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수칙


1. 이상 현상을 발견할 때마다 앞 장부터 차례대로 적을 것

2. 작성자 이름, 작성 날짜, 현상을 발견한 시간, 장소를 차례대로 기입하고 상황에 대해 정확히 작성할 것

3. 대처법이 있다면 반드시 적을 것. 만약 대처법을 발견한 경우 밑에 적어둘 것

4. 이 공책은 절대 미연, 현주, 기훈, 성철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말 것

5. 공책은 지훈의 사물함에 있음. 작성할 때 지훈의 사물함에서 꺼내서 적고 다 적으면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을 것



작성자:유성철

작성일자:1996년 3월 15일

발견한 날짜:작년 여름 쯤

장소:매번 다름


작년부터 봤던 이상현상이야.

괴형동에는 괴형초, 광재초, 괴형중, 괴형고 밖에 없잖아?

그런데 길을 걷다보면 저 네 곳 말고 다른 학교가 보였어.

보이초등학교, 이이중학교, 뭐 아무튼 들어보지 못한 학교들이 갑자기 보이는 거야.

모습도 그냥 학교 같은데… 이상하게 잠깐 눈을 돌리면 다른 건물로 바뀌어 있어.

한 번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사제복 입은 아저씨가 들어가지 말라고 불러서 잠깐 고개 돌리니까 사라져 있더라.


작성자:장기훈

작성일자:1996년 3월 16일

발견한 날짜:1995년 8월

장소:괴형동 전체


나도 길 가다가 몇 번 다른 이름을 가진 학교들을 본 적 있는데, 거기 장난으로라도 절대 들어가지 마.

그 아저씨는 아마 김경준 신부님일 거야. 너무 늦은 시간만 아니면 항상 휘음 성당에 계실 거야. 동네 마실을 나가시기도 하는데 우연히 성철이를 보고 부르신 것 같아.

나도 이상한 학교들을 몇 번 봐서 김경준 신부님께 물어본 적이 있어. 신부님은 그런 곳이 보이면 절대 들어가지 말고 무시하라고 그랬어. 안 좋은 기운이 돈다고.

특히 서귀고등학교가 보이면 바로 자리를 피하라고 하시더라. 최대한 쳐다도 보지 말고, 학교 안에 누가 있든 무시하랬어.

아무튼 성철이가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작성자:유성철

작성일자:3월 17일


나도 서귀고등학교 본 적 있어.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때는 보자마자 바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어.

그런데 마침 친구가 불러서 들어가진 않았지.

진짜 다행이었네.


작성자:전미연

작성일자:1996년 3월 20일

발견한 날짜:작년 여름부터 계속

발견한 장소:동네 전부


다른 학교들은 실제로 없는 거 같지만 서귀고등학교는 괴형동에 실제로 있었던 것 같은데? 엄마가 10년 전에 폐교했다고 말했어.

나도 작년에 엄마랑 같이 마트 가다가 서귀고등학교를 봤어.

교문 앞에서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나를 보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어. 이상한 건, 여름인데 동복을 입고 있었어.

그런데 그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도 못하고 여자애한테 다가갔었어. 그때 엄마가 내 손을 잡고 갑자기 학교를 지나쳐서 막 뛰어갔어.

엄마는 표정이 창백해져서는 거길 왜 들어가려고 했냐고 화를 내더라. 그런데 나도 학교에서 멀어지니까 내가 왜 거길 들어가려고 했는지 모르겠었어. 여자애한테 홀렸다고 해야 되나? 이상하게 거길 들어가고 싶어지더라.

엄마가 말하는 거야. 엄마 친구가 서귀고등학교를 나왔는데, 학교에 귀신 돈다는 소문이 많았다고. 그러다 진짜로 학교 옥상에서 학생이 투신하는 사건이 일어나서 폐교까지 했다고 했어.

엄마랑 다시 집에 돌아올 때는 똑같은 자리에 학교는 온데간데 없고 아파트가 있었어.


작성자:장기훈

작성일자:1996년 3월 21일


서귀고등학교가 실제로 있던 고등학교라는 건 처음 알았네.

미연이가 적어준 이야기를 신부님께 전해드렸어. 신부님 표정이 어두워지셨어.

그 학교에 악귀가 있다면 엄청 위험할 곳이라고 말씀하셨어.

아무튼 서귀고등학교가 보이면 무조건 자리를 피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상책일 것 같아. 성철이도 미연이도 잘했어.


작성자:박현주

작성일자:1996년 3월 25일

발견한 날짜:작년 겨울

발견한 장소:가위손 이발소 앞


서귀고등학교가 사람을 홀리는 게 있는 것 같아.

우리 동네에 괴형 교회 있잖아. 거기 사람들이 서귀고등학교에 들어가는 걸 봤어.

그런데… 지나가던 사람도 막 잡아서 끌고 가더라. 믿음을 가져야 한다, 뭐 이런 말을 외치면서…

가위손 이발소 사장님 따님분 있잖아. 그 언니가 이발소에서 나왔다가 교회 사람들한테 붙잡혀서 서귀고등학교 안으로 끌려들어갔어.

난 무서워서 숨어 있었는데… 그 뒤로 이발소 근처로 가지도 못해. 언니한테 너무 미안해서 만나기도 겁나.

언니한테 사과해야 하는데.


작성자:유성철

작성일자:1996년 3월 26일


그 누나 거기 끌려가서 이상해진 거였냐?

나 가위손 이발소 이 주에 한 번씩 가는데 가끔 그 누나 마주치곤 해.

그런데 맨날 실실 웃고 있더라. 작년까지는 안 그랬었는데.

누나 때문에 사람들이 불편해하니까 사장님도 어쩔 줄 몰라하더라.

뭐, 근데 요즘은 사장님도…


작성자:장기훈

작성일자:1996년 3월 26일


끌려가는 사람 못 구했다고 죄책감 가지지마. 구하려고 하다가 같이 끌려갈 수 있으니까.

괴형 교회 주변도 피하는 게 좋겠어. 신부님들도 요새 교회 신자들과 마주칠 때마다 신자들이 욕하고 소리지른다고 하시더라. 원래는 그러지 않았는데, 작년부터 그랬다고 하셨어.

이발소 누나가 이상해진 건 서귀고등학교가 원인인 것 같아. 김경준 신부님이 만약 서귀고등학교 교문에 발이라도 대면 바로 휘음 성당으로 찾아오라고 하셨어. 그래서 이발소 누나도 데려오면 안 되냐고 하니까 신부님이 고개를 젓더라고. 이미 작년에 이발소 사장님이 데려오신 적이 있는데, 신부님이 해결하지 못하셨대. 서귀고등학교에 오래 있거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거나, 들어간지 시간이 많이 지나면 신부님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하셨어.

서귀고등학교 말고도 어딘가 쎄하거나 이상한 일이 있으면 바로 휘음 성당으로 찾아가. 하지만 괴형 교회 신자들은 같이 데리고 오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음슴체 말투 같은 거 고쳤습니다. 아직 부자연스러운 게 많아서 계속 고칠 것 같네요... 이전 포스트 내용이 갑자기 바뀌어도 놀라지 마시길 바랍니다.

자우피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