옮겨갔고 갈 길을 잃은 이와이즈미의 손은 오이카와의 어깨에 올려져 목을 끌어안았다. 모처럼 이와이즈미가 받아준 입맞춤은 결코 짧지 않았다. 두사람의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공기가 데워져 창문을 열 때쯤 끝맺음을 지었다. 오이카와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 이 얼굴을 처음 봤을 땐 심장마비로 죽을뻔했었지. 어쩌면 지금도 심장에 무리가 갔을 듯한 오이카와였다. 오이카와는 숨을 고르는 이와이즈미 얼굴 전체에 한 번씩 뽀뽀를 한 후에 ‘오늘 말고 다음에 나가자’ 라며 이와이즈미를 공주님 안듯 안고는 침실로 향했다. 항상 오이카와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이와이즈미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수백 번 생각했지만 그 결론이 생긴 적도, 이행한 적도 단언컨데 단 한 번도 없었다. 


2. 여느 평범한 주말이다. 오늘은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가 결혼하고 첫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이다. 영화를 보러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은 번화가로 들어섰다. 오이카와는 제 주변의 커플들이 손을 잡기도 하고, 안기도 하길래 그 모습이 부러워 이와이즈미의 뒤에서 껴안았다. 영화 예매를 하고 있는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팔을 떼내고는 ‘기다려봐. 나 아직 이거 하고 있어’ 라며 오이카와에게 팝콘을 사오라고 시킨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가 밖에서 애정행각을 하는 것을 왜 싫어하는지는 알고 있었으나 자신은 우리들이 사랑하고 있고 다른 커플처럼 밖에서 애정행각을 하고 싶었다. 더군다나 이제 우린 결혼도 했는데 안 될 게 뭐가 있을까 싶었다. 이와이즈미가 좋아해서 항상 먹던 캬라멜팝콘 큰 사이즈 하나와 콜라 두 개를 사고는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이와이즈미는 영화에만 집중하고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에게만 집중했다. 영화에 집중하다가 팝콘을 집는데 두 사람의 손이 겹쳐졌다. 그제서야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어두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저 초롱초롱한 눈빛을 어찌 하오리까.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의 손에 입을 맞추고는 영화를 보라고 귓속말을 했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말을 듣지 않고 끝날 때까지 이와이즈미의 얼굴만 보았다.


“오이카와, 이럴거면 영화 왜 보러왔어. 돈만 아깝게.”

“집중하는 이와이즈미가 더 보고 싶었는 걸.” 

전부터 부끄러운 말을 그냥 하는 오이카와였다. 그걸 아는 이와이즈미는 항상 준비태세임에도 불구하고 들을 때 마다 얼굴을 홍시 마냥 붉혔다. 오이카와는 그 얼굴 또한 매우 좋아했다.


“이와쨩, 이제 어디갈까?”

“여기 옆에 서점있던데. 서점가자”

“에?!?! 이와쨩, 듣기만해도 지루하다—”

“그럼 먼저 집에 가던가. 어떡할거야?”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선택지를 받은 오이카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먼저 걸어가는 이와이즈미의 뒷 꽁무니를 쫓았다.


서점에 도착하고 이와이즈미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집어들고는 앉아서 책을 읽었다. 오이카와는 투덜거리면서 이와이즈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리고 이와이즈미의 왼쪽 손을 잡고 꼼지락 거렸다. 분명 연애 할 때도 이런 경험이 있으리라. 이와이즈미는 그런 오이카와가 대수롭지 않은 듯 그저 책만 읽었다. 다른 데 가자며 투덜거리는 오이카와를 달래는 방법을 이와이즈미는 모를 리가 없었다. 오이카와에게 귓속말로 수근거렸다. 그제서야 오이카와는 알맞은 협상을 한 듯 이와이즈미가 방해되지 않게 고개만 살짝 기댔다. 그렇게 편하게 책을 다 읽은 이와이즈미는 집에 돌아갈때 휘파람을 불며 신난 듯한 걸음걸이의 오이카와를보고 불안감이 몰려왔다. 자신이 한 말이지만 살짝은 실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한 이와이즈미와 오이카와는 집 오기 전, 들린 슈퍼에서 봐 온 음식들을 냉장고에 채워 넣었다. 다 정리하고 나서 오이카와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이와이즈미를 바라보곤 한마디를 툭던졌다.


“아까 약속한 그거 이제 하자. 오이카와상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어~”


이와이즈미는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행동을 예상하며머릿속이 하얘졌다. 어쩌자고 그런 약속을 한건지. 이와이즈미는 알았다며 욕탕에 물을 채운 뒤 옷을 벗었다. 오이카와는 보고 또 봤던 몸이지만 손으로 입을 가리다가 또 눈을 가렸다. 그런 오이카와에 안 그래도 붉었던 얼굴이 새빨간 사과같이 익어버렸다. 


“빠..빨리 들어와. 쿠소카와!”

“지금 갑니다!!!”


