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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필 때 잎이 없고, 잎이 자랄 때에는 꽃이 없으니,

평생 서로 볼 수 없다 하여

相思花 라 불렀다.






一   章

 

 

 

 

 

‘달이 참으로 곱습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형님.’

 

뽀얀 달을 보고 있자니, 문득 오래전 기억이 관자놀이를 스쳤다. 가슴 안쪽이 지끈거렸다.

“대군, 밤이 늦었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현은 밤하늘에 고정해 두었던 시선을 거두었다.

“부인, 봄이라도 아직 밤공기가 이리 찬데 어이 밖으로 나오셨소?”

현이 놀라 얼른 마루 위 여인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곤 재빨리 손을 움직여 겉에 두른 도포를 벗더니, 여인에게 둘러주었다.

“서방님이 들어오시질 않으니 부인이 찾으러 갈 수밖에요.”

여인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은 참으로 온화하고 아름다웠지만, 예전의 그 천진난만함은 없었다. 아주 찰나지만 현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스쳤다. 다행히 여인은 보지 못한 듯했다.

“제 탓입니다. 어서 방으로 들어갑시다.”

현이 눈을 휘며 하하하 하고 웃었다. 현이 이끄는 대로 여인도 다리를 움직였다. 만삭의 배를 감싼 채였다. 저와 서방님의 아이였다.

 

현은 지극정성으로 제 부인을 챙겼다. 어찌나 살뜰히 챙기는지 궁에는 대군이 애처가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요상한 시기에 돌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뤄진 혼사였기에 안팎으로 말이 많았었는데, 뜻밖에도 부부의 금슬은 좋았다. 지금이야 익숙해졌지만 냉정한 성정으로 이름난 현이 유독 제 부인에게 약해, 조정 대신, 궁인,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의외라 수군거리곤 했었다.

손을 잡고 복도를 걸어가는데, 여인이 한참 망설이더니 별안간 걸음을 멈추었다. 현이 무슨 일이냐는 듯 제 부인을 쳐다보았다.

“대군, 혹……강화도에 다녀와도 될까요?”

“…강화도 말입니까?”

강화도라는 말에 현이 잠시 동요했다. 강화도라면…….

“아닙니다. 못 들은 셈 치셔요.”

현의 머뭇거림을 거절이라 여긴 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되는 일임을 자신도 잘 알고 있는데, 몸 때문인지 요즘 이상하게 자꾸 감상적이 되곤 했다. 가족들이 몹시도 그리웠다.

실망한 기색에 현은 제 반응이 적절치 못했음을 깨닫고 얼른 덧붙였다.

“부인의 친정에 가는 일인데 안 될 리가요. 당연히 됩니다.”

여인을 향한 음색은 따듯했다. 혹여나 마음이 상했을까 한없이 조심스럽고 다정한 말투였다. 현의 말에도 여인의 표정은 큰 변화 없이 그대로였다. 하지만 미묘한 화색은 감출 수가 없다.

“다만…, 온양에 가는 것으로 합시다. 간 김에 부인 요양도 하구요. 요새 몸이 좋지 않아 내 걱정이 됩니다.”

둘러 말한 현의 말을 한 번에 알아들은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가족은 유배된 죄인이었다. 아마 대군이 아니었다면 제 처지도 가족들과 다름이 없었— 아니, 더 처참했겠지.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참수되고, 저와 제 어머니는 사약을 받았을 것이다. 운이 좋아 목숨을 건졌대도 관비 신세였다. 그 생각을 하자 여인은 순간 등줄기가 서늘했다.

 

제 서방과 닮았지만 닮지 않은 왕의 비정한 눈동자가 떠올랐다. 속이 메슥거렸다.

 

⁕ ⁕ ⁕

 

배를 타고 들어가 또 한참을 걸어가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현이 단단히 준비해둔 터라 그리 힘들진 않았지만, 이목을 끄는 요란한 가마를 탈 수는 없었다. 따라온 종복 하나가 관인에게 돈 꾸러미를 쥐여주자 그제야 유배지 앞을 지키던 관인이 그곳을 떠났다.

“나흘, 그 이상은 안 됩니다.”

