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나미 평범한 회사원으로 설정

* 하이바라 살아있음, 나나미랑 같은 부서 직원


만난지 7년째, 특별한 두근거림은 없지만 그래도 서로가 있어서 편안하고 행복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두근거리거나 설렘이 없어도 당신과 나의 관계는 여전히 굳건할거라고 믿은 건 나만의 착각이었던 걸까 


"켄토, 요새 밤마다 전화하던데 누구에요?"


"아, 신입 사원 모르는 게 있다고 해서요"


"신입? 아, 같은 부서에 새로 들어왔다던?"


"네, 사회초년생이라 그런지 아직 아무 것도 잘 모르네요"


"그래도 잘 가르쳐줘요, 켄토는 친절한 상사잖아요"


그때 내가 그렇게 말한 게 실수였나 


"켄토, 요근래 계속 늦네"


너와 내가 함께 사는 이 집에, 너의 귀가가 점점 늦어지기 시작했다 


원래 늘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하고 거지같은 사회생활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최대한 일찍 퇴근하던 사람이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 늦기 시작하는데 


회사에 무슨 일이 있는거겠지 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왜인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켄토, 요즘 회사 일 많이 바빠요?"


"아... 네, 프로젝트를 하나 새로 시작했는데 쉽지가 않네요.."


"..그러면, 우리 이번주 토요일에 나가서 데이트 하기로 했던 거 취소할까요?"


"아..맞다, 미안해요 이번주 토요일에 회사 나가야 한다는 거 말 안했나보네"


"토요일에도 회사 가요?"


"네, 신입이 실수 하나를 했는데 그걸 이번주 내로 수습해야 해서요"


"팀원들도 다 힘들겠네요, 토요일에도 출근하려면"


"...아, 그렇죠"


왜인지 모르게 미심쩍은 나나미의 반응에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무 일도 아닐거라고 


어차피 데이트 약속도 취소된 마당에 힘든 일을 하고 있는 나나미에게 도시락을 싸줘야겠다며 새벽부터 일어나서 시장에 나가 장을 봐오고 도시락을 싸서 나나미의 회사로 향했다 

도시락을 싸다가 손을 좀 베이긴 했지만, 잘 먹을 켄토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켄토, 어디에요~?"


"아, 저 지금 밥 먹으러 나가려고 해요"


"도시락 싸왔는데, 먹고 하면 안되려나~?"


"도시락을 싸왔어요?"


"나나미상, 뭐하세요? 저희 쌀국수 먹어요!"


전화기 너머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아무래도 그 신입사원인 것 같았다


"동료분들 것도 많이 싸왔어요, 신입사원이랑도 같이 먹어요"


"아... 네, 알겠어요 회사 로비에서 기다릴게요"


"네, 금방 갈게요"


도시락 가방을 들고서 로비로 갔을 때, 내 표정은 좋지 못했다 


"둘이서만.. 일하는 거였어요?"


하필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둘만 사무실에서 일한다는게, 꽤나 가까워 보이는 둘 사이에 심기가 불편했다 


"...네, 수습을 하는데 저 혼자면 될 것 같아서 다른 동료들은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아서요"


"아..."


그래, 일 때문에 그런 거겠지 


"아, 안녕하세요!"


귀여운 모습의 한눈에 봐도 어려보이는 여자 한 명이 나나미의 곁에 섰다


"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나나미상 여자친구 있는 줄 몰랐어요!"


"네?"


그럴 리가, 커플링을 항상 끼고 다닐텐데... 라며 불안한 마음과 함께 본 나나미의 왼손 네번째 손가락은 비어있었다


"평소에, 일을 할 때 불편해서 끼지 않습니다 출퇴근 때 끼고 다니는데 잘 못 보셨나봅니다"


"아.. 그렇군요!"


"도시락 싸왔어요, 저는 팀원 다 있는 줄 알고 양이 많게 싸왔네요 


그래서 두 분이 먹기에는 양이 넉넉할거에요


그러면 맛있게 드세요"


"괜찮으시면, 같이 먹어요!"


