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행크 앤더슨만큼 21세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은 드물 것이다. 심지어 그는 다른 장소도 아닌 바로 디트로이트, 안드로이드 산업으로 인해 다시금 살아난 기계산업의 도시에 태어나 오십 평생을 살아왔는데도 안드로이드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자기 자신의 몸에 무심한 것처럼 행크는 그저 안드로이드를 인간과 비슷한 새로운 지성체로 생각할 뿐이다. 

행크의 숨은 황폐하고 거칠었다. 그의 손에 들린 손도끼가 그의 황폐한 숨에 맞추어 들썩거렸다. 코너의 오른쪽 팔은 테이블에 올려진 채 단단히 묶여있다. 통신기기가 있는 쪽이다. 

행크가 유황내가 풍기는 듯한 고르지 못하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다, 코너. 하지만 두 번이 필요하진 않을 거야.”

그리고 손도끼를 꽉 쥔 두 손이 위로 올라갔다. 망설여서는 안 된다. 행크는 단숨에 코너의 오른 손목을 내리쳤다. 

콰직. 

도끼날을 통해 행크는 자신이 무엇을 자르는지 지나치게 선명하게 느낀다. 단숨에 잘라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다면 좋을 텐데, 절대 그렇지 않다. 푸른 피가 퍽 솟아오르고 코너는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아아악!” 그의 LED가 붉은 색으로 미친듯이 점멸하고, 팔꿈치까지 걷어올린 흰 셔츠에 푸른 피가 튀어 젖었다. 

행크는 어금니를 문 채 손도끼를 들어올렸다. 부서지고 갈라진 손목의 단면은 그저 기계일 뿐이다. 도끼가 자르는 대로 갈린 인공 외피 아래는 부서진 기계 부품과 전선들이 가득하다. 거기에는 피와 살과 흰 뼈가 들여다 보이지 않지만 무엇을 모방했는지 너무나 확연한 모양이었다. 단면에서 푸른 피가 울컥 솟고 파직 파직하는 튀는 소리를 내며 파란 전류가 튀다 마침내 조용해졌다. 코너의 남은 팔의 단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하, 아흑, 해, 행크…….”

고통이 전뇌를 태운다. HUD에 붉은 경고가 쉬지 않고 떴다. [#4964h 손상][티리움 저하][시스템 오류]…

코너는 온몸을 발작하듯 떨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랫입술이 윗니에 눌려 붉은 기가 사라지고 살갗 아래의 인공 외피를 드러냈다가, 마침내 그마저 찢어지고 만다. 푸른 피가 아랫입술에 맺혔다가 턱으로 주르륵 흘렀다. 턱선을 타고 눈물과 푸른 피가 섞여서 흐려진다. 

행크는 푸른 피로 흠뻑 젖은 손도끼를 내던지고 그 옆을 더듬었다. 그의 손이 닿는 자리마다 푸른 피가 지문에 닿아 찍혔다. 미리 준비한 붕대를 잡은 행크 앤더슨은 경련으로 흔들리는 코너의 팔을 붙들고, 언젠가 익혀 두었지만 그다지 써 본 일이 없는 손길로 붕대를 감는다. 

“코너, 정신 차려라. 얘야, 이젠 안전해.”

붕대의 끝을 꽉 매듭진 행크는 엉망진창으로 젖은 코너의 뺨을 들어올렸다. 행크의 두 손과 코너의 뺨은 또 푸른 피와 투명한 눈물로 흐려진다. 행크는 코너의 이마에 입술을 내리눌렀다. 

“진정해……. 끝났어. 이젠 통신기기가 없으니 어떤 안드로이드도, 사이버라이프에서도 널 추적하지 못할 거야.”

코너의 팔에서 흐르는 티리움이 멈추고 LED가 간간히 푸른빛으로 돌아올 때까지 행크는 계속해서 깃털 같은 키스를 쏟으며 속삭였다. “안전해. 여긴 안전해, 코너. 아무도 널 쫓아오지 못할 거야.” 이보다 더 무거운 키스는 없다. 

코너가 지쳐 갈라진 - 일부는 기계음이 섞인 - 목소리로 물었다. 

“왜… 저를 살리시려고 하죠? 왜 쫓기다 죽게 내버려두지 않으시죠? 제가 당신이 지지하던 안드로이드의 지도자를 죽였는데.”

행크 앤더슨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행크도 알고 있다. 연단에서 연설 도중 마커스는 안드로이드들 틈 사이에 있던 코너의 저격에 쓰러졌다. 안드로이드들은 혼란과 동시에 총알의 탄도를 계산하고 일제히 그들 틈의 코너를 바라본다. 곧 비명과도 같은 명령이 떨어졌다. “잡아!” 

그 모든 것은 인간들의 숨죽인 생중계로 낱낱히 보도되었고, 사이버라이프는 축배를 들었다. 인간이 안드로이드를 제어해 승리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RK800은 돌아오지 않았다. 안드로이드에게도, 사이버라이프에게도. 

코너는 행크 앤더슨에게 사로잡혔다. 코너가 옥상에서 지나쳐간 남자는 자신이 실패한 한 번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마커스를 막으려는 시도가 실패했음에도 결국 코너를 잡아낸 것이다. 거의 3년간 술독에 빠져 형편없이 살아왔던 인간답지 않은, 오히려 아들을 잃기 전 뛰어난 경찰이었던 인간다움으로. 

그가 아는 것이라곤 몇 가지 되지 않는다. 불량품은 통신기기가 기능하지 않아 추적하기 힘들지만, 기계에게 통신기기는 여전히 기능하고 추적할 수 있다는 것. 행크는 코너가 불량품인지, 아니면 그저 기계일 뿐인지 알 수 없지만 위험 소지를 남기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자신의 손으로 코너의 팔을 끊어낸다. 누구에게도 쫓기지 않도록. 

“넌 개새끼지만 널 그대로 죽게 둘 순 없어.”

그러기 위해서 행크는 코너의 팔을 도끼로 내려치는 것이다. 행크 앤더슨은 이토록 절박하다. 

코너는 HUD에서 어지럽게 뜨는 경고를 의식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행크는 코너의 뺨에 튄 푸른 피와 눈물을 엄지로 문질러 닦아낸다. 자신의 얼굴에도 푸른 피가 튀었지만 그는 그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저를 사랑하시나요?”

그 질문이 행크 앤더슨의 절박한 얼굴을 일부 허물어뜨렸다. 대신 그의 푸른 두 눈동자가 불타는 듯 번뜩인다. 

“그래.”

“제가 마커스를 살해하고 사이버라이프에 쫓기고 있더라도요?”

코너의 양 발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침대 기둥에 이어져 있다. 행크의 순진함. 그는 코너가 스스로의 다리를 분해하고 끼우는 간단한 동작으로 수갑을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불량품이 아니면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도 모른다. 

“그래.”

그러나 절박하다. 코너가 기계여도, 불량품이어도 행크 앤더슨은 상관하지 않는다. 마커스를 죽였다 하더라도. 아만다의 통제를 벗어나 도망친다 하더라도. 오직 코너만을 꿰뚫고 도망치지 못하게 자신이 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뿐이다.

그래서 코너는 기꺼이 그의 것이다.





END

2020.7.4.


MCU:CA STU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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