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른 국민

오래 된 사이는 시작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증명 된 우스갯소리가 있다. 깊고 가까울수록 우리가 어쩌다가 친해졌지 라는 물음을 주고받지만 결국엔 답을 찾지 못하고 웃기만 하다 어영부영 끝나는 게 대부분이다. 


우리도 그랬다. 너무 깊고, 너무 가깝고, 너무 아득해져 버렸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의 순환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장시간 긴 호흡으로 읽어왔던 책에 책갈피를 꽂아 넣을 때였다. 



나랑 민국이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친구였다. 일 년 동안 줄기차게 붙어 다니다가 나는 집과 가까운 고등학교에 갔고, 민국이는 차로 이십분 정도 떨어진 ㅇㅇ동에 위치한 고등학교로 갔다. 몸이 떨어지면 당연히 조금은 멀어 질 줄 알았던 우린 닭살 돋게 때 아닌 애틋함까지 생기는 바람에 학창시절의 유일한 비행이었던 담배를 나눠 피며 한 번 만나면 꼬박 몇 시간을 얘기하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까지도 마주보고 담배를 피며 어연 십년 째 우정을 유지하는 중이다. 


전정국은 그런 민국이의 고등학교 후배였다. 

스물 두 살의 끝자락, 새벽 세시쯤이었나. 민국이가 갑자기 자기 친구들이랑 술을 먹고 있는데 심심하면 오지 않겠냐고 물었다. 전역을 하고 탱자탱자 놀던 내가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어 던진 물음 이었을 테다. 친절히 나를 데리러 온 민국이 옆자리에는 알음알음 알 던 친구 한 명도 타고 있었다. 야 지민아 오랜만이다. 라고 말하는 인사에 뭐야. 너도 있었네? 안부를 나누고 ㅇㅇ동에 갔다. 연 가게가 얼마 없어 다 몰려있는지 늦은 시간인데도 꽤 부산스러웠다. 민국이가 한 명 더 올 건데. 지금 잠깐 지 친구 만나러 갔어. 라고 말을 했다. 어차피 모르는 사이라 오나마나 별 상관없어 고개만 끄덕였다. 


거리는 좀 되지만 한 곳 밖에 되지 않은 번화가이기도, 몇 번 온 적이 있기도 해서 낯익은 얼굴들도 몇 보였다. 툭 하고 누가 어깨를 치길래 봤더니 저번에 같이 술을 먹었던 애가 인사를 건넨다. 어. 하이. 대충 인사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뜨악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고등학교 때 연락했던 여자애가 웃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래서 동네가 좁으면 안 된다니까. 고개를 조금 숙이고 휴대폰만 쳐다봤다. 

 


‘아 전정국 존나 늦게 왔어. 일단 입장샷.’

‘와 나 여기 오려고 소주 한 병 먹고 왔거든. 치워.’



서늘한 바람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고개를 드니 아 안 먹어. 좀 쉬자고. 아 좀! 인상을 쓰며 민국이가 억지로 입에 넣으려는 술잔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는 커다란 애가 보였다.


나는 전정국을 알고 있었다. 민국이가 하도 많이 얘기해서. 처음엔 무서운 줄 모르고 바락 바락 대들어서 형들이 벼르고 있는 애라고 말했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지랄한다. 일진이세요? 라며 이죽거렸다. 그러고 얼마 안 가 민국이 입에서 나온 전정국은 긍정적으로 바뀌어 걔가 첨엔 싸가지 없는 줄 알았더니 애가 진국이더라고. 귀여운 맛이 있어. 놀리면 꿀잼. 낄낄 거렸다.



‘나 이거 먹으면 형 후회해. 그래도 먹어?’

‘아 말이 너무 많다.’

‘더러워서 먹는다 내가.’



단숨에 소맥을 원샷한 전정국이 안주를 입에 넣고 으 뜨거라. 조금 요상스럽게 다 씹은 뒤에야 앞에 있는 나와 눈을 마주친다. 원래 같으면 먼저 피했을 텐데 민국이한테 몇 번 들었다고 내적친분 같은 게 있었는지 그냥 눈썹을 들어 올렸다가 내리기만 했다. 그러자 전정국도 똑같이 눈썹을 올렸다가 내렸다.



‘아 맞다 여긴 지민이. 내가 말했잖아. 제일 친한 친구. 얜 정국이. 알지? 안 그렇게 생겨서 우리보다 한 살이나 어리다.’



싸우자고? 전정국이 민국이한테 인상을 쓰면서 짜증내는 걸 보자 저래서 귀여운 맛이 있다고 얘기한 거구나. 바로 납득이 되는 게 우스운 일이었다.



‘아냐. 어리게 생겼는데?’

‘아 역시. 형 사람 볼 줄 안다는 말 많이 듣죠.’



얘기 많이 들었어요. 장민국이랑 안 어울리게 귀엽게 생기셨네. 쟤랑 왜 놀아요? 전정국이 코를 찡긋거리면서 묻자 옆에 있던 민국이가 또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야 쟤네 냅두고 술이나 마시자. 다른 친구가 하는 말에 술잔을 들어 올리자 아 나도 같이 먹어요. 싸우는 것에 온 신경을 다 쏟고 있는 줄 알았던 전정국이 기다란 팔을 뻗었다. 


느지막이 시작한 술자리는 제법 무르익었고, 금방 파할 수밖에 없었다. 마감시간에 맞추느라 빠른 속도로 잔을 부딪쳐댔다. 나는 안 그렇게 생겨서 술을 제법 잘 먹었기도, 늦게 오기도 해서 매우 멀쩡했다. 나빼고 다 반 쯤 너갱이가 빠진 모습이라는 말이었다. 야 이 자식들아. 가게 문 좀 닫자. 장난스럽게 말하는 아저씨의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이 분주하게 나갈 준비를 하는 게 보인다. 우리도 마지막 잔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박지민!’



한꺼번에 나가는 인파에 입구 쪽이 복작복작 했다. 그 바람에 아까부터 꽤나 의식하며 피했었던 여자애와 나란히 걷게 되어 버린 거다. 나를 보며 아는 척 건네는 인사에 어 아. 안녕. 어색하게 받아쳤다. 어떻게 연락이 끊겼더라. 내가 먼저 씹었던 것 같아. 그 바람에 괜히 더 겸연쩍었다. 사실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여자애는 취한건지 예전일이라서 상관이 없는 건지 완전 오랜만이다. 여기서 술 마시고 있었어? 언제부터 마셨어? 라며 성격 좋게도 대화를 이었다. 얼마 안 됐어. 두 시간 됐나? 그저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도 눈동자를 연신 굴렸다. 담배 피자. 바깥에 나오자마자 담배를 무는 여자애 너머로 민국이가 걸어가는 게 보였다. 설마 떼놓고 가는 건 아니겠지. 약간 불안했지만 이미 쭈그려 앉아 버린 여자애 때문에 에라 모르겠다 그냥 담뱃불을 붙였다. 



‘우리 고3 때 연락했나?’

‘어? 어.’

‘아 맞네. 장민국이 소개 시켜줬잖아.’ 



곤혹스러운 얘기가 나오자 완전히 불편해져 버렸다. 대답 할 말을 찾지 못해 가만히 있는데 아저씨 나 화장실에 가두고 문 닫으려고 했어. 나중에 안주 서비스 줘야 돼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형 뭐해요? 어 누나 오랜만.’

‘정국이도 있었네? 어 뭐야. 정국이 너 지민이랑 친해?’

‘넵. 누나는?’



저 여자애랑 전정국이랑 어떻게 아는지도 신기했지만 나는 사실 전정국이 나랑 친하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 게 더 신기한 것 같았다. 나 옛날에 지민이 소개 받았었어. 여자애는 아무래도 연락한 사이라고 광고라도 할 셈인지 가볍게 얘기하는 통에 점점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갈 때였다.



‘그럼 담배 필 사이 아니네.’

‘응?’

‘누나 친구들 저기 간다. 빨랑 가요.’



우리도 가자 형. 전정국이 그렇게 말하며 어깨동무를 해 민국이가 간 쪽 말고 반대편으로 몸을 틀었다. 잘됐다 싶어 조심히 가. 여자애한테 급하게 인사를 하고 나도 발걸음을 옮겼다.



‘형 혹시 육상부 출신?’

‘어?’

‘천천히 가요. 어디까지 가려고.’



민국이 형 저 쪽으로 갔잖아요. 그제야 내가 제법 속도감 있게 걸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 지금 토 나올 것 같아요. 너무 뛰었어. 과장되게 어깨를 들썩이는 행동에 나도 모르게 코웃음 같은 걸 내뱉으니 진짠데. 해볼까요? 라며 지치지 않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 왜 민국이가 귀엽다는 말을 입이 닳도록 해댔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아 왜 이렇게 늦게 와. 목 빠지는 줄 알았다.’