짐짓 근엄을 떨던 관인은 금세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언덕 아래로 사라졌다. 숨어있던 여인은 그제야 큰 소리로 가족들을 부르며 마당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 어머니, 오라버니!!”

뜻밖의 목소리에 방 안에 있던 세 사람이 전부 뛰쳐나왔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막내딸이 눈앞에 있다니.

“연아!”

부부는 단숨에 마루에서 땅으로 내려왔다. 기적과도 같은 눈물의 상봉이었다. 제 부모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던 연은 멀뚱히 떨어져 저를 보고 있는 오라비에게 다가가 서운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오라버니는 이 동생이 안 반가우십니까?”

동생의 새침에 남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마냥 철부지 소녀인 줄 알았더니, 이제 다 컸구나.”

정말이었다. 매일매일 사고를 치느라 바쁘던 제 누이는 이제 제법 귀부인 태가 났다.

남자가 팔을 벌리자 연이 기다렸다는 듯이 안겼다. 연의 등을 쓰다듬는 손길은 다정하고, 또 애처로웠다.

박정우. 연의 오라비의 이름이었다. 한때는 대군마마의 오랜 벗이었다.

 

아랫목에 앉아 옥수수를 먹으며 연이 종알종알 열심히 떠들었다. 회임을 하였다더니, 예전엔 쳐다도 보지 않던 옥수수를 맛있게도 먹는다. 그 모습을 연의 아비와 어미가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정우도 마찬가지로, 사랑스러운 제 누이동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반가움, 그것과는 별개로 동생을 마주한 기분이 참으로 기묘했다. 몇 달 뒤면 태어날 사랑스러운 조카의 아비는…….

정우가 눈을 감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머릿속에 하얀 얼굴이 떠올랐다. “형님?”하고 저를 보던 얼굴. 평소의 냉한 얼굴이 무너지며 언제 그랬냐는 듯 따듯하게 웃던 미소.

그러다 순식간에 그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울부짖는 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형니이임!! 안됩니다…, 안 돼요……. 아아….”

초주검이 되어 끌려가는 저를 보며 비명을 지르던 모습. 피에 시야가 흐려졌음에도 그때의 현의 모습만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버니, ……오라버니!”

“응?”

“무슨 생각을 그리하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널 보니 좋아 그런다.”

연의 입가에 옅게 미소가 들었다. 대군의 부인에 곧 어머니까지 될 여인이지만, 제 눈에 누이동생은 여전히 어리광쟁이 동생이었다. 정우가 동생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오라버니. 대군이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어?”

“……죽마고우셨잖아요.”

다섯 살 터울인 정우와 현은 아주 어릴 적부터 함께한 벗이었다. 종친임에도 현은 꼬박꼬박 형님이라 부르며 정우를 따랐다. 늘 함께였었다. 정우와 현은.

“……되었다. 이미 대군께 너무 많은 폐를 끼쳤구나. 우리 가족을 구해주셨으니 더는 대군과 엮이지 않는 것이, 대군께 은혜를 갚는 길이겠지. 나 대신……, 네가 대군을 잘 보필해다오.”

 

궁금하지 않을 리가. 밥은 잘 드시는지, 잠은 잘 주무시는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 전부, 하루에도 몇 번씩, 아니, 매 순간 정우의 머릿속은 온통 현으로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그런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정우의 말에 연은 더는 현의 이야길 꺼내지 않았다. 확실히 박가와는 엮이지 않는 게 이로웠다.

제 가족은 유배된 다른 죄인들과는 달랐다. 삼족을 멸한다는 반역죄인이니까. 목이 붙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뱃속의 아기와 대군에 대한 왕의 총애가 아니었다면 가족들은 진즉에 목이 달아났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유달리 총명했던 현은 왕이 무척이나 아꼈던 아들이었다.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현은 지금쯤 세자가 되었을 것이다. 둘째이긴 하지만 현의 특출함 앞에서,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비록 그 특출함이 이 비극의 씨앗이 되었지만.