오이카와 품에 안긴 모습으로 욕탕에 앉아있는 이와이즈미였다. 이와이즈미는 언젠가 오이카와가 결혼하고 나서 같이 목욕하는 것이 꿈이라 한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일부러 넓은 욕탕을 설치했다. 두명이 다 들어갈 수 있게. 그렇지만 두 성인 남자가 들어가기엔 좁은 공간이었다. 좁으면 좁을 수록 두 사람은 더욱 더 밀착해서 앉아있게 되었다. 이와이즈미는 답지 않게 손으로 물총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 이와이즈미를 보며 오이카와는 너무너무너무 귀엽다고 생각했다. 오이카와는 버틸 수 없었다.


“이와이즈미”


평소 불리던 이와쨩이 아닌 이와이즈미로 불린 이와이즈미는 의아하게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서로 눈을 마주친 지 3초 정도 지났을까, 이와이즈미는 이 이후에 일어날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곤 시선을 거두고 오이카와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나가자. 감기 걸리겠다.”


욕탕에서 일어나서 욕탕을 빠져나왔다. 오이카와는 그렇게 맨몸으로 걸어나가는 이와이즈미를 보며 한 손으로 눈을 가렸다. 오이카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이즈미의 양 손목을 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오이카와는 놀란 눈을 한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좋아했기에 내적 웃음을 남발하였다. 사실 오이카와에게 싫어하는 이와이즈미의 표정 따위 없었다. 이와이즈미의 모든 부분이라면 모나고 못생긴 부분도 좋아하는 오이카와였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두 눈은 마주쳤고 끝내 같은 목적을 취했을 때 둘은 입맞춤을 했다. 두 눈동자의 색은 달랐을지언정 지금만은 같은 감정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이와이즈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응석을 부리는 오이카와를 받아들였다. 맨 몸으로 입맞춤을 이어갔다. 오이카와는 입맞춤에 정신이 없는 이와이즈미를 대신해 침실의 문을 열고 침대로 이끌었다. 침대에 거의 도착했을 땐 이와이즈미를 공주님 안듯 안아올리고는 입을 맞추며 침대 위에 살포시 내려 놓았다. 아직은 부끄럽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옆을 보는 이와이즈미에 오이카와는 밤새 이와이즈미를 놓아주지 않았다.


3. 오이카와는 자신이 타고 다니는 차를 몰고 이와이즈미가 일하고 있는 어린이집으로 갔다. 오늘은 외근 후 바로 집으로 돌아가라는 부장님의 말에 일을 후딱 마치고는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더 같이 있으려고 이와이즈미를 찾아갔다. 때마침 이와이즈미는 아이들을 하원시키고 있었다. 많은 부모님을 만나 인사를 드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를 보내는데 자 멀리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보였다. 그 아이의 아빠였는데, 바로 우시지마였다. 이와이즈미의 고등학교 시절, 배구 결승전에서 항상 만나던 팀의 에이스였다. 지금은 국가대표. 그저 성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그 아이는 우시지마를 닮았다 라고 생각했다. 


“우시지마 씨! 저 이와이즈미에요.”

“어.........그래, 안녕.”


이와이즈미는 자신을 모르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우시지마에 자신을 설명하고는 어린이집 안으로 들이고 차를 내왔다. 


“우시지마씨는 누구랑 결혼하셨어요?”

“히나타 쇼요. 너는 결혼 했나?”


카라스노의 10번 히나타. 두사람의 연애 소식을 간간히 들었는데 결혼 한 데다가 애까지 있다니. 이와이즈미는 갑자기 자신도 가질 수도 있는 아기를 상상했다. 


“아.. 네. 우시지마 씨도 알거예요. 오이카와예요..”


그러자 오이카와가 어린이집의 복도에서 부터 성큼성큼 걸어오는 게 보였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옆에 앉으며 어깨동무를 했다. 그리곤 우시지마를 경계했다.


“우리 결혼했어요.”

“축하한다.”


짧게 축하인사를 건네는 우시지마에 오이카와는 예상치 못했다는 듯 당황한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둘이 있는 모습에 질투해서 제어를 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탁자 옆에 자그마한 아이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히나타를 닮은 주황빛의 머리에 우시지마를 닮은 짙은 눈썹. 오이카와는 ‘아, 누가봐도 두 사람의 자식이다.’ 라고 생각했다. 섣부른 판단에 당황한 오이카와는 웃으며 짧은 이야기를 더 나눈 후 우시지마와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의 공기는 더웠다. 오이카와의 붉은 얼굴이 한층 더 덥게 만들었다. 


“우시지마씨 자식일 줄은 몰랐는데.”

“딱봐도 우시지마 자식이더라."


집에 도착해서도 가라앉히지 못한 듯 붉은 얼굴은 하얘지는 법이 없이 계속 붉어져 있었다. 이와이즈미의 뽀뽀 때문이었다. 오이카와는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 이와이즈미에게 전했다.


“사랑해.”

“나도.”








뺭삐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