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휘적휘적 걷는다. 앞서 걸어가는 여자의 뒷통수가 가로등에 반사되어 달처럼 허옇게 빛난다. 찰랑이는 머리칼이 마치 사람 얼굴처럼 보인다. 눈이 마주쳤나? 뒷통수에서 얼굴이 불쑥, 솟아오른다. 얼굴이 세로로 길게 찢어져 바닥으로 천천히 떨어진다. 그리고선 뱀처럼 바닥을 기어다닌다. 머리카락이 시멘트 바닥에 쓸릴때마다 쉬익, 쉬익 소리가 난다. 상상이 지나쳐! 괜히 눈을 감고 노래를 몇 소절 흥얼거려본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이 서늘하다. 손가락을 몇 개 굽어보지만 별 효과가 없다. 이상하게 어깨가 무겁다. 차마 손을 올려 털어볼 엄두는 나지 않는다. 조금 쫄았다. 귓가에서 수군 수군하고 반달이 중얼거린다. -.... 내가 잠들면..... 어젯밤에 ...그래서 ...- 무슨 소리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달이 온데간데없다. 아주 잠깐 동안 '내 어깨 위에 달이 내려왔다.' 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걸어보니 아파트 뒤로 달이 고개를 비죽 내민다. -... 나는 말야, 조금, 응, .... 정말? 와하하, ....- 그럼 지금 내 어깨에 올라온건 뭐지? -..... 나는, 그치만 ....무서워 .....- 무섭다는 건 내가 할 말이야! 멀리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무언가가 귓가에서 와르르 웃는다. 웃음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주위를 빙빙 돈다. -.... 무서워! 무서워! ..... 엄마! 무서워! ....- 선 채로 가위에 눌리는 것 같았다. 발이 멈췄다. 잠에서 막 깬 아이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 얼른 집에 가야 하는데. 젖은 셔츠에 찬바람이 닿는 게 느껴진다. 나는 갑자기 쏟아진 졸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몸이 붕붕 떠오른다. 멀리서 야옹, 야옹, 고양이가 운다. 어느 순간부터 소리가 먹먹해진다. 야옹, 야옹, 야옹...... 바닥이 푹 꺼진다.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흐린 달빛이 방안에 가득히 쏟아진다. 어둑어둑하다. 손발이 저리고 숨이 차다. 새벽 3시. 이불을 꽉 쥔 손이 하얗게 질려있다. 나는 땀으로 축축해진 이불을 덮고 잠이 들지 않기를 기도했다. 멀리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분 나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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