내가 멀리 간 탓에 다시 돌아가는 길이 꽤 길었는데도 전정국은 별 다른 투정 없이 장난만 쳐댔다. 계속 웃는 걸 보니 술이 꽤 취했나 싶었다. 대리 부를게. 정국아 너도 타고 갈 거지? 민국이가 하품을 길게 하며 묻는다. 그제야 전정국이 어깨동무를 풀며 집 바로 코앞인데 뭐. 걸어 갈 거임. 형 조심히 가요. 인사를 건넸다.



‘응 정국이 너두. 오늘 재밌었어.’

‘형 내 이름 알고 있었네요. 난 또 모르는 줄.’

‘응?’

‘기회 되면 또 봐요. 저 갈게요.’



주머니에 팩 손을 꽂아 넣은 전정국이 반대편으로 몇 발자국 걷다가 뭔가를 빠트린 사람처럼 다시 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형 싫으면 싫다고 하는 게 좋아요.’

‘어?’

‘아까 그 누나랑 완전 있기 싫었죠. 다 티나서 내가 구해준 거임.’



좀 고마웠져. 그렇게 말한 전정국은 고작 저 말을 하려고 되돌아 온 건지 또 망설임 없이 멀어졌다. 벌써부터 어스름하게 밝아지고 있는 하늘이 보였다. 날이 풀리긴 풀렸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니 갑자기 뒤를 돈 전정국이 손을 다시 붕붕거렸다. 별안간 웃음이 터져 나도 똑같은 모양새로 손을 흔들었다.


그게 정국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여자랑 있더라.”

“아 회사 동기 누나. 봤어?”

“로비에서 그러고 있는데 어떻게 안 봐.”



표정은 다 굳어가지고. 약간 타박을 주는 듯한 말투를 하고 걷는 전정국의 행동에 별 다른 대꾸 없이 뒤따라 걸었다. 우리는 차로 갈 때 까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이제는 이런 현상도 자연스러웠다. 


말수가 적어지는 것. 아니 어쩌면 말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걸 수도 있다. 어차피 하루는 비슷하고, 우리는 이제 비슷한 얘기를 흥미로운 척 듣는 시기가 지나버렸으니까.



“만나보래?”

“어?”

“동기가 지 누나 만나보라고 해서 그러고 있던 거 아니야?”



전정국은 눈치가 빨랐다.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곧 잘 알아채곤 했다. 



“어떻게 알았어?”

“형 얼굴에서 다 티 난다니까.”



누가 봐도 같이 있기 싫어하는 표정이었을걸. 유연하게 핸들을 돌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전정국을 멀거니 쳐다봤다. 예전에 전정국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형이 티 내주면 빨리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 좋은데 다른 사람은 나쁘게 볼 수 있으니까 때로는 숨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아주 다정하게 권유했다. 



“그 여자 민망했겠다.”

“그래 보이진 않았는데.”

“형이야 모르지.”



지금의 전정국은 이렇게 말 한다. 앞에 사람 불편하지 않게 표정관리 좀 하고 그래. 괜히 안 좋은 소리 듣고 앞에 사람도 불편하잖아. 본질의 내용은 비슷하나 발화 방법이 달라졌다. 예전엔 온통 내 위주였던 문장에 요새는 때때로 남 얘기가 끼워졌다. 물론 달리 뭐라고 말 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나 담배 좀 필게. 창문을 여니 재떨이 옆에 있어. 전정국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내가 갑자기 끌고 나올 수도 없잖아.”

“알겠어.”

“...”

“내 선에서 해결할게. 별 말 안 했어.”



내 말을 들은 전정국도 결국 담배를 입에 물었다. 예전 같으면 전정국이 화가 난 얼굴로 와서 저 여자랑 무슨 말 했냐며 성질이라도 냈을까. 문득 든 궁금증은 금세 잊혔다. 우리는 말없이 연기만 뱉었다. 


정국이 귀엽더라. 너 말대로 좋은 애 같아. 내 말을 들은 민국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표정이 왜 그러냐?’

‘존나 신기해서.’

‘뭐가?’

‘전정국도 너랑 똑같은 말 했거든. 지민이 형 좋은 사람 같다고. 또 술 마시자던데 그때는 일찍.’



아 그래? 라고 대답하니 야 잘 됐다. 이참에 친해져봐. 정국이도 군대 갔다 온지 얼마 안 돼서 남는 게 시간임.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걔 우리보다 한 살 어리다며. 군대를 벌써 갔다 왔어?’

‘스무 살 되자마자 갔다 왔을 걸. 야 그리고 니가 늦게 갔다 왔잖아.’

‘그런가.’

‘이 봐봐.’ 



[지민이 형이랑 우리 동네 와]

[같이 놀자 지민이 형 게임 안 해? 겜방 가자고 해봐]


[ㅇㅋ?][ㄱ?][ㄱㄱ][기다린다] 나한테 보여주느라 답장을 못 하는 순간에도 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말풍선이 보였다. 



‘얘 기다린대.’

‘맨날 이런다니까. 징징거리는 거 귀찮아 죽겠어. 니가 대신 놀아줘.’

‘나 낯가리는데..’

‘아 뭐 그러면서 친해지는 거 아니겠냐. 정국이한테 말해봐야지.’



민국이는 원래도 나한테 지 친구들 소개 시켜주는 걸 즐겼다. 술자리 같은데 은근슬쩍 지 친구를 낑겨서 놀기도 했다. 물론 그 날만 친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낯을 가리는 내 탓에 번번이 실패했지만. 



‘얘 웃기는 새끼네.’

‘왜?’



[그럼 지민이 형한테는 내가 친해지고 싶어서 번호 먼저 알려달라고 했다 해]


너 어색해 한다니까 이러고 있어. 민국이가 낄낄거리며 야 이렇게 까지 하는데 좀 놀아라. 나를 부추겼다. 쟤 성격 진짜 좋구나. 어렴풋이 드는 생각에 결국 고개를 엉거주춤 끄덕였다.



[형 형 형 뭐해요ㅎ]

[나 방금 일어나서 뒹굴 거리고 있어ㅋㅋㅋㅋ]

[형 곧 점심이에요 밥 먹어야죠]

[안 그래도 지금 뭐 먹으려고 일어났다ㅜㅜ]

[나도 지금 먹으려고 일어났는데]

[그럼 오늘 우리 똑같은 거 먹어요]

[뭐 먹을까요?]



우리는 정말 카톡만 주고받았다. 민국이 말대로 라면 이미 만나서 피시방도 몇 번 가고, 술도 몇 번 먹을 줄 알았는데 역시 외향적인 성격이라도 조금의 선 같은 게 있나 싶었다. 물론 섭섭하지는 않았다. 왜냐면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게 하루 종일 연락을 해댔기 때문이다. 그 전날 잠에 들면 나 어제 잠들어 버렸다며 자연스럽게 시작된 연락이 자기 전까지 이어졌다. 조금 신기하고 요상했다. 



[아니다 그냥 만날래요?]

[같이 먹어요]



근 이주일 만에 나온 만나자는 말에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 하고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솔직히 주구장창 연락했다 해도 실제로 만나면 어색할 게 뻔해서. 약간의 고민을 하고 있는데 화면에 대화창 대신 정국이 라는 이름이 띄워졌다. 

 


- 형 뭐에요. 읽고 답장 안하기?

- 어 아니 나 뭐 좀 하고 있었어.

- 아 그래요? 그럼 내가 만나자고 한 것도 못 봤겠네?



오랜만에 들은 전정국의 목소리는 한 번 밖에 듣지 못해도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밝고 활기찬 기운.



- 형 집에 먹을 거 없죠.

- 모르겠다? 찾아보질 않아서.

- 아냐 딱 봐도 없어. 형 집 주소 찍어줘요 내가 갈게.

- 뭐 타고 오려구? 그냥 중간에서 만나도 되는데?



저 차타고 갈 건데 그래도 중간에서 만나게요? 잔뜩 웃음기가 묻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너 차 있어? 아 고롬. 완전 프로 운전사. 넉살 좋게 받아치는 걸로도 모자라 문자 보내주세요. 저 준비하고 바로 갈게요. 추진력 까지 있어버렸다. 


문자를 보내고 서둘러 씻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오자마자 내 자신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 나도 모르는 미소가 걸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정국이는 약간,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재주가 있나보다.


우린 한 번 얼굴을 마주치고 나니 고삐가 풀린 것처럼 할 거 없을 때, 심심 할 때, 아니 그냥 시간을 만들어서 만났다. 얼마나 자주 만났으면 야 너 그러다가 나보다 전정국이랑 더 친해지는 거 아니냐? 라는 민국이의 볼멘소리까지 들었다. 게다가 전정국과 나는 이상하게 둘 만 만날 수밖에 없는 일이 잦았다. 예를 들어서 정국이가 영화표를 두 장만 예약한다든가, 민국이한테 연락 해보라고 말하는 날에는 꼭 다른 약속이 있다며 둘이 놀라는 말을 듣는다던가 하는. 


