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이 재환, 영민, 루니의 위로에 힘을 얻어 다시 정상을 향해 움직이는 동안에 깡철이를 탄 지성은 벌써 다니엘의 할머니를 제천단 위로 데려왔다. 

"잘했어. 큭큭큭."

지성이 남자를 향해 고개 숙이고는 아이들이 잡혀 있는 곳 뒤의 구석으로 물러났다. 다니엘네 할머니의 모습에 그게 누군지를 모르는 성운과 이우진을 빼고 모든 아이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가 손가락을 다시 한 번 튕기자 깡철이는 기절해 있는 할머니를 제단 가운데로 옮겼다.

"자, 이제 재밌는 시간이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지 큭큭. 너무 그렇게들 노려보지 말라고. 말만 잘 들으면 아무도 안 다칠 수 있어. 나한테 충성만 맹세하면 된다니까? 저기 구석에 진(震)처럼 말야 큭큭." 남자가 지성을 가리키며 하는 말에 성우가 어금니를 빠드득 소리나게 갈았다. 

'여태까지 믿었건만 다니엘의 할머니를 남자의 명령대로 납치하다니!' 배신감이 너무 커서 이제는 용서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성우의 머리를 지배했다. 성우의 잡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미 팔괘 중에 하나로 까발려져서 자리에 앉혀진 성우와 지훈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여전히 바닥에 꿇어앉혀진 상태였다. 나스카의 미이라의 모습을 한 남자는 기절한 다니엘의 할머니 옆에 서더니 그런 아이들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입을 열었다.

"내가 뭘 할지 기대되지 않아? 큭큭큭. 아 정말 너무 재밌어. 그렇게 바들바들 떨면 내가 가학적인 사람처럼 보이잖아. 긴장 풀어. 누가 괘인지 아닌지 모르는데 내가 너넬 어떻게 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야. 다칠 사람은 너희가 아니라 이 할머니거든. 큭큭큭큭"

!!!!!!!!!!

"할머니 손가락 하나만 건드려 봐. 내가 너 하나는 꼭 죽인다!" 조용히 있던 지훈이 남자에게 경고했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다니엘의 할머니한테 위해가 가해지면 다니엘을 볼 면목이 없었다. 

윙오빠 화나심; 제가 늘 생각하던 맛 간 눈빛 ㅋㅋ

"흐으음.. 한낱 결계사 주제에 건(乾)이라길래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나름 강단은 있나봐? 근데 너무 나대면 오히려 명을 재촉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지!" 

남자의 목소리에 점점 광기가 차는 게 피부로도 느껴졌다. 지훈이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까봐 불안해진 성우가 남자의 주의를 자신에게 돌리려고 말을 툭 던졌다. "대체 원하는 게 뭔데?"

"좋아. 그런 자세. 다른 애들도 좀 보고 배워라. 응? 내가 원하는 게 뭐겠어? 자, 5초 셀테니까 자기가 팔괘 중에 하나인 사람은 앞으로 기어나와. 5!"

남자가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주의를 지훈에게서 돌리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5초의 카운트 다운이라니! 성우는 괜히 자기가 나서서 주어진 시간을 앞당긴 것 같은 느낌에 좌절했다.  

"4!"

"3!"

"2!"

"1!"

카운트 다운을 마쳤는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자 남자가 손에 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넓게 펼친 남자의 손바닥 위에 녹색의 구가 생겨났는데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맞으면 무사하지는 못할 거라는 건 감으로 알 수 있었다.

"아무도 없으ㅁ" 남자가 할머니를 향해 던지는 모션을 취했다.

"나! 나야!" 도저히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서 박우진이 남자의 말을 끊고 나섰다.

"좋아. 이렇게 하는 거야. 알았지?" 

"..."

"넌 뭘 다루지?" 

"불..." 

"네가 리(離)구나! 왜 내가 못알아봤지? 보통 약간 다혈질인 애들이 리던데. 큭큭큭. 자, 아무튼 방위에 앉혀!" 남자의 명령을 들은 지성이 손짓하자 깡철이가 박우진을 남쪽으로 옮겼다. 

"자, 이제 빨리 하자. 다시 5초 센다."

"5!"

"4!"