 

오랜 여정과 해후로 피곤했는지, 날이 저물자마자 연은 아버지와 어머니 옆에서 금세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는 한 방에서 네 식구가 함께 잠을 청할 일도, 그것을 상상한 적도 없었는데 어쩐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정우는 알고 있다. 이제 절대로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이것만으로도 되었다고 그렇게 매번 스스로 다독였지만, 그렇다고 입안이 쓰지 않은 건 아니었다.

 

정우는 식구들이 깰세라 조용히 찬마루로 나와 촛불을 붙였다. 종이와 붓, 먹도 함께였다. 정우가 익숙하게 붓을 들었다. 정갈한 필체가 종이를 채워갔다.

‘오늘은 연이가 왔다. 얼굴을 보니 잘 지내고 있는 듯하여 한시름 놓았다. 살아서는 다시 만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오늘의 일을 마치 일기 쓰듯 써 내려갔다.

‘한데, 너는 잘 지내고 있는지 참으로 걱정이 되는구나. 잠은 잘 자는 건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한참을 손을 움직이던 정우가 드디어 붓을 내려놓았다. 이 절절한 연서의 끝은 늘 같았다.

널 은애한다. 현아.

진즉에 말해주었으면 좀 좋아?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이리될 줄 알았으면 입이라도 한 번 맞춰 볼걸. 잠깐 든 불경한 생각에 정우가 피식하고 웃었다. 붉게 물든 현의 귀가 생각이 났다. 이름을 불러 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하던 모습도. 이제는 불러 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가슴 아래가 저릿해졌다.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써놓고는 마지막 ‘현아.’ 이 두 글자를 먹으로 지워버린다. 곱게 쓴 두 글자가 형편없이 까맣게 변했다. 먹물이 마를 때까지 정우는 검게 물든 종이의 끝자락을 한참 바라보았다. 마치 그 먹 너머의 이름이 여전히 보이는 것처럼.

물기가 마르자 정우는 서신을 고이 접었다. 접은 서신을 마루 아래 깊숙이 집어넣고는 돌로 누르는 모습이 매일의 일처럼 익숙해 보였다. 그 판판한 막돌 밑에는 방금 정우가 집어넣은 것과 비슷한 서신이 한가득이었다.

 

매일 밤 남몰래 행해지는 정우의 의식과도 같은 행동이었다. 부치지도 못할 연서를 쓰는 것. 그를 그리며 애달파 하는 것. 매일 매일, 시시때때 차오르는 그리움을 이렇게라도 토해내지 않으면 정우는 버티지 못했을 거다.

“후,”

촛불을 끈 정우가 다시 조용히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 이불에 몸을 뉘었다.

그날 정우의 꿈에는 오랜만에 현이 나왔다. 꿈의 내용을 보니 딱 그맘때 즈음이었다. 고작 일 년 전인데 마치 수십 년 전의 일처럼 아득했다.





二   章

 

 

“형님!”

딱딱히 굳어있던 현의 얼굴이 정우를 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 무너졌다. 눈을 휘며 웃는 모습에 정우도 다정히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오셨습니까. 세자마마?”

“……그리 부르지 마시래도요?”

“전하께서 그리 선언하셨는데 그럼 어찌합니까?”

얼마 전, 왕은 조정에서 현을 세자로 책봉할 것이라 선언했다. 정우의 대답에 현이 입을 삐죽였다.

“……아직 책봉식까지는 꽤 남았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전까지는 대군마마라고 부르지요.”

“아, 형님!”

그래도 어릴 때는 종종 “현아.”하고 다정하게 저를 부르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정우는 현을 꼬박꼬박 대군이라 높여 불렀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저도 안다. 허나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하얗던 얼굴이 금세 상기되어 씩씩거렸다. 결국, 정우가 하하하 하고 웃었다. 이 귀여운 대군이 다들 뭐가 그리 무섭다는 건지, 정우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책봉이 되면……, 이제 이리 형님을 보러오는 것도 못하겠지요?”

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현은 왕이 되기 싫었다. 그러니 세자가 되기도 싫다.

“제가 대군을 보러 가면 되지요.”

“……자주 오실 겁니까?”

“매일 갈 겁니다. 귀찮아하셔도 소용없습니다.”