패턴은 매일 비슷한 편이었다. 만나서 피시방을 갔다가 배고프면 밖에서 밥을 먹었다. 귀찮으면 피시방에서 끼니를 때우며 하루 종일 게임만 할 때도, 가끔 영화를 보거나 때때로 자동차 극장에 가기도 했다. 앞으로 뭐로 먹고 살지 모르겠다며 깊은 고민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는 날도, 그냥 노래방에 가서 냅다 지르고 노는 날도 있었다. 



‘형은 여자친구 안 만들어요? 그 누나 소개 받았던 거 보면 아예 생각 없는 것 같지는 않은데.’

‘나? 별로. 뭐 날 좋으면 만들겠지.’



그 날의 우리는 우리 집과 조금 떨어진 공원에 앉아서 나는 맥주를, 전정국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제법 날씨가 풀려 선선한 공기였다. 날은 이미 좋은 것 같은데. 못 만드는 건 아니고? 또 농담을 하는 정국이에게 야 누가 보면 넌 있는 줄 알겠다. 지나 잘 할 것이지. 지지 않고 받아쳤다. 



‘안 그래도 잘 하려고 지금 입 뗀 건데.’

‘뭐래..’

‘좋아해요.’



평소 같은 높낮이. 어떤 표정인지 알 것 같은 목소리. 그럼에도 나는 생전 처음 만난 것처럼 전정국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형으로서 아닌 건 알죠. 형 그렇게 눈치 없는 사람 아니잖아.’

‘...’

‘저 형 좋아해요. 나 지금 박지민이라서 이러고 있는 거거든.’



어느 샌가 나는 정국이와 둘이 만나는 게 제일 편했고, 둘이 만나서 노는 게 제일 재밌었다. 



‘괜찮아요. 대답 바라고 말 한 거 아니야.’

‘어, 아니 그게..’

‘불편해 질 것도 알았는데 그냥 오늘 말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내가 전정국과 하고 있는 일이 일반적인 남녀가 썸을 탈 때 하는 행위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좀처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기만 했다. 전정국은 그런 나를 보며 설핏 웃었다. 


가요 이제. 날 좋아도 밤에는 좀 춥더라. 다 먹은 맥주 캔을 가져가 제 컵에 차곡차곡 쌓아 올리더니 벌떡 일어나버린다. 전정국의 차는 공원 근처에 대놔서 바로 갈 수 있었는데도 우리 집까지 가려는지 발걸음을 그 쪽으로 틀었다. 엉거주춤 따라 걸었다.



‘연락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

‘...’

‘마음의 상처는 좀 입겠지만.. 억지로 할 거 없어.’



항상 다정한 에너지를 유지하는 전정국은 지금도 별 다를 것 없이 잔잔했다.  



‘나 여자 아닌 거 알지.’

‘그게 뭔 소리람.’



내 말을 들은 전정국이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홱 돌렸다. 제가 설마 형이 여자라고 생각해서 고백했다고 생각 하는 거 아니죠? 저 눈 좋거든요?



‘아니.. 집에 데려다 주길래.’



거절도 동의도 아닌 엉성한 대답이었다. 비겁한 걸 수도 있겠다. 나는 그 때 정국이의 다정함이라는 방패에 숨고 싶었던 것 같다. 



‘저 지금 형이랑 일분이라도 더 있으려고 이러는 거예요.’

‘...’

‘알지도 못하면서.’



참내 진짜. 전정국이 밉지 않게 입술을 삐죽거렸다.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안 드는 거 있구나.”

“뭐가.” 

“입술 삐죽거리잖아.”



오랜 시간 붙어 있다 보면 자그마한 표정 변화도 금방 알아챌 수 있게 되지만 또 언제 괜찮아 질 걸 알기에 대충 넘기는 적이 많다. 일일이 말하기 귀찮은 걸 수도 있다. 저러다가 말겠지. 맨날 알아서 풀렸으니까. 사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거다. 



“그런 거 없어.”



달리 하면 구태여 응어리를 꺼내지 않는 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해한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개념이다. 그냥 차곡차곡 쌓여가는 불만이나 오해를 방관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무뎌지고, 그러다보면 익숙해진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이 익숙함에 속아왔다. 



“말 해주지.”

“형 안 씻으면 나 먼저 씻는다.”

“같이 씻을래?”

“그러던가.”



등 뒤에 닿은 단단하고 따뜻한 온도를 느끼며 찬 물을 부었다. 감기 걸려서 또 골골대려고. 쑥 하고 옆구리를 스친 커다란 손이 이리저리 돌리는 수도꼭지를 가만히 쳐다봤다. 뜨거워? 묻는 목소리에 고개를 저었다. 



“형 거기 가서 다른 사람이랑 씻으면 안 되겠다.”

“왜?”

“엉덩이에 손자국 남았어.”



나 샴푸 좀. 뻗은 손에 플라스틱 통을 쥐어주며 뒤돌아 눈을 감고 비누칠을 하고 있는 전정국을 쳐다봤다. 이제야 왜 입술을 가만두지 못 하고 삐죽거렸는지 알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남이랑 안 씻어.”

“엉?”

“끝나면 바로 올게.”



뜨인 눈이 따가운 거품에 바로 찡그려졌다. 그 위에 샤워기를 갖다 대주자 재빠르게 머리카락을 헹군 전정국이 대형견처럼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 물기를 턴다. 나도 감아야겠다 싶어 선반에 둔 샴푸 통을 집었을 때였다. 아직 거품이 매달려있는 손이 손목을 붙잡았다. 



“하자.”

“또?”

“힘들면 그냥 앉아만 있어.”



욕조에 자리 잡은 전정국이 나를 끌어 당겼다. 여기서? 어차피 씻을 거잖아. 라며 나를 제 위에 앉혔다. 엉거주춤하며 미끌거리는 어깨를 붙잡았다. 앉은 면적이 좁아 영 불편해 보인다. 그러나 무를 생각도 없어 보였다. 둔부를 꼬집고 있던 손을 피해 세면대 끄트머리를 잡았다. 내 모습을 보던 전정국이 그 자세 힘들어 하잖아. 라고 말하면서도 내 허리를 그러쥐었다. 


관계를 하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문장 중 make love라는 게 있다. 우리는 지금 사랑을 만드는 중인 걸까. 꽉 쥐고 있느라 하얗게 물든 손가락 끝을 보며 생각했다. 대체 왜 워크샵을 금요일에 가. 거기 사람들은 약속도 없어? 이제야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내비친 전정국이 깍지를 껴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저절로 까치발이 들렸다. 이때만큼은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전정국은 게이가 아니었던 나를 꼬시기 위해 자그마치 육 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그 동안 나는 몇 개의 자아가 몇 번 씩 충돌했다. 나 전정국을 좋아하나? 좋은 걸까? 좋아해도 되나? 지금까지 여자 만났는데. 이게 맞는 건가?


행성이 충돌하는 이유는 크기를 생각 못하고 좁게 붙어버린 탓이다. 고백을 들은 뒤부터 만나지 않았지만 연락을 아예 끊지도 못 했다. 중에 전정국은 보채지도 그렇다고 맘을 싹 닫은 것처럼 행동하지도 않았다. 


나는 내가 고민을 하면 할수록 모든 생각이 전정국의 반경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계속 부딪혔다. 연락을 계속 하고 싶은 게 관심의 일종이라면 나는 전정국에게 호감이 있는 거였다. 보고 싶다는 감정의 씨앗이 사랑이라면 나는 전정국을 좋아하고 있는 거다. 



[밥 먹었어요?]



밥 먹었냐는 말이 챙겨주는 것처럼 들린다면. 아직 나를 좋아하고 있구나 안도감이 들었다면.



[아니 이제 먹으려구ㅎㅎ]

[맛있는 거 먹어요ㅎㅎ 라면 같은 거 먹지 말고]

[정국아]

[네?]


[우리 똑같은 거 먹을래?]



방금까지는 1초도 되지 않고 바로 온 답장이 바로 오지 않아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정국이는 맨날 이런 마음이었으려니 입술을 깨물다가 별안간 샐그러지게 웃었다.



[꼬드기는 거봐?!...]

[집 앞으로 갈게요. 딱 기다려.] 



아마 그 날이 시작이었다. 우리의 연애. 나는 기다렸고 너는 와줬다. 너는 나를 기다려줬고 나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뗐다. 