아이들이 서로 미친듯이 눈으로 대화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아이들이 형 라인에 속하는 민현, 성우, 성운을 번갈아 쳐다봤지만 그 셋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민현은 일단 지성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여주고 있으니 팔괘의 여부를 밝히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니엘의 할머니한테 저 불길한 녹색 에너지탄을 맞게 할 수는 없었으니.

"3!"

"2!"

마음을 굳힌 민현이 진영에게 눈짓했다. 알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5초가 끝나기 전에 한 명씩 정체를 밝히자는 얘기였다.

"1!"

"저, 저요!" 이번에도 카운트 다운이 끝나기 직전에 민현이 자신의 존재를 밝혔다.

"너네 생각보다 말귀가 통하는데? 좋아. 이런 식이면 금방이겠어. 넌 뭐지?"

"태(兌)." 

"오, 너 시약사지? 그래서 늪이구나? 아 이것도 어려운 게 아니었는데 내가 미처 몰랐네 큭큭. 진(震)!"

"네." 이번에도 지성이 손짓하자 깡철이가 민현을 서쪽에 배치했다. 

그렇게 8개의 방향 중에서 4방향은 주인이 정해졌다. 북에 성우(감), 서북에 지훈(건), 서에 민현(태), 남에 박우진(리). 이제 잡혀온 아이들 중에서 남은 팔괘의 조각은 진영이 뿐이었다. 

"흐음.. 진(震)이랑 곤(坤)은 누군지 아니까.. 그러면 남은 건 바람(風)의 손괘(巽卦)랑 산(山)의 간괘(艮卦)로군. 자, 얼마 안 남았다. 할머니 죽이고 싶진 않잖아? 얼른 나와! 3!!" 목표에 다가간다는 것 때문에 흥분했는지 남자는 갑자기 숫자를 3부터 세기 시작했다. 불안해진 진영의 동공이 흔들렸다. 

"2!"

진영이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본 관린이 자신이 대신 일어나려고 움찔했다. 의외로 지성이 그런 관린의 어깨를 눌러서 도로 앉혔다. 관린이 쳐다보자 지성이 작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자를 속이려고 해봤자 소용없다는 의미 같아서 관린이 다시 조용히 앉았다.

"1!" 결국 겁에 질린 진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앞에 애들은 말 잘 듣던데 내가 너무 다정하게 대해주니까 겁대가리들을 상실했구나?" 남자가 이번에는 바로 할머니를 공격했다. 녹색의 구에 맞은 할머니가 엄청난 양의 피를 토했다. "끄으으으......"

"할머니!!!!!!!!!!!" 지훈이 절규했고, 지성은 아이들 몰래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큭큭큭 더 괴로워 해! 고통에 찬 신음 소리를 듣는 건 언제나 즐겁지 안 그래? 아~ 내가 얘기 안했던가? 저 독에 중독된 사람은 해독제를 맞지 못하면 2시간 안에 죽어. 뭐 저 정도 나이면 어차피 살 날도 얼마 안 남았을테고 삶에 대한 미련도 별로 없을 거 아니겠어? 큭큭큭." 

그 얘기에 지훈이 다시 발끈했다. '너는 수백년을 살았다면서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 이 지랄이냐? 씨발 너는 꼭 내 손으로 갈아죽인다.' 

"한 방 더 쏴? 아니면 나올래?"

이번에는 진영이 바로 나섰다. 진영은 울고 있었다.

"저.. 저에요."

"그래. 넌 뭐야?"

"ㅅ.. 손괘요." 

진영은 동남쪽에 앉혀졌다. 

다섯이 앉혀졌고, 다니엘과 지성이 각각 곤과 진이라는 건 아니까 남자가 모르는 건 이제 딱 하나였다.

"자.. 그럼 간괘만 찾으면 되는 거네? 이거 내가 200년을 넘게 기다려온 순간이 눈앞이라니! 큭큭큭큭"

원래도 미친놈인 건 알았지만 가면 갈수록 더 또라이 느낌이 강해지는 남자 때문에 공포에 질린 아이들이 속으로 애타게 다니엘, 재환, 영민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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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에 포스타입을 열었으니까 오늘로 딱 3개월 됐네요! 대충 90일 동안 180화라는 건 하루 평균 2편 썼다는 거군요 ㅠㅠㅠㅠㅠㅠ 워너원에 미쳐서 팬픽도 써보고 별짓을 다 합니다 정말 ㅋㅋ







녤른! 특히 윙녤에 환장하고 워너원 고루 아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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