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앙이 실종된 지 보름,
레이디버그는 오늘도 홀로 검은나비에 물든 악당과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퍼붓던 악당이 갑자기 멈칫하더니 털썩 주저앉았다. 당황한 레이디버그는 무슨 일인지 주의를 살피고 있는데 순간 검은나비가 악당의 물건에서 알아서 빠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악당이 퍼붓던 공격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레이디버그는 처음 보는 광경에 어떻게 된 건지 혼란스러웠지만 침착하게 검은나비를 잡아 정화시켰다. 뭔가 싱겁게 끝나버리자 이상하다 싶어 하며 잠시 가만히 서 있던 레이디버그는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하자 그 장소를 벗어났다.


"설마 행운의 부적도 안 쓰고 끝날 줄은 몰랐네."


사람이 드문 골목길에 숨으면서 레이디버그는 중얼거렸다. 그 순간 -


"그럼 시간 많으니까 나랑 얘기 좀 해줄래?"

"!"


누군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인간의 형체를 한, 그때 아드리앙을 도와줬던 모습의 플랙이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하지만 레이디버그는 그가 누군지 몰랐다. 플랙은 레이디버그를 보더니 몇 발자국 걸어 나오며 손을 흔들었다.


"넌 뭐야?! 자.. 잠깐, 블랙캣..?? ...은 아닌가...?"


어딘가 블랙캣을 닮은 것 같은 느낌에 고양이 귀와 꼬리를 본 레이디버그는 순간적으로 블랙캣을 떠올렸다. 하지만 블랙캣이라기엔 이상한 점도 있었다.








"와-! 눈썰미 한 번 좋네! 맞아, 이 모습 블랙캣의 모습에서 빌려 온 거야!"


플랙이 엄지로 가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 블랙캣이지만"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넌 누구야? 블랙캣한테 무슨 일이 있었지?!"

"한 번에 여러 질문하는 건 그 애나 너나 똑같네, 흠-, 난 플랙이야. 블랙캣 반지의 요정, 알겠어?"

"뭐...? 하지만 넌 요정이라기엔..... 음... 평범한 사람 같지도 않지만..."

"아까 뭐 들었어-? 빌린 모습이라니까? 원래 있던 장소에서 멀리 이동하려면 빌린 모습에 정신만 이동시키는 게 유용-... 내가 왜 이걸 두 번이나 말하는 거지?"

"..... 넌 블랙캣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지?"


레이디버그의 질문에 플랙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다가 말을 꺼냈다.


"호크모스한테 반지 뺏겼는데?"

"뭐!?"

"걱정 마~, 아드- 아니, 그가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레이디버그 너한테 이제 와서 이렇게 말해주는 건 호크모스가 반지 미라클스톤을 곧 사용할지도 몰라서야-"

"잠깐... 잠깐만 플랙. 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면 안 돼?"


레이디버그는 매우 혼란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에잉-, 귀찮은데"

"그러니까 일이 어떻게 된 거야?"

"후-, 그날 호크모스가 나타나서 블랙캣이 반지를 뺏기고 추락하는 바람에 호크모스는 그의 정체를 못 봤지만 그대로 실종된 블랙캣이랑 얘기해보니 자기가 반지를 다시 찾아오겠다더라. 됐지?"

".........."

"왜 그런 표정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맨몸으로 호크모스한테 덤비겠다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해, 미라클스톤도 없는데"

"플랙!!"

"에이 참, 괜찮을 거야! 그냥 한번 믿어 보라니까~? 네 생각보다 능력치 높은 애야. 뭐, 지금까지는 실패했지만"

"뭐? 이미 덤볐단 말이야?!"

"아니, 그냥 몰래 들어가서 반지만 빼내려 했는데 계속 실패했지, 다행히 잘 도망가서 누구 짓 인진 안 들켰지만. 문제는 최근에 노리는 게 반지라는 걸 들켜서 호크모스가 반지를 쓸지도 모른다고 전해주러 온 거랄까"

"너무 위험하잖아!"

"글쎄~, 네 생각만큼 위험해지지는 않을걸? 아까 호크모스가 왜 검은나비를 빼냈는지 알아?"

"뭐..?"

"간단해! 악당이 주변에 퍼부은 공격을 없애기 위해서야!"

"설마, 그럴 리가.. 어째서?"

".... 그에게도 소중한 게 있나 보지"

"그게 무슨..... ..!!"


레이디버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플랙은 또 휙 하고 사라졌다.
믿기 힘든 말들을 들은 레이디버그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 티키, 변신 해제"


변신이 풀리고 귀걸이에서 나온 티키가 마리네뜨를 걱정된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마리네뜨.... 블랙캣은 괜찮을 거야.."

"티키...."


마리네뜨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골목길에 가만히 서 있었다. 블랙캣에게 일어난 일을 들으니 아무것도 몰랐던 것에 대한 미안함과 동시에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지 않은 점에 대해 화가 났다.


"......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 호크모스가 블랙캣의 반지를 쓴다는 얘기를 들려줘서 어쩌라고! 적어도 그가 누군지, 블랙캣이 어디 있는지는 말해줘야 하는 거 아냐?!"


마리네뜨는 마음이 정말 지쳐버려서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러나 사라진 플랙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힘없이 처져있는 그녀의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
(고양이가 없는 도시 6에서 계속...)






원하는 이야기가 없으면 직접 만들면 돼! 하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이야기를 읽는 것도 만드는 것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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