연애의 정도를 선 그래프로 그린다면 앞 쪽은 지붕이라도 뚫을 것처럼 솟았다가 갈수록 낙하하지 않을까. 적당한 수치를 찾아내면 그 상태로 직선. 갑자기 상승하고 또 추락. 반복 하다 바닥까지 닿아버린 선을 보고야 말겠지. 


마찬가지였다. 서로 없으면 못 살 것처럼 굴었다. 시간만 나면 만나려 발버둥 쳤고,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일 분이라도 전화기를 붙잡았다. 그맘때쯤 나는 취업을 했다. 그냥 평범한 전자회사였다. 만나는 날은 거의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였는데 항상 정국이가 데리러 왔다. 사일 동안의 공백이 너무 커서 볼 때마다 새로웠다. 회사 로비에서 마주치면 사람이 많아 바로 껴안지 못 하는 대신 입 꼬리를 더욱 올려 웃었고 볼을 더욱 붉혔다. 



‘나도 면허 딸까봐.’

‘갑자기요?’

‘따놓으면 좋지 않을까?’



퇴근시간이라 꽉꽉 막힌 도로를 쳐다봤다. 길어진 해는 여전히 떠있었고 더워진 날씨에 다들 손을 펄럭이며 신경질이 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따봤자 필요 없지 않을까요?’

‘왜?’

‘어차피 내가 맨날 데리러 가고 데려다 줄 텐데.’



당연스럽게 나의 하루에 자신을 끼워 넣는 정국이의 행동에 조금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정국은 그 모습조차 귀엽다는 듯이 웃었다. 너 힘들어.. 눈썹을 내리며 하는 말에도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설마. 형 데리러 가는 거 힘들면 죽어야죠.’

‘그 정도야?’

‘아 고롬. 이만큼 좋은 일이 어딨다고. 복에 겨운 거예요 그건.’



이봐. 형이 손도 잡아주잖아요. 전정국이 그렇게 말하며 맞잡고 있던 손을 공중에 띄웠다. 못 이기겠다는 얼굴로 웃었다. 운전 하지 마요. 재미 붙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나 불안해. 솔직한 정국이의 표현이 좋았다. 숨기지 않고 드러난 속내는 항상 분홍빛이었다. 

“엄청 빨리 왔네.”

“끝나자마자 온다고 했잖아.”



안 졸려? 물어봐놓고 들을 생각은 없었는지 헤드폰을 쓴다. 짐을 내려놓고 씻고나올 때 까지도 화면을 쳐다보며 손만 움직이는 채였다.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대충 털고 식탁을 보다가 뭉텅이 중 뜯겨져 있는 우편을 들어올렸다. 



“면허증 나왔더라.”

“벌써? 이주일 정도 걸린다 했는데.”

“엉. 그래서 형 지갑에 넣어놨어.”

“고마워.”



별게 다. 말하는 전정국은 여전히 컴퓨터만 보고 있다. 방에 놓아둔 지갑을 보니 원래 민증이 있던 자리에 면허증이 끼워져 있었다. 그 투명한 질감을 손가락으로 한 번 훑었다. 입에 조금 힘을 줬다. 



“나 월요일 날 네 차로 운전해볼까.”

“...”

“정국아.” 



어 잠만 잠만. 나 이것만 끝내고. 뒤통수와 손가락이 바쁘게도 움직인다. 입에 조금 더 힘을 줬다. 



“뭐라고? 못 들었어.”

“내일 네 차로 출근해볼까라고 물어봤어.”

“할 수 있겠어?”



출근 시간 막힐걸? 월요일에는 더 막혀. 전정국은 물기 없는 눈동자였다. 



“하고 싶으면 해 봐. 연습할 겸.”

“...”

“형?”

“내일까지 생각해 볼게. 나 좀 잔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면허증이 훤히 보이는 지갑을 닫았다. 노곤한 몸을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방문에 등을 지고 누우니 얼마 안 가 전정국이 들어왔다. 



“자?”



전정국의 질문이 들린다. 그러나 대답은 하지 않았다. 피곤했나보네. 전정국의 혼잣말이 들렸다. 그래도 뒤척이지 않았다. 그냥 이 순간이 조금 싫었다. 빨리 잠에 들고 싶었다. 



우리의 그래프는 아마 열 번 정도 끊어진 모양 일 거다. 다시 이어진 한 번은 점선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우습게도 권태기가 먼저 온 건 전정국이었다. 일 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였다. 시작점이 달랐던 터라 미리 가있는 게 지겨웠던 것 같다. 



‘형 나 권태기 온 것 같아.’

‘아..’ 

‘당분간 연락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해.’ 



전정국은 원래 돌려 말하는 법을 몰랐다. 우리는 평소처럼 카페에 앉아있었고, 매일 그랬던 것처럼 자기 거 보다 서로의 음료를 먼저 빨고 있었다. 



‘시간 좀 갖자.’



시간을 갖자. 그 비겁하고 이기적이며 모순적인 말. 나는 한순간에 전정국의 보험 따위가 된 것이다. 전정국이 시간을 가지는 동안 괜찮다고 느꼈다면 우린 이별 했을 테고, 못 견디겠다 느꼈다면 재회 하는 거다. 


이런 말 하려고 만난 거면 전화로 해도 됐었는데. 녹아가는 얼음을 빨대로 휘적이며 생각했다. 그리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자. 


일주일이 흘렀다. 연락 없는 아침이 허전했다. 금요일에 오지 않은 정국이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쓸쓸했다.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맥주 몇 캔을 먹고, 늦은 토요일 오후에 일어나 영화 몇 편을 보며 대충 끼니를 때우고 소파에 잠들어, 또 늦은 일요일에 일어났다. 


그 다음 주에 우리의 이별을 알게 된 민국이는 야 궁상떨지 말고 나와. 술이나 마시자. 라면서 불러냈다. 귀찮아. 라고 말해도 부득불 회사 앞까지 와서 끌고 갔다. 



‘야 여기 정국이 동네잖아.’

‘정국이 동네기 전에 우리 학교 앞이야.’

‘마주치면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걍 있나보다 하는 거지.’



어차피 헤어진 거 뭣하러 신경 쓰냐. 민국이는 제 방식대로 텁텁하게 위로를 해댔다. 아직 헤어진 건 아닌데.. 나는 못내 불편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혹시 작정하고 여기서 먹는 미련쟁이로 보일까봐 불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합의 본 게 사람이 많은 술집 대신 조금 구석진 곳에 가기로 한 거였다. 민국이가 괜찮냐고 물어보면서 잔을 부딪친다. 아직 안 헤어졌는데. 헤어진 거 아닌데. 나는 깨달았다. 아무래도 은연중에 저 생각을 해 덜 슬펐나보다. 근데 헤어진 거다. 어떡하지. 갑자기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그래서 계속 술을 마셨다. 취하지도 않았다. 



‘야 나 친구 있는데 좀 잠깐 들리자.’

‘어디 있다는데.’

‘저 위에.’

‘거기 사람 많잖아.. 나 여기서 기다릴래.’

‘금방 나올 거야. 인사만 하고 집 가자.’



사람 많은 게 아니고 정국이가 있을 까 두려운 거였다. 응? 아 지민아. 진짜 인사만. 어? 아니 어쩌면 볼 수 있을까 기대했던가. 결국 못 이기는 척 따라 나섰다. 


세상은 꼭 보고 싶은 사람은 야속할 정도로 보여주지 않으면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마주치게 하는 이상한 심보가 있다. 술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정국이를 보자마자 바로 뒤돌았다. 민국이가 왜. 왜 그래. 라고 묻는 걸 무시하고 반대편으로 걸었다. 나 담배 피고 있을게. 인사 하고 연락해. 조금 급하게 걸었다.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멀어지자 걸음을 멈췄다.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뒤져 전화 할 사람을 찾았다. 그러니 조금 진정이 된 것 같았다. 같았는데.



‘형.’



정수리를 덮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지 못 했다. 그냥 계속 휴대폰만 쳐다봤다. 형. 지민이 형. 다시 부르는 목소리에도 부득불 휴대폰만 봤다. 그러자 커다란 손이 그 위를 덮는다. 



‘...’



전정국은 조금 이상한 표정이었다. 



‘왜 따라 왔어.’



너를 피해서 왔는데 네가 앞에 있으면 어떡해. 너한테서 도망쳤는데 네가 따라오면 대체 어떡하라고.



‘왜 모른 척 해?’

‘뭐?’

‘왜 도망가는데. 왜?’



너 미쳤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너무 뻔뻔하고 어이가 없어서, 그냥 말을 말자 벗어나려 하니 전정국이 내 손목을 붙잡는다. 뿌리칠수록 더 세게. 떼어내려고 하니 더 감싸며.



‘형은 괜찮아?’

‘정국아.’

‘형. 형은..’

‘...’

