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소녀들을 옥죄는 성적 대상화의 덫> 에서는 십대 소녀들의 이른 성경험이 (미국인의 평균 첫 성경험 나이는 17세이며 19세 청소년의 3/4가 성경험을 가지고 있다.)  청소년 성적자기결정권과 섹슈얼리티의 자유로운 표현이란 긍정적인 경험이 아니라 훅업과 섹스팅 문화 속에 일찍부터 노출되어 강요에 의한 섹스에서 강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진행된다는 내용과 sns문화의 발달과 성차별적인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팝스타 속 모습에 영향을 받아 소녀들이 자신의 가치는 시각적인 요소로만 평가되는 피상적, 수동적 존재로 격하해버리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셀러브리티들이 자기대상화를 힘과 영향력, 독립성의 원천으로 제시하고 스스로의 욕구보단 남의 눈에 욕망의 대상으로 보이는 것이 중시되며 40세 이하 여성은 아무도 음모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 (p.10)

“이는 (많은 여성들의 첫경험이 그들의 의사와 무관하다는 점) 그다지 전과 비교해서 새로울 것 없어 보이지만 여전히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공공영역에서는 여성의 위상에 관련해 그토록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왜 사적인 영역에서는 그다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P. 16)

“가가나 리아나, 비욘세 등 여성유명팝가수가 꼭두각시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성 영웅인 것도 아니다. 이들은 기민한 전략가이며 자신들의 선택으로 상품화된 성을 제시한다. 따라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들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지 착취당하는 것인지가 아니라 왜 여성들의 선택지는 그토록 적은지, 왜 최대한 극단적으로 시선을 잡아 끄는 방식으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포장해서 파는 것이 성차별적인 언터테이먼트 업계에서 여성이 정상에 오르는 가장 빠른 길인지가 되어야 한다.” (p.52)


유명 팝 여가수들이 가끔 상품으로서의 페미니즘을 컨셉으로 차용하고 그게 실제 소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도 없지 않겠지만 가끔 그런 이유로 더더욱 '주체적 섹시'를 '스스로의 섹슈얼리티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 혹은 '페미니즘'으로까지 혼동하는 젊은 여자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읽으면서 지금의 한국 젊은 여성들이 가요산업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받는 영향들이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었으며 얼마 전 코르셋 옷을 입고 가슴을 움켜쥐어 올리면서 걸스 온 탑을 이야기하던 무대 또한 생각나 착잡해졌다.

나는 한 동안 여자 아이돌 직캠을 의식적으로 보지 않았던 경험이 있는데 그 직캠 속 획일적인 여성들의 몸이 또래 여성인 나에게 너무나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걸 알아차린 이후였다. 아무리 내가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고 여성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미의 기준에 대해 저항한다고 해도 내가 한 때 보세 옷 가게에서 매일같이 프리 사이즈가 주는 무언의 압력에 시달리면서 나의 정치적 견해가 사회적 압력에 맞서 내 감정을 완벽히 지켜줄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배운 것처럼 그런 이미지들이 자꾸 여성 스스로의 몸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검열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의식적으로 그런 이미지를 내 시야에서 차단하려고 했다.

가끔 엉덩이와 허리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노출이 심한 여성가수의 의상에 대해 ‘소녀들이 추앙하는 여성가수의 이런 무대들이 더더욱 소녀들의 신체를 억압한다’는 의견에 ‘해외 여가수들은 다 그렇다, 비욘세도 비슷한 의상을 입었다’며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구조의 피해자인 동시에 억압의 재생산자인 팝스타라고 해서 책임이 없을 수 없다. 대SNS시대를 맞아 엉덩이가 크게 보이게 찍히는 셀카봉이 소녀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5세 여아부터 장난감으로 화장을 배우는 시대에 과연 그런 의견들이 단순히 같은 여성을 공격하는 것인지, 그렇게 얄팍하게 받아들인다면 아직 그 영향력에 대해 둔감한 건 아닌지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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