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격마을을 아세요? 부격마을은 제가 나고 자랐던,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그 누구도 모르는 곳입니다. 깊은 산 높이 낮은 집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곳,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사람이 없고, 사람이 없다기엔 나름대로 사람이 살아있는 곳이기 때문에 마을이라는 이름을 흉내 내고 있습니다.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됐다고는 하지만, 저희 어머니와 아버지는 외부인이었습니다. 빚에 쫓기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도주를 했고, 많은 곳을 방황하다 부격마을에 안착했습니다. 부모님들이 도망칠 때 저는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습니다. 부격마을의 인구는 겨우 22명, 어른이 스무 명, 아이가 두 명. 어머니의 성은 김, 아버지의 성은 이,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벽이라는 성을 사용했습니다. 


 어머니는 마을의 빈 집에서 저를 낳았습니다. 내 생은 쓰레기장에서 시작했고 부격마을은 실패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일반인들은 부격마을을 괴담이라고 말합니다. 부격마을에서는 그 무엇도 자라지 않습니다. 제가 10살이었을 때 저는 부격마을의 어른들에게 강간을 당했습니다. 어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희를 마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살지 못해 죽었으며 부격마을은 경찰도, 선생님도, 어른 같은 어른도 없었기 때문에 고통을 혼자 끌어안아야 했습니다. 모든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았지만 저는 그 비정상적인 상황이 비정상적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자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죽은 것들을 먹었습니다. 돈이 없고 능력이 없고 장소가 없었기 때문에 가축들을 키울 수도 없다고 어른들은 말했습니다. 협수 아저씨는 아주 가끔 읍내로 나가 음식을 구해오셨습니다. 우리는 길 잃은 개들을 먹었습니다. (불행하게도 마을로 흘러들어온) 개들을 묶어놓은 후 개를 먹었고 쓰레기를 먹여 몸집이 커지면 뜨거운 물에 끓였습니다. 개 짖는 소리, 개 우는 소리, 아이 짖는 소리, 아이 우는 소리가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환영받지 못하는 가족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주 싸우셨습니다. 개 짖는 소리, 개 우는 소리, 아이 짖는 소리, 아이 우는 소리, 어머니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머니는 길도 없는 길을 맨발로 뛰어내려가셨습니다. 어머니의 도주는 실패했습니다. 어머니는 몇 주 뒤 피부가 찢어진 상태로 부격마을로 돌아왔습니다. 엄마는 매독에 걸렸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어머니는 제가 태어났던 빈 집에서 죽었습니다. 어머니의 머리는 마을의 땅에 묻혔고 어머니의 팔과 다리 몸통은 개와 섞여 끓여졌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삼키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다를 바 없이 미쳐있었습니다. 그해 부격마을 사람들은 모두 아팠습니다. 


 부격마을은 아무도 아이를 낳을 수 없었지만 제가 태어난 후 불행하게도 아이를 가진 이들이 생겼습니다. 그 아이는 2년 후에 태어났습니다.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던 그들은 아이의 태명을 지운이라고 지었습니다. 지워지길 바랐던 겁니다. 태어나는 것은 어려워지고 지운은 지워지라는 기도를 이겨내 결국 지운 아이가 되지 않았고 슬프게도 태어나버렸습니다. 지운의 부모는 마을에서 가장 낮은 나무에 목을 매고 죽었습니다. 죽는 것은 쉬워졌다 낳아버린 것을 후회했던 겁니다. 낮은 곳에서 살다 낮은 상태로 낮은 곳으로 갔습니다. 지운의 부모는 저의 어머니와 같이...... 


 이제 어른이 열일곱 명이 되었습니다. 역겨운 말이지만 제가 열 살일 때 여덟 살인 지운이도 그곳에 있었습니다. 지운이와 저는 철창 가까이에서 놀았고 항상 마을의 어른에게 혼났습니다. 희순 아주머니는 항상 저희를 지켜보셨습니다. 어느 날 희순 아주머니께서 저희에게 이 마을에서 나가자는 말을 하셨습니다. 지운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저는 가만히 있었습니다. 저는 마을이 세상 전부인 줄로만 알고 있어 무서웠던 겁니다. 