그러더니 검지로 제 콧망울을 콕하고 찍는다. 어린 애 달래듯 저를 달래는 정우의 행동에 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 정우의 입술이 곡선을 그린다. 어쩜 이리 사랑스러운지. 저 말랑한 볼에 당장이라도 입을 맞추고 싶은 걸 정우는 간신히 참아내었다. 이 흑심을 감추려 정우는 애써 현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날이 멀쩡한 모습으로 현을 마주하는 마지막 순간임을 알았다면, 좀 더 오래 자세히 눈에 담아 두었을 텐데.

 

“대군!”

“무슨 일이냐?”

“박 대감과 박 좌랑께서…….”

비복의 호들갑에 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 밤중에 웬 소란인지. 하지만 곧이어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현은 사색이 되어 말에 올라탔다.

 

온 힘을 다해 달렸건만 이미 모든 것이 휩쓸고 지나간 후였다. 당장 오늘 낮에만 하여도 평화롭던 이곳은, 이제 시체가 즐비한 지옥이었다.

……형님은? 현이 미친 사람처럼 바닥의 시체를 훑었다. 바닥에 늘어진 시체가 정우가 아님을 확인할 때마다, 안도감과 불안감, 두 감정이 동시에 현을 휘감았다.

“대군마마!”

뒤를 쫓아온 비복이 현을 큰 소리로 불렀다. 현이 비복의 어깨를 부여잡고는 다짜고짜 물었다.

“형님은? 형님을 보지 못했느냐?”

“박 좌랑께서는 의금부로 끌려갔다고 하옵— 마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말에 올랐다. 형님이 무사한 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허나 현이 의금부에서 확인한 것은 반송장이 되어 정신이 반쯤 나가버린 정우였다. 창살 너머의 시선엔 빛이 없었다. 저를 보는 눈은 늘 반짝이던 그 동공이 아니라 붉고 검게, 죽은 눈이었다.

“형니이임! 이거 놓아라! 놓으란 말이다. 형님, 안됩니다…. 아아, 형님…!”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그에게 닿으려 갖은 애를 썼으나 소용이 없었다. 대군의 이름으로도 아무것도 해결할 수가 없다. 한참을 울부짖던 현은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궁으로, 궁으로 가야 한다.

 

⁕ ⁕ ⁕

 

아바마마를 뵈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반역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일말의 희망을 품고 찾아온 궁이었건만, 현이 마주한 진실은 생각보다 더 잔인했다.

 

“전하, 역모라니요. 박 대감과 박 좌랑이 그럴 리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제발, 제발 명을 거두어주십시오.”

“현아, 넌 참으로 총명하나……, 사람을 너무 믿는구나.”

그의 대답에 현이 더욱 열정적으로 정우를 변호했다.

“전하! 형님은 아니, 박 좌랑은 그럴 인물이 아닙니다!”

“짐은 박 좌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왕은 가여운 제 둘째 아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현의 동공이 불안하게 떨렸다.

“왕은 늘 의심하고 경계해야 하느니라. ……그게 설사 네 친형이라도 말이다.”

“…!!”

 

얄궂게도 이 모든 일의 주범은 현의 형, 명오였다. 장자인 자신이 아닌 동생이 세자에 오르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그가, 동생을 위해 준비해둔 함정. 그는 현을 지지하는 가문들까지 싸그리 엮어 제거할 요량이었다. 다행히 제 아들의 만행을 미리 눈치챈 왕은 이 모든 일에서 현을 아주 깔끔하게 도려내었다. 하지만 모두가 재앙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번 일을 교훈 삼거라. 지금은 아파도 훗날 네가 왕이 되면 이것 또한 밑거름이 되겠지.”

태평한 소리에 정신이 혼미했다. 왕이 된 들 그가 죽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저 무정한 왕은 지금 현에게 박가의 피를 밟고서 왕이 되어라 종용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형님이……나를, 나 때문에 박씨 일가가…. 정우형님이….

현이 무릎으로 기어 앞으로 나아갔다. 절박함에 체통이나 왕족의 품위, 뭐 이딴 건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더욱 그들의 잘못이 아니지 않습니까. 제발, 제발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아니, 목숨만! 목숨만이라도 살려주십시오. 제발…….”

