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 부정맥은 지랄맞게 랜덤이라서 방청소도 못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배송된 간편한 조립가구를 내손으로 조립하는 날도 있다.

장애인 도우미 서비스는 엄마가 5월에 신청한 서비스이다. 4월에 끔찍한 부정맥을 겪은 후(하루 6번의 전기충격에도 맥이 잡히지 않았다)

엄마는 내가 정말 곧 죽을꺼라 생각했고 혼자 간병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던것 같다.

나는 의사소통 원활, 움직일수 있음, 지적장애 없음으로 최하인 한달 60시간 돌봄서비스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왔다. 당연히 신청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 믿겠는가. 나는 코로나에 걸리면 죽을확률이 매우 높은것을. 그래도 나는 다행이도 몸이 차츰 회복을 했지만 다른 장애인들 정말 장애인 도우미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은 어땠고, 또 지금은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여하튼, 국민연금공단에서는 더이상 첫 도우미를 시작하지 않으면 소멸될꺼라며 계속 전화를 줬고 그렇게 이번달 장애인 도우미 서비스를 쓰게 되었다.

내방청소, 그리고 아파트 단지산책 등이었다. 나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것도 아니고 신체서비스에 해당하는 체위변경, 목욕서비스는 불필요했으므로(물론 나 스스로 몸이 안좋을때 머리를 못감기는 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머리를 감겨준다고 부정맥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정도로 한정지었다.

우리 아파트는 산을 깎아 만든 아파트라 동에서 동으로 통하는 (예를들어 101동에서 110동을 가려면 걸어서는 못간다)엘베도 있고 하여튼 희한한 구조다. 주로 도우미 선생님을 나와 함께 산소호흡기를 끌어주면서 산책을 해주신다. 산소호흡기를 끼고 산책한다고해서 부정맥이 안오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단지 응급상황 발생시 누군가 옆에 있고 응급실에 같이 가줄사람이 있다는게 우리 가족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건 사실이다.

아프고 나이들어가는 자식을 보살피기엔 엄마 아빠도 한계가 있으니까. 그런 자유.

날이 추워줘서 이제는 산책을 나가기 힘들다. 그럴때는 그냥 집에서 청소를 도와달라거나 엄마가 미리 해놓고 간 밥을 챙겨달라거나 한다.(밥을 챙기는 일은 별거 아닐꺼 같지만 그 와중에 냉장고에 반찬을 꺼내다가 부정맥이 오기도 한다)

내 정신과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좁아진다.  내가 몸으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중환자실에서 침대가 마치 내 몸처럼 느껴졌다고 쓴 적이 있다. 육체가 모든 가치를 지니면 그의 세계관(그의 대의, 그의 연인, 그의 모든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진다. 그래도 나는 몸 밖의 무엇을 꿈꾼다. 그 힘을 기도에서 얻던, 다른 질병서사를 읽던 나는 내 몸의 고통을 삶을 끊임없이 증거하고있다(내가 자살하지않고 살아있다는것 외에 더 완벽한 증거가 있을까)

끝의 끝에 가서 내가 정말 "몸"으로만 존재하고 나의 모든 신앙, 모든 세계가 쪼그라들때에도 자비의 손길이 나에게 닿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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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여자. 선천성 심장장애인으로의 삶을 기록합니다. 트위터: @kim_mem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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