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이라는 이름은 영 멋이 없다. 流星, 흐르는 별. ながれぼし라고 정도는 해 줘야 좀 분위기가 살지 않나? 그런데 사실 유성은, 떨어지는(흐르는) 별이 아니다. 별이 아니다. 사실 그 실제의 형태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은 '별똥별'인 게 아닐까?

 유성우, 혹은 유성군은 그럼 뭘까? 수많은 별똥별들이 떨어지는 현상을 마치 비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낭만적이지 않은가? 매해 비슷한 시기에, 특정 명칭이 붙은 유성우가 찾아 오곤 한다. 4대 유성우를 일컬어 1월의 용자리 유성우, 8월의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11월의 사자자리 유성우, 12월의 쌍둥이자리 유성우를 가리킨다. 이처럼 각 유성우에는 특정 별자리의 이름이 붙어 있다. 그치만 실제로는, 그 별자리와는 전혀 관계 없는 천문 현상이다. 지구에서 바라 본 밤 하늘 위에 지도를 그리듯이, 천구(天球) 위의 특정 지점을 나타내기 위해, 거기에 있는 별자리의 이름을 따 온 것이다. 유성우의 유성들이 떨어지는 출발지점을 복사점이라고 하는데, 이 복사점이 위치한 곳에서 보이는 별자리가 그 기준점이 된다. 지구는 1년을 주기로 같은 궤도를 돌고 있으므로 매 해 같은 시기, 같은 지점에서 비슷하게 유성우가 관측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별자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사실 별자리 안에 포함된 각 개별 별들도, 서로 크게 관련이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지만)

 매 해 같은 시기에 유성우(유성군)가 나타나는 원인은 혜성이다. 혜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길다란 타원형의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 그 궤도의 한쪽 끝은 태양에 가깝고, 한쪽 끝은 태양계 바깥 쪽까지 뻗어 나간다. 헬리 혜성 같은 것이 유명하다. 요 며칠, 니오와이즈 혜성을 맨 눈으로도 볼 수 있다고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혜성은 궤도를 돌며 그 궤도 상에 가스와 먼지를 남기고 간다. 혜성의 궤도와 지구의 궤도가 만나는 지점을 지구가 통과할 때, 지구의 중력에 의해 먼지들이 지구 대기권 안으로 들어오며 순간적으로 밝은 빛으로 불타는 것이 우리에게는 밝게 빛나며 흐르는 별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사실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별은 아니고 별똥별에 가까운 거다. 별이 남긴 (이마저도 별은 아니긴 하지만) 똥이 빛나서 마치 별처럼 보이는.


 유성우를 구경하고 싶다면,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를 노리자. 크고 작은 유성우들이 이 시기에 몰려 있다. 5개의 유성우가 이 시기의 밤하늘을 수놓는다. 유성우를 보고자 마음 먹었다면, 일단 조급해 하지 말자. 마침 날씨도 춥지 않은 선선한 여름밤이 아닌가! 자정 전보다는 자정 후, 새벽녘에 유성우가 더 잘 보인다. 맑은 날 밤에, 하늘이 넓게 보이는(뻥 뚫려 있는!) 곳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시선을 어떤 특정 지점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넓은 하늘을 전체적으로 바라 보자. 어디선가 움직이는 것들이 보일지 모른다. 사실, 정말 많아봤자 한 시간에 20개 정도이고 그건 다시 말하면, 3분에 한 개 꼴이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전부 다 또렷하게 잘 보이리라는 보장도 없고・・・. 그러니, 그냥 여름 밤의 별하늘을 즐기는 정도의 기분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도록 하자.



 유성우 이야기를 하면 아직도 생각나는 일이 있다. 몇 년 전, 딱 이 시기의 여름 즈음에 시골 친척집에 (일부러 별을 보려고!) 내려 갔을 때, 다들 잠이 든 틈을 타 나는 옥상으로 올라 갔다. 낮 시간 동안의 태양빛에 뜨끈뜨끈하게 데워진 옥상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하늘을 바라 보고 있었다. 아마 좀 졸기도 했겠고, 그러다 또 눈을 뜨기도 했겠고, 트위터도 좀 하고 있었을거고. 그러다가 내가 바라보고 있던 정면의 동남쪽 하늘에서(서북쪽은 바로 산이 있어서 시선이 확보되지 않았더랬다!) 서남쪽 방향을 향해, 약 30도의 각도로 떨어지는 유성을 봤다. 속도도 빠르지 않았고, 아주 크고 또렸했고, 밝았고, 심지어는 내 귓가에 화구 소리까지 들리는 듯 했다. 쐐액- 하는 소리가. 그건 환청이었을까? 여전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은 그 날의 유성우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하겠지.


 얼마 전, 도쿄에서 새벽 2시 즈음에 무척이나 큰 화구가 관측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안타깝게도 그 시간에 자고 있었는데, 큰 소리가 들렸을 정도 였다고 한다. 오히려 이쯤 되면 낭만이고 뭐고 좀 없는거 뭔지 알지? 오히려, 운석 같은 게 떨어지진 않을지 걱정되어 버리니까 말이야. 그런데 딱 한 가지는 궁금했단 말이지. 화구에서는 정말 내 기억 속의 그것과 비슷한 소리가 나는가, 하고. 그 때 들었던 그 소리는, 정말이지 유성에서 난 소리가 맞았을까 하고 말이다.



PS. 나는 가끔 별이 가득 들어 찬 밤하늘을 마냥 바라보고 있으면, 우주에서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아. 저렇게 크고 많은 별들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니, 하고서. 어디선가 공명하는 소리 같은 게 들려오는 게 아닐까? 나와, 나의 우주와. (하는 픽션을 잠깐 떠올린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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