"...네?"


"나나미상 보러 오신거잖아요, 이왕 오신거 서로 얼굴도 더 보고 하면 좋죠! 


저는 괜찮으니까, 밥 같이 먹어요!"


그렇게 셋이서 먹는 점심은 당연히 제대로 넘어갈리 없었고, 나는 내 앞에 앉아있는 신입 사원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다 


'어려서 그런가, 나보다 엄청 예쁘네 귀엽기도 하고... 내가 남자였으면 당연히 이 사람 좋아했겠다'


"진짜 맛있어요! 요리 정말 잘하시나봐요!"


"그냥.. 하다보니까 늘어서요,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요


켄토, 저 갈게요 오늘은 언제쯤 들어와요?"


"태워다줄게요"


"아니에요, 바쁠텐데 어서 가서 일 해요"


"오늘은 일찍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다행이네, 그러면 그때 봐요"


그렇게 빈 도시락을 가지고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기쁜 마음 보다는 허탈한 마음이 더 컸다


베인 상처가 아려서, 혼자 반창고를 붙여보려 해도 잘 안 됐고 그냥 포기하고 설거지도 안하고 놔둔 뒤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담요가 덮어져 있었고 노트북의 타자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아, 깼어요?"


"...언제.. 왔어요?"


"1시간 전 쯤에, 자고 있길래 일부러 안 깨웠어요"


"아... 깨우지 그랬어요, 배 안 고파요? 저녁밥.. 먹어야 되잖아요"


"그냥 우리 시켜먹어요, 아침부터 고생했을 텐데"


"그럴까요, 그럼"


저녁식사를 먹는 내내, 말하고 싶은 게 많았다 


프로젝트 얼마나 더 남았어요? 

그 여자랑 단둘이 있는 일은 되도록이면 안 만들면 안돼요?

그 여자랑 어느 정도로 친해요?


이런 질문부터


켄토가 보기엔 그 여자랑 나 중에 누가 더 예뻐요?


같은 유치한 말까지, 뱉고 싶은 말은 수천가지였는데 결국 내뱉지 못한 채로 켄토의 얼굴만을 살폈다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있고, 피곤해서 살짝 충혈된 눈 


이런 사람한테 내가 어떻게 물어보겠어, 귀찮게 만들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그때 나나미에게 물었어야 하는 걸까


"켄토, 어디에요?"


정말 오랜만의 데이트였다, 오랜만에 치마도 입어보고 처음 연애했을 때처럼 구두도 신은 채로 너를 기다렸다 


"미안한데, 오늘 약속 못 갈 것 같아요"


"네? 그게 무슨..."


"신입이 쓰러졌어요, 그래서 내가 같이 있어줘야 할 것 같아요"


"...아.. 많이 아프대요?"


"지금 응급실에 왔어요, 내가 조금있다가 전화할게요 집에 들어가 있어요"


전화는 뚝 끊겼고, 많이 아픈가봐 심한가봐 라며 속상한 마음을 달래면서 꾸민게 아까워서 카페라도 가야겠다 싶어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켰다 


"어... 바닐라 라떼 따뜻하게 한 잔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커피를 시키고, 창가 자리에 앉으려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


"어..? 오랜만이에요! 하이바라상!"


"그러게요, 잘 지냈어요?"


"..네..뭐 그럭저럭.."


"여기서 혼자 뭐해요? 친구 기다려요?"


"아, 아니 켄토랑 약속이 있었는데 취소되어서요 그나저나 너희 부서 신입 사원 쓰러졌다면서요 많이 안 좋은거에요?"


"아? 아.. 쓰러지긴 했는데 빈혈인 것 같더라고요"


"네...?"


"평소에도 자기 빈혈 있다고 말하긴 했는데, 휘청 거리면서 쓰러지더라고요 그래서 켄토가 병원 데리고 가려고 업었는데 금방 깼더라고요? 


