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을때는 무심코 넘겼던 부분이지만 요즘에는 종종 온이 원래는 용의 피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사실 아예 말이 안 되는 가정은 아닌데요

  1.  온을 오랜 시간 다루게 되면 총 끝이 빨갛게 변하고 이를 가리켜 '피를 먹었다' 라고 이야기한다
  2. 4권에서 유은우와 용의 대면 장면 용의 대사 '여덟 조각으로 찢기면서 피가 흘러나왔고, 그로 인해 교류가 많았던 종인 인간에게 내 피가 많이 고여 버렸지. 그래서 마치 계약한 듯한 효과를 내는 거야. 저런 조잡한 쇳덩이로 온을 조종하기에 이르러, 뭐랄까, 세상 일은 참 알 수가 없지'
  3. 유은우가 본 환상 속에서 용의 피가 붉은색
  4. 용의 구조 장면에서 끈적한 피는 흘러나오는 즉시 바람에 흩어져 투명하게 사라졌다는 언급된다
  5. 오염된 온이 들어찬 사해는 붉은색으로 서술되지만 4권 에필로그에서 보면 사해의 땅 자체는 본래 황토색이었음을 확인가능하다
  6. 용의 계약자는 온디딤의 부상으로부터 안전하다

 온의 정체가 용의 피라는 가정을 하고 2번부터 해석해보면, '마치 계약한 듯한 효과를 내는 거야~' 는 도시연합이 만든 으로 들 수 있습니다. 왜냐면 계약자의 특성은 '온디딤을 대가(부상)없이 사용할 수 있다'인데, 필연적인 부상을 동반하는 온디딤과 달리 총은 온디딤의 역할을 하면서도 과도한 사용으로 금이 가서 망가지지 않는 한 사용자에게 부상을 입히지 않기 때문이죠. 따라서 '인간에게 내 피가 고여서, 계약한 듯한 효과를 낸다'는 서술은 총을 사용함으로 온디딤의 효과를 누리지만 부상을 입지 않는 도시연합 시대의 동조자들을 의미하게 됩니다.

 결정적인 건 '내 피가 많이 고여 버렸지'라는 서술인데 용은 1000년간 살아 있었습니다. 즉, 몸은 찢겨 있었지만 생명은 이어졌다는 소리로 몸에 상처가 났는데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해서 생이 이어졌다면 우리는 용에게서 피가 계속 흘러나왔을 거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고 즉 이게 바로 도시연합 시대동안 동조자들의 숫자가 기하급수로 늘어난 이유가 됩니다. 용에게서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왔으니까 온의 총량이나 밀도가 계속해서 증가했다는 논리로요.

 온이 원래는 용의 피였다면 왜 4권에서 용의 피가 공기 중으로 '투명하게' 흩어졌는지도 알 수 있게 되는데요. 용의 피는 용 안에서는 늘 붉은 액체 상태지만, 공기 중으로 나오는 즉시 온이 되어서 사라지기 때문 아닐까요? 사실 이 가설에 뒷받침을 해주는 부분이 낙원의 이론 본편에서 암시되는데, 낙원의 이론에서 용의 신체부위는 매우 알뜰하게 사용됩니다. 신체 조각은 도시를 정화하는 곳에 쓰이고, 뼈는 사해 횡단 철도가 되고, 비늘은 동조자들의 시신을 처리하는 곳에 쓰이죠. 그러나 어디에도 피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도시연합이 뼈에 비늘까지도 알뜰하게 쓰는데 계속해서 흘러나와 그 양이 상당한 피를 버렸을 리는 없고요.

 이제 또 하나 결정적인 근거가 나오는데, 오염된 온의 대표적인 사례인 사해입니다. 사해는 4권 유은우의 시선을 통해 보면 본래 뽀얀 색의 모래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습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은 색). 하지만 1권부터 혁명 직전까지 사해는 대부분 붉은색으로 이야기되었으며 사해에 있는 온들은 오염되어있죠. 용의 몸에서 나오는 피는 나오는 즉시 온으로 승화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염되어 다시 붉게 변하는 거라면? 그렇다면 왜 오염된 온을 정화할 수 있는 존재가 오직 용 뿐인지도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본래 용의 피였으니까 그걸 다시 정화할 수 있는 건 용 뿐이겠지요.

 마지막으로 계약자는 온디딤의 대가로부터 안전합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온디딤과 총의 결정적 차이를 알아야 하는데,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온디딤과 총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여과 장치의 유무에요. 즉 용이 계약자에게는 그 여과 장치의 역할을 해 줬다는 이야기로, 온 자체가 용의 피라면, 동조자들은 그 용의 피를 용의 허가 없이 마음대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됩니다. 하지만 계약자는 용과 계약한 인간이기에 용이 그 사람에게는 자신의 피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해 줬다면? 당연히 여과 장치가 필요할 이유가 없게 되죠. 고로 계약자는 온디딤의 대가로부터 안전해지게 됩니다.



두번째로 동조자 유전에 관해 이야기 해볼까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동조자는 유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온의 정체 부분을 보면 용의 피가 고인 인간=동조자이므로 동조자의 조건은 용의 피가 고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는데요.

여기서 '고였다'는 표현에 집중해야 하는 점이, '이어받았다', '보유했다'가 아닌 '고였다'이므로 이는 후천적이라는 것입니다. 결론만 간단히 말하자면 동조자는 어릴 적 혹은 태아 시절 자신이 용의 피에 얼마나 노출되었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 근거로는 동조자가 대에서 한 번 끊기면 다시 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조부모님도 부모님도 비동조자였던 서재희의 동조자 발현 사실이 극히 특이한 경우였다는 사실을 들 수가 있습니다. 

 동조자의 결정이 태아 시절 혹은 8세가 되기 전 유년기(허나 태아 시절일 가능성이 높아보임)에 온에 노출됨에 따라 달라진다면 갑작스럽게 자식 대에서 동조자의 발현이 끊기고 후로는 발현되지 않는 이유가 설명이 가능합니다. 

 내내 비동조자이다가 갑자기 동조자가 되는 경우는 완전한 이레귤러-돌연변이-거나 본래는 불가능하나 용이 인위적으로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작중에서 유일하게 그런 개천에서 용난(...) 경우는 서재희가 유일하다는 사실과, 후보들은 상당히 많다(드물다고 언급되었으나 그 드문 사례가 전부 역대 후보들이었고 그들 하나하나를 용이 조작했다면 설명가능) 는 점인데 온의 정체가 용의 피라는 사실은 유은우 반응 상 용만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니, dna상 유전으로 인간들이 오해하고 있었던 것도 충분히 납득 가능합니다. 사실 이것도 어떻게보면 유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정선우작가님광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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