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선생님 오랜만이에요~”
“다니엘씨 왜 이렇게 뜸했어요?”

재환을 만나면서부터는 오직 그에게서만 마사지를 받았으니, 실로 간만이긴 했다.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연애를 시작하면서 재환은 종종 다니엘에게 마사지를 해주려고 했지만, 다니엘은 그런 재환의 손길을 거부했다. 힘들게 하기 싫다는 이유로. 오히려 제가 해주겠다고 재환의 몸을 주물러댔다. 물론, 항상 그 주무름의 끝은.. 야했지만.

“작은 사장한테 받았다면서요?”
“네? 작은 사장..이라니..”
“재환이요.”

아.. 이 가게 재환이 아버지네 가게라고 했지. 그래서 작은 사장이라고 부르나보다. 오랜만에 본 하선생은 수다스럽게 재환에 대한 얘기를 꺼내놓았다. 평소같으면 조용한 분위기에서 안바를 받는 걸 더 좋아하는 다니엘이었지만, 제 애인의 얘기라고 귀가 쫑긋하다.

“사장님이랑 제가 13년인가 같이 일했는데, 재환이가 그때부터 종종 와서 배웠어요. 어르신들 해드린다고. 재환이가 봉사활동 하러 가서 안마해주고 그랬나봐요. 착하죠?”

그러게요.. 그 착한 사람이 지금 제 애인이에요. 어젯밤에도.. 우린 뜨거웠죠. 하하하.. 하고 말이 툭 튀어나올뻔 했다.

“손이 야물딱져서 가끔 급할 때 왔다가면 꼭 손님들이 다시 찾더라고요. 처음엔 여기 들락거리는 거 사장님이 싫어하더니.. 사고 후엔 운영하는 거 배워두면 나중에 먹고는 살지 않겠냐면서 일 배우라고 난리에요. 근데 사실 가게 따윈 안해도 충분히 먹고 살텐데.”
“재환이가 능력이 좋죠..”
“재환이가요? 재환이 요즘 뭐하면서 돈 버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장님이 수완이 좋아요. 이 샵도 체인이 몇 개가 있고.. 이 건물도 자기꺼고. 서울 땅에 건물이 몇개 있어요.”

헐.. 리얼 금수저였네... 그저 돈이 좀 있는 집인 것까진.. 짐작했는데.

“그리고 형제들이 우애가 좋아요. 형들 능력도 좋고. 재환이라면 끔찍해요. 이 건물 2,3층에 병원있죠? 그거 재환이 작은형 병원이고, 큰형도 의사. 아들 둘 의사인게 사장님 제일 큰 자랑이에요. 아무튼 다들 먹고 살만하니까 이 건물은 재환이 명의로 바꾸는거에 다 찬성했다더라고요.”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데.. 내 애인이.. 건물주라니. 명품샵 가서 턱턱 사올만 했네.

“1층 가게는 사모가 커피 좋아한다고 젹당히 취미생활 삼아 운영하고.. 그니까 이 건물 자체가 사장네 집안 가게에요.”

하.. 멋지다.. 멋져. 이런 애를 두고 내가 가난하다고 생각했다니. 눈치가 없었네. 오케오케..강다니엘 눈치없는거 인정!

마사지를 마치고 1층에 가니 알바생이 아는 체를 해온다.

“혹시 샌드위치나 파스타 같은 거 드실거면 라스트오더 시간 지나도 해드리라고 매니저님이 부탁하고 가셨어요. 친한 친구라고.”
“매니저가요?”

매니저.. 나 이가게 몇 번 오지도 않았는데.. 매니저가 누구지..? 설마.. 

“네. 저번에 같이 오셨잖아요. 김재환 매니저님”

김재환.. 어머니 가게라더니.. 하.. 블렌딩도 지가 했다더니.. 그냥 단순 블렌딩만 한게 아니었고 매니저였어.

다니엘은 재환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야! 금수저!”

다니엘은 조용히 음악 작업을 하던 재환을 보며 외쳤다.

“우와.. 너 진짜..”
“형.. 저 인간은 또 왜 저래?”

같이 작업을 하던 세운은 다니엘의 등장에 흐름이 깨져 짜증나는지 성질을 부렸다. 안그래도 자신만 보며 못잡아먹어서 안달인 녀석인데.

“너.. 카페 매니저라며? 그 건물도 니꺼라며?”
“그 얘기 안했어? 돈 많은게 부끄러워? 왜 말을 안해?”

정작 당사자인 재환은 가만히 있는데 세운이 깝죽거린다.

“나 거짓말 한 적 없어. 집안 일 돕는다고 했잖아. 엄마 가게일 가끔 도와주는 거야. 그냥 이름 막 부르기 뭐하니까 매니저라고 그냥 부르는거야. 가끔 로스팅하고, 메뉴 정하고 이럴 때만 가서 도와드리는 거. 그리고 그 건물은 아직 내꺼 아냐. 이 건물이 내꺼지.”
“에? 이거.. 형꺼였어? 이 집만 자가인거 아니었어?”

이건 세운도 몰랐나보다. 다니엘도 입이 떡 벌어졌다. 진짜..건물주였어. 정말, 진짜, 리얼, 대박, 헐.. 그것도.. 물론 아직은 아니라지만 2채나.. 정작 당사자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응. 내 명의야. 20살 될때 아버지가 증여해줌. 법적으로 문제 하나도 없이. 세금도 다 냈고. 우리 아버지가 또.. 그런건 법 없이도 사실 분이라.”
“자기야.. 환아... 진짜.. 오해해서 미안했다...”
“그러게.. 동정따윈 필요없다니까.. 오히려 내 돈보고 좋아할까봐 걱정이네..”
“조금 더.. 좋아진 건 맞는 거 같아..”

다니엘의 말에 재환은 입술을 잠시 삐죽이다가도 크하하 웃어버렸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세운은 그저 세상에 커플따윈 다 죽어야 해.. 하는 표정으로 쳐다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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