‘형은 날 좋아하긴 해요? 



전정국은 울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울지는 않았다. 나는 조금 억울했다. 권태기라며. 연락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니가, 니 입으로. 



‘시간 갖자고 한 건 너잖아.’

‘내가 권태기라고 해도 알겠다, 시간 갖자고 해도 알겠다.’

‘...’

‘헤어지자고 해도 알겠다고 할 거잖아.’



잠시 망설였다. 그랬으려나. 



‘그건 아니야.’ 

‘응?’ 

‘헤어지기 싫어서 알겠다 한 거였어.’



거기서 징징거리면 더 질릴까봐. 힘없이 말했다. 그러자 전정국이 결국 눈물을 보였다. 방울을 뚝뚝 흘려댔다. 미안해요. 미안해 형. 앞으로 안 그럴게요. 나 형 없으면 안 돼. 잠깐 미쳤었나봐. 이번에도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전정국의 외출은 끝이 났고 권태는 파괴되었다. 


그 날 우린 이주만에 섹스를 했다. 빳빳해진 살덩이가 우리의 공백을 증명했다. 억지로 우겨 넣은 건 진심이었던가. 아니면 그저 참아왔던 욕정이던가.


나는 그 날 전혀 아프지 않았다. 파고드는 감각을 감내하려 애썼다. 전정국은 짠기가 축축한 눈으로 내 온 몸 곳곳에 입술을 붙였다. 울고 싶은 건 나였다. 


다시금 타오른 감정은 또 다시 상승곡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정국이는 권태기 이후로 더 다정해지고 더 살가워졌다. 문제는 나였다. 나는 권태 이후로 웬일인지 정국이에게 온전한 감정을 내어주기가 두려웠다. 내가 다칠까봐였다. 


정국이는 초기처럼 커다란 불씨를 만들었다. 불씨가 자꾸만 다른 곳에 달라붙어 번져 가는지도 모르고. 내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타고 있는지 모르는 채. 


물론 나도 그랬다. 사랑하고 있었다. 정국이가 너무 좋았는데, 좋은데. 



‘연락 안 되는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바쁘다니까.’

‘아니 넌 할 생각이 없는 거야. 담배 필 때 카톡 하나 보내는 게 어려워?’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서 참는데 그런 소리가 나와?’

‘됐어. 말 해봤자 뭐해.’

‘왜 형은 맨날 그래?’



복학 전에 뭐라도 해야겠다던 전정국은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자주 싸웠다. 내가 화를 내고 전정국이 풀어주는 식의 반복이었다. 처음엔 틱틱거리다가 나중에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파고들어서 싸움을 키웠다. 



‘내가 말 안 한다고 했지.’

‘아니. 있는 티 없는 티 다 내면서 말만 안 하면 돼? 내가 형 기분 나쁜 거 모르냐고.’

‘티를 내면 알아서 고치면 안 돼? 아니, 그냥 화를 안 나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형은 다 잘 하는 것처럼 말 하네.’

‘너 내가 뭐 때문에 불만 있는 거 알았잖아. 내가 왜 화났는지. 다 알잖아.’



내가 꼭 말해야 돼? 아니 말 해봤자 뭐 하는데. 결국 안 고쳐지잖아. 너 이거 벌써 다섯 번째야. 내가 뭐 너한테 전화를 하재? 너 붙잡고 몇 시간 동안 통화를 한 대냐고. 누가 봐도 점심시간인데 카톡 하나 없다가 나 이제 끝난다. 연락 하나 보내놓고 집 가면 또 피곤하다고 자는 거.



‘나도 말하기 지겨워. 근데 짜증은 나.’

‘...’

‘넌 고칠 생각 없으면서 왜 자꾸 말 하라고 부추겨.’



그냥 알아서 두면 알아서 풀리잖아. 냅둬. 나 좀 제발. 아니다. 정국아.



‘이렇게 싸우는 것도 힘들잖아. 너나 나나.’

‘...’

‘그냥 그만하자.’



모든 생물은 부패한다. 추상이긴 하나 살아있는 것 중 어쩌면 가장 생기 있고 예쁜 모양일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썩는다. 나는 전정국의 사랑이 부패하는 과정을 유리막 너머로 지켜봤다. 너는 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생각했다. 사귀나 헤어지나 어차피 힘든 게 매한가지라면 차라리 사귀면서 힘든 게 나을 거라고. 근데 그럼에도 또 혼자 익히고 있었다. 서서히 멀어지는 법을. 갑자기 헤어져도 덜 슬픈 방법을. 



‘아 시발 또..’

‘...’

‘내가 형 짜증날 때마다 헤어지자고 하는 거 고치라고 했지.’



전정국이 신경질이 난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 넘긴다. 전정국은 다 참다가도 헤어진다는 원초적인 행동에만 굉장히 날카로워졌다. 



‘뭐만 하면 헤어지자, 그만 하자. 넌 그게 쉽냐?’

‘...’

‘박지민.’

‘...’

‘묻잖아. 왜 대답을 안 해.’



가장 무서운 건 같이 있어도 외로운 거였다. 눈물이 뚝뚝 흘렀다. 왜 니가 외롭게 만들어놓고 내 탓을 해? 억울하고 답답했다. 너 변했어. 라고 말하면 난 똑같아. 라고 말하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기를 바라서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내가 예민한 거라 생각해보기도 했다. 



‘형 아직 나 좋아하잖아.’

‘...’

‘나도 형 좋아해. 사랑한다고.’



전정국이 긴 한숨을 뱉으며 말했다. 조금 진정이 된 듯 어르고 달래는 투였다. 아 지겨워. 너무 지겹고 익숙하고, 너무 슬프고 너무.. 너무.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으면 말로 풀자. 풀면 되잖아. 응?’

‘...’

‘미안해. 연락 잘 할게.’



아냐. 넌 똑같을 거야. 나는 알고 있어. 너 저번 주에도 그랬고, 저번 달에도 그랬고.



‘그러니까 형도 앞으로 화나도 헤어지자는 말 하지 마.’

‘..응.’

‘앞으로 안 그럴게. 싸우지 말자. 응?’



전정국이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문질렀다. 나도 미안해. 앞으로 안 그럴게. 웅얼거리며 대답하니 응응. 그래. 약속했다. 손가락을 거는 대신에 입술을 쥐었다가 놓는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이 익숙함에 속아왔다. 나는 그 익숙함에 속아주는 척 했다. 사실 하나도 속고 있지 않다. 이미 썩어 문드러져서 형체가 없는 바람에 자각이 어려운 것뿐이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의 잘못이 아니야.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싸우지도 않았고 그래서 헤어지자는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이렇게 일 년이 지난 것 같다. 



“형 내일모레 나 좀 데리러 와줄 수 있어?”

“왜? 어디가?”

“학교에서 인천으로 일박이일 캠프 간다는데. 자차로 올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하라고 해서. 근데 보나마나 술 엄청 마실 게 뻔하잖아. 올 때 운전하기 힘들 거 같아.”

“...”

“내가 해도 되긴 하는데. 그냥 형 운전 연습도 할 겸.”



내일모레면 일요일이었다. 저번 주에는 내가 워크샵을 갔다 왔고, 이번 주에는 정국이가 어디를 간단다. 누군가 작정하고 둘을 떼어놓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대답이 없자 그냥 내가 해야겠다. 조금의 압박을 준다. 아냐. 난 가다가 사고 날까봐. 내 말을 들은 정국이가 샐쭉 웃었다. 설마. 형 운전 잘 하잖아. 보험 들어 놓으면 되지. 약간 들뜬 목소리기도 했다. 



“몇 시에 가?”

“편할 때와도 돼. 놀고 있으면 되니까. 끝나긴 아홉시에 끝나.”

“그럼 열두시쯤에 갈게. 밥 먹고 들어오자.”



그래 그러자. 대답하던 전정국이 치킨 박스를 뒤적거리던 손가락을 멈췄다. 



“형 이거 또 아껴먹으려고 쟁겨놨지.”

“...”

“그러다가 뺏긴다니까. 좋아하는 건 먼저 먹어야 된다고.”



이 봐. 나 아니었으면 뺏겼어. 정국이가 내가 좋아하는 허벅지 살을 내 쪽에 놔주며 말했다. 아무래도 일요일 날 피로가 덜 할 생각에 기분이 좋은가 싶었다. 건네 준 치킨을 뜯으며 제법 편안한 저녁을 보냈다. 


태풍의 눈이었다. 



하룻밤 자는 데 무슨 짐을 그렇게 많이 가져 가냐고 물으니 원래 짐은 적은 것보다 많은 게 좋다며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을 짓는 걸 보고 웃음이 나왔다. 잘 갔다 와. 친구랑 싸우지 말고. 형 무슨 우리 엄마냐. 엄마도 그런 소리는 안 하겠다. 



