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두 살 터울이 난다. 그리고 내 동생은 내 방을, 내 손을, 내 침대와 내 볼을 그리고 나를 무척 좋아한다.

동생은 꼭 자기 전에 내 방에 들어와 10분이라도 안겨서 자야 하고 최근 몇 달 100일 글쓰기를 하느라 나는 그 타이밍에 글을 쓰고 있는 때가 많았다. 깔끔하게 씻고 와서 내 방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는데 글 쓰느라 맨날 '언니 진짜 집중해서 글 써야해’ 소리만 듣고 시무룩한 채 돌아섰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니면 글을 쓰는 시간 내내 조용히 내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며 기다리다가 잠들어서 흔들어 깨워 본인 방으로 보내기도 한다. 매번 애정을 원하는 만큼 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도 내가 글을 다 쓸 때까지 기다리다가 내 방 침대에 누워 쿨쿨 자고 있어서 쓰고 있던 글을 지우고 주제를 동생으로 잡았다.

나는 어렸을 적 식욕이 대단해서 부모님께 주의 받는 일이 많았는데 무척 어릴 때는 한정된 수량의 음식을 두고 동생과 다투곤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하나가 남으면, 개수가 홀수이면 동생이 양보하는 일이 많아졌다. 늘 엄마는 언니니까 네가 양보하라는, 부당하지만 모든 장녀가 듣고 사는 소릴 하셨는데 (아니 다 같은 어린이인데요) 나는 욕심도 많고 고집도 세서 별로 … 양보에 소질이 없었다. 그렇게 억지로 양보하고 나면 내 기분은 좋지 않으니까 동생이 놀자고 하거나 말을 걸 때 뚱하니 굴었나보다. 지금에 와선 동생은 그것보다 나랑 함께 즐겁게 노는 일이 좋아서 어느 순간부터 남은 하나에 미련 갖지 않았던 게 아닐까 막연히 추측할 뿐이다.

우리 자매는 무척 사이가 좋아서 싸우는 일이 손에 꼽았는데 대부분 말로 다투고 동생은 약속 있어서 먼저 나가고, 그 사이에 혼자 다 풀어와서 다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언니~ 하고 내 방에 들어와 날 껴안는 식이었다. 나는 그렇게 쉽게 쉽게 안 좋은 감정이 휘발되는 사람이 아니었고 일정 시간이 지나야 풀어지는 타입이다. 그렇게 다가올 때면 아니 그렇게 쏘아붙이고 나갔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애정을 퍼붓는 동생을 보면 황당하기도 하고 아주 약간은 먼저 그렇게 다가와주는 게 – 나는 너무 하기 어려운 일이니까 – 고맙기도 해서 툴툴대게 된다. 동생과 나는 종종 서로가 이렇게나 모든 면에서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우린 자매가 아니었으면 친구가 되지 않았을 거란 말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동생은 그래도 나는 언니랑 친구하고 싶었을 거라고 대꾸해준다. 나의 예민하고 모난 부분을 동생이 애정으로 둥글게 감싸주어 우리 사이가 이렇게 오래도록 좋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늘 감사하고 그 한 없는 애정에 충분히 답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내 자존감의 뿌리는 상당부분 동생의 터무니 없는 애정에 기반한다. 가끔은 얜 대체 왜 이렇게나 내가 좋은 걸까? 의아해 하지만 이번 생에는 운이 억세게 좋아 이런 가족구성원을 얻은 게 아닌가 싶다. 오래오래 함께 손 잡고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내가 글쓰기를 마치길 기다리며 침대에 불편하게 누워 자고 있는데 엉덩이를 두드려 가서 자라고 깨워야 한다. 아까는 내가 너무너무 털짐승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하니까 자기가 털옷 입으면 되니까 나나 예뻐하라고 그랬다. 귀연놈 … 동생은 늘 내 생일편지에 태어났더니 언니가 언니여서 너무 행복하고 엄마아빠에게 평생 감사할 점이라고 하는데 나야말로 그렇다. 내 침대에서 쿨쿨 자는 망아지가 내 인생에 없었다면 절대 지금과 같지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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