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까지 있는 줄 알았는데 5편까지 있네요. 이런... 만일 로판AU를 신청하신다면 세계관을 임의로 같이 짤 수도, 준비해오셔도 좋습니다. 아마 6.0(수위가 없다면) 으로 받을 것 같은데... 로판의 어두운 부분을 기술할 때 중세를 연구하는게 썩 재밌는 것 같습니다. 전 열심히 마감중이에요. 여러분들을 위해 슬롯을 내려구요. A~c타입 많이 많이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편→ http://posty.pe/w44lw9

2편→ http://posty.pe/ktjhr5

3편→ http://posty.pe/97ah0r


사랑은 세이렌들에게 전설 속에서나 나오는 감각 중 하나였다. 사랑이라는 감각을 느끼는 세이렌도 적었지만, 사랑한다고 해도 타종족(특히 인간)을 사랑하는 세이렌은 그들의 혀가 잘리고 그들의 서식지에서 추방당했다. 실상을 알지 못하는 인간들은 세이렌이 물 밖으로 나오면 말을 못 한다고 생각했다.  말 못하는 세이렌이 나오는 동화도 그런 생각에 기인하여 나온 모양이지만 사실은 혀가 잘린 채 자신의 나라에서 추방당한 떠돌이일 뿐이었다.


다이무스는 세이렌 중에서도 고위 가문들끼리 결합한 순수혈통 중 하나였다. 일반적인 세이렌들은 다이무스를 존경했으며 그의 능력을 사랑했다. 창을 이용한 화려한 창술과 광범위한 환각 능력, 몇백  년에 한 번 나오는 물을 다루는 능력에 열광했다. 하지만 세이렌들이 그를 존경할수록, 최소한의 사랑(우정이나 부모의 애정과 같은)조차 받지 못한 채 자란 다이무스는 고독했다. 사랑을 누구보다도 앞서 부정해야 했지만, 사랑을 궁금해했고 인간들이 벌인 만행들을 혐오했으나 그들의 서적을 몰래 읽곤 했다. 그들은 어느 종족보다도 찬란하고 유려한 말솜씨로 연인과 신을 찬미하는 그들을 이해하고 싶어했다. 다이무스는 그런 문구들을 읽을 때마다 이상하게 자신이 가난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이무스가 이나의 뺨에 손을 비빈 순간부터 이나의 태도는 바뀌었다. 그가 제 시선과 손짓에 익숙하게끔 하던 전과는 달리 조금 더 직접적으로 그의 생활에 간섭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끔 그에게 말을 걸며 변덕을 부리기도(그럴 때마다 그녀의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령사가 말을 전해줬다.) 아무도 없을 때는 악을 쓰며 화를 내기도 했다. 다이무스는 의지할 곳 하나 없이 우뚝 서 있는 그녀가 가엽다고 생각했다. 수조에 갖힌 그가 이나의 처지를 논평할 때는 아니었으나, 그는 진실로 그녀가 불쌍했다. 이제껏 그가 본 모든 존재 중에 가장 아름다웠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이나 자체로 보지 않았으니까. 그런 그의 시선을 알아챈 것인지 그녀는 주기적으로 팔 노예들을 방에 비추었다. 아름다운 보석과 옷,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폭행의 흔적을 두른 노예를. 그는 그 노예들과 마주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자신도 다를 것 없다는 그녀의 암묵적인 선언을 두려워했다.




[도망쳐.]

[도망칠 방법이 있던가?]

[..... 기만자.]


붉은 깃을 가진 조인족이었다. 본래 적색을 불길하게 여기는 프로이센에서 적색의 노예가 가장 비싼 값에 팔린다는 것은 사실 이나의 영향이 컸다. 검은색과 붉은색을 몸에 두르고 다니는 그녀를 소유할 수 없으니 그녀의 색이라도 유행에 붙여진 것이다. 이나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코웃음 쳤다. 손에 닿을 수 없는 것을 두고 장사하는 것은 그녀가 가장 잘하는 것이었으니.


[허?]

[내가 모를 것 같은가. 그 쇠고랑은 물을 조종하는 방법까지는 막지 않을 터. 상처가 나았음에도 도망가지 않는 것은, 복수하지 않는 것은 당신의 종족을 향한 기만인가?]

[...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 모양이군.]


다이무스가 낮게 그르렁거렸다. 늦장을 부리는 것은 맞았다. 한 두명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던 것도 맞았다. 하지만 물을 조종하는 능력만으로 이 저택을 빠져나가는 것은 므리가 있었음은 분명했다.


