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티배터] C/Stop/R 2

호텔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이제야 기억이 났다. 분명 오메가를 만나기 위해 작업구역 2로 들어왔고, 새벽을 기다리기 위해 호텔로 들어갔다. 이미 날은 밝아있었다. 젠장 개년이. 시간을 벌려고 그런 개같은 짓을. 그러고보니 배터는? 서둘러 둘을 살폈다. 배드 배터는 코를 골며 자고 있었고, 배터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린 채 자고 있었다. 숨은 쉬고 있었다. 아닌가 여긴 천국이라서 죽어도 다시 살아나니까 숨 쉬는 여부는 상관없나. 어쨌든 둘을 깨웠다. 배드 배터는 깨우자마자 일어났다. 그냥 나쁜 악몽을 꿨다는 식으로 KNO3의 일을 말했다. 그러나 배터가 깨어나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에 이불을 걷었다. 배터는 조용히 누워있었다. 배드 배터가 발로 차려는 걸 겨우 제지하고 배터를 흔들었다. 배터가 몸을 뒤척이다가 깨어났다.

...엘로하?
엘로하? 무슨 개떡같은 소리나 하고 앉아있는거냐? 시발, 일어나라고!

배터는 그 자리에 누운 채 멍하게 우리를 바라봤다. 어제까지만 해도 잔뜩 침울해있더니 이번엔 여기가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 못하는 듯한 얼빠진 표정이었다. 문득 KNO3이 스위치를 OFF로 하면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이걸 다시 ON으로 되돌리려면 힘들거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배터를 억지로 일으켜서 호텔 밖으로 나갔다. 배드 배터가 나를 따라 허겁지겁 달려나왔다.

작업구역 2는 조용하고 한산했다. 것보다 마을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모든 것이 갖춰져있었다. 일단 뭘 좀 먹어야겠다는, 사실 배드 배터가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린 이유가 더 크지만, 생각이 들어서 식당으로 향했다. 사람이 별로 없는 식당이었다. 생각해보니 죽은 사람은 굳이 먹지 않아도 되었다. 직원은 오랜만에 손님이 왔다며 느긋하게 방으로 안내했다. 주문을 한 뒤 배터의 반응을 살폈다.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KNO3이 뭔 짓을 한 건진 몰라도 아주 애를 단단히 망쳐놓은 것만은 분명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배드 배터는 나온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었다. 그에게 조용히 먹어라고 주의를 줬다. 그러는 동안 배터는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다.

뭐해. 배 안 고프냐?
케이크.
뭐?
케이크를 많이 먹었다.

시발. KNO3 그 년을 진짜. 밤새 무슨 케이크를 쳐먹어! 보아하니 진심인 것 같았다. 무슨 케이크냐고 묻자 배터가 딸기쇼트케이크라고 대답했다. 그 이상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잠시 후 배터가 물끄러미 나를 봤다.

근데 여긴 어디지?

미치겠다 진짜.

잡덕인 만큼 여러 가지 많이 써요. 낡은 작가지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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