“내일봐.”



팔랑거리는 손바닥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커다란 손이 내 볼을 한 번 쓰다듬고 금세 사라졌다. 재밌게 놀다 와.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목소리가 작았다. 


취직하고 일 년이 지난 후에 우리는 더 이상 모텔이나 호텔에 돈을 쓰지 않았다. 내가 자취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나의 집은 처음부터 우리 집이었다. 정국이가 주말마다 자기 짐을 쏠락쏠락 갖다 놨다. 서랍에는 커플 속옷이 잘 개어 있고 스타일이 정반대인 탓에 옷장은 극과 극으로 구분되었다. 


척척하게 마른 빨래를 개니 헐랭하고 부피가 큰 정국이의 옷은 탑처럼 쌓여있었고 타이트한 내 옷은 바닥에 바싹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극으로 무채색이기 까지 하다. 검은색의 옷 동산에서 색깔 있는 것을 고르다보면 다 내 옷이다. 거의 당첨률 백 퍼센트 뽑기였다. 



“정국이가 이런 옷이 있었나.”



무채색도, 그렇다고 아예 채색이 있는 옷을 집어 드니 품이 큰 후드티다. 영 정국이 스타일이 아니었다. 다 개놓고 옷장에 넣으려는데 어디에다가 놔야 할지 망설여졌다. 뭐 내 거 아니니까 정국이 꺼 겠지. 그냥 정국이 쪽으로 밀어 넣었다. 

 


[형 내일 일찍 좀 와 줄 수 있어? 한 열시쯤]



지금 어디쯤인지, 언제 도착했는지, 가서 뭘 하고 있는지 식의 사사로운 연락은 조금 배제된 편이다. 꼭 할 말만 하고 만나지 않는 날에는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걸 수습하려 했다. 



[그럴게]

[고마워 형]



오래 된 노부부는 단조로움 속의 편안함을 찾곤 한다. 우리는 노부부만큼 오래되거나 늙지 않았는데 참 단조로웠다. 그 속에서 편안한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러려니 라고 말 하는 게 제일 옳을지도 모르겠다.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나는 밥을 먹었고, 티비를 보다가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휴대폰을 봤다. 정국이가 있었다면 그냥 이 중간에 정국이랑만 끼워 넣으면 된다. 정국이랑 밥을 먹고, 정국이랑 티비를 보다가 잠에 들고, 게임하는 정국이의 뒷모습을 보다가 휴대폰을 보고 눈이 맞으면 배도 맞추고. 침대에 늘어지게 누웠다. 한두 시간 걸리려나. 넉넉잡아 일곱 시쯤에 설정해놓고 눈을 감았다. 


전야였다. 





어찌어찌 인천에 도착했다. 숙소가 산 속에 위치해있어서 굽이굽이 올라오는 길이 힘들었던 거 빼고는 괜찮았다. 이제 제법 운전을 잘 하게 된 것 같아 혼자 뿌듯했다. 정국이에게 전화 할까 하다가 그냥 내가 내리기로 했다. 가방이라도 들어 줄 참이었다. 


엠티 촌이라도 되는 지 몇몇 개 건물 사이에 ‘매점’ 빨간색의 꺼진 네온사인 글자가 보인다. 나는 그게 지표라도 되는 양 걸어갔다. 가장 찾기 쉬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



역시 사람 머리 다 비슷비슷 하구나. 매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있는 정국이를 보며 드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가갈 수는 없다. 예쁘장한 여자애가 살살. 살살 때려. 아 잠깐만 오빠. 악! 발랄하게 소리친다. 앞머리를 양쪽으로 붙잡고 있는 채였다. 전정국의 기다란 손가락이 그 주변에서 알짱거리며 장난질을 한다. 숨이 막혔다. 너무 높게 올라와서 산소가 부족한 것 같다. 



[정국아 나 도착했어 여기 밑에 주차장] 

[왔어? 나 바로 내려갈게]



“올 때 안 힘들었어?”



정국이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괜찮았어. 대답하니 아 맞다. 여기 동생 민지. 새내기야. 



“안녕.”

“안녕하세요..”



부끄러워 보여. 어리구나. 청춘. 좋을 때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어서 그냥 차에 올라타 버렸다. 뒤에서 나 진짜 타도 돼? 기분 안 좋으신 것 같은데. 라고 주저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타도 돼. 잠만 뒤에 가방 좀 놓고. 


좆같아. 기분이 진짜 좆같았다. 



“형 우리 민지 터미널까지만 태워다주자. 열한시 버스래.”



그래서 열 시까지 오라고 한 거구나. 인상을 쓰니 왜 그래 형. 피곤해? 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도 짜증났다. 전정국과 여자애는 띄엄띄엄 대화를 나눴다. 오빠 근데 어제 라면 누가 먹었다고 했지? 안경 쓴 애가 몰래 끓여먹었대잖아. 먹으려면 좀 간지 나게 먹던가. 참나 간지 나게 먹는 건 뭐냐? 민지야 내가 말했지. 첫째는 건강. 둘째는 간, 아 간지 간지! 알아 알겠어. 


온몸에 힘을 주고 운전하는 바람에 계속 급브레이크가 걸렸고, 붕 하는 액셀 소리가 났다. 몸이 들썩거리고 전정국의 손이 대시보드를 짚는 게 보였다. 정국이는 초보라서 그런가보다. 라면서 때마다 위로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요.”



예의상 마지막 인사를 하고 문이 닫히자마자 신경질적으로 핸들을 꺾었다. 내 쪽에 있던 전정국이 쿵 하고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형 좀 살살. 아까부터 왜 그래.”

“정국아.”

“어?”

“헤어지자.”



사람은 원래 안일해진다. 같은 것도 계속 먹으면 질리기 마련이다. 아냐. 질렸다기 보다는.. 그냥 밀려나는 거다. 새로운 것. 빛나는 것. 예쁜 것. 깨끗한 것. 



“뭐?”

“헤어지자고.”

“갑자기 그게 무슨, 아니다. 집 가서 얘기해.”



대답을 하지 않고 재떨이로 썼던 페트병 뚜껑을 열었다. 





“왜 그러는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내려놓은 전정국이 피곤하다는 듯 미간을 조금 찡그렸다가 풀었다. 사실 집 오는 길에 다 진정되었다. 여자애 때문에 그래? 걔 그냥 나 복학생이라서 챙겨줬던 애야. 별로 안 친해. 묻지도 않았는데 혼자 말 한다. 진정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또 똑같은 길을 걷게 될 거라는 말이었다. 



“알겠어. 그러니까 헤어지자.”



그 눈빛을 안다. 나랑 백일 정도 됐을 때 눈빛이었다. 애정이 맥스치로 찍었을 때 나오는 천연의 눈동자. 나는 아마 마주한 지 오래된 것 같다.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났다. 


정국이가 그 여자를 좋아한다는 말이 아니다. 뒤에서 바람이라도 폈을까 불안 한 게 아니야. 그게 더 서글프다. 차라리 질투였으면 싶은데, 질투인지 무엇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 마음이라. 그래서 더 비통했다. 



“아니 형, 여태 안 그러다가 갑자기 또 왜 그러는데.”

“정국아.”

“그 버릇 아직도 못 고쳤어? 짜증나면 짜증나는 걸 말 하라고.”

“헤어져. 정국아 헤어지자.”



정국이가 내 양 팔을 붙잡았다. 얼굴 봐. 지민이 형. 나 보라고. 억지로 고개를 맞추려했다. 



“왜 그러냐고. 어? 말로 풀자고 했잖아. 불만 있으면 말로..”

“없어.”



지금 장난 하자는 거지. 전정국이 넘치는 흥분을 주체하기 위해 머리를 쓸어 넘기고 숨을 가다듬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나는 그런 전정국을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아 씨발 진짜. 주머니를 뒤진 전정국이 담배를 꺼내 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러는데. 어? 운전 하느라 힘들었어? 아니면, 주말인데 못 놀아서?”



아 지겨워. 너무 지겹고 익숙하고, 너무 슬프고 너무.. 너무. 



“없어. 불만 이유, 그런 거 다 없어.”

“..아니 아. 진짜.”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진 전정국의 눈이 다시 사나워졌다. 나는 내가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났을 때마다 실감했다. 어차피 싸우지 않을 테니까,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 거니까. 잠깐 밀어도 괜찮아. 그래도 아예 밀리지는 않거든. 서로 건방져 진 거다. 



“없는 걸 쥐어 짜내려고 해도 못 하겠어. 기억이 안 나. 내가 언제부터 너한테 불만이 있었는지,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

“너도 그렇잖아. 이렇게 싸우는 거 지겨워서 말 안하다보면 혼자 풀렸지.”

“...”

