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없는 공간인데 가끔 구독을 해주시는 분들이 생겨 드문드문 계정에 접속하게 된다. (감사합니다. 언젠가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은 저로선 누군가 제 글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작게 나마 위로가 되곤 합니다.) 작년 말, 미국에 갈 계획이라고 적었던 일기를 마지막으로 약 5개월이 흘렀다. 11월은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며 곧바로 컴퓨터활용 시험준비와 운전면허 취득으로 바쁘게 보냈고, 12월은 미국에 갈 준비와 실제로 미국 땅을 밟고 누비느라 바빴다. 연이은 격리와 새해맞이까지. 1월은 충분히 쉬었고, 2월 한달간은 토익 시험 준비로 분주했다. 


 대학 졸업한지 일 년이 넘은 마당에 왜 아직 토익을 준비하냐고 한다면... 


 사범대를 졸업한 나는, 대학교 3학년 때까진 임용을 준비할 계획으로 복수전공과 고학점 취득만을 목표로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막상 교생실습을 마치고 나서, 아무래도 나는 교사의 길을 갈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한 사람이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때를 내가 책임질 수 없다는게 가장 큰 이유였다. 내겐 누군가를 가르칠만한 충분한 소양과 열정이 없었다. 물론 용기도 없었고. 


 결국 나이는 나이대로 먹고 졸업할 때는 됐는데 교사 말고 대체 뭐가 되어야 할 지 모르겠는 거다. 그런 내겐 좀 진득하게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했다. 당시는 아동놀이영어센터에서 시간강사를 하고 있던 때였던 터라, 졸업 후에도 그 일을 계속 하면서 한동안 인생 전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좀 가지며 취업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1월 중순 즈음, 지인 소개로 가볍게 면접을 보고 온 스타트업에 덜컥 취직을 하게 된다. 원래 육개월 계약으로 들어간 거였지만 사람이 부족해 10개월 채우고 퇴사를 했고. 회사에 다니면서 취준도 같이 해야겠다고 다짐하던 치기어린 시절은 역시 잠시 뿐. 결국 난 일년도 아니고 애매하게 10개월의 경력만을 가지고 다시 사회에 내던져지게 된다. 그리고 몇 군데 이력서를 넣어보지만 줄줄이 낙방. 대체 스펙 쥐뿔도 없이 10개월 스타트업 마케팅 경력만 가진 사람을 누가 써준단 말인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결국 토익 공부는 이력서에 쓸 한 줄짜리 문장이 필요해서 하고 있는 거다. 학점 외엔 가진 점수가 없으니 토익점수와 컴활 자격증을 만들고, 영어 회화 능력을 기르고, 기타 등등을 쌓아 올린 멋진 이력서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공부하는게 싫냐고 묻는다면 절대 그건 아니다. 오히려 재미있다. 수능 이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영단어장과 문법책을 습득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즐겁다. 가끔 문제를 많이 틀릴때면 내 자신에게 실망스러워 혼자 몰래 울기도 하지만. 인생이란게 본래 나를 더 나은 인간으로 다듬는 과정이고, 그 과정엔 필연적으로 눈물이 따를 수밖엔 없다고 생각한다. 갖고 태어난 게 아닌 이상 이 세상에서 쓸모 있는 무언갈 쉽게 얻는 일은 불가능하니까.




 암튼 여전히 저를 구독해주시는 이유가 제 글을 기다리셔서 그런 건지, 구독하고 있는 사실조차 잊고 있기 때문인지 알길이 없지만. 열 두명의 구독자님들께, 혹시나 제가 조금이라도 궁금하셨다면.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은 바빠서 쉽게 우울해질 겨를이 없네요. 토익 공부 하면서 매일 운동도 하고, 책도 영화도 열심히 보고 있어요. 2월에만 다섯 권의 책을 읽고, 열 편의 영화를 보았답니다. 마음 따뜻해지는 소설을 찾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라이온의 간식>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를 추천합니다.


 다음 번엔 조금 더 재미있는 소식으로 찾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모쪼록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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