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저번 달까지만 해도 도넛 프랜차이즈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싫어하는 애를 마주칠까 봐 그만두고 새로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도넛 가게보다 카페가 더 좋았다. 여기 사장은 시간만 남으면 커피를 마음대로 만들어 먹어도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비싼 프라푸치노 메뉴 같은 건 여러 번 먹는 게 눈치가 보였지만, 아메리카노만 먹는 도희는 다 먹은 얼음 컵에 샷과 물, 얼음을 조금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마음껏 내려먹었다.

도희는 이번 아르바이트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아르바이트 중 커피를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했다. 도희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거기 있는 커피 기계로 여러 번 아메리카노를 내려 먹었다. 그러다가 사장에게 지적받은 적이 있었다.

“돈 내고 마셨어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 왜 이렇게 많이 마시냐고. 그것도 손님 있을 때도 마시고. 그렇게 많이 마시면 건강에 안 좋아.”

도희는 사장의 말이 오지랖처럼 느껴져서 편의점을 그만두었다. 도희도 해야 하는 일을 미루면서까지 커피를 마시는 건 아니었다. 손님이 가게 안에 있을 때 커피를 마신 건, 손님이 카운터 쪽을 보고 있지 않을 때 마신 것뿐이었다.

그래서 도희는 도넛 가게에 지원했다. 커피를 많이 파는 곳이라면 커피를 많이 마셔도 눈치를 주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도넛 가게는 직원에게 커피를 무한대로 제공하는 건 아니었다. 매일 받을 수 있는 건 커피 한 잔과 도넛 한 개였다. 도희는 커피 한 잔 가격을 결제하고 일하는 동안 커피 두 잔을 마셨다. 점장은 그런 것까지 터치하지는 않았다.

도넛 가게도 꽤 괜찮았지만 어쩔 수 없이 카페로 옮기게 되었다. 여기는 더 괜찮았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개인 카페라 점심 시간을 제외하면 손님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한가한 날에는 도희는 최대 5잔까지 커피를 마셨다. 물론, 도희도 두 잔까지만 무료로 마시고 그 이상 마실 때는 아메리카노 가격을 지불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장은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도희는 결국 샷 가격만 내기로 했다.

“도희야, 커피 그렇게 많이 마셔도 안 어지러워?”

같이 일하는 직원 언니들이나 사장님이 그렇게 묻곤 했다. 도희는 아무렇지도 않다며 웃었다. 끊임없이 담배를 피는 것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희는 원래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쓴 물이라고 생각해서 항상 카페인이 들어가지 않은 음료만 마셨다. 커피를 마시지 않았던 중학생 시절에 도희가 사귀었던 여자친구는 커피를 잘 마셨다. 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간 나이인데도 아메리카노를 좋아했다. 도희는 그런 여자친구를 따라서 커피를 마셨다. 물론 맛 없어서, 한 번 마시고 그 뒤로는 다른 음료를 마셨다.

도희가 자취를 시작했을 때, 자기가 사는 오피스텔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원래 가족들과 살던 아파트에는 흡연 구역이 따로 있었지만 여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배 냄새가 들어온다고 오피스텔 1층 주민이 항의하자 도희는 좀 더 걸어가서 피우기 시작했다.

도희는 담배 한 대 피우겠다고 집에서 나가 5분씩 걸었다가 오는 게 너무나도 피곤했다. 그래서 한 번은 집 근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사서 마셨다. 피곤해서 버틸 생각으로 산 커피였는데, 신기하게도 도희는 커피를 마시니까 더 이상 담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뒤로 도희는 매일 커피를 두 잔씩 마셨다. 새벽 중에는 커피를 마시지 못하니까 다시 담배 생각이 났다. 도희는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카페인이 많다고 유명한 커피를 사서 마셨다.

도희는 매일 담배를 반 갑씩 비우는 것보다는 커피를 네다섯 잔씩 마시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어느 쪽이든 자신의 몸을 망친다는 자각은 하고 있었지만, 심각성을 느끼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중인 도희에게로 연락이 하나 왔다. 도희는 카운터 사이에 휴대폰을 숨겨 연락을 확인했다.

엄마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놀게 해준 것 같으니 이만 집에 돌아오거라 대학은 가야지-

도희는 메시지를 읽자마자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겨우 잊었던 담배 생각이 지독하게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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