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정보 : 제가 직접 촬영했습니다.



1호선 1호칸 창문을 떼어다 방에 붙이면 스쳐가는 풍경도 누워서 볼 수 있을까. 그런 상상으로 흘러가는 하굣길. 바삐 타오르던 석양이 쉬어가며 건너편 빈자리에 앉았어. 빛줄기로 좌석을 칠하듯 쨍하게 내려왔지.

자리에서 일어났어. 이마나 툭툭 치는 손잡이를 붙잡고 창문으로 밀려든 일몰과 눈을 맞췄지. 전철이 멈추고 출발할 때마다 크게 흔들리더라. 노을의 족쇄를 찬 발목이 으득 비틀려도 손잡이에 걸린 호박빛을 꼬옥 움켜쥐었어. 저녁이 손에 들어온 기분이었지. 손바닥을 덮은 모자이크 좀 지우고 싶었을 뿐이야.

 

태양이 지배하는 시간마다 고개 숙이고. 햇빛이 발가벗긴 흉터를 전시하고. 그늘로 대피해도 야밤 아래 숨기던 맹점은 조금씩 드러나고 말아. 눈물이든 상처든 도피든 얕보이기 쉬운 친구들 있잖아. 유약한 아이들이 노출되면 곧바로 보이지 않는 손가락질과 덤으로 알게 모르게 떨어지는 서열까지. 아픈 손가락을 감추지 못한 자들의 모자이크는 자꾸만 늘어가고.

하늘의 염증과 인간의 염증이 마주하는 시간. 낮에서 밤으로 넘어갈 무렵의 짧고도 깊은 시간. 저녁만 오면 말이야. 닳아가는 노을과 함께하고 싶었어. 눈물마저 금방울로 아롱지는 품에서 나도 조금만 아름다워지고 싶었어. 다정한 노을빛을 삼키면 우리는 밤이 될지도 몰라. 하다못해 석양이 흘리고 가는 땅거미라도 된다면. 그렇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그림자가 된다면.

 

오늘도 어떻게든 하루를 버텨내고, 먹먹한 저녁하늘에 필름을 비추며 어려져 가는 바보가 어른인 척, 전철에 실려 흔들린다.

-2018.9.20. ~ 2020.12.13.

어둠을 헤매는 자에게 글로써 작은 빛줄기라도 비추어 그들이 새로운 길을 찾도록 돕고 싶다. 세간의 병든 운석이 나를 상처 입히려 해도 나만은 이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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