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30초 전, 어쩌면 마지막일 그의 손을 잡을 때 알아차렸다.


아, 나는 영원히 이 사람과 이별할 수 없다는 것을.

당신이 내게 내어준 그늘이 이렇게나 넓었다는 것을.




"태형아,"


"행복해야 해. 정국아"



맞잡은 정국의 손이 그의 품처럼 따뜻하고 단단하다. 다부진 그의 어깨처럼 잡은 손에 힘이 느껴졌다. 늘 단단히 받쳐주던, 따스하게 안아주던 그의 어깨처럼



" 잘 살아"



태형의 손에는 옴팡진 애기가 품에 안겨 있어. 정국과 태형의 손에는 나란히 노란 서류봉투가 들려있었고. 악수를 먼저 청하는 태형의 손이 무미건조해. 그 손을 고민하다 잡은 정국이 손을 잡아 당겨서 태형과 태형에게 안겨있는 제 아들 태극이를 모두 겹쳐 안아줘



" 미안해."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었다. 그의 손을 가벼히 풀고 돌아서는 그 길에 어지러운 기분이 온 몸을 휘감았다. '이별'했음에도 너를 놓을 수 없을 수 없을 거란 예감이 온 몸을 잠식해서 두렵게했다. 







"아빠..."


"응,? 태극이 왜?"


"아빠 슬퍼?"


"아니 아빠 안슬퍼"


"근데 아빠 왜 우러..?"


태형은 태극의 그 한마디에 결국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저를 따라 울것 같은 태극을 안고 오열했다.



아빠 오늘만, 좀 울게.






*



하얀 김이 모락 피어오르는 작은 에스프레소 잔에 에스프레소가 가득 차있다. 사락거리며 스치는 종이의 소리만이 유일한 소음인 B호텔 VIP 라운지 안, 정국이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에스프레소 잔을 앞에 둔채 뉴욕타임지를 훓어본다. 

삐리리리릭-.

마침 울리는 벨소리에 그제서야 신문에서 눈을 떼고 전화를 받는다.



"네 전정국입니다."



무미건조한 대화들이 오고가고 통화가 종료될 무렵 수트 차림의 남자가 정국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 상무님. 오전 조찬회의 가실 시간입니다. 회장님 주최이시니 지금 바로 출발하셔야 늦지 않으실 겁니다."


"일어나죠. 차 대기시키세요."



신문을 테이블에 접어 대충 던져 두고 일어나는 정국의 뒷모습이 조금 급하다. 라운지를 빠져나오는 곳곳에 저와 같이 신문을 보는 사람들 혹은 비즈니스 미팅을 나누고 있는 신사들, 운동을 마치고 온 듯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사람들도 무난히 지나쳐 가다가 웃으면서 떠들며 식사를 하는 연인들을 정국이 자조적으로 웃는다. 나는 집에서도 쫒겨나서 라운지에서 커피나 마시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저렇게 웃으며 식사를 하는구나. 평범하고 다정한 보통의 사랑. 참 어려운거였는데 나에겐. 시선이 멈춘줄만 알았던 정국이 걸음마져 멈춰 망연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들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 없이 서로의 입으로 서로가 연신 음식을 넣어주고 입가를 닦아주기에 바쁘다. 저 연인들은. 



" 상무님?"


"...."


".... 전 상무님??"


"아, 네. 가죠."




서로를 보지 않아도, 같이 있지않아도, 그는 항상 나를 향해있다는 믿음이 우릴 지켰었지만, 그 믿음 너무나 쉽게,부서질 수 있다는 것을 자만했었다. 



서로에 대한 신뢰란, 어쩌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걸 사람들은 그 중요한것을 잃고 나서야 알게된다



이별 그리고 새로운 그 기로위에 서서, 당신을 그린다. 너무나 부질없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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