“그게 풀리는 것 같아? 배려하고 이해하는 거라고 생각해?” 



아니,아니야. 정국아..씨발 아니라고.



“우린 그냥 남남이었던 거야.”

“...”

“너 버스에서 이상한 사람 만나면 왜 그러냐고 물은 적 있어? 난 없어. 가방 문 훤히 열고 다녀도 내버려둬. 어차피 내릴 거거든.”

“...”

“그게 우리야. 우리였어.”



지랄.. 내 말을 들은 전정국이 헛웃음을 내뱉으며 혼자 읊조렸다. 



“정국아.”

“...”

“우리한테 사랑이 없어. 언제부터 우리 같이 보낸 시간에 사랑이 없었어.”



그래서 불만이랑 이유도 없어. 할 말이 없어. 니가 아무리 나한테 말하라고 해도,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정국아 어떡해야 돼. 어떡하냐, 진짜. 



“그니까 헤어지자. 그만해야 돼.”

“...”

“헤어져줘 정국아. 제발. 헤어져주라.”

“..열 받아 뒤질 것 같아.”



울 것처럼 눈동자가 망울져 흔들리는 게 보였다. 내가 형을 안 사랑한다고? 우리한테 사랑이 없었다고. 형이 나를 안 사랑해? 정국이가 혀로 입 속을 쓸며 눈동자를 돌렸다가 다시 마주쳤다. 



“형이 지금 왜 헤어지자고 말 하는 지 알려줄까? 형은 마음에 안 들었던 거야. 내가 걔랑 있던 게.”

“...”

“왜냐면 내가 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 변했다고, 우리는 뜨겁지 않은데 그 여자랑 있는 건 뜨거워 보였겠지.” 



맞아 나 변했어. 근데 형. 형도 변했잖아. 내 탓으로 돌리는 거 상관없는데 나 때문에 못 헤어졌다고 떠넘기는 건 곤란하지. 툭 하면 헤어지자고 말 하는 게 진짜 헤어지고 싶어서였어? 장담해? 



“그냥 더 사랑해달라고 말 하면 되는 건데.”

“...”

“사랑이 없다고 느껴지면 다시 만들면 되는데.”



그 말이 어렵지 박지민 너는. 전정국의 책망하는 목소리에 책임감을 느꼈냐면 그것도 아니다. 단지 우리가 어쩌면 비슷한 농도로 각자 슬퍼하고 있었구나 돌이켜 보게 되긴 했다. 



“형. 나는 형이 나한테 헤어지자고 할 때 마다,"

“...”

“심장에 싱크홀이 생기는 기분이었어.”


속이 다 허물어져서.. 허해서, 텅 비었다고 지금. 



나를 쑤실 것처럼 고정 돼있던 눈동자가 옆으로 돌아가자 흰자위를 적시고 있던 물기가 결국 매달려있지 못 하고 도르르 떨어진다. 신경질적으로 닦은 전정국이 다시 밑 입술 안 쪽 살을 혀로 훑는다



“..그래, 헤어지자.” 

“...”

“내 짐 그냥 정리해서 밖에다가 내놔. 알아서 찾아 갈게.”



마지막 말을 끝낸 전정국이 현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차키와 가방을 들고 나갔다. 추락했다. 


추해지기 싫었는데 나는 참 추했다. 매일을 울었다. 울면서도 왜 우는지 감을 못 잡았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조차 몰랐다.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다시보기로 예능 프로그램을 틀었다. 생각 없이 보고 웃어야만 했다. 소파에 누워서 그걸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또 울고 있는데 그냥 모르는 척 했다. 


가만히 있으면 정국이 생각이 났다. 아무런 추억이 없는 놀이터만 봐도 울음이 나왔다. 헤어지고 삼일이 지난 뒤에 민국이가 뭐하고 살 길래 카톡을 읽지도 않냐며 전화가 왔다. 나는 민국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막 독립을 한 사회 초년생이 엄마 전화를 받은 것처럼 엉엉 울었다. 당황스러운 말투로 지민아 왜. 왜 울어. 묻는 민국이한테 헤어졌어. 헤어졌어 민국아. 진짜 헤어졌어. 계속 되뇌었다.



“내가 먼저 놨는데,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 했는데.”

“...”

“아니었나봐. 나 꽤 열심히 연습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혼자여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같이여서 덜 괴로웠나봐. 민국이는 잠자코 듣다가 금요일에 갈게. 울지 말고. 어? 이번에야말로 진득한 위로를 건넸다. 


민국이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술만 마셨다. 극복하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게 잠자기였다는 걸 알아버린 탓이었다. 잔뜩 취하면 기분이 좋았다. 그 상태로 자고 일어나면 된다. 


요새 나는 막걸리에 빠졌다. 소주보다 덜 쓰고 맥주보다 덜 배불러서였다. 민국이는 너네 금방 다시 만날 거야. 홧김이었잖아 둘 다. 때때로 저런 말을 해줬다. 나는 그냥 실실 웃으면서 병뚜껑을 쌓아 올리기만 했다. 



“정국이는 뭐하고 산대.”

“학교 다니느라 바쁘대.”

“나랑 왜 헤어졌대?”

“그냥.. 싸우다가 헤어졌다고 하지.”



그렇구나. 막 다섯 개까지 쌓아올린 병뚜껑이 와르르 무너졌다. 아까워라. 하나만 더 올리면 됐는데. 눈썹을 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너 괜찮냐?”

“안 괜찮으면 뭐 하게.”

“지민아.”

“뭐.”

“잡고 싶으면 잡아.”



다시 만나고 싶으면 연락해. 미안하다고. 머리 쓰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어? 걱정스러운 목소리에도 그냥 막걸리 한 병만 더 먹자. 라고 말하며 웃기만 했다. 아니면 내가 뭐라고 말이라도 해볼까?



“됐어.”

“...”

“괜찮아.”



이별이 진짜 야속한 이유는 그게 뭐라고 온 세상이 뒤집어진 것 같은 기분을 받는 다는 거다. 고작 헤어졌을 뿐인데 일상에 달라붙어서 휘젓는다. 나는 전정국이랑 헤어졌지만 아직도 일을 다니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걸어 다닐 수 있고 살아가고 있는데. 근데 그게 아니다. 아닌 것 같다. 


우습게도 정국이의 짐은 아직 우리 집에 있었다. 물건을 핑계로 연락 한 번 해보고 싶은 걸까. 내가 간사하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연락은 안 했다. 또 웃긴 게 구질구질해 보이기는 싫은 거다. 


괜찮아. 괜찮아져. 근데 언제쯤 괜찮아질까? 나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되나. 



헤어진 지 한 달이나 지났다. 전정국이나 나나 독한 부분은 어찌나 닮았는지 서로 연락 한 번을 안 했다. 그나저나 뭐 입고 다니려나. 나 때문에 괜히 단벌신사가 되어버린 건 아니겠지? 이제는 이런 걱정도 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많이 괜찮아졌다. 



“정국이 짐 니가 대신 좀 전해주라.”



엥? 짐이 아직도 있어? 민국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엄청 많아. 주말마다 우리 집에 있었잖아. 이제 제법 무덤덤하게 말을 꺼낼 줄도 알았다. 



“내일 가지러 와.”

그래. 정국이한테 말해?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너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웃으면서 받아쳤다. 많이 괜찮아졌다. 



[정국이가 지가 직접 가지러 가겠다는데 어떡하냐]

[나 집에 없다고 해]

[그럼 비밀번호 치고 혼자 들어간다는데]

[바꿨다 그래 남의 집을 왜 들어온대]

[그 형 왜 그렇게 혼자 오바하녜]

[짐만 가지고 나올 거니까 비밀번호 알려달라고 하는데]

오바? 미친 어이가 없었다. 아니 나랑 무슨 사이라고 혼자 집에 들어와. 그러다가 문득 내가 좀 예민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다른 친구였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알려줬을 내 성격을 알고 있다. 전정국은. 


밖에 둘까 하다가 그냥 현관에 두었다. 이것도 전정국이 나를 너무 잘 알아서 그렇다. 괜히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소파에 잠자코 앉아 있는데 괜히 발을 동동 구르게 되고 입이 바짝 말랐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삑삑 거리며 비밀번호 치는 소리가 들렸다. 동요하지 마. 인사를 해. 아무렇지도 않게. 



“뭐야. 집에 있었어?”



무슨 기분이냐고? 



“너는 왜 남의 집 비밀번호를 마음대로 알려 달래?”

“형이 집에 없는 척 했잖아.”

“민국이한테 전해 받으면 되지.”

“그 형은 뭔 죄야. 귀찮게.”



너무 평소 같아서 특별하지 않다. 그냥 한 달 동안 어디 멀리 여행 갔다 온 전정국을 맞이하는 기분이라. 그래서 너무 얼떨떨했다. 솔직히 울어버리면 어쩌나 생각했었는데. 너무 신기했다. 