 희순 아주머니는 농약을 마시고 돌아가셨습니다. 부격마을에 농약 같은 건 없습니다. 마을에서 나갈 수 있는 건 식량을 조달하는 협수 아저씨뿐입니다. 우리에게 죽음은 익숙한 것이 되어있었습니다. 지운이는 죽은 희순 아주머니를 보며 입술을 꾹 깨물고 울었습니다. 지운이는 무엇을 알고 있었던 걸까요?


 아버지는 걸음을 걸을 수 없어 네 발로 기어다녔습니다. 개를 먹다 개가 된 것입니다. 아버지의 몸은 점점 썩어가다 그대로 멈췄습니다. 저는 지운이와 같은 꼴이 됐습니다. 세상에는 짧은 문장으로 죽어버리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짧은 문장으로 죽어버리는 개들이 참 많습니다. 짧은 문장으로 죽어야 할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꼭 죽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열여섯 살이 되었고 지운은 열네 살이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저희를 따라 점점 늙어갔습니다. 저희를 끌고 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지운이는 스스로의 몸에 휘두르던 칼을 협수 아저씨에게 휘둘렀고 그날은 마을에 죽은 사람의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부격마을에는 살아있는 '사람'같은 건 없었습니다. 지운은 시체를 피해 도망을 쳤지만 산은 달려도 달려도 그저 산일뿐이었습니다. 마을은 나무 아래 쓰러져있는 지운을 업어 왔습니다. 지운이는 그날 비명을 지르며 울었습니다. 저는 지운이를 마주 보고 앉아 우는 모양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지운이 긴 손톱으로 얼굴을 긁어댔습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냐며 울었습니다. 저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며 울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사는 줄 알았던 겁니다. 저는 그렇지 않았지만 지운이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는 것이 많아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저는 지운이가 불쌍하면서도, 불쌍하면서도, 불쌍하면서도, 역시 제 몸을 동정할 시간밖에 없었습니다.


 지운은 하늘을 자주 바라봤습니다. 언젠가 저 먼 구름 밑에서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열다섯 살의 지운이는 자주 울었습니다. 매일 울었습니다. 마을에 울음소리가 들릴 때 울음의 주인은 대개 지운이거나, 개였습니다. 더 이상 개의 명복을 비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죽은 어머니와 네 발로 기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운은 옆에서 왜 이렇게 살아야 하냐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그날은 밤이 유난히 길던 날이었습니다. 지운이 저에게 구름 밑으로 가자고 빌었습니다. 저는 손가락의 살을 뜯으며 마을 밖의 모습을 상상해봤습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들은 것이, 본 것이, 맡은 것이, 만진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운은 세상에서 쫓겨나 마을로 들어온 사람처럼 굴었습니다. 마을 밖의 무엇을 동경하는 것인지 저는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나가면 행복하지는 않겠지만 이토록 불행하지는 않을 거라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가까이 가면 혼나던 철창에 손을 뻗었습니다. 철창을 잡자 손바닥이 따끔했습니다. 말이 없었고 긴장은 넘쳤으며 심장이 빨랐고 별이 많았습니다. 빠른 속도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산을 내려갔습니다. 숨을쉴수없을정도로빠른속도로...... 몇 시간을 달렸던 것 같습니다. 불안과 고통이 바퀴가 되어 저를 빠르게 굴렸습니다. 산이 아닌 땅을 태어나 처음으로 밟았을 때, 뒤돌아보았을 때 지운이는 없었습니다. 두 다리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몰랐지만 눈물이 나와 펑펑 울었습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두워 보이지 않았지만 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그게 강이란 것도 몰랐습니다. 강이란 것을 몰랐습니다. 마을에서 나온 저는 이름마저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마을의 모두가 그러했듯이 저의 죽음은 아무도 추모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굉장히, 굉장히...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슬퍼졌습니다. 세상에게 저는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입니다. 구름은 저를 안아주지 않습니다. 지운이는 구름이 우리를 꼭......


 실패한 누군가는 부격마을에 들어가게 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불행은 영원하니 마을은 세상의 끝까지 존재할 것입니다. 멈추지 않을 겁니다. 고독하게 불결할 것입니다. 숨은 벌레처럼 살아있을 것입니다. 불행은 영원하니...... 


 지운이는 부격마을에 있습니다. 부격마을을 아세요? 부격마을을 아세요. 부격마을을 기억하세요.


 유서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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