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혼자 들어오던 자성을 반기던 현관등이 오늘은 두 사람을 맞이한다.  들어오는 소리부터 연수는 남달랐다. 터프하게 벗어던지는 구두, 그런 연수의 구두를 무심하게 정리해주며 따라들어오는 자성.  누가 보면 제집인 줄 알겠어. 피식 웃으며 자성이 자켓을 벗어 옷걸이에 건다. 그러면 저만치 가있던 연수가 쪼르르 달려오며 인상을 쓰고는 투덜대는 것이다.



"아아, 자성 씨. 오늘은 자켓 혼자 벗지 말랬지."

"아, 미안해요. 습관이 돼서. 자꾸 까먹네."



사과를 해도 얼굴이 풀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눈치 빠른 자성이 다시 자켓을 주워입는 시늉을 한다.


"나 다시 입을까요? 응? 연수 씨."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고개 조차 끄덕이지 않는 연수.  그래도 절대 입지 말라는 말은 또 안한다.  그게 귀여워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자성. 자켓을 다시 입고는 한번 탁탁 털고는 연수의 앞에 걸어가 선다.



"나 왔어요. 집에 와 있었네."



이제 막 집에 들어온 마냥 천연덕스럽게 연기해보이는 자성이 웃겨서 결국 연수는 웃음을 터트리고 마는 것이다. 



"어머. 일찍 오셨네요, 오늘은?"



연수 역시 능청스럽게 웃으며 자성의 자켓을 벗겨 옷걸이에 걸었다.  그리고는 만족한 듯, 씨익 웃는다. 



"됐어요, 이제? 별 것도 아닌데."

"나 이거 엄청 해보고 싶었단 말이예요. 어제 영화에서 봤어. "



신이 난 연수는 혼자 쫑알대며 자성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런 연수를 쫓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자성.  자성의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연수의 발걸음이 멈춘곳은 꽤나 큰 상자가 놓여있는 선반 앞. 



"무슨 사탕이 이렇게나 많아요? 담배 끊으려고 산거에요? 장하다. 이야."

"...그거. 당신이 준거요."



대단하다며 두손으로 엄지 척을 해보이던 연수가 갸우뚱하더니 이내 아, 하고 손을 내린다.  연수는 끊으래도 자꾸만 담배를 피는 자성이 못마땅했었는지, 입이 심심하면 차라리 사탕을 먹으라며 하루에 하나씩 막대사탕을 줘왔다.  쓰레기 생기게 왜 하필 막대사탕이냐며 물어오는 자성에게 담배 대용이라며 손에 쥐어주던 것들이었다.



"내가, 아. 단 거 진짜 안 좋아하는 거였어요? 난 그것도 모르고..."

" 그렇다는데도. 꿋꿋이 계속 주더만은."

"자성씨. 우리 이거 오늘 먹을까요?"

"응?"



자성이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연수가 사탕 하나를 집어 포장을 벗겨낸다.  단 거 싫다는 소리가 왜 이렇게 전개되는지 알 수가 없는 자성은 그저 눈을 깜빡일 뿐이다.  풍겨오는 인공적인 단 향에 자성이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단 거 싫다는데도."

"아 있어봐요."



그리고는 포장을 벗겨낸 사탕 알맹이를 이로 힘껏 물고는 막대를 잡고 돌리는 것이었다.  얼굴은 잔뜩 인상을 쓰고서는.  이게 뭐하는 건가, 이라도 다칠까 싶어 자성이 황급히 연수의 손을 잡았다.



"당신 이 다쳐요. 이게 무슨."



괜찮다며 자성의 손을 가볍게 붙잡아 내리고는 막대를 두어 번 더 돌리더니 됐다, 하며 막대를 쏙 빼냈다. 영문도 모르는 자성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먹으려면 그냥 빨아먹지, 막대는 왜 빼내는거요, 괜히 이 다치게."



간만에 애처럼 사탕 빨아먹는 것 좀 구경이나 할까 했더니.  자성이 한숨을 푹 내쉰다.



"나 고등학생 때 수업시간에 사탕 먹고싶으면 이렇게 먹었거든요. 막대만 빼고, 몰래. 아, 아무튼. 사탕 많이 싫어해요? 싫어?"

"그렇게 막 싫어하는 것은 아니,"

"그럼 됐고요."



자성이 말을 마칠 틈도 주지 않고 연수가 허리를 숙인 채 자성의 턱을 가볍게 잡아 올려 입을 맞췄다.  자성의 눈이 커지는 듯 싶더니 이내 눈을 감아내리고 연수의 허리를 감싸안아 자신의 무릎위에 끌어 앉혔다.  사탕이 서로의 입속을 오가며 점점 녹아내리고, 단맛이 퍼져갔다.  그 단맛에 자성은 이따금 미간에 주름을 만들면서도 나쁘지는 않은 듯 사탕을 굴려가며 연수의 입 속 이곳저곳을 탐했다. 사탕의 단맛보다는 연수의 입 안에 묻어있는 단 향기가 자성에게는 더 취향에 맞았다.  이런 단맛이라면 나쁘지 않을지도, 하고 자성은 생각했다.



방 안에는 서로의 타액이 섞여 질척이는 야릇한 소리와 가쁜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사탕이 얼마나 녹았는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입을 맞추었다. 



"윽. 엑."

"왜. 연수, 왜."



연수에게서 단맛을 탐하는데 정신이 팔려있던 자성에게서 연수의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잔뜩 인상을 찌푸리는 연수.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성이 다급하게 묻는다.



"나, 사탕. 사탕. 삼켰어. 으."

"...아이고야."



자성이 가만히 연수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몇번이고 침을 삼키던 연수가 가만히 자성의 목에 팔을 두르고는 자성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한참을 눈을 맞추고 있던 자성이 툭 하고 뱉어내 듯 말했다.



"달아."

"그래도 맛있죠?"



자기도 맛있었으면서 괜히, 라며 옅게 웃는 연수를 한참을 자성이 바라보았다.  곧 자성의 입가에도 미소가 내려앉았다.





"사탕 말고.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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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2.5D위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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