[뚫린 입이라고 쉽게 떠드는군.]

[우리 종족이 어떻게 이런 꼴이 되었는지. 당신은 들은 적이 없나 봐? 하긴 그 폐쇄적인 세이렌이니까.]

[네 환상을 깨줄게. 아니 그 잘난 수장이시니 멍청하지는 않겠지.]


그녀는 부리로 제 목털을 두어 번 고르고는 말을 이어갔다. 묵은 화가 터지듯이 분노로 잔뜩 발음이 일그러졌다.


[모르는 척하느라 바빴겠지. 그 여자의 외모가 좋았더냐? 아니면, 그 여자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까 죽이기가 망설여졌어?]


물 속에서 말을 받아치던 다이무스가 조인족의 곁으로 다가섰다.


[무엇을 원하는 거지?]

[그대가 현실을 직시하는 것.]


다이무스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가끔 그녀가 보여주는 살가운 태도와 제 뺨에 손등을 얹고 보드랍게 쓸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말해라.]

[우리 또한 소수의 일족만 잡혔다. 그 중에서도 1명을 제외하고는 치명상으로 죽거나, 사라졌지. 그 여자의 방식은 그만을 곁에 두고, 자신이 없으면 살지 못하게 만들었지.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그리 놀랍지 않았다. 모른 척 했지만, 이런 삶이 영원히 이어질 리가 없었으니까.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 여자가 없을 때는 빛도, 음식도, 대화를 할 사람도 없어. 그 점을 파고드는 거야. 생물이 심리적으로 취약해질 때.]

[그걸 사랑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말인가.]

[그 여자도, 나도, 심지어 그대조차 알고 있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는 듯이 말하는 것인가? 속이려면 한참은 멀었군.]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잦아졌다. 뱀의 숨소리처럼 한껏 목소리를 죽인 탓에 다이무스의 목소리도 함께 작아졌다. 조인족이 제 깃을 뽑아 압축했다. 바늘처럼 날카로운 깃이 일순간 녹아내리더니 작은 구슬처럼 뭉쳤다.


[하지만, 그대보다는 그 여자의 잘못이 크지.]

[이게 뭐지?]

[우리 종족의 역린.]

[이게 없으면 그대는...]

[쉿, 저자가 듣고 있다.]


짧은 대화를 끝으로 다시금 조인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치 벽 너머에 있는 정령사가 들으라는 것처럼 큼직한 목소리였다.


[선택은 그대에게 맡기마. 세이렌의 수장.]



"보고해."

"중간 마다 대화가 끊겼습니다. 언성이 드문드문 높아져서..."

"그런 것들 말고."


이나가 더없이 익숙하게 말을 끊어냈다. 과거에 하급 귀족이건, 고위 귀족이건 말을 끝까지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때는 존재하지 않던 사람처럼.


"..... 세이렌이 눈치챈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 어째서 자신을 팔지도 않고 곁에 두고 있는 지에 대해."

"그건 상관없어. 스스로 알고 있었을테니까."

"네? 하지만 그를 통해서 정보를 빼내려고 하시던 것 아니었습니까?"


그녀는 머리카락을 손끝에 살살 감았다. 오래된 습관이었다.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만났을 때는, 속았다는 사실이 싫고 속상했겠지. 그런데 처음부터 우리가 동등한 위치였나? 그 정도 예상했는데도 그런 말을 들었다면....... 불안하겠지."


나 참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있담. 이나가 중얼거렸다.


"그 다음은? 더 알아낸 걸 말해."

"물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합니다." 

"모든 세이렌이 그런가?"

"몇 백년에 한 번 나오는 순혈 세이렌만 그렇다고 합니다. 물을 조종하는 능력은 마법사들이 만든 구속구에도 구애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녀의 입꼬리가 비뚤게 올라갔다. 갖혀있는 주제에, 제 몸하나 간수하지 못해서 자신한테 흔들리는 주제에 그가 봐줬다고 생각하니 속이 뒤틀려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세이렌의 수장이라고 하더군요."

"오늘 들은 정보 중 제일 쓸만한 정보네."


이나가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이미 그자는 자신을 해칠 수 없다. 그걸 더 나아가서 그를 상처입히고 폭언하고 그 자리를 노리더라도 가만히 그 자리에서 제 손길을 기다릴 것이다. 발로란트가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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