자기 괜찮다고, 약 먹으면 된다고 그랬는데 켄토가 병원 가야 한다고 자기가 데리고 가겠다고 그래서 데리고 간거였어요


그래서 주말인데 출근한 대신에 빨리 끝나서, 커피 한 잔 하러 온거죠!"


"아..."


나의 반응을 살피던 하이바라는 본인이 실수했다고 생각했는지 서둘러 허둥지둥 설명했다


"그.. 아무래도 켄토가 신입이라서 신경이 많이 쓰였나보네요, 너무 신경쓰지말아요"


"...네, 커피 잘 마셔요"


그 이야기를 들은 뒤, 커피가 식어가는 줄도 모르고 몇 시간 내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전화를 해볼까, 아니면 문자라도 남겨볼까 

지금 사는 집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정말 헤어져야 하는걸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수백 가지의 생각은 나나미와 이야기를 직접 해봐야겠다는 결론을 냈고, 한 모금도 먹지 못한 커피를 반납하고 집으로 되돌아갔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나나미가 나를 보고서 평소와는 다르게 다급히 물었다


"왜 전화를 안 받아요?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나랑 이야기 좀 해요, 켄토"


"네?"


식탁에 마주 앉았다, 얼마만에 이렇게 마주보고 앉았던거지 


"나 오늘 하이바라한테 이야기를 좀 들었어요"


"하이바라한테요?"


"신입이 빈혈이었다면서요,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아도 됐는데 데리고 갔다고


다른 사람들도 굳이 많은데, 굳이굳이 켄토가 데리고 갔다면서요"


말투가 삐딱했다, 예쁘지 않은 마음으로 하는 말이었다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나나미가 너무 미웠다


"...그런거 아니에요, 그냥.."


"켄토도 지금 이상하죠, 나도 알고 있어요 켄토는 원래 다정한 사람이니까

신입이 어리숙하고 뭘 잘 모르니까 그래서 그냥 챙겨준 것 뿐이라고 


그런데 나랑 만난 7년 동안, 신입이 온다고 이렇게까지 챙겨준 적 있던가요 켄토"


"...."


"나도 괜찮을거라고, 둘의 사이가 아무렇지 않을거라고 그렇게 믿었는데

아무리 곱씹어보고 생각해봐도 이상하잖아요 켄토 


당신이 다정한 사람이란걸 나도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늘 불안할까 

왜 자꾸 그 신입이 거슬릴까 

왜... 켄토는 나보다 그 여자한테 간 걸까"


"오늘은..."


"켄토, 그 여자한테 흔들렸어요?"


아니라고 대답할 거라 믿었다, 3초도 고민하지 않을거라고 아니 3초도 긴거라고 믿었는데 


왜 니가 지금 망설이면서 나한테 대답을 못하는 거지? 대체.. 왜?


"아무 사이 아닌게 아니었네..."


"그런게 아니라..잠시만"


"우리 헤어져요, 짐은 내일 출근하면 제가 뺄게요"


내가 고심한 것과는 다르게, 이별은 참 쉬웠다 헤어짐도 쉬웠다 


<다음화 미리보기>

흔들린게 아니었다, 너와 헤어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토록 멍청한 실수가 없었다


"나나미상! 점심.. 같이 드실래요?"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나나미상, 여자친구 있으셨어요?"


"아, 네 원래 불편해서 커플링 안 끼고 다녔다가 끼고서 일해도 안 불편하네요"


도대체 왜 헤어지고 나서야 깨닫는걸까 


+ 다음화에서는 켄토 시점으로 서술됩니다


독자님들, 잘 지내셨나요? 

계속해서 글이 안써져서 미뤄지는 바람에, 뭐라도 써봐야지 하고 가져온 글인데 너무 망한 것 같아서 언제 내려갈지 모르는 글이 되었네요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에스크로 들어온 요청도 만들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https://asked.kr/Dream4u_ 글 주제 요청은 여기로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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