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향 타는 글이니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꼭 피해주세요. 제 글을 처음 접하신 분들은 공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전개 상 강압적 장면 (체벌, 기합 등)이 있습니다.

* 소설은 소설일 뿐, 현실과는 전혀 다른 가상의 세계관, 허구적 내용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기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교관, 수감자의 이야기이니 읽을 때 참고해주세요. 
* 이 글에 작가의 가치관은 반영되지 않습니다.

* 이번편 학교폭력 내용이 있습니다.




정서한

진도경(A23)





" 오늘부터 도경이도 일 하네. 축하해. "

" 축하 할... 일인가요. "

" 그럼. 이제 진짜 혼원 구성원이 되는 건데. "

" 뭐, 여기 온 것 자체가 축하 할 일은 아니긴 한데. "



도경이의 신입 교육이 모두 끝나고, 이제 다른 방 사람들과 같은 패턴의 교육과 작업을 하게 되었다. 교육은 제빵, 원예, 목공 등이 있는데 도경은 제빵을 선택했다. 워낙 만드는 것에는 손재주가 없었고, 그냥 장미호가 옆에서 빵 만드는 거 같이 하자고, 하도 난리를 피워대서 귀찮아서 1지망에 제빵을 선택해 적은 것도 있다.

도경이 방 사람들과 제법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도, 신입 교육이 모두 끝나가던 무렵이었다. 처음 마음을 주기 어려웠지, 그다음부터는 쉬웠다. 물론 방 사람들이 도경을 많이 배려해주기도 했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혼자 앉아있는 도경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고, 먹을 것도 함께 나누어 먹고, 도경의 일정을 먼저 챙겨주기도 했다. 특히 미호는 툴툴거리면서도 도경을 가장 많이 챙겨주었다. 그런 미호를 보던 형우는 아무래도 미호가 친구가 생겨서 좋은 게 아닐까. 라며 영도와 토론을 하기도 했단다.



" 아, 진도경이랑 같은 제빵을 하게 되다니. "

" 네가 하라며. "

" 진짜 할 줄은 몰랐지! "



미호가 도경을 약 올리듯 말하자,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던 도경은 미호의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저게 근데. 도경이 미호를 노려보자, 노려보면 어쩔 건데! 하며 영도의 뒤에 숨었다. 도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미호를 잡으려고 하자, 영도의 뒤에 숨어있던 미호는 형우의 뒤로 숨고, 이리저리 도망 다녔다.



" 정신 사납다. 그만해라. "

" 그래, 싸우려면 나가서 싸워. 아가들아. "



영도의 말에 이어지는 형우의 말. 둘은 웃으며 도경과 미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꼭 엄마, 아빠가 자식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도경의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하면서 A동은 평화를 되찾았다.

게다가 도경은 서한과도 아주 친해진 것 같았다. 제법 말장난도 하는 것 같고, 예전에는 상담을 갔다 오면 잔뜩 굳은 표정이거나 긴장한 표정이었는데. 이제는 표정조차 편안해진 것이 눈에 보였다.

도경이 혼원에서 적응을 못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그 날, 그 곳 : 서서히 드러나는





" 야... 제빵은 원래 이렇게 어렵냐. "

" 당연하지. 여기가 그렇게 쉬운 곳이 아니야! 나한테 자주 물어봐. "



처음 제빵 작업을 하러 가서 도경은 반죽하는 법만 배우고 왔다. 다른 이들은 어느 정도 쿠키나 빵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은데 이제 막 들어간 도경은 종일 난감했다. 빵 만드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나.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미호가 종일 도경의 옆에 딱 붙어서 도움을 주었다. 그건 그렇게 하면 안돼, 야, 너 바보냐. 등등. 투덜거리는 게 대부분이긴 했지만. 그래도 미호의 조언이 도움이 되긴 했다.



" 근데, 왜 이렇게 안 오시지. "

" 누구? "

" 누구긴. 교관님이지. 다들 갔는데, 우리만 못 가고 있잖아. "



아, 그러고 보니. 다른 수감자들은 교관들이 데려와 이동하던데 아직 서한만 오지 않았다. 교관이 없으면 돌아다닐 수 없기에. 미호와 도경은 제빵실에 있는 의자에 앉아 제빵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 근데. 나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되나? "

" 뭔데. "

" 아니... 별건 아닌데.. "



미호가 궁금한 게 있다더니 머뭇거리며 입을 열지 못했다. 뭔데. 빨리 말 해. 답답하네. 도경이 그냥 말하라는 듯 짜증을 내자, 미호가 머쓱했는지 머리를 긁다가 도경의 눈을 바라보았다.