현은 제 아비에게 정우의 목숨을 구걸했다. 형님을 이리 죽게 내버려 둘 순 없다.

“내 비록 너를 아끼지만…, 이번만은 들어줄 수 없다.”

“아바마마!”

“질투에 눈이 멀어 동생을 모함한 모자란 자식이지만……, 명오도 내 아들 아니더냐. 네가 박 좌랑과 막역한 사이임을 이 아비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명오와 너, 둘 중 누구도 잃을 생각이 없다.”

왕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이 일은 박씨 일가가 모조리 떠안으면 해결될 일이다. 충직한 신하였기에 본인도 무척이나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제 자식이 더 중요했다.

왕의 단호한 어조에 현은 눈을 감았다. 아버지는 그들을 구해줄 생각이 한치도 없었다. 감은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박 대감의 여식이 제 아이를 가졌습니다.”

담담하고 차분한 말투였다. 뜻밖의 말에 왕이 미간을 찌푸렸다.

“농이 지나치구나.”

현의 말을 왕은 조금도 믿지 않았다. 제 아들은 제가 잘 안다. 혼인을 치르지 않은 처자와 정을 통했다니 가당치도 않았다. 제 둘째 아들은 그럴만한 성정이 되지 못했다.

“거짓이 아닙니다.”

정우는 현을 보고 거짓말엔 소질이 없다 했다. 암투가 난무하는 조정에서 이리 속마음을 못 숨기시어 어떡하느냐며 염려했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앞이기에 그랬다. 연모하는 이 앞에서 감정을 완벽히 다스리는 이가 얼마나 될까.

“박좌랑을 보러 갔던 것이 아닙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온재에 드나들었던 것은 그 집 여식을 보기 위해였습니다.”

왕가의 피가 어디 갈까. 역시나 능숙한 거짓말이 아주 술술 나온다. 눈 하나 깜짝 않고, 현의 입에서 민망한 말들이 진짜인 양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왕의 콧김에 점점 분노가 실렸다.

“박가의 낭자와 정을 통했—”

“그 입 다물라!”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검정 파편들이 여기저기로 튕겨 나갔다. 노기로 인해 왕의 볼이 덜덜 떨렸다. 산산조각이 난 벼루의 파편이 이마를 스쳤는지 따듯한 피가 주륵 하고 제 얼굴 위를 지났지만, 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대로 박 씨에게 반역의 죄를 물으면 제 아이는…, 전하의 손주는 반역자의 자식이 됩니다. 제발…, 제발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전하.”

“……꼴도 보기 싫다. 나가라.”

“전하…!”

“나가래도! 여봐라, 대군을 끌고 나가라.”

“아바마마, 아바마마!”

끌려나가는 현을 보며 왕은 이마를 짚었다.

 

⁕ ⁕ ⁕

 

이게 다 무슨 일인 걸까. 분명 어제만 해도 옥에 갇혀 갖은 고초를 당하였건만, 연은 갑자기 궁으로 끌려왔다. 이대로 죽는 줄만 알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비단옷에 매 끼니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갇힌 것은 이전과 똑같았으나 대우는 차원이 달랐다. 부모님과 오라버니는 지금 옥고를 치르고 계실 터인데 어찌 제게만 이리 대해 주는 것일까. 연은 이 난데없는 상황에 머리가 복잡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궁금한데 그 누구도 속 시원히 대답을 주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었다.

갇힌 지 닷새쯤 되던 날은 어의까지 찾아와 자신을 진맥하고 돌아갔다. 대체 무슨 일인데 죄인을 불러다가 입히고 재워주고 의원까지 불러 진맥을 한단 말인가. 궁금증에 가슴이 답답해질 무렵, 궁인 하나가 연에게 몰래 쪽지를 건넸다.

쪽지를 읽는 동안 연은 놀라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손발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이내 연은 마음을 다잡았다. 사실 그리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말할 것도 없이 답은 하나였다. 연은 그 자리에서 붓을 들었다. 답서를 작성하는 연의 표정은 슬픔 없이 담담했다. 아니, 오히려 가족을 구할 수 있단 일말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쪽지를 건네준 궁인이 옷소매 깊숙이 연이 쓴 답서를 숨겼다.

