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는 모든 것 위에 국가를 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의견도 기호도 국가 아래서는 그 빛을 잃는, 어찌보면 그 맹목이 무서울 정도의-그래서 한차례 카르티스는 그녀를 광기라고 칭하기도 했었다-사람이라, 심지어 개인의 사랑조차도 국가의 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국가를 광적으로 사랑하지는 않았다. 이 무슨 모순이냐 할 수도 있겠다만, 그녀에게서 국가란 그저 제 심장과도 같았다. 태어나면서부터 그것을 지키기 위한 운명임을 은연중에 인지했기에, 그리 숨쉬듯 그것을 지켜내는 것이다.

카르티스 클라디우스는 처음에는 그 ‘애정’의 차이를 알지 못했다. 사실 모르는 편이 가장 적절한 것이었음이라. 똑같이 나라라는 운명을 등 위에 지고서도 그것을 대하는 방식이 확연하니,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한 이해자로 남기는 이미 그른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갈망했고, 겨우 삼키듯 그것을 이해했다. 그리고 차라리 무지한 시절을 바랐다.

‘사실 지금 세계선에서는 그대에게 모든 잘못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만.’

꿰뚫듯 예리한 시선은 단숨에 그의 어깨를 가벼히 스쳐지나갔다. 그 순간, 그는 그녀가 일종의 심판자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국가를 지고 그 무게를 알며, 제 만행 아니었던 만행의 결과와 과정을 지켜본 이 사람은 유일하게 그를 판단할 수 있었다.

‘더 이상의 피해자는 만들지 말자. 그대, 내 기사로 일생을 살아.’

언뜻 겉을 보자면 그것은 사랑의 고백을 닮았으나, 사실 그에게는 더없는 형벌이었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 모든 행동을 사실 시간이 지나 퇴적된 무언가 위에서도 그리 당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녀의 시선은 가감 없는 모든 것이었으며, 그를 악으로 지정하여 나누어 보지않는다. 오직 기회와 적절한 압력이 그에게 씌워질 뿐. 그녀는 사실 그런 사람이었다. 군주의 자질을 골고루 갖춘 완성된 자.

‘그대에게는 충분한 형벌이겠지...... 하지만 그대.’

‘알고 있다.’

‘......그래, 믿겠어.’

왜 제 목을 잘라 왕성 꼭대기에 효시하지 않는지 묻지 않아도 이미 명확한 탓에 그는 잠자코 고개를 숙였다. 그녀와 그의 차이는 그것이었다.  그녀는 무섭도록 이상한 사람이어서, 사실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업적들을 쌓아 올렸다. 제 확신에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행하여......

 한때 황제였던 자는 그 이상 생각을 않았다. 그저 떨어지는 무언의 칼을 묵묵히 받아넘길 뿐이었다.


평범하게 글 쓰는 새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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