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릭렌 글


오늘도 브금


우리는 무슨 사이였을까.

릭이 항상 떠들고 다녔던 것 처럼 우린 그냥 'best mates' 였을까.

근데 왜 난 릭을 생각하면 앞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릭을 보면 온 세상이 사라지는 느낌일까.

마치 세상에 우리 둘만 존재하는 것 처럼. 그런 느낌이 들때면 한가지가 확실해진다, 릭이 단지 나의 'best mate'가 아니라는 것이. 

그날은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고 우린 손을 잡고 산 속을 뛰었다. 

릭의 손에 들린 한얀 비닐봉투에서는 술병들이 찰랑거렸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손을 꽉 잡고 있었다. 

내 손을 절대 놓치 않을것만 같았다.

그 날 우리는 비를 맞으며 뛰었다. 우리는 가끔씩 서로를 쳐다보고 눈이 마주칠때마다 웃음을 터뜨렸다. 아마 릭이 나를 쳐다 봤던 것 보다 내가 릭을 더 많이 바라보고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비가 쏟아지기 직전, 우리는 우리의 동굴로 들어갔다. REN + RICK 4EVER 이라는 글씨가 우리를 기다리는 동굴 속으로.

릭은 술병들을 내려놓고 라이터로 초에 하나 씩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나는 자켓을 벗어 내 옆에 접어두고 촛불을 켜는 릭의 뒷모습을 바라 보았다. 릭이 촛불을 붙이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릭의 얼굴에는 확신같은게 스쳐지나갔다. 웃음기는 없었고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어져있었다.

'뭐가 문제야?' 

'아니, 아무것도.'

릭은 그렇게 짧게 대답하고 봉투에서 술을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아무말고 없이 릭을 지켜봤다, 릭이 나에게 술병을 건내기 전까지 나는 릭을 그냥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비는 계속해서 내렸고 이제 더 이상 햇빛은 비추지 않았다. 밤은 어두워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한동안 서로를 바라 보았다.


'렌,' 릭이 담배 연기를 뿜으며 불렀다.

'응?'

'아버지와의 일은 내가 꼭 정리할거야. 그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지?'

'뭘?'

'몰라, 그냥 기다려 줘.'

'Whatever you say.' 나는 말하고 눈을 굴렸다. 가끔 이렇게 릭은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였고 나는 그냥 릭의 말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렌, 로튼을 떠나도 로튼을 잊지 말아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교를 가서 새로운 artsy 친구들을 사귀어도 나를 잊으면 안돼, 알겠지?'

나는 또 다시 눈을 굴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하지, 너는 내 best mate 잖아.'

릭도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져었다. 하지만 릭의 웃음은 이내 가시고 또 다시 진지한 얼굴을 했다. 

나도 웃음을 멈추고 릭을 기다렸다. 

그리고 릭이 나에게 다가와서 손으로 내 뒷통수를 감싸고 나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마주댈때도 나는 가만히 기다렸다. 릭이 혹시 내 심장 소리를 듣지 않을까 두려운 채. 왜냐하면 나는 분명히 릭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릭의 코가 나의 코에 닿고 마침내 릭의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을 때까지 나는 가만히 있었다. 나는 릭의 심장소리를 들었고 릭도 나의 심장소리를 들었을것이다. 더 이상 촛불을 빛은 필요가 없어졌다. 더 이상 빗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릭과 함께 있으면 모든 세상이 사라져버렸으니까. 릭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어둠이었고 릭의 심장소리를 제외한 모든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세상은 오래동안 멈춰있지 않았다.

릭은 두려운 듯이 입을 뗐고 나는 릭을 붙잡았다. '괜찮아, 릭.' 

나는 다시 한번 릭에게 키스를 했고 릭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우리는 다시 산길을 걸었다. 밤은 어두웠고 우린 더 이상 뛰지 않았다. 릭은 내 손을 꼭 잡은 체 발밑의 진흙을 보며 걸었고 나는 그런 릭을 보며 걸었다. 

동네에 다다르자 릭은 내 손을 놓았다.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내일 보자, 렌.'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내일 보자.


그리고 지금 나는 또 다시 동굴 속에서 릭을 기다리고 있다. 두 팔을 내 옆으로 늘어뜨린 채로. 내 앞에는 촛불이 REN + RICK 4EVER 이라는 글자를 밝히고 있고 나는 그걸 힘없이 바라 볼 수 밖에 없다. 나는 어쩌면 릭의 눈물을 닦았던 순간 이미 알고 있었던게 아닐까. 

그 동안 나는 릭에게 수천통의 편지를 썼지만 릭의 대답은 듣지 못했다. 나의 편지는 그저 소리 없는 신호였다. 릭을 잊지 않겠다는 신호. 

릭을 보고있으면 온 세상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고 릭을 생각하면 나는 똑바로 생각할 수 없었다.


내 손목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 바닥을 물들이고 있었고 나는 눈을 감았다.

릭이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인더플 #릭렌

I ram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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