 

⁕ ⁕ ⁕

 

속곳 차림의 두 남녀가 마주 보고 앉아 있다. 분명 겉보기엔 첫날밤의 그것인데 이상하게도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설렘, 그것과는 심히 동떨어져 있었다. 두 사람을 둘러싼 공기가 참으로 침통했다.

현이 눈물을 흘리며 연신 미안하다 말했다. 하지만 연도 알고 있었다. 제아무리 양반댁 철부지 막내딸이었다지만 이것이 가족을 살릴 유일한 기회임을 연도 본능적으로 알았다.

지금 현이 왕에게 고한 거짓말은 시간을 벌기 위한 차선책에 불과했다. 당장은 어의를 매수하여 잘 넘어갔지만, 장기책이 되지는 못했다. 이것이 차선책이 아니라 진짜 해결책이 되려면, 이 거짓말이 거짓이 아닌 진짜가 되어야 했다.

“낭자…, 으으, 미안합니다. 내가, 내가….”

모든 게 자신 때문이었다. 저 때문에 형님의 가족이 반역이란 오명을 쓰게 됐다. 그런 주제에 형님을 살리고 싶어서 정우와 연에게 또 죄를 짓고 있다.

형님, 낭자. 제발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눈물로 범벅된 현의 얼굴을 연이 두 손으로 감쌌다. 무슨 마음인지 알고 있다는 듯, 마주친 눈빛은 한없이 다정하고 슬펐다.

연의 입술이 현의 입술에 닿았다. 연정이 아닌 위로였다.

괜찮아요. 제가 선택한 일입니다. 오히려 저는 대군께 감사합니다. 저희 가족을 구할 길을 열어주셔서. 그러니 울지 마세요.

이 입맞춤에 제 위로가 전해지길 연은 바랐다. 이 가여운 대군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길.

눈물로 얼룩진 비통한 밤이 지났다.

 

어의의 보고를 들은 후에도 의심을 거두지 않던 왕은 연의 배가 점점 불러오자 결국 의심을 거두었다. 왕은 현에게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선택으로 세자의 자리에 오르지 못할 텐데, 정녕 이 길을 가겠냐고. 그 물음에 현은 애초에 이리 되었어야 했다고 답했다. 그랬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텐데. 하지만 뒷말은 삼켰다.

현의 대답에 왕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 ⁕ ⁕

 

“죄인 박정우는 들으라. 나라에 충성을 다해야 할 신하로서 역심을 품는 불충을 저질렀으니 당장이라도 참형에 처해 마땅하나 모의에 그친 점, 박가의 여식이 왕가의 핏줄을 잉태한 점을 참작하여 유형에 처한다.”

 

“허,”

목숨을 부지하였는데도 허망한 웃음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명재경각의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가족들이 모두 살게 되었는데 그리 기쁘지 않다니, 온 백성이 저를 악종이라 손가락질하여도 할 말이 없다.

안도감과 절망감 두 가지 감정을 기반으로 한 수십 가지의 복잡한 감정이 정우의 속을 헤집었다. 그중 절망감이 가장 크다는 사실이 더욱 정우를 힘들게 하였다.

저와 제 가족들을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아는데, 어째서 그를 잃었다는 절망감이 가장 크단 말인가. 금수만도 못하다는 말이 지극히 온당했다. 본디 가진 적도 가질 수도 없는 귀한 분이거늘.

“형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대군은…….

“저는 형님이 그리 부르는 것이 싫습니다. 꼭 거리를 두는 것 같아서.”

이번엔 오래전의 볼멘소리가 들렸다.

…….

현아 너는 괜찮은 것이냐. 나는 네가 걱정이다.

 

박씨 일가에게 참형 대신 유배라는 처벌이 내려지자 명오를 필두로 한 몇몇 조정 대신들이 거세게 반발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잠해졌다.