읏차 하며 허리를 굽힌 전정국이 다섯 개나, 심지어 하나같이 빵빵한 쇼핑백을 드느라 손을 계속 고쳐 잡았다. 



“그냥 왔다 갔다 하지 뭐 하러 그러고 있어.”

“아 주차장 자리 없어서 멀리 댔어. 답답하면 형이 들어주면 되잖아.”

“귀찮거든.”

“좀 걷고 그래라. 계속 누워있으니까 허리 아프다고 징징대지.”



불쑥 과거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바스락 거리면서 쇼핑백을 잡던 전정국도, 탁탁 거리며 발을 구르던 나도 동시에 멈췄다. 



“갑분싸 오졌다.”

“뭐?”

“나 그냥 갔다 와야겠다. 문 걸어놔.”



제일 큰 쇼핑백 두 개를 쥔 전정국이 쏜살같이 집을 빠져나갔다. 뭐지. 뭔가 생소한 기분이 들어서 볼을 긁적이다가 현관문 쪽으로 가 고리를 걸었다. 차를 얼마나 멀리 댄 건지 전정국은 한참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진짜 손 많이 가. 결국 나머지 쇼핑백을 들고 집을 나서고 일층에 내리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전정국의 차가 일층 주차장에 있다. 쇼핑백은 앞자리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었다. 그러나 전정국은 없었다. 슬리퍼를 직직 끌고 건물을 나서니 반대편에서 쭈그려 앉아있는 전정국이 보인다.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우고 얼굴을 감싸고 있는 전정국 때문이었다. 저 혼자 타고 있는 담배는 아랑곳 않고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있다.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형체를 되새김질하고 있던가. 



“뭐해.”



그 옆에 쭈그려 앉으니 화들짝 놀라 커다란 어깨까지 떤다. 아 미안. 담배 피우고 있었어. 대답한다. 거짓말. 쟤는 또 거짓말이다. 오 분 동안 한 입도 안 폈으면서. 



“현관문 걸어 놓으라며. 이러고 있어?”

“지민이 형.”

“응.”

“살 빠졌어.”



전정국이 그렇게 말하며 나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밥 안 먹었어?”

“먹었어. 야식도 먹어.”

“근데 왜 그렇게, 아. 아니다.”

“넌.”



매일 마다 다짐했었다. 전정국이랑 마주쳐도 울지 않기. 절대 슬픈 눈 하면 안 돼. 그냥 자연스럽게 스치기. 누군가 전정국 손을 잡고 있어도 절대로 세우지 마. 헤어졌어. 헤어졌으니까. 쿨한 사람 되기. 차라리 눈을 마주치지 마. 



“많이 울었어?”

“...”

“살 만 했어, 속상했어.”

“...”

“나 없이 괜찮았어?”

“정국아.”



우리 헤어진 지 한 달 됐어. 내가 대답하자 전정국이 숨소리 같은 웃음을 내뱉는다. 



“우리 삼 년 이나 만났는데,”

“...”

“한 달 만에 괜찮아 지는 건 좀 무리잖아.”



그냥 견딜 만은 해. 울었었고, 술 많이 마셨고 연락하고 싶었는데 안 했고. 너 프로필 사진 훔쳐봤는데 일주일째에 내려서 그것도 못 봤고. 



“인터넷에서 그랬는데 후폭풍 오게 하려면 궁금하게 해야 된댔어.”

“...”

“근데 형은 처음부터 없었잖아..”



원망하는 목소리다. 훔쳐 볼 것도 안 만들어 놓냐 왜. 전정국의 표정은 덤덤하고, 또.. 다정하고. 



“연락을 하지.”

“하면 다시 만나자는 말 밖에 안 했을 거야. 내가 잘못했다고.”

“...”

“근데 나 잘못한 거 없어.”



잠자코 듣다가 결국 푸악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웃어버렸다. 제법 단호한 표정이었다.



“맞아. 너 잘못한 거 없어.”

“어. 형도 잘못한 거 없어.”

“알아.”

“알긴 뭘 알아. 헤어져달라며.”



헤어져달라는 게 말이 되냐? 내가 뭐 형 묶어 놓은 것처럼 얘기해놓고. 혹시 나 억지로 만났어? 갑자기 활기차게 쏘아붙이는 정국이한테 눈썹을 내리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니 아 미안. 흥분했어. 다시금 수그러든다. 전정국은 정말 한결같이 돌려 말하는 방법을 모르고, 솔직한 애였다.



“그 여자애 보는 눈이 너무 다정했어.”

“뭐?”

“나는 그렇게 안 봐줬었어. 너.”

“...”

“질투가 아니라, 그냥. 그냥 짜증나고 좆같았어.”

“그게 질투일 걸.”



전정국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나를 은근하게 쳐다봤다. 커다란 눈이 녹일 듯 시선을 계속 들이붓는다.

 


“나는 형이 헤어지자는 말 입버릇처럼 내뱉어도.”

“...”

“갑자기 너무 예쁘게 굴어서 괜찮았어.”



그냥 그랬다고. 아 다리 아프다. 괜히 더 과장되게 행동을 한 전정국이 무릎을 피며 일어섰다. 가자. 짐 또 아무데나 던지고 왔지. 다 안다는 듯이 말한다.



“나는 외로웠어.”

“...”

“같이 있는데, 혼자 있는 기분이었어. 슬펐어.”



우리는 더 독하고, 더 고집스럽게 서로에게 마찰하지 않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만나면 무너질 걸 알았다. 각자의 버릇, 좋은 기분, 싫어하는 것. 다 꿰뚫어보고 있는 와중에 마주쳤다면 결국 원점이 될 것을. 



“정국아 미안해.”

“...”

“네가 아직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어. 다시 안 만나도 돼. 근데 나는 너랑 같이 있는 게 좋았어.”

“...”

“매번 헤어지자고 한 거 미안해. 사랑이 없었다고, 나쁘게 말해서 미안.”



우리는 우리의 순환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었다. 끈질기게 반복되는 감각의 원인을 찾아내야만 했다. 근절하기 위함이 아니라 회복하기 위해. 



“안 좋아할 리가 없잖아.”

“...”

“사랑이 없던 게 아니라 가벼워 진 걸 거야. 내가 가볍게 만들었나봐. 익숙해서.”

“...”

“근데 다시 무겁게 만들게.”



정국이의 말을 듣고 입술을 깨물었다. 가벼워. 우리 사이가 가벼워진 거 였구나. 한참 고민했다. 이제야 알아 챈다. 


나는 원래 맛있는 걸 제일 늦게 먹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야 좋아하는 맛이 오래 남기 때문이었다. 항상 맛없는 것부터 천천히 입에 담았다. 악순환은 씹을 때 너무 쓰고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도 않았다. 날카로워서 삼킬 때마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지민아. 우리 다시 만나자.”

“...”

“지금까지 속아주는 척 잘 해왔으니까 딱 한번만 더 속아주자.”



눈부신 끝 맛을 위해 마지막에 가장 좋아하는 걸 먹는다. 



“이제는 진짜 잘해야 돼.”

“당연하지.”

“나한테 하는 말이었어.”

“혼잣말을 누가 그렇게 크게 해.”

“너도 들으면 좋으니까.”

“형 귀엽다.”



정국이었다. 



제목이 너무 길져.. 걍 우순돌필로 줄여요 우리..ㅠㅠㅋㅌㅌㅌㅌ 무슨 돌팔매질 같네요 <.. 허허 (?) 그냥 서로 사랑을 하긴 하지만 무뎌지는 국민이 보고싶었대요..  원래 다시 만날 커플은 헤어진 기간 상관없이 어떻게든 다시 만나더라구요? 쨌든 결국에는 사랑하렸다.. 노답 개연성인 느낌이 없지않아 있지만 더 끌다가는 안될 것 같아서 걍 재회시켜버렸숨니다  솔직히 이거 거의 판타지물이네요 왜냐면 국민은 헤어지지 않.으.니.까.요..


과거랑 현재랑 키워드 한 개로 맞물려서 전개되는 약간 나혼자 액자식 구성 같은 글인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쓰는 거 좋아해요 재밌어서..(안물어봤음) 글도 참 기네요 헤헤 이제는 적응 되셨을 것 같지만은 저는 곧 죽어도 중간에 끊는 건 못할 것 같아요 할 수 있믄 만큼  글을 써내는데 우순돌필(입에 절대 안붙어)은 챱챱 잘 써져서 무리없이 오래 가늘게..(?) 썼어요 행복하답니다^0^ 


쨌든 길고 뭔가 좀 어두캄캄하고 질질 거린 글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ㅠㅂㅠ 금요일이네욧..! 냐하!!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조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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