" 있잖아. "

" .... "

" 너는 왜 여기 들어왔어...?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거든. 아, 대답하기 곤란하면... 안 해도 돼 "



미호가 들었던 도경에 대한 소문. 살인미수. 같은 방 사용하는 수감자를 죽이려고 했단다. 그래서 처음에 미호는 도경을 경계했다. 그러나 미호가 느끼기엔 그런 살인자라고 보기엔 도경은 남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자신에게 다가오거나,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말을 걸지도 않았다. 그래서 의아했다. 게다가 도경이 징계실로 끌려가던 그날, 살인미수를 저질렀던 사람이라면, 때리는 게 아니라 목을 조르거나 죽여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여기가 혼원이라서 징계실에 가지 않기 위해 그런 것 일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도경은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러니 더더욱 도경이 정말 살인미수로 들어온 건지 궁금했었다.


미호의 질문에 도경은 잠시 말이 없었다. 미호가 도경의 반응을 살피다 얘기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한 번 더 말했다. 미호의 말을 듣던 도경은 고개를 돌려 미호와 눈을 마주쳤다.



" 살인미수. "

" 응? "

" 네가 알고 있는 소문이 맞다고, 살인미수. "

" 근데 왜? 이유가 있을 거 아냐. "



이유라. 내가 그때 왜 싸웠더라. 얼마 전 일이지만, 이곳에서 보내던 중 잠시 잊고 살았다. 아마 샤워를 하던 시간에 그랬던 것 같다. 살인자 새끼라고 날 비웃던 그들의 목소리. 살인자. 그 말이 그때는 참 듣기 싫었다.


저 새끼, 지 아빠 죽였대, 진짜? 배은망덕한 새끼네, 저런 새끼가 있으니까 더 욕 먹는 거야.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그들의 뒤 말과 비꼼. 결국 도경은 참을 수 없었다. 제 이야기를 하며 깔깔대며 웃는 새끼들을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었다. 샤워실 밖에서 몸을 닦던 수건을 들고 터벅터벅 안으로 들어갔다. 도경이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있던 그 새끼들을 향해 도경이 달려드는 것은 정말 한순간에 일이었다.

수감자들의 외침에 밖에서 교도관들이 들어와 도경을 뜯어말리려고 했지만, 그때의 도경은 어땠던가. 아마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행동했었다. 주변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에는 딱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저 새끼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다. 그 뒤로 독방에 갇혔다가,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여 도경을 혼원으로 이감한다는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도경의 말을 듣고 나자 미호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저런 사연이 있었구나. 그리고 그제야 처음에 혼원으로 이감된 도경이 보였던 행동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미호가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 미안, 내가 괜히 물어봤나. "

" 아냐. 별로. "

" 잘했다, 잘했어. 차라리 교도소보단 여기가 낫지 않냐? 좀 빡빡하긴 해도, 우리 교관도 괜찮잖아. 난 정말 마음에 들거든. 우리 형들도 좋고. "



미호가 도경의 등을 두드리며 어색하게 잘했다고 칭찬해주며 갑자기 혼원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처음엔 민망해서 저러나 싶긴 했는데, 미호의 말을 듣다 보니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A방 사람들 모두 좋았다. 형우, 영도와는 처음에 좀 껄끄럽긴 했지만, 이제는 많이 편해졌다. 게다가 오지랖 넓다고 생각했던 장미호도 계속 붙어 다니다 보니 이제는 없으면 섭섭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서한, 상담 프로그램 이수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서한은 늘 도경과 상담을 진행했다. 아직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이유를 들먹이면서 상담은 무조건 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주장한 덕분에 교육 시간에 아직 상담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상담 따위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서한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없으면 심심할 것 같았다.


이제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 했다. 제가 이 곳을 좋아한다는 것을.



" 그런데. 나도 궁금한 거 있는데. "

" 뭔데? 대박, 네가 나한테 궁금한 게 있어? "

" 너는, 왜 여기 들어왔어? "



도경보다 일 년 정도 먼저 혼원에 들어왔던 미호. 미호는 19살의 나이에 혼원으로 이감되었다. 오래된 일이라 잠시 생각을 해야만 했다. 나는, 왜 들어왔을까. 나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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