아마도 아바마마께 이 모든 일의 배후가 형님임을 묵인해 주겠다, 약조를 받았겠지. 애초에 그 사실을 밝힐 생각도 없으셨지만, 형님은 모를 터였다. 제 아비는 참으로 명석한 군주였다. 자신은 하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잃었건만, 왕은 하나를 잃고 모든 것을 지켰다.

세자책봉식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다만 그 자리에 오른 건 현이 아닌 현의 형 명오였다. 세자책봉식이 끝나자마자 현은 연과 함께 궁을 나왔다.

다시는 조정에 발도 들이지 않을 것이다.

 

⁕ ⁕ ⁕

 

정우가 강화도로 떠나던 날이었다. 현은 먼발치에서나마 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인파 속에 묻혀 오라에 묶인 그를 보자 저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졌다. 간수에게 쥐여준 뇌물이 효과가 있었는지 현이 정우에게 보낸 온갖 약재들이 잘 전달이 된 듯했다. 여전히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 있었지만, 대부분은 잘 아물어 있었다. 현은 그나마 마음을 놓았다.

한참을 훔쳐보다 결국 정우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 순간만은 세상이 아주 천천히 흐르는 기분이었다. 눈시울이 시렸다.

형님을 볼 낯이 없는데, 이게 정말 마지막임을 알아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또 욕심이었다.

그때 정우가 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가족을 구해주어 고맙다는 뜻이었다.

 

아아—, 현은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흙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면서도 현은 정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눈물에 가려 정우가 흐려졌다. 안 돼. 현이 허겁지겁 눈을 깜빡였다. 고였던 눈물이 떨어지며 다시 시야가 선명해진다. 금세 눈물이 차올랐지만, 현은 고집스레 정우를 좇았다.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할 그를 눈에 담았다.

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형님을 마음에 품었습니다. 형님을 연모합니다.

고백의 주인은 듣지 못할 사랑 고백을 수십 번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정우가 탄 수레가 시야에서 멀어져 더는 보이지 않음에도 현은 한참을 그 자리에서 서럽게 울었다.

 

정우는 그저 여린 제 벗이 오래 울지 않기만을 바랐다.







終   章

 

  

 

나흘은 회포를 풀기엔 참으로 짧은 시간이었다. 다시 눈물의 이별이다. 이리 헤어지면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기약 없는 헤어짐이었다. 부인은 한참 동안 제 막내딸을 껴안았다.

“오라버니.”

연이 정우의 앞에 섰다.

“건강히 잘 지내야 한다.”

담담히 안녕을 고하는 목소리엔 진심 어린 걱정이 서려 있었다. 연이 고개를 들어 정우를 보았다.

“정말 이대로 괜찮으십니까?”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이곳에 있던 나흘 내내 연은 대군에게 전해줄 말이 있는지 넌지시 물어봤지만, 정우는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제 오라비가 이리 단호히 구는 이유를 자신도 알았다. 이미 벌어진 일에 구태여 미련을 남겨 무엇을 할까. 그러나 누군가에겐 그 미련이 평생을 살아갈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억척스러운 구석이 있는 오라비는 걱정이 없는데 문제는 제 서방이었다. 지금은 잘 버티고 있다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 장담하기엔 대군의 심성은 너무 여렸다. 곁에 없는 정우는 모르겠지만 연은 하루하루 무너져가는 그를 생생히 지켜보고 있었다.

“저는 대군이 살아가도록 그리 만들 겁니다.”

연은 미래를 살기 위해 어찌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그는 가족을 지킬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러니, 오라버니도 잘 지내세요.”

“……그래.”

그 말에 안심이 된다니 참으로 못난 오라비다. 정우가 자조했다.

 

작별 인사 후 돌아선 연은 품속의 종이를 다시 확인했다. 오라비 몰래 마루 밑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쌓인 것이 어찌나 많던지 한두 장 정도는 티도 안 날 터였다. 그렇게 연은 귀환길에 올랐다.

 

⁕ ⁕ ⁕

 

“이게 무엇입니까?”

돌아온 연은 그날 저녁 현에게 웬 봉투 하나를 건넸다.

“부쳐지지도 못하고 쌓여가는 것이 안쓰러워 가져왔습니다.”

