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家

W. 액뿌

모두가 자신의 자리로.

직장인은 회사로, 학생은 학교로, 그리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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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날이 흐렸다. 당장에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먹구름과 축축한 공기, 이전에 내린 비가 고여 만든 물웅덩이. 모든게 다 우울하기만 한 날이다. 오늘 같은 날은 뭘 해도 안된다니까. 스가는 핑계아닌 핑계를 대며 외투와 우산을 챙겨 나섰다.

밖을 나서자 축축하고 선선한 공기가 코 속을 간질였다. 밖을 나선지 얼마나 됐다고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비야."

한숨을 폭 내시며 스가가 우산을 펼치는데, 가까운 상가에서 비를 피하고있는 주황색 실루엣이 보였다. 우산이 없나보다. 괜히 참견했다가 일 만들지 말아야지.

"저기, 어디까지 가?"

이런, 결국 이렇다니까. 스가의 머릿 속은 분명 '그냥 지나친다'였는데 몸은 여느때와 같이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앗, 네! 아니, 네?"

"우산, 씌워줄게."

빙긋 웃는 얼굴과 우산을 한번씩 바라본 고등학생-키가 작아서일까, 감정이 바로바로 들어나는 얼굴 때문일까 굉장히 어려보였다-은 머뭇거리더니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앗 저는 카라스노대학까지 가요."

"대학생이야?"

"네. 이제 막 스무살이에요."

더이상 말을 이어가면 이상해보이지 않을까 해서 대꾸를 하지 않았다. 소년-무어라 불러야 할지 생각이 안 나서 보이는 대로 생각했다. 분명 대학생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안 보이므로-과 함께 우산을 쓴 곳에서 카라스노대학교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몇마디 나누지 않았는데 도착할 정도로 가까웠으니 '그다지'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우산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까와 같이 허리를 푹 숙여 인사하는 소년에게 스가는 괜찮다고 자신보다 조금 작은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허억, 옷이..."

소년의 손짓에 뒤늦게 어깨 한 쪽이 축축해져 있었다는 것을 뒤 늦게 알아챘다. 젖어버렸네. 스가는 뒷머릿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웃어버렸다. 미안해 안절부절 못하는 소년은 곧 무언가 생각난듯-직접 봤으면 머리 위에 전구가 보였을지도 모른다-핸드폰을 내밀었다.

"이메일 알려주세요! 핸드폰 번호! 나중에 시간 괜찮으실 때 보답하고싶어요."

핸드폰을 내밀며 번호를 달라는 소년의 빛나는 눈에 거절할 수 없었다. 애초에 거절 할 생각도 없었지만. 소년의 핸드폰을 건네받고 번호를 찍어 돌려주자 곧 스가의 핸드폰이 울렸다 '지잉-지잉-'

"히나타예요! 히나타 쇼요!"

"그래, 난 스가와라 코우시야. 편하게 불러도 좋아."

"그럼- 음! 스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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