뜻 모를 소리에 현의 눈썹이 찡긋했다. 무엇인지는 직접 확인하면 알 수 있을 터. 거침없이 봉투 속을 열어 종이를 꺼내 펼쳤다. 익숙한 필체에 반사적으로 숨을 크게 들이켰다. 동공이 잘게 떨렸다.

“부인……, 이 서찰은.”

“대군. 송구하나 소첩 먼 길을 오느라 고단하여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연은 잠깐 새에 서찰의 존재를 잊은 것처럼 대답했다. 그 속에 의도가 아주 명백했다.

연이 문을 닫고 나가는데도 현은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다. 손에는 여전히 서신을 붙든 채였다. 고개를 내려 서신을 보았다.

 

그저 평범한 연서였다. 적당히 절절하고, 적당히 사랑스러웠다.

 

허나 하루도 빠짐없이 그리던 이의 필체였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까맣게 먹칠을 해놓은 탓에 수신인은 밝혀져 있지 않았으나, 현은 알았다. 이 연서가 저를 향한 것임을. 글자마다 꾹꾹 스며있는 저를 향한 염려와 애정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으으…, 흑.”

바로 문밖에 연이 있을 터였다. 그러나 현은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 그동안 속에 가득 들어차 겨우겨우 억눌러 놓았던 그리움이 죄다 쏟아졌다. 한 번 터져버린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비명과도 같은 흐느낌이었다. 들이마신 공기가 죄다 바늘로 변해 폐부를 찌르는 것 같았다. 행여 구겨질까 혹은 낙루에 번질까, 조심스레 품에 안은 채 한참을 오열했다.

 

연은 제 오라비를 살리려 스스로 죄인이 된 대군이 저리 다 쏟아내고서라도 살아있길 바랐다. 쏟아내고 남은 것이 그리움이든 죄책감이든 혹은 체념이든지, 그가 앞으로 살아갈 지푸라기라도 된다면 다만 족했다. 제 가족과 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그리해야 했다.

창호 너머로 억누르지 못한 희읍소리가 들려왔다. 듣는 이로 하여금 애통해질 정도의 통곡이었다.

연은 그저 바람조차 그를 방해할 수 없도록 겹겹이 문을 단속했다. 걸음을 옮길수록 흐느낌은 멀어져갔다.

 

⁕ ⁕ ⁕

 

“아침부터 서책을 보고 계십니까?”

“일어나셨소? 안온한 아침입니다, 부인.”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연을 보며 웃는 낯이 늘 그렇듯 부드러웠다. 마치 어제의 비곡이 한낱 꿈 같았다.

“방해하지 않을 터이니 마저 경독 하십시오.”

연이 살짝 웃고는 금세 사라졌다. 현과 연은 물론 집의 식솔들까지, 다름없는 하루에 맞춰 다름없는 하루를 지냈다. 다정한 주인어른과 주인마님. 아주 평화로웠다.

 

정치를 등진 종친은 참으로 한가롭다. 어찌나 한가로운지 불쑥불쑥 아수라판의 그날이 떠올랐다. 저를 죽이려 한 자신의 친형이 떠올라 참담했고, 그로 벌어졌던 일들이 줄줄이 따라오자 끔찍했다. 그런데 불현듯 그리운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널 은애한다.’

현실로 들은 적도 없는데, 마치 실제로 들었던 것 같다. 현이 서책 안에 고이 숨겨 둔 서찰 속 내용을 또 곱씹었다. 대체 몇 번을 읽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역시나 가슴 안쪽이 지끈거렸다.

눈은 슬펐으나 입술은 웃었다. 낭자가 아니, 부인이 저에게 그 서찰을 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현은 그저 그릴 것이다. 또 버틸 것이다. 잃는 것보다 곁에 없는 게 낫다는 걸 알고 있으니. 저뿐 아니라 정우도 그럴 것이었다.

 

넓게 트인 마루에 앉아 서책을 보다가 문득 하늘을 보았다. 눈이 부실만큼 선명한 하늘이었다. 그가 보고 있을 하늘